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의 뉴스 정면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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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정치분석] “유권자들, 與野 한 통속이라는 불신 커”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6-12-02 19:11  | 조회 : 2086 
[데이터정치분석] “유권자들, 與野 한 통속이라는 불신 커”

- 웹소설이 민심을 읽는 코드고 가장 적합
- 최근 웹소설, ‘배경보다 능력’, ‘정의보다 사욕’, ‘정직보다 편법’ 주인공 인기
- 웹소설 캐릭터와 유사한 지도자는 트럼프
- 유권자들 여야 모두 한 통속이라는 불신 커


[YTN 라디오 ‘최영일의 뉴스 정면승부’]
■ 방송 : FM 94.5 (18:10~20:00)
■ 방송일 : 2016년 12월 2일 (금요일)
■ 대담 : 이규창 디지털 콘텐츠 전문가


◇ 앵커 최영일 시사평론가(이하 최영일)> 콘텐츠와 데이터로 정치를 분석해 보는 시간, <데이터 정치 분석>입니다. 디지털 콘텐츠 전문가인 이규창 기자와 함께합니다. 안녕하십니까?

◆ 이규창 디지털 콘텐츠 전문가(이하 이규창)> 네, 안녕하세요.

◇ 최영일> 오늘은 어떤 주제입니까?

◆ 이규창> 오늘은 대중들에게 친숙하면서도 낯선 이야기가 될 것 같습니다. 일단 질문 하나 드리겠습니다. '내부자들', '베테랑', '부산행'. 이 영화들의 공통점이 뭘까요?

◇ 최영일> 우리 사회의 부조리한 모습을 꼬집어서 흥행에 성공한 영화들인가요?

◆ 이규창> 모든 영화가 그런 건 아니지만, 영화에는 그 시대의 정치 사회적인 맥락이 녹아있습니다. 이 영화 속에 담긴 맥락이 대중들의 생각/감정과 맞아떨어지면 흥행에 성공합니다. 이걸 반대로 이야기하면, 대중문화 콘텐츠를 잘 분석하면 시대상과 민심을 읽을 수 있습니다.

◇ 최영일> 그래서 오늘은 대중문화 콘텐츠로 민심을 읽어보겠다, 이거죠? 그럼 어떤 콘텐츠를 분석해 주실 건가요?

◆ 이규창> 오늘 분석할 대상은 웹소설입니다. 소설이긴 한데, 서점에서 소설책을 사보는 것과 달리 PC나 휴대폰에서 볼 수 있는 소설입니다. 청취자들 중에서 한 번도 웹소설 읽어 본 적 없는 분들도 있을 텐데, 최근에 종영한 박보검 주연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 이거 원작이 웹소설입니다. 지난해 큰 인기를 끌었던 중국 드라마 '랑야방'도 웹소설이 원작입니다. 알고 보면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읽고 있고, 드라마나 영화 등 문화 전반에 영향을 주고 있는 대중문화 콘텐츠입니다.

◇ 최영일> 영화, 드라마. 다른 것도 많은데 특별히 웹소설을 선택한 이유는 뭔가요?

◆ 이규창> '민심을 읽는 코드'로 가장 적합하기 때문입니다. 영화는 시나리오를 쓰고 투자받고 제작과 개봉까지 기간이 너무 길고, 지상파 드라마의 경우는 시청자보다 광고주의 기호, 해외 수출을 고려한 요소들이 많습니다. 반면 웹소설은 5분 정도 분량의 짧은 글을 매일 혹은 매주 올리면 사람들이 돈을 내고 구독합니다. 댓글로 감정과 의사 표현을 해서 곧바로 피드백 반영되고, 맘에 안 들면 금방 독자가 떠납니다. 대중들의 코드가 가장 빠르고 즉각적으로 반영되는 문화콘텐츠가 바로 웹소설입니다.

