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라디오생활
  • 방송시간 : [월~금] 10:30~11:30
  • 진행: 박귀빈 / PD: 이은지 / 작가: 김은진

인터뷰 전문

이태원 참사 트라우마, 전문가 “안좋은 분들 더 뉴스 찾는다, 심리치료도 골든타임 있어”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22-11-01 13:28  | 조회 : 1081 
YTN라디오(FM 94.5) [YTN 뉴스FM 슬기로운 라디오생활]

□ 방송일시 : 2022년 11월 1일 (화요일)
□ 진행 : 이현웅 아나운서
□ 출연: 백명재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총무위원장)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현웅 아나운서(이하 이현웅): 이어서 트라우마 관련된 이야기도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내 자식, 내 동생, 내 친구 같아서 합동분향소를 찾는 시민들은 청춘들의 안타까운 죽음을 애도했습니다. 내 이야기 같아서, 또 내 가족 일 같다, 이렇게 말씀하시는 분들이 참 많았는데요. 참사 현장을 지켜봐야 했던 우리 사회 전체가 큰 정신적 충격을 받고 있습니다. 지금은 함께 아파하면서도 서로를 위로할 시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관련된 내용, 한국트라우마 스트레스학회 총무위원장인 백명재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직접 스튜디오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십니까?

◆ 백명재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이하 백명재): 안녕하세요. 경희대병원 정신과의 백명재입니다.

◇ 이현웅: 지난 토요일 밤이었습니다. 이태원 참사가 발생했고 4일째를 맞고 있는데, 특히나 참사 초반에 현장 영상이나 사진이 여과 없이 빠르게 전해졌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시시각각 전해진 현장 모습에 충격을 상당히 많이 받았다는 얘기들 나오고 있는데, 교수님께서는 어떻게 보고 계신가요?

◆ 백명재: 맞습니다. 여과 없이 동영상을 보신 분들뿐만 아니라 반복적으로 모자이크 처리된 뉴스 영상을 보는 분들마저도 워낙 현장이 끔찍했기 때문에 큰 충격을 받으셨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 이현웅: 특히 2030 여성들에게 더 큰 충격을 줬다는 얘기도 나오더라고요.

◆ 백명재: 일상적으로 이태원 골목은 특별한 공간이 아니죠. 누구나 지나가는 공간이고 또한 사망자분들의 많은 수가 20대 여성분들이었기 때문에 더더욱 그 아픔이 크게 다가오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 이현웅: 이번 소식을 들으면서 그런 얘기가 많았잖아요. ‘내가 내 발걸음을 통제할 수 없었다’. 그런데 그런 비슷한 현상이 출근길 지하철에서도 많이 벌어지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그 사고 이후에 지하철 타기가 두려웠다는 분들도 생각보다 많더라고요.

◆ 백명재: 네, 맞습니다. 이런 트라우마 사고 이후에 많이들 언급되고 있는 것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죠. 그런데 이번 사고는 압사와 같은 특징을 보이기 때문에 유사한 상황, 말씀하신 대로 만원 지하철 혹은 버스, 또 사람이 많이 타게 되는 엘리베이터, 이런 비좁은 공간에 있을 경우에 가슴 답답함. 숨 쉬기 어려움, 긴장과 불안, 이런 것들이 올라올 수 있고요. 하지만 대부분의 분들의 경우에는 일시적으로 나타났다가 사라질 것으로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현장에 계셨던 분들의 경우에는 그런 스트레스 반응이 좀 더 오래 갈 것으로 생각이 듭니다.

◇ 이현웅: 이런 트라우마 같은 건 극복하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나요?

◆ 백명재: 이것은 단정하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크게 집단을 두 부류로 나눌 수 있겠습니다. 현장에 계셨던 분들, 특히 부상자분들은 고통이 좀 더 클 수 있을 것이고요. 또한 돌아가신 분들의 유가족분들, 그분들이 가장 큰 고위험군이겠죠. 그분들의 스트레스 반응들은 한 달 이상 지속될 가능성이 높고요. 하지만 대부분의 건강한 국민들, 그러니까 현장에 계시지는 않았지만 언론이나 다른 여타 미디어를 통해서 사고 영상을 접하신 분들은 한 달 이상 지속되는 경우보다는 대부분 일상생활을 하시면서 차츰차츰 그런 공포와 스트레스, 트라우마 이런 것들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은 하고 있습니다.

◇ 이현웅: 주변에 보면 그런 분들 많아요. 뉴스가 너무 끔찍해서 보고 싶지 않은데 나도 모르게 찾아보게 된다, 이런 경우는 왜 그런 걸까요?

◆ 백명재: 이게 굉장히 큰 아이러니라고 할 수 있는데요. 실제로 안 좋으신 분들이 더 뉴스를 찾아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또한 다들 경험하셨겠지만 주말의 경우에는 거의 모든 채널에서 하루 대부분이 뉴스가 나왔죠. 그러면서 사고와 관련된 영상이 반복적으로 나왔는데 이런 자극적인 영상에 나도 모르게 계속 넋 놓고 지켜보는 경우가 분명히 있습니다.

