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의 뉴스 정면승부
  • 방송시간 : [월~금] 17:00~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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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코드 94.5] 종이접기 아저씨와 인사이드 아웃, 2030 세대의 복고 열풍은 상실의 세대에 던지는 위로-정덕현 평론가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5-07-28 20:48  | 조회 : 3530 
[문화코드 94.5] 종이접기 아저씨와 인사이드 아웃, 2030 세대의 복고 열풍은 상실의 세대에 던지는 위로-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YTN 라디오 ‘최영일의 뉴스! 정면승부’]
■ 방 송 : FM 94.5 (18:10~20:00)
■ 방송일 : 2015/07/26 (화)
■ 진 행 : 최영일 시사평론가

◇앵커 최영일 시사평론가(이하 최영일): 매주 화요일에는 뉴스 안에 담긴 다양한 대중문화의 코드를 읽어봅니다. <문화코드 94.5> 정덕현 문화평론가와 함께 합니다. 정덕현 선생님, 유년 시절을 함께 했던 어린이 TV 프로그램이나 추억이 있나요?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이하 정덕현): 저는 <부리부리박사>라는 프로그램이 생각나는데요, KBS에서 방영됐던 어린이 과학 프로그램이었죠. 부엉이 캐릭터인 부리부리박사가 이런 저런 실험을 하는 모습을 보여줬던 것 같습니다. 그 때는 아이들에게 미래의 꿈을 물어보면 대부분 과학자라고 했던 것 같은데요, 저도 그랬고요. 그래서 그 프로그램을 기억하시는 분들이 꽤 많을 걸로 압니다. 또 TV 만화가 그 때는 굉장한 인기였었죠. 황금박쥐라든가, 달려라 승리호, 마린보이 같은 만화들이 방영되는 시간에는 그걸 보기 위해서 동네에 TV 있는 집에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보곤 했었죠.

◇최영일: 한 프로그램에 출연한 종이접기 아저씨 김영만 씨가 연일 화제가 되고 있는데요. 특히 2030 세대들이 굉장히 열광하고 있어요. 이런 현상,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요?

◆정덕현: 추억과 향수를 자극하는 인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김영만 씨는 같은 <딩동댕 유치원> 같은 어린이 프로그램에서 종이접기를 가르쳐준 분으로 유명하죠. 아마 그 시절에 유아기와 청소년기를 보낸 세대들인 2030에게는 특별할 수밖에 없는 인물입니다. 그런데 이 현상에서 주목되는 건 2030이라는 특정 세대입니다. 이들은 IMF의 직격탄을 맞은 ‘상실의 세대’라고 볼 수 있는데요, 제가 이렇게 부르는 건 이들 세대가 이렇다 할 문화의 주 소비층으로 떠오른 적이 별로 없었기 때문입니다. 386들을 자극하는 중년문화가 있고 10대의 디지털 문화가 있다면 상대적으로 2030은 문화를 누릴 만큼 여유가 없었죠. 그러니 김영만 씨 같은 인물에 대한 열광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최영일: 종이접기 아저씨 김영만 씨가 코딱지들 잘 컸다. 이런 이야기를 건넸는데. 눈물이 났다, 감동스럽다. 이런 반응이 많았다고 해요. 어린 시절을 함께 해준 사람이 건네는 위로라고 느꼈던 걸까요?

◆정덕현: 아까 말씀드린 그 ‘상실의 세대’에 던지는 위로라고 할 수 있겠죠. 종이접기라는 게 뭡니까. 지금은 초등학생들도 스마트폰 게임을 먼저 접하는 시대죠. 종이접기는 점점 뒤로 물러나고 있는 아날로그 문화 중 하나입니다. 2030에게는 그렇게 사라지는 문화가 자신들의 과거 하나가 지워지는 듯한 느낌을 줄 수도 있죠. 그런 점에서 보면 김영만 씨는 그 2030 세대의 문화를 지금껏 음지에서도 계속 지켜내고 있었던 인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 존재 자체가 위로가 되는 거죠. 그리고 이처럼 김영만을 중심으로 모여지는 2030의 반응들은 자신만이 아니라 같은 다른 세대들의 감성 또한 같다는 걸 확인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 공감대 자체가 위로가 되는 것이죠.

