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라디오생활
  • 방송시간 : [월~금] 10:30~11:30
  • 진행: 박귀빈 / PD: 이은지 / 작가: 김은진

인터뷰 전문

"왕조위, 18년 만에 만났더니..." 부국제 집행위원장, 왕조위 섭외 비하인드 풀다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22-10-18 13:50  | 조회 : 227 
YTN라디오(FM 94.5) [YTN 뉴스FM 슬기로운 라디오생활]

□ 방송일시 : 2022년 10월 18일 (화요일)
□ 진행 : 이현웅 아나운서
□ 출연: 허문영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현웅 아나운서(이하 이현웅):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습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국제영화제이자, 최대의 국제영화제로 성장한 부산국제영화제. 코로나 시국을 지나 3년 만에 정상 개최되며 화려하게 돌아온 겁니다. 올해는 총 1694명의 해외 게스트와 4712명의 국내 게스트가 영화제를 방문했는데요, 특히 홍콩 배우 양조위가 최고의 게스트로 주목받기도 했습니다. "다시, 마주보다"라는 슬로건을 걸고 제자리로 돌아온 부산국제영화제에 대해 허문영 집행위원장과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위원장님 안녕하십니까?
 
◆ 허문영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이하 허문영): 안녕하십니까.

◇ 이현웅: 14일에 폐막식을 했잖아요. 좀 쉬셨습니까?

◆ 허문영: 예, 이틀 동안 잠만 잔 것 같습니다. 

◇ 이현웅: 정말 고생 많이 하셨을 것 같은데, 3년 만에 돌아온 부산국제영화제이다 보니까 준비도 상당히 여러 면에서 신경 쓰셨을 것 같아요. 준비하면서 어떠셨습니까? 

◆ 허문영: 저희들이 3년만에 정상화한다는 선언을 했는데, 예상보다 정상화라는 것이 굉장히 벅찬 과제였다는 것을 실행 중에, 그리고 영화제 하면서 뼈저리게 체감하게 됐습니다. 어려움, 설렘 다 있습니다. 물론 일할 때는 늦게 익숙해지지만, 노는 건 빨리 익숙해지지 않습니까? 축소된 규모로 2년 동안 하다 보니까 이렇게 몸과 마음이 작은 규모에 익숙해져 있다가 정상적 규모라는 것이 얼마나 큰 육체적, 정신적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지를 오히려 준비하면서 깨닫게 됐습니다.

◇ 이현웅: 영화제 기간 내내 집행위원장님의 일정이 1시간 단위로 빼곡했다고 전해 들었습니다. 그러면 직접 영화를 볼 시간은 없는 건가요?

◆ 허문영: 볼 시간이 전혀 없습니다. 없어서 저도 그게 아쉬워서, 작년 폐막 전날에는 저도 영화를 한 편 보겠답시고 극장에 앉았다가 10분만에 잠이 든 굉장히 부끄러운 경험을 했습니다. 올해는 아예 시도도 안 했습니다. 

◇ 이현웅: 이번에 영화인과 관객의 만남을 더 많이 늘리려고 힘쓰셨다고 들었어요. 10일 간의 영화제 기간 동안 GV만 304회나 이뤄졌다고 하는데, 어떤 의도에서 그렇게 하신 겁니까?


◆ 허문영: 영화제 관객들은 새로운 영화를 보고 싶어 하기도 하지만, 그만큼 바라는 것이 영화인들과의 만남입니다. 만남이고 대화입니다. 그래서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아주신 관객들에게는 극장에서 그리고 이런저런 이벤트, 행사장에서 영화인들을 직접 만나서 얘기를 듣고 문답을 나누는 시간을 가장 애타게 기다리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희들은 무리가 있더라도 가능하면 많은 영화인과 관객의 만남을 주선하기 위해서 GV행사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 이현웅: 관객분들은 상당히 좋아하셨을 것 같은데, 영화인 분들도 마찬가지로 반기시나요?

◆ 허문영: 그럼요. 영화인들도 역시 지난 2년 동안의 팬데믹 때문에 관객들을 직접 대면할 수 있는 기회가 굉장히 제한적이었기 때문에, 이렇게 대규모의 관객을 직접 만난다는 것은 굉장히 설레는 일이고 너무 그리웠다고 그렇게 말들을 많이 하셨습니다. 

◇ 이현웅: 이번에 보니까 ‘온스크린 섹션’도 있었고, '동네방네비프(BIFF)'라는 행사도 있었던 것 같은데, 어떤 행사였는지 소개 부탁드려도 됩니까?

