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라디오생활
  • 방송시간 : [월~금] 10:30~11:30
  • 진행: 박귀빈 / PD: 이은지 / 작가: 김은진

인터뷰 전문

레고랜드 디폴트, "강원도 '배 째' 드러눕자 시장 패닉, 차오른 가스에 라이터 켠 격"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22-10-26 12:40  | 조회 : 1713 
YTN라디오(FM 94.5) [YTN 뉴스FM 슬기로운 라디오생활]

□ 방송일시 : 2022년 10월 26일 (수요일)
□ 진행 : 이현웅 아나운서
□ 출연: 이대호 와이스트릿 편집장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현웅 아나운서(이하 이현웅): 올해 5월 5일이죠, 백주년을 맞은 어린이날, 강원도 춘천에 레고랜드가 문을 열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많이 찾는 이 놀이공원이 지금 우리나라 금융시장을 흔들고 있다는 소식 다들 들으셨을 텐데요. 레고랜드를 개발한 회사에 강원도가 2천억 원 정도 보증을 섰었는데 그 돈을 갚지 못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금리가 오르고 돈줄이 마르는 상황에서, 지자체마저 책임을 지지 않겠다고 하니까 투자자들은 불안해하고 또 시장에 돈이 잘 돌지 않으면서 어려움을 겪는 회사가 늘고 있다고 하는데요. 후폭풍이 심각해지자 정부가 급하게 50조 원을 풀기로 했습니다. 관련 소식 들으면서 어려웠던 부분도 많으실 텐데요, 와이스트릿 이대호 편집장과 함께 이번 사태 쉽게 이해해 보겠습니다. 편집장님, 안녕하십니까?
 
◆ 이대호 와이스트릿 편집장(이하 이대호): 안녕하세요. 이대호입니다. 

◇ 이현웅: 레고랜드 홈페이지를 보면 대표자가 '매튜 폴 조엣'이라고 되어 있더라고요. 레고는 모르는 분들이 없는 유명한 글로벌 기업인데, 레고랜드는 해당 기업이 만든 게 아닌 건가요?

◆ 이대호: 이게 헷갈리지 않으려면, 일단 레고랜드를 운영하는 레고랜드 코리아와 거기를 같이 개발한 강원중도개발공사와 분리해서 생각해야 됩니다. 지금 레고랜드 코리아, 한국 레고랜드는 사실 지배구조로 설명을 드리면, 레고 그룹은 덴마크에 있다고 알고 있잖아요. 그 덴마크 회사가 영국에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있습니다. 멀린 엔터테인먼트라고 하는데 거기를 갖고 있고. 멀린 엔터가 레고랜드 코리아 유한회사를 한국에 만든 거죠. 그렇게 해서 이들이 레고랜드를 운영하는 회사라고 생각하시면 되겠고. 이번에 여러 가지 문제가 되고 있는 강원중도개발공사라는 곳은 이 땅을 개발하고 부지를 나중에 매각하거나 여러 가지를 지어서 분양해서 수익을 올리는 그런 개발사업자 역할입니다. 분리를 해서 봐야 됩니다. 

◇ 이현웅: 강원중도개발공사와 함께 'PF'라는 얘기가 많이 나오더라고요. 'PF'의 개념을 쉽게 설명 부탁드려도 될까요?