◇ 최영일> 대중들이 매일 혹은 매주 돈을 내고 보는 웹소설이 대중들의 기호를 이해하는데 유용하다, 이해됐어요. 그래서 뭘 분석했나요?

◆ 이규창> 우리 코너는 '데이터 정치분석'이니까 '정치'와 관련된 인사이트를 분석했습니다. 사람들이 다음 대통령으로 어떤 사람을 원하는지, 그들의 마음속에 있는 '이상형'을 분석해봤습니다.

◇ 최영일> 다음 대통령은 어떤 사람이 되기를 원하는지, 그걸 웹소설에서 어떻게 찾아내는 거죠?

◆ 이규창> 무협지와 판타지소설의 주인공들을 분석했습니다. 배경이 서양이냐 동양이냐의 차이가 있을 뿐, '영웅'인 주인공이 적을 싸워 물리치면서 성장을 해나가서 결국은 성공을 이룬다는 내용입니다. 이 장르물은 대다수 작품이 비슷한 구조와 흐름인데, 등장인물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어떻게 행동하느냐만 달라집니다. 시기, 세대별 인기 작품들의 주인공 캐릭터를 분석해보면 사람들이 원하는 '이상적인 영웅'의 이미지를 찾을 수 있습니다.

◇ 최영일> 본론으로 들어가서 분석한 내용을 들어보죠. 그래서 웹소설에서 읽어낸 대중들이 원하는 '이상적인 영웅'이 어떤 사람인가요?

◆ 이규창> 과거 무협/판타지 소설 주인공들과 요즘 인기작의 주인공들이 뚜렷하게 구분되는 특징이 보입니다. '배경보다 능력', '정의보다 사욕', '정직보다 편법', '겸손은 가식'입니다. 과거 무협지를 보면 잘난 가문에서 태어나 날 때부터 천재이고 잘생겼고 뛰어난 스승을 만나고 로또 당첨은 기본인 운빨, 가문과 태생을 가지고 주인공을 정당화하거나 미화했습니다. 그런데 요즘 주인공들은 부모님이 평범한 소시민이거나 고아, 고졸 이하 학력, 배경 없이 자신의 능력과 노력으로 성공하는 캐릭터입니다. 주인공은 당연히 착하고 정의롭고, 이런 게 아닙니다. 요즘 웹소설에서 '정의' 외치거나 착한 캐릭터들은 바보처럼 희생당하는 인물이거나 겉으로만 그럴 뿐 알고 보면 뒤로는 나쁜 짓하는 이중적인 인물들입니다. 안 좋은 이미지로 그려집니다. 주인공은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고, 손해 보는 짓 안 하고, 자기 내키는 대로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데 최선을 다합니다. 명분이나 정의 같은 거 따지면서 우물쭈물하면 '발암'(암 유발) 캐릭터라고 악플이 달립니다.

◇ 최영일> 웹소설의 주인공이 '이상적인 영웅'이라고 하셨는데, 정의나 철학은 없고 자기 이익 챙기는 데만 급급하다? 이거 영웅 맞나요?

◆ 이규창> 놀라기엔 이릅니다. 설명을 저 들어보시면 더 놀랄 겁니다. 심지어 주인공이 성장을 하거나 성공을 거두는 방법 또한 '노오~력'을 하는 대신 게임의 '치트키'를 찾아내는 것처럼 편법을 동원하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시간여행을 해서 과거로 돌아갔다든지, 금수저가 출신 배경을 이용해서 '편법'을 한다면 흙수저인 주인공은 그 외의 다른 편법을 하는 셈입니다. 그런 편법을 잘 이용하는 주인공이 스마트한 모습으로 그려집니다. 주인공은 내키는 대로, 직설적으로 말하고 행동함. 선악에 구애를 받지 않음. 법은 증거를 남기지 않거나 법의 허점을 잘 이용해서 빠져나가면서 사실상 법의 구속도 받지 않습니다. '착한 약자'에게는 예의 있게 대하지만, 악당이나 비록 약자이더라도 비겁한 사람들에겐 내키는 대로 대합니다. "나 잘났다. 대단하다." 거리낌 없이 말하고, 겸손은 가식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 최영일> 그런데 설명을 들을수록 전통적인 의미의 '영웅' 이미지와 점점 거리가 멀어지는데요. 심지어 이런 사람을 대중들이 대통령감으로 원한다?

