YTN 지식카페 라디오 북클럽 이미령입니다. 오늘은 이광표의 <그림에 나를 담다>를 소개합니다. 자신의 얼굴을 그린 자화상. 그런데 자화상을 보면서 “이 화가는 이렇게 생겼구나”라고만 감상한다면 많이 아쉽습니다. 자화상을 통해 그린 사람의 실제 얼굴과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를 확인하면서, 그러는 과정을 통해서 화가가 어떤 배경에서 살고 있고, 무엇을 꿈꾸고 있는지 즉 자화상으로 표현된 작가의 내면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으로 자화상을 그리기 시작한 것은 18세기부터인데요. 저자는 자화상을 감상하는 법을 자세하게 들려준 뒤에 한국 자화상의 명작 8점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좀 무시무시하게 느껴지는 윤두서의 <자화상>, 그리고 출세에 대한 욕망과 자의식을 읽을 수 있다는 강세황의 <자화상>, 또, 무관출신이면서 화가였던 채용신이 44세 때 무관복을 입은 자신의 모습을 그린 작품을 소개하고요,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화가인 고희동의 자화상은 모시적삼을 풀어헤친 채 가슴을 드러내놓고 있는데, 그 당시 사람들을 얼마나 깜짝 놀라게 했을지 상상이 됩니다. 근대기 화가이자 문인이며 여성운동가였던 나혜석이 1928년경에 그린 <자화상>은, 검은 빛과 보라색이 몽환적이면서도 우울하고 불안한 표정이 압권입니다. 월북한 화가 이쾌대의 <두루마기를 입은 자화상>에는 미술을 통해 현실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리얼리스트로서의 면모가 선명하게 표현되어 있으며, 6.25당시 오발탄을 맞고 숨진, 천재화가 이인성의 자화상에는 눈이 없는 것이 특징이며, 장욱진의 <자화상>에는, 목가적인 고향풍경이 아름답게 펼쳐졌지만, 궁핍했던 시절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합니다. 한국 자화상의 명작에 담긴 이야기들,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이 들려주는 이야기와 비슷하기도 한데요, 참 흥미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