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라디오생활
  • 방송시간 : [월~금] 10:30~11:30
  • 진행: 박귀빈 / PD: 이은지 / 작가: 김은진

인터뷰 전문

"어린애는 몰라도 돼"? 유튜브로 참사 영상을 본 아이, 이렇게 가르쳐주세요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22-11-07 12:47  | 조회 : 813 
YTN라디오(FM 94.5) [YTN 뉴스FM 슬기로운 라디오생활]

□ 방송일시 : 2022년 11월 7일 (월요일)
□ 진행 : 이현웅 아나운서
□ 출연: 김은지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아동청소년위원회 위원장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현웅 아나운서(이하 이현웅): 이어서 <이슈 인터뷰> 시간입니다. 공식 애도 기간은 끝났지만 이태원 참사 희생자에 대한 추모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유치원과 학교에서 예정된 핼러윈 행사가 취소되고, 유튜브나 뉴스를 통해 이태원 참사를 접한 아이에게 이유를 설명하는 일이 어렵다는 분들이 많다고 합니다. 특히 예민한 시기인 10대 청소년, 학생들의 심리 안정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데요.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김은지 아동청소년위원회 위원장과 함께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위원장님 안녕하십니까?
 
◆ 김은지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아동청소년위원회 위원장(이하 김은지): 안녕하세요. 

◇ 이현웅: 오늘 트라우마, 스트레스 관련된 이야기를 나눠 볼 텐데, 그중에서도 우리 아이들, 청소년이 겪고 있는 문제들입니다. 부모님이나 주변 어른들이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고 해도 아이들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이태원 참사에 대해 접하고 있을 것 같은데, 이때 가장 어른들이 하기 쉬운 말이, “너는 어리니까 몰라도 된다”잖아요. 이런 얘기들, 괜찮을까요?

◆ 김은지: 네, 맞습니다. 많은 어른들이 아이들이 혹시라도 이런 참사를 보고 너무 놀라거나 그러지 않을까 해서 “몰라도 돼, 나중에 알려 줄게” 이렇게 얘기하시는데 실제로 아이들이 모르는 게 아니기 때문에 이런 방식은 아이들을 존중하지 않는 방식인 거죠. 그래서 아이들이 걱정된다고 하더라도 그 걱정으로 아이의 눈을 가리기보다는 일단은 함께 오픈해서 이야기하고 아이들을 안정시키는 쪽이 더 좋습니다. 

◇ 이현웅: 보통 이런 참사에 대한 위험성이나 심각성을 아이들은 몇 살 정도면 인지합니까?

◆ 김은지: 사실 트라우마, 참사라고 하는 것은 머리로 아는 게 아니라 몸으로 아는 거예요. 왜냐하면 생명의 위협을 받는 상황인 거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위험을 알아차리는 것은 금방 알 수 있는 거고. 아기들도 어른들이 굉장히 공포에 질리거나 너무 격양된 상태로 왔다 갔다 하면 울음을 터뜨리거나 그 분위기를 몸으로 알게 되는 거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안다, 모른다를 머리로만 생각하실 게 아니라 이런 상황에서는 아이들을 안정시켜야 된다, 알든 모르든. 이렇게 생각하시는 게 좋습니다. 

◇ 이현웅: 호기심이 많은 아이들은 이런 일에 대해서 직접 물어보기도 하지만, 묻지 않고 혼자 조용히 지내는 아이들도 있거든요. 이럴 경우 아이들에게 먼저 얘기를 해 주는 것이 좋습니까, 아니면 물어볼 때까지 이야기를 안 하는 게 좋습니까?