◇ 이현웅: 사고가 발생하면 ‘골든타임’이라고 부르지 않습니까? 그런데 심리적인 ‘골든타임’도 있다는 얘기를 들은 것 같아요. 이건 어떤 내용인가요?

◆ 백명재: 부상뿐만 아니라 신체적인 질병 같은 경우에는 명확한 골든타임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나마 조금 다행스러운 것은, 이런 재난 상황 이후에 심리적인 문제는 명확한 골든타임이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두 가지를 보셔야 할 텐데요. 특히 이렇게 큰 대규모 재난에서는 정부에서 정신건강 지원팀을 즉각적으로 구성해서 선제적으로 대응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것은 가능한 빨리 3일 이내로 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데요. 그거는 우선적으로 빨리 구성이 되어야 될 것이고, 현재는 빨리 구성이 됐습니다. 그리고 유가족 분들이라든지 아니면 제일 고위험군이라고 할 수 있는 부상을 입은 분들 같은 경우에는, 현재 장례가 진행이 되고 있을 텐데요. 이게 촌각을 다툰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지금 현재는 오히려 가족과 지인들과 함께 있는 것이 훨씬 더 안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이 들고요. 그다음에 본인 스스로 어느 정도 경황이 없는 상황에서 한 걸음 벗어났을 때, 그때 본인 스스로에 대한 평가 그리고 상담, 이런 것들이 진행되는 것이 진행되는 프로세스를 거치게 될 텐데요. 이것을 꺼려하시는 분들도 분명히 계실 거거든요. 꺼려하시더라도 한 달 내에는 꼭 평가를 받아보시고. 이게 다들 당연히 처음 겪는 일들이기 때문에 스스로의 상태를 본인이 잘 알지 못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어느 정도 위험성이 있는지, 심각도가 어느 정도인지는 한 달 이내에, 물론 좀 더 빠르면 좋겠지만, 가급적 그때 이내에는 평가를 받고 필요한 서비스를 받는 것을 추천 드리고 싶습니다. 

◇ 이현웅: 그러면 한 달 이내에 심리적인 진단 혹은 치료를 받지 않으면 조금 더 길게 트라우마가 이어질 수 있는 건가요?

◆ 백명재: 네, 그럴 수 있다고 생각은 듭니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라는 이야기가 지금 많은 언론에서 언급이 되고 있는데, 현재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진단을 내릴 수가 없습니다. 지금 나타나는 다양한 정서적인 반응, 신체적인 반응은 이렇게 큰 사고를 겪은 분들이라면 누구나 당연히 나타날 수 있는 자연스럽고 정상적인 반응인 거거든요. 이것을 병리화하는 것은 아직은 이르다고 생각이 들고요. 보통 저희들은 충분한 시간을 한 달이라고 합니다. 한 달 이후에도 다양한 증상으로 일상생활이 크게 어려울 경우에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로 진단할 수 있습니다. 진단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치료가 필요하다는 것이고 적절한 시기에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에는 이게 좀 더 오래 갈 수 있다는 뜻이거든요. 그런 면에서 제가 한 달을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 이현웅: 말씀해 주신 유가족이나 부상자 분들은 당연하겠지만, 저는 또 걱정이 됐던 게 구조대원 분들 경찰 분들, 또 심폐소생술을 도왔던 시민 분들도 있잖아요. 그리고 현장을 취재하는 기자 분들도 있었고요. 이런 분들도 트라우마 많이 시달리지 않을까 싶은데, 어떤가요?

◆ 백명재: 가장 걱정이 되는 부분이 어떻게 보면 베테랑 분들이죠. 소방관 분들이나 경찰 분들, 언제나 이런 사고 현장에 제일선에서 제일 고생하시는 분들인데. 이때까지 아무리 베테랑이라고 하더라도 이태원 참사와 같은 현장을 이전에 경험했던 분들이 거의 없으실 겁니다. 당연히 이 정도 큰 규모의 재난은 처음이실 거라 스스로도 너무 놀라셨을 거고. 특히나 보통 이런 상황이 생겼을 때 CPR을 하고 이송을 하고 이런 과정들이 있지 않습니까? 이런 것들이 본인 의지와는 달리 불가항력적인 이유로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을 때, 그때의 그 무력감, 안타까움 이런 것들은 매우 클 수밖에 없죠. 특히 소방관분들의 트라우마는 이전에 다른 사고와는 확연히 다를 수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 이현웅: 심리지원 전화번호가 있습니다. 국가트라우마센터인데요, 1577-0199입니다. 말씀해 주신 것처럼 한 달 안에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신 분들은 1577-0199 이용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백명재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와 함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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