◇최영일: 그리고 요즘 2030세대가 열광하는 영화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인사이드 아웃>인데요……. 애니메이션이라서 어린이들이 주로 보지 않을까 싶었는데. 이 영화를 관람한 사람의 70%가 20대와 30대라고 하네요? 영화의 어떤 점이 이들을 극장으로 오게 만들었을까요?

◆정덕현: 이 애니메이션은 아이들 용이라기보다는 성인용에 더 가깝다고 여겨지는데요, 그것은 인간의 감정을 들여다보는 거잖아요. 인간의 감정구조라는 게 그리 쉽게 이미지로 그려지고 설명될 수 있는 게 아닌데, 이 애니메이션은 그걸 캐릭터로 그려 보여주고 있죠. 그러니 조금 삶의 경험을 해본 이들에게 그 감정구조를 들여다보는 이야기가 더 매력적이고 의미 있게 다가오는 걸 겁니다. 2030세대가 그 이야기에 더 열광했다는 건 아마도 아까 김영만 씨 이야기하면서 나왔던 그 위로와 관련이 있을 겁니다. 2030세대가 겪고 있는 현실적인 힘겨움과 고통이 그만큼 크다는 거죠. <인사이드 아웃>은 그 힘겨운 이들의 어깨를 다독여 주는 영화잖아요.

◇최영일: 사실 2030세대는 과거의 추억에 젖기보다는 지금을 더 중요시하는 세대라고 생각하잖아요. 그래서 특이한 반응이다. 남다른 현상이다.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거겠죠?

◆정덕현: 아직 추억에 젖기에는 현재 추억을 만드는 일이 더 많아야 하는 게 정상적인 시기라고 볼 수 있죠. 하지만 지금의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 같습니다. 대학을 다닌다고 해도 취업이 될 수 있을지 암담한 상황이고, 또 취업이 되도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잖아요. ‘미생’이라는 말이 오히려 가능성을 얘기해줘야 하는데 지금은 완생이 되기 위한 몸부림으로 해석되는 시대죠. 그러니 앞으로 나가기보다는 잠시 멈춰서 뒤를 돌아보는 반응이 나오는 것일 겁니다. 게다가 자신들의 문화라는 걸 누릴 만큼의 여유를 지금 찾기 어려운 세대다 보니 과거의 문화를 추억처럼 끌어오는 것이라고도 보입니다.

◇최영일: 세시봉 열풍이 있었고. 응답하라 시리즈에 많은 이들이 열광하기도 했고요. 무한도전의 토요일 토요일은 즐거워도 굉장했는데요. 복고 열풍, 시대 상황과 맞물리는 어떤 흐름이 있는 것 같네요?

◆정덕현: 복고는 기본적으로 현재의 어려움과 문제와 관련이 있죠. 현재의 어려움을 넘어서기 위해 과거 자신의 가장 찬란했던 순간을 떠올리고 회고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90년대 청춘을 살았던 지금의 중년들이 응답하라 시리즈나 토토가 열풍을 만들었던 것이죠. 90년대 IMF를 기점으로 바로 직전으로 돌아가고픈 욕망이 투영된 결과라고 보입니다. 마찬가지로 김영만 씨에 대한 열광도 그런 관점으로 볼 수 있겠죠. 다만 이들이 찬란했던 시기로 좀 더 어린 유아기나 청소년기로 돌아가는 건 그만큼 더 혹독해진 청춘들의 현실을 말해주는 것이겠죠. 본래는 청춘기가 가장 찬란한 시기 아닙니까.

◇최영일: 종이접기 아저씨와 영화 인사이드 아웃을 통해서 새삼 느꼈던 것은……. 좋은 사람과 같이 했던, 혹은 행복했던 기억이 담긴 추억이 가진 힘이 참 크다는 거였어요.

◆정덕현: 인사이드 아웃을 보면 문제에 봉착했을 때 그걸 이겨내는 힘으로 과거의 행복했던 기억이 등장합니다. 이 말은 추억 같은 것들이 그저 과거의 회고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치유의 힘을 갖고 있다는 걸 말해주죠. 누구에게나 다 힘겨울 때 기대고 싶은 과거의 행복했던 추억 하나는 다 있을 겁니다. “그 때가 좋았어”하고 얘기하는 그 순간 짧게나마 누구나 추억의 위로를 받고 있는 것이죠.

◇최영일: 지금까지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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