◆ 김은지: 만약 아이가 인터넷을 전혀 접하지 않고 뉴스를 볼 일도 전혀 없고 다른 친구들을 만날 일도 없다, 그러면 모르고 있는 게 확실하니까 굳이 얘기를 할 필요는 없겠죠. 하지만 우리가 그렇게 살지는 않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아이에게 그냥 물어보는 게 좋아요. 어떻게 물어보냐면, "요즘에 이태원이라고 하는 곳에서 많은 어른들이 슬픈 일을 경험했는데 혹시 너도 들어본 적 있니?"라고 간단하게 물어보시고, 아이가 거기에 대해서 관심을 보이고 뭔가 궁금해 하는 게 있다면 거기에 대해서 설명을 해 주는 게 좋고요. 그런데 아이가 "알고 있어, 그런데 걱정은 안 돼", 이렇게 편안하게 이야기하면 그냥 관찰하시면 됩니다. 아이가 혹시라도 다른 행동들을 보이지는 않는지. 

◇ 이현웅: 먼저 물어는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추가적으로 아이들이 질문을 하지 않겠습니까? ‘왜 사고가 났어요?’, ‘왜 핼러윈 축제 안 해요?’, 이런 질문을 잇달아 하게 되면 어떻게 답을 해야 할지 어려워하는 분들도 많으실 것 같아요. 이럴 때는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요?

◆ 김은지: 사실 이렇게 물꼬를 틀어서 “혹시 들어본 적 있니?” 그러면 “들어봤어요. 그런데 도대체 왜 그렇게 된 거예요?”라고 질문하면 또 역으로 긴장하게 되죠. 그런데 이 상황에서 제일 중요한 건, 부모님께서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기 전에 먼저 마음의 안정을 취한 상태이신 게 좋아요. 그리고 특히나 내가 내 아이한테 이 이야기를 잘 설명해 줄 수 있고 아이를 충분히 안정시킬 수 있다는 스스로에 관련해서 자신감이 있으신 게 1번으로 제일 중요하고요. 왜냐하면 걱정이나 두려움은 말로 표현되는 게 아니라, 표정이나 제스처로 표현이 되거든요. 그리고 난 다음에 이야기를 하는 콘텐츠 자체는 그냥 사실에 입각해서 설명해 주시면 돼요. 어떤 분들은 이 이야기를 미워하시거나 자극적인 부분을 줄이기 위해서 그냥 ‘다쳤대’ 이런 식으로 사실이 아닌 것을 이야기하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아이들은 나중에 사실을 알게 됐을 때 오히려 부모님을 더 신뢰를 못 하게 되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그냥 정확하게 이태원에서 그날 밤에 그런 일이 있었고, “100명이 넘는 많은 사람들이 세상을 떠났어. 참 슬픈 일이지?” 하고 있는 그대로 이야기를 해 주시면 되고요. 아이들이 “왜 핼러윈을 안 해요? 나는 놀러가고 싶은데 왜 못 가요?” 이런 질문 할 수 있죠. 그런데 이 부분에서 사실 부모님들 역할이 중요합니다. 뭐가 중요하냐면, 우리가 다른 사람의 슬픔을 경험할 때 그것을 어떻게 공감하고 어떻게 위로하는지를 어릴 때부터 가르칠 수 있는 거거든요. 그 상황에서 “너는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니” 이렇게 혼내거나 탓하기보다는, “사람은 누구나 다른 사람이 슬픈 일을 경험하면 같은 슬픈 마음이 들기도 해, 그리고 그걸 위로해 주는 것 또한 주변 사람들의 역할이야” 하면서 공감과 위로를 가르쳐야 하는 시점입니다. 

◇ 이현웅: 그래서인지 자녀들을 데리고 함께 분향소를 찾는 분들도 많이 보이는데, 이런 것도 아이들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까요?

◆ 김은지: 네. 일단은 우리가 애도라고 하는 것, 그리고 참사를 경험한 사람들을 위로하는 것. 그 방식을 사실은 아이들도 배워야 돼요. 어떻게 해야 되는지 처음부터 우리가 다 아는 건 아니잖아요. 그래서 그런 분향소를 찾아가서, 거기에 있는 사람들에게 애도를 표하는 마음을 전달을 하고. 그 마음에 대해서도 또 같이 나누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참사를 애도하고 서로 지지하려고 하고 있는지, 그런 것들을 경험하고. 그리고 마음을 전달하는 것도 아이들의 성장과 아이들이 이 아픔을 극복해나가는 데 도움이 됩니다.