◆ 이규창> 이 캐릭터와 유사한 사람이 미국의 대통령이 되지 않았나요. 트럼프는 여성에 대한 성적인 농담을 거리낌 없이 하고, 자신을 공격하는 사람에게는 진흙탕 싸움을 마다하지 않으면서 막말을 하고, 법의 허점을 이용해서 연방소득세를 18년간 단 한 푼도 내지 않았습니다. 많은 사람들과 언론들은 이런 사실이 대통령감으로는 치명적인 약점이라고 여겼지만, 정작 그의 지지자들은 "남자들이 원래 그런 농담 하잖느냐.", "법에 허점을 만들어놓은 워싱턴 사람들이 잘못한 거다. 트럼프는 스마트하게 법을 잘 이용한 것."이란 반응입니다.

◇ 최영일> 트럼프만 놓고 보면 그럴 듯한데요. 웹소설 주인공과 트럼프만 가지고 사람들이 이런 사람을 대통령감으로 원하고 있다, 억지스러운 거 아닌가요?

◆ 이규창> 그러실 줄 알고, 저와 비슷한 결론을 낸 해외 연구 사례 소개하려고 합니다. 미국의 대표적인 싱크탱크 브루킹스 연구소에서 지난해 발표한 연구결과를 보면 시민사회, 유권자들 사이에서 '정치라는 수단을 통해 현실의 이익을 추구하며, 무능하고 부패한 시스템에 강한 불신을 갖는' 유권자들이 주류로 떠오르고 있는 현상을 지적했습니다. 'new political realist'라고 부르는 이 사람들은 전통적인 '포퓰리스트'와는 조금 다른 양상을 보이는데, 3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포퓰리즘, 정당에 대한 깊은 불신, 민주주의에 대한 이상론에 가까운 환상입니다. 우리를 대변할 수 있는, 우리와 비슷한 아웃사이더가 직접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기존 정당과 정부, 그 시스템에 맡기면 상황은 더 안 좋아질 거라고 믿습니다. '진보' 혹은 '보수'라는 기준으로는 자신이 속하는 그룹이 없습니다. 유권자의 약 34%로 진보 혹은 보수 그룹과 비슷한 숫자입니다.

◇ 최영일> 미국에서는 이미 이런 유권자들의 존재가 드러났고, 지난 대선에서 영향력을 입증했다 이런 얘기인 거죠? 그리고 한국에서는 아직 이런 분류를 본 적 없는 것 같은데요, 미국처럼 비슷한 영향력을 갖게 될 거라고 보시나요?

◆ 이규창> 전 세계적인 현상이기 때문. 우리는 IMF라고 기억하는 아시아 외환위기, 그리고 리먼 브러더스 파산을 상징으로 기억하는 금융위기, 두 번의 큰 위기 사이에 있었던 자산 가격의 급등, 이런 큰 흐름 중에 보수와 진보 정부가 실각하고 반대 진영에 정권을 넘겨주는 일이 전 세계적으로 벌어졌습니다. 결과는? 누가 집권하든 비슷하다는 겁니다. 실업률은 높아지고 금융의 힘은 줄지 않았고 처벌받지도 않았습니다. 정치 시스템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잘 모르지만, 한통속이다, 시스템 자체에 뭔가 문제가 있다, 이런 불신이 크게 자리 잡았습니다. 정부와 정치권의 '신뢰 회복'에 성공하지 못한다면 내년 대선 예기치 않은 결과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 최영일>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 이규창> 네, 감사합니다.

◇ 최영일> 지금까지 이규창 디지털 콘텐츠 전문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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