◆ 허문영: 예, ‘온스크린 섹션’은 지금까지의 영화하고는 다른 장르에 속해있다고 생각되었던 드라마 시리즈들, 주로 OTT 플랫폼에서 생산하는 시리즈들도 이제 우리는 영화의 또 다른 유형으로 봐야 된다고 생각해서 작년에서 시범적으로 운영을 했고 세 편을 상영을 했고, 올해 아홉 편을 상영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을 했습니다. 그만큼 영화의 개념이 확장되고 있다는, 그런 미디어 변화에 적극적으로 저희가 부응하기 위해서 만든 섹션이고요. ‘동네방네비프’도 또 다른 면에서의 영화의 개념이 달라지고 있다는 데 주목한 행사이기도 합니다. 영화가 일상화된 매체가 되지 않았습니까, 20세기와 다르게. 그래서 영화제도 중심부에서 영화인들과 관객들이 함께 모여서 중심적인 행사를 만들어가는 것뿐만 아니라 지역적이고 생활밀착적인 행사로도 또 다른 트랙을 만들어야 되겠다 싶어서 작년에 역시 시범사업을 했었고 올해 본격화된 생활밀착형, 분산형 이벤트라고 보시면 됩니다. 

◇ 이현웅: 이번 개막식은 올해 5월 별세한 고(故) 강수연 배우를 추모하는 것으로 시작했더라고요. 어떤 의미였습니까?

◆ 허문영: 강수연 배우는 사실상 한국 영화사에서 가장 위대한 배우이자 가장 국제적 명성이 높은 배우다, 이렇게 말할 수 있죠. 그러니까 한국 영화사를 대표하는 배우다,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고 동시에 이분이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이시기도 했습니다. 그러니까 저희들로서는 당연히 이분에 대한 추모를 개막식에서 해야 된다고 생각했고, 저희들이 생각하는 건 일회적인 추모행사뿐만 아니라 조금 더 장기적으로 강수연 배우의 업적과 그의 기억을 지속시키는 방법을 계속 고민하고 있습니다. 

◇ 이현웅: 올해 영화제를 치르면서 위원장님 개인적으로 꼽은 영화제의 베스트 순간,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어떤 것일까요?

◆ 허문영: 올해 저 나름대로 흥미롭다, 재미있다고 생각한 순간들이 있었는데요. 제가 제일 재미있다고 생각했던 건, 양조위 배우의 기자회견이 있었는데 그때 너무나 많은 기자들이 오셨죠. 기자회견은 저희 주최 측으로서는 긴장할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뭔가 비판적인 질문 혹은 난감한 질문도 나올 수 있는데. 예상과는 전혀 다르게 기자회견장이 완전히 팬클럽, 팬미팅 같았습니다. 기자 분들 대부분이 30대, 40대인데 보니까 양조위의 열렬할 팬들이시더라고요. 그래서 질문들도 열혈 팬과 같은 질문들을 하셔서 한편으로는 굉장히 재밌었고 놀랍기도 했습니다. 

◇ 이현웅: 양조위 관련 기사가 정말 많이 나왔던 것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이미 지난해 12월에 참석이 결정됐다고 하더라고요?

◆ 허문영: 예, 맞습니다. 

◇ 이현웅: 섭외하실 때 비하인드 스토리 같은 건 없습니까?

◆ 허문영: 양조위 배우가 작년에 슈퍼히어로 영화인 <샹치>의 악역으로 출연하긴 했지만 그동안 상대적으로 출연작이 2000년대 초기에 비해서 적은 것도 사실이고 그리고 홍콩의 상황이 다른 아시아 지역보다 훨씬 더 방역이 엄격했기 때문에 본인 스스로도 많은 관객들과 만나는 기회를 반가워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저희들이 부탁을 드렸을 때, 비교적 빠른 시간 안에 긍정적인 답을 보내 주셨습니다.  

◇ 이현웅: 위원장님이 직접 섭외하신 건가요?

◆ 허문영: 저희 아시아 담당 프로그래머가 섭외를 했죠. 

◇ 이현웅: 직접 현장에서 보셨을 텐데, 스크린 속에서 보던 것과 다른가요?

◆ 허문영: 저는 사실 양조위 배우를 2004년 부산국제영화제에 왔을 때 제가 프로그래머로서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18년 전이죠. 똑같았습니다. 양조위라는 배우가 가지고 있는 힘은 연기에도 있지만 선량한 기운 같은 게 있어요. 선량한 기운이 눈매에 담겨 있기 때문에 그걸 관객들도 느끼는 것 같아요. 그래서 더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고, 18년이 지나고 나서 다시 봤는데도 그때의 기운, 선량하면서도 친절한 기운, 이런 게 고스란히 남아 있어서. 저는 이렇게 좋은 게 안 변하는 사람도 있구나, 라는 생각을 하긴 했었습니다. 

◇ 이현웅: 대화의 시간은 없으셨나요?

◆ 허문영: 예, 이런저런 식사 자리는 몇 번 있었는데. 양조위 배우도 사실은 이렇게 많은 관객을 한꺼번에 보는 일은 굉장히 오랜만이기 때문에 그 스스로도 놀라는 눈치였고. 그리고 특히 젊은 관객들이 열렬하게 호응을 하는 것에 대해서 약간 당황해하는 모습까지 보였습니다. 