◆ 이대호: ‘PF’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roject Financing)’이라는 약자인데요. 대부분 부동산 쪽에서 통용됩니다. 그러니까 프로젝트라는 게, ‘지금 당장은 없지만 앞으로 우리가 이런 프로젝트를 할 거야, 우리가 여기에서 돈을 벌 수 있어’, 그러니까 미래 사업성, 미래에 들어올 현금 흐름을 보고 ‘우리에게 돈을 빌려줘’라는 겁니다. ‘땅을 개발해서 분양도 하고 땅도 팔고 해서 돈을 벌 거야’, ‘그러니까 돈을 미리 빌려줘’라고 하는 거거든요. 그런데 이제 그걸 일종의 페이퍼컴퍼니, 특수목적법인, SPC라고도 하는데 그 회사를 하나 차려서 시작하는 거죠. 그런데 당장 현금이 발생하는 것도 아니고 세워진 지 얼마 안 되는 페이퍼컴퍼니고 하니까 이걸 믿고 돈을 빌려 줄 사람은 없겠죠, 아무리 프로젝트 사업성이 좋아 보인다고 하더라도요. 그래서 누군가가 여기에 신용도를 높여줘야 됩니다. 이걸 ‘신용보강’이라고 하고 더 쉬운 말로는 ‘보증을 선다’라고도 하는데, 그 보증을 누가 서느냐. ‘이대호 편집장이 서느냐’, 이게 아니라 예를 들어서 증권사가 설 수도 있고 건설사가 설 수도 있고 또 그들의 신용도에 따라서 이 사업장에 대한 이자나 이런 게 달라지겠죠. 그런데 그게 아니라 지방정부, 지방자치단체가 보증을 한다고 해 주면 ‘나라가 망하지 않는 한은 지자체가 망하지는 않겠지’, ‘돈은 갚아주겠지’, 이렇게 하면서 사람들이 더 많이 믿을 수 있는 거죠. 

◇ 이현웅: 레고랜드에 대한 건설을 지원해 주기 위해서 강원도가 보증을 섰다, 이렇게 이해하면 되는 겁니까?

◆ 이대호: 그렇죠. 강원도 입장에서는 사람들이 계속 유입되도록 해야 되겠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 그런 테마파크가 필요했다고 판단한 거고요. 또 돈이 필요하니까 중도라는 지역 그리고 이 프로젝트, 자산을 담보해서 증권을 발행하게 됩니다, 돈을 유통하기 위해서. ABS, ABCP를 3개월짜리로 계속 자금을 돌리게 되거든요. 그러니까 이 사업은 최소한 3년 이상, 레고랜드 같은 경우 거의 11년 걸렸다고 하는데. 긴 사업의 짧은 만기로 자금을 계속해서 융통을 해야 하는 겁니다. 그래서 그걸 계속해서 보증을 해 줄 사람들이 중요해지는 거고요.

 ◇ 이현웅: 우리가 지금 ‘레고랜드 사태’라고 부르는 것은 강원도가 만든 '강원중도개발공사'의 빚을 못 갚아주겠다고 한 것에서 시작된 것인가요?

◆ 이대호: 그렇죠. 그러니까 지자체가 사실상 디폴트를 선언한 셈인데요. 앞에서도 말씀드린 것처럼 금융회사, 건설회사보다 당연히 지방자치단체는 신용도가 훨씬 더 높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우리가 지방정부라고도 표현을 하는데, 중앙정부 바로 아래에 있는 지방정부가 ‘배 째라’고 드러누운 겁니다. 만세를 부른 거죠. 그러니까 그보다 더 신용등급이 아래에 있는 일반 기업들 건설사, 은행 증권사가 ‘그럼 누굴 믿겠느냐’. 시장이 이렇게 해서 패닉에 빠진 거죠.

 ◇ 이현웅: 만약 지금의 상황이 이어진다고 하면 레고랜드는 망하는 겁니까? 어떻게 되는 겁니까?

◆ 이대호: 그거는 아닙니다. 그러니까 강원도의 보증을 믿고 자산유동화증권에 투자한 사람은 망할 수도 있겠지만, 이 사업장 자체는 이미 돈을 빌린 거고. 갚지 않는다 뿐이지 그 사업장이 망하지는 않겠죠. 다만 이게 켜켜이 이어지면 그다음 번에 발행할 채권을 누가 사주겠습니까? 그렇게 해서 도미노처럼 넘어지면 결국에는 본 사업장에도 문제가 이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고. 다만 앞에서 처음에 말씀드린 것처럼 중도개발공사와 다르게 레고랜드 코리아는 운영을 하고 있는 것이다 보니까 그 운영 수익으로 돌아가는 레고랜드와는 또 별개죠.