◇ 이현웅: 부모님이 스스로 안정된 상태에서 사실에 입각해서 설명해 주는 게 좋다고 하셨는데, 혹시 설명을 하면서 주의해야 할 표현이나 하지 말아야 할 말, 이런 것들도 있습니까?

◆ 김은지: 일단은, 어떤 부모님들은 본인이 불안하셔서 그러시겠죠. “이것 봐, 이렇게 멀리 가면 위험해”, “사람 많은 데 가면 위험해” 이렇게 이야기하시면 원래 불안이 높은 아이 같은 경우는 극도의 스트레스를 느끼게 되고. 가뜩이나 재난이나 트라우마는 우리가 예측하지 못한 일이 일어난 거기 때문에 세상은 위험하다는 인식을 할 수 있거든요. 그러면 아이가 살아가면서 지속적으로 세상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우리가 위험에 관련된 안전 교육을 학교에서 하잖아요. 그런데 이 일이 교육이 안 돼서 일어난 일은 아니죠. 그렇기 때문에 너무 위험을 강조하는 것은 아이들의 불안을 오히려 악화시킬 수 있다. 또한 청소년들 같은 경우는요, 부모님들이 “그러게, 멀리 가면 안 돼” 이렇게 얘기를 하면 아이들하고 논쟁이 될 수 있죠. 부모님들 입장에서는 아이가 안전하기를 원하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밖에 덜 나갔으면 좋겠다, 이런 메시지를 주는 거지만 아이들 입장에서는 내 또래 친구들이 세상을 떠났는데 부모님은 그게 그 아이들 탓인 것처럼 이야기한다고 아이들이 받아들일 수 있거든요. 그러면 아이들도 상처를 받고 부모님도 당황하게 되죠. 그래서 존중에 관련해서 우리는 이 세상에서 안전할 권리가 있고 내 삶을 영위할 권리가 있잖아요. 그걸 존중하면서 청소년들과 이야기하시는 게 좋습니다. 

◇ 이현웅: 저희 청취자분께서도, “아이들끼리 학교에서 유포된 사진이나 동영상들을 많이 접한 것 같아요. 이태원 참사에 대해서 갑자기 물어보는데, 저도 굉장히 당황했습니다”라고 하시면서, “‘사람 많은 곳에 갈 때는 조심해야 돼’라고 말한 제가 부끄럽네요”, 이렇게 말씀해 주고 계십니다. 이 청취자분 말씀대로, 요즘 워낙 스마트폰이 보급돼 있고 아이들도 하나씩 가지고 있다 보니까, 참사 초기에 사진이나 영상이 상당히 많이 돌았습니다. 어른들이 봐도 충격인 장면들이었는데, 아이들한테는 더 큰 충격으로 다가올 것 같습니다. 어떻습니까?

◆ 김은지: 실제로 그때 당시에 영상을 봤던 친구들이 고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이 늘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가 이런 영상을 보는 것만으로도 간접적으로 트라우마가 되는데요. 911 테러 당시에도 TV를 시청하는 시간이 12시간이 넘으면 PTSD의 유병률이 10% 이상 올랐다, 이런 이야기가 있어요. 그리고 우리나라의 많은 서베이에서도 이런 사고 영상을 열심히 보는 분들 같은 경우는 불안, 불면, 특히나 신체 증상, 스트레스를 호소한다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사실 아이들도 이런 증상들을 가지고 있을 수 있는 상태인데. 아이들이 “나 이거 보고나서 잠이 안 와” 그러면 등짝 한 대 때리면서 “그런 걸 왜 봤어”, 이러기 쉽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이 말을 못 하고 있을 수 있어요. 그래서 굉장히 편안하게 “뉴스에서 봤는데 사고 영상 본 친구들이 요즘 잠이 잘 안 오고 그런대. 너도 혹시 그런 거 있니?” 이렇게 편안하게 물어보고. 아이가 그런 적 있다고 하면 그 다음에 확인하셔야 되거든요. 그런 증상들로 인해서 혹시라도 학교 가기 힘들거나 잠을 너무 못 자서 일상생활이 어렵거나 사람 많은 데 가는 게 힘들거나 그런 증상이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미치는지 체크를 하셔서, 어려움을 미치고 있다면 반드시 전문가 도움을 받을 수 있게 아이를 도와주셔야 됩니다. 