◇ 이현웅: 한국에서 같이 뭐 드셨습니까?

◆ 허문영: 여러 가지 먹었습니다. 한식도 먹었고, 이태리 식당 가서 먹고. 

◇ 이현웅: 말씀하신 것처럼, 앞서서 30·40이 열렬하게 반겼다고 했지만 10대, 20대도 양조위 배우나 왕가위 감독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이 상당히 많으시더라고요. 이런 부분에 혹시 주목하고 계신가요?

◆ 허문영: 저희도 사실 이 정도일 줄은 몰랐습니다. 이분을 모시는 게 너무 기쁜 일이긴 했지만 10대는 호응이 덜할 것이라고 예상을 했는데, 막상 발표를 한 그 순간부터 너무 반응이 뜨거워서 저희들도 어리둥절했고. 진짜 말 그대로 양조위는 우리도 모르게 초세대적인 스타, 그러니까 지금의 10대부터 60대까지. 저는 올해 60대가 됐지만 당연히 양조위의 오랜 팬이었고. 모든 세대가 똑같이 좋아하고 존경하고, 또 어떤 면에서는 숭배하는. 말 그대로 ‘초세대적’인 스타이구나, 정말 드문 스타이구나, 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 이현웅: 한지민, 강동원, 하정우, 이영애, 아이유, 진선규, 류준열, 권율 등등 정말 많은 배우들이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는데요, 혹시 기억에 남는 이야기들 있습니까?

◆ 허문영: 사실 올해 국내 톱스타라고 할 만한 모든 분들이 다 오셔서 이런저런 행사를 다 하고 관객들과 만나는 자리를 가졌었거든요. 그래서 저희들로서는 굉장히 고맙죠. 왜냐하면 팬데믹 이전과 비교하면 지금 그나마 영화 제작 편수가 급증했습니다. 2배 이상 급증했기 때문에 모든 분들이 바빠요. 너무 바쁜데, 1박 2일이나 2박 3일이라도 시간 내서 와 주신 건 저희들로서는 정말 감사한 일인데. 이분들도 어쨌든 이렇게 대규모 관객을 직접 보는 일에 영감을 얻고 기운을 얻어가는 일이었던 것 같아요. 다들 좋아하셨고, 특히 그중에서 개막식 사회를 본 류준열, 전여빈 배우, 그리고 양조위를 한 사람의 팬으로서 소개하는 역할을 맡았던 한예리 배우는 개막식 밤에 양조위 배우와 함께 식사를 했는데. 이 세 사람이 양조위 배우를 열한 시까지 보내지 않고 붙들고, 거의 ‘사이비’ 클래스를 했다는 얘기를 뒤늦게 전해듣고 이 배우들한테는 수업료를 받아야 되겠다, 이런 귀한 수업이 어딨냐, 이런 농담 같은 얘기를 하기도 했습니다. 이번에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아주신 배우들도 좋은 시간을 많이 보내고 가셨던 것 같습니다. 

◇ 이현웅: 이번에 정상화됐다고 했는데, 코로나 이전과 비교했을 때 관객 수, 작품 수 등 몇 퍼센트 회복이 된 겁니까?

◆ 허문영: 저희들이 기대했던 건 2019년 기준으로 양적인 면에서 80~90%를 예상했습니다. 왜냐하면 일반 극장에 관객들이 60%밖에 돌아오지 않지 않았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영화제도 어느 정도 영향을 받을 것이다, 그래도 80% 이상은 해 보자. 잘하면 90%까지 갈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양적인 면에서는 90%까지 도달했던 것 같습니다. 

◇ 이현웅: 그래서 내년에 대한 기대가 더 커지는데요. 내년의 부산국제영화제는 어떤 모습이겠습니까?

◆ 허문영: 저희들은 두 가지 생각을 동시에 가지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부산국제영화제가 아늑한 영화제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관객들에게도, 영화인들에게도. 오면 집에 온 것 같고 고향에 온 것 같고 자기를 품어주는 느낌. 여러 가지 방식을 통해서 그런 느낌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모순될지 모르겠지만 조금 더 웅장했으면 좋겠다. 웅장함은 크기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질적인 면에서 더 많은 훌륭한 영화인들, 훌륭한 영화들을 만나는 영화의 웅장함을 좀 더 잘 느끼는 영화제가 됐으면 좋겠다. 말하자면 ‘투 트랙’ 전략을 제대로 구현하고 싶습니다. 

◇ 이현웅: 위원장직은 내년에도 맡으시나요?

◆ 허문영: 아닙니다. 임기가 있습니다. 

◇ 이현웅: 그러면 내년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고요?

◆ 허문영: 내년이 3년 임기의 마지막 해이기 때문에 그다음의 일은 다음에 알 수 있겠죠. 

◇ 이현웅: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허문영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과 함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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