◇ 이현웅: 이렇게 한번 선언하고 나면 앞으로 강원도가 보증하는 많은 사업들에 있어서 신뢰도가 떨어지는 게 당연할 것 같은데 그럼에도 사실상 디폴트를 선언한 이유, 정말로 갚을 여력이 없었던 겁니까?

◆ 이대호: 일단은 강원도 지역의 부채가 상당히 높다고 합니다. 또 재정 자립도가 27% 정도 되는데, 17개 주요 시·도 가운데 꼴찌 수준입니다. 그리고 실질적인 채무가 8천억 원이 넘고요. 그래서 김진태 지사가 지난 6월에 취임할 때부터 “낭비성 지출을 줄여서 빚을 많이 갚겠다”, “재정을 건전화하겠다”. 그 와중에 레고랜드도 들여다보게 된 거죠. 그런데 이거는 듣고 판단을 하셔야 될 텐데, 토지를 무상으로 임대를 해 줍니다. 이거는 당연히 이렇게 해야 외국 사업자가 들어오기는 하는데, 50년 플러스 50년 해서 100년이고요. 주차장이라든지 기반시설, 다리, 조경 이런 것들을 강원도와 중도개발공사가 책임지고 만들어주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총사업비 2,600억 중에서 중도개발공사가 800억 원을 같이 지분 참여를 하게 되는 거고. 그리고 춘천 내에서 인근에 어린이 대상 관광지를 개발할 때 멀린 엔터 측과 서면으로 합의를 해야 한다, 이런 조항들이 붙었어요. 이걸 가지고 지난번에 강원도지사 인수위원회 시절부터 ‘이건 너무 불리한 조항이다’, ‘강원도의 혈세가 들어갔는데 너무 계약이 불리하게 체결됐다’, ‘다시 들여다보겠다’, 이렇게 했던 거죠.

◇ 이현웅: 이것도 듣는 분들께서 판단하셔야 할 영역이겠지만, “정치적 판단과 정치적 결정 아니었느냐”, 이런 얘기도 많이 나오고 있죠?

◆ 이대호: 그렇죠. 이게 진짜로 만약에 불리한 계약이었다면 당사자 사이에 ‘계약을 다시 맺읍시다’라고 하면서 풀었어야죠. 예를 들어서 한미FTA 같은 경우에도 ‘불리하다’ 그러면 ‘다시 개정하자’, 이렇게 하지 않습니까? 그리고 만약에 뭔가 전임자의 실책이 있었더라면 감사를 청구하든지 검찰에 고발하든지 그건 행정적인 선택의 영역인데, 그것 이전에 일단은 시장의 디폴트. ‘우리 보증하기로 했지만 내가 한 건 아니야’, ‘전임자가 보증한다고 했으니까 우리는 책임 안 질 거야’라고 ‘배 째라’며 뒤로 드러누우면서 불똥이 금융시장, 투자자들에게 튀었다는 거죠. 그게 제일 아쉬운 부분인 겁니다.

◇ 이현웅: 말씀해 주신 걸 들어보니까 강원도의 신뢰도가 떨어지는 건 이해되는데, 그러면 강원도와 마찬가지로 다른 지자체도 이럴 수 있다는 불안감이 퍼지는 건가요?