◇ 이현웅: 이태원 참사 희생자 가운데 10대도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또래인 청소년 학생들의 심리 안정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현장에 있었던 친구들도 있을 거고요. 주변 친구를 잃은 청소년들도 있을 텐데, 상담이나 치료를 시작하려면 어떤 것부터 시작해야 됩니까?

◆ 김은지: 이야기하신 것처럼 같은 나이대, 그리고 일상 공간에서 일어났다는 게 아이들한테 더 동질감을 느낄 수 있게 해 주고. 특히 현장에 있거나 친구를 잃은 친구들은 사실 그냥 힘든 친구들이 아니고 고위험군이에요. 고위험군이라는 건 우리가 각별히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하는 거죠. 제가 단원구에서 ‘스쿨 닥터’로 있을 때에는 간접 체험을 겪은 친구들, 전교생에게 한 학기에 한 번씩 설문을 통해서 스크리닝(Screening)을 했습니다. 그것을 제가 2년 넘게 했거든요. 그래서 지속적으로 관찰이 필요한 상황이고요. 그리고 또 하나 생각하셔야 되는 건, 당장이 아니라 1년, 2년 후에도 이런 게 있을 수 있다는 것 기억하셔야 되고요. 그런데 그러다 보니까 어른들이 그러면 또 너무 불안이 돼서 옆에서 너무 관심을 갖거나 혹은 불쌍하게 여기거나, “그런 일을 겪어서 어떡하니” 이러거나, 아니면 ‘너 이런 거 해 봐’, ‘운동해 봐’ 하고 압력을 가하시는 경우가 있는데요. 10대의 특징은 주도성이에요. 이 아이들은 내가 원하는 것을 내가 원하는 방식대로 할 권한이 있거든요. 게다가 애도나 트라우마 과정은 사람마다 다 다릅니다. 어떤 친구는 빨리 끝나기도 하고 어떤 친구는 오래가기도 해요. 어른들이 해야 되는 건, 그 친구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걸 믿어 주는 것. 부모님들은 한 걸음 뒤에 서서 아이한테 ‘내가 도와줄 준비가 되어 있어’ 하고 메시지를 주시고 관찰을 하고 계시면 되고요. 전문가나 상담사들은 모니터링을 잘 하시되 아이가 스스로를 병 자체로 여기지 않고 여전히 나는 소중한 사람이고 너는 소중한 누구고, 하지만 나한테 이런 어려움이 있으니 함께 해결해 나간다, 이런 메시지를 주시는 게 중요합니다.    

◇ 이현웅: 앞서서 말씀해 주셨지만 위원장님은 단원고에서 '세월호 스쿨닥터'로 학생들과 함께 하셨는데, 이번 참사를 겪고 있는 아이들, 학생들에게 끝으로 전하고 싶은 말씀, 짧게 부탁드리겠습니다. 

◆ 김은지: 그날 참사 현장에 있었지만 비난 받을까 봐 이야기 못 한 친구들도 있을 수 있습니다. 댓글은 참 무시무시하죠. 많은 사람들이 비난을 하고 있고요. 하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그걸 경험한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어 하고 있다는 것. 그걸 기억하시고 어려움이 있다면 꼭 도움을 청하시면 좋겠습니다. 

◇ 이현웅: 한편에서는 트라우마 전문의분들께서도 최근 심적으로 많이 힘들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위원장님 비롯해서 동료 분들도 힘내셨으면 좋겠고요. 함께 이 시기를 잘 극복해 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김은지 아동청소년위원회 위원장과 함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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