◆ 이대호: 그렇죠. 지금 안 그래도 부동산 PF나 채권시장이 불안불안 했습니다. 왜냐하면 아시다시피 최근에 금리, 많이 올라가고 있고. 또 철근값 비롯해서 건자재 비용, 시멘트 비용, 엄청나게 올라가지 않습니까? 이렇게 되면서 ‘부동산 PF, 조금 아슬아슬한데?’ 이러던 상황이었어요. 가스로 치자면 가스가 어디선가 새어나오면서 차올랐던 순간이었던 거죠. 그런데 거기다가 강원도가 라이터를 켠 겁니다. 그러니까 금융시장이 일대 혼란에 빠진 건데. 지금 거의 망하지 않을 회사들, 도로공사라든지 한국전력 회사채 2200억 원도 시장에서 팔리지 않았습니다. 지난 17일에. 철도공단, 인천교통공사 채권도 유찰이 됐고요. 얼마 전에도 크게 뉴스가 됐습니다마는 둔촌주공을 바탕으로 한 PF도 7천억 원어치 연장 발행을 해야 하는데 이것도 실패를 해서 시공사들이 대신 갚아주는 일도 펼쳐졌습니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채권시장이 완전히 얼어붙었다는 겁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강원도마저도 디폴트를 선언하는데 지금 우리가 누구를 믿겠느냐’, 이렇게 되는 거고. 또 이게 도미노 현상이 나타나는 게, 채권의 금리가 올라가면서 즉 채권의 가치가 막 떨어지니까 다른 금융사들도 ‘우리 것도 내다 팔아’, ‘우리 것도 빨리 손절하자’ 이렇게 되면서 계속 악순환이 되고 있는 거거든요.

◇ 이현웅: 그러니까 결국은 250억 원 정도 때문에 발생한 문제 아닙니까? 정말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군요.

◆ 이대호: 네. 금융시장이라는 게 그렇습니다. 

◇ 이현웅: 김진태 지사가 이후에 “레고랜드발 보증채무는 반드시 갚겠다”고 얘기하기도 했는데, 이 정도로는 상황을 되돌리는 건 쉽지 않겠네요?

◆ 이대호: 이게 인간관계로 따져 봐도, 내가 제일 믿었던 사람한테 배신을 당하면 다시 다른 사람들 믿을 수 있겠습니까? 이게 사람 사이에서도 그런데 금융은 특히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신용이란, 한 번 깨지기는 쉽지만 회복하는 데는 엄청나게 긴 시간, 또 많은 비용이 들게 되거든요. 일단 정부가 급한 불을 끄기 위해서 지난 주말에 거의 50조 원에 육박하는 유동성 지원 대책을 발표를 했거든요. 그래서 잠깐 이틀 정도 채권시장은 조금 진정이 되기는 했습니다. 진정이 되기는 했는데, 이것도 이틀 전, 사흘 전 수준으로 돌아간 것일 뿐 아직 시장이 완벽하게 안심하고 있다, 이렇게 볼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 이현웅: 말씀해 주신 것처럼 50조 원 이상의 자금을 시장에 공급하겠다고 했고요. “‘제2의 레고랜드 사태’는 다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강조하기도 했는데 부족하다는 말씀이신 거죠?

◆ 이대호: 좀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고요. 이제 채권시장에서 이야기 나오는 게, 이렇게 되면 앞으로 보증인의 신용도만 보는 게 아니라 앞으로 지방선거가 어떻게 될지, 전임 도지사가 누구인지, 그다음에 누가 될지, 선거판까지 분석을 하면서 채권의 신용등급을 매겨야 하는 거냐는 자조 섞인 말까지 나오거든요. 시장에서 정말 신뢰가 너무나 크게 흔들렸다는 것이고. 지금부터 타산지석 삼아서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아마 많은 정치인분들도 이번 강원도 사례를 보면서 이래서는 안 되겠구나, 라는 걸 많이 느끼셨을 것 같습니다.

◇ 이현웅: 보니까 영국 사례랑 비교하는 경우들도 있는 것 같더라고요?

◆ 이대호: 영국은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지니까 총리가 거의 사십 며칠 만에 사임하지 않았습니까? 여기까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 이현웅: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와이스트릿 이대호 편집장과 함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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