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라디오 YTN
  • 방송시간 : [토] 20:20~21:00 / [일] 23:20~24:00 (재방)
  • 진행 : 최휘/ PD: 신동진 / 작가: 성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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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부르카 미착용 여성 총살' CNN BBC는 보도안한 이유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21-08-30 09:03  | 조회 : 811 
[열린라디오 YTN]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21년 8월 28일 (토요일)
■ 진행 : 김양원 PD
■ 대담 : 조수진 장신대 교양학 미디어트랙 교수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미디어비평] '탈레반, 부르카 미착용 여성 총살' CNN BBC가 보도안한 이유

- 폭스뉴스만 다룬 내용, 사망 시점 확인없이 국내언론 받아쓰기
- 외신에 의존높아 출처불명의 보도...오보도 받아써
- 아프간 난민 보도, '혐오'와 '인권'차원 시민들이 감시해야



◇ 김양원 PD(이하 김양원)> 한 주간 뉴스를 꼭꼭 씹어보는 시간, 미디어 비평입니다. 오늘은 장신대 교양학 미디어트랙 조수진 교수와 전화 연결 되어 있습니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 조수진 교수(이하 조수진)> 네, 안녕하세요.

◇ 김양원> 작전명 ‘미라클’이라고 하던데, 아프가니스탄 현지에서 우리 정부와 기관을 도운 협력자들 3백여명이 군 수송기를 통해 국내에 도착했습니다. 탈레반이 다시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하면서 국제 정세가 여러모로 요동을 쳤는데요. 관련한 미디어비평 준비하셨다고요?

◆ 조수진> 네, 아프가니스탄 무장조직이죠, 탈레반이 지난 15일 수도 카불을 장악했습니다. 빅카인즈에 ‘아프간’으로 검색해보면 8월 15일부터 8월 25일까지 4천 건이 넘는 보도들이 나옵니다.

◇ 김양원> 탈레반 점령 직후 아프가니스탄 공항에는 탈레반의 보복 등을 피해 현지를 탈출하려는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압사하거나, 해외 주둔군 철조망 너머로 아기를 던지는 아프간 엄마들의 애끓는 현장 사진이 들어오기도 했는데요. 그야말로 전쟁과도 같은 상황이 실시간으로 계속 보도가 됐어요. 
이번 아프간 사태와 관련한 보도들은 어떻게 보셨습니까?

◆ 조수진> 몇 가지 살펴봤는데요, 이번 보도 역시 그동안 외신 보도에서 드러났던 문제점을 여전히 가지고 있었습니다. 첫째로 중동 문제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언론계의 인프라 부족이 여실히 드러났죠. 사실 그동안 국제뉴스에 대해서는 이번 중동 문제뿐만이 아니라 분쟁지역에 대한 언론 인프라의 부족 문제가 계속 지적되어왔습니다. 세계 정세 흐름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이나 해석 없이 외신에 의존하는 경향이 많다는 게 큰 문제입니다. 
또 다른 문제점 중 하나는 외신의 불분명한 출처가 많다는 겁니다. 국제뉴스를 전할 때 어떤 외신을 받는지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런데 국제뉴스를 점점 연성뉴스로 소비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면서 자극적인 외신을 그대로 받아쓰는 행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신뢰성 있는 언론사보다 황색언론 타블로이드지를 받아써서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있었구요, 여기서 또 발생하게 되는 문제는 외신을 받아써도 확인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게 언론의 기본 역할인데, 이 부분이 점점 생략된다는 겁니다. 그렇다 보니 오보를 받아쓰게 되는 거죠. 

◇ 김양원> 매우 혼돈스런 현지 상황을 제대로 취재해서 보도하는 언론이 있었을까...취재는 가능했을까 싶기도 한데, 가장 많이 보도됐던 사진 한 장이 있어요. ‘부르카를 쓰지 않은 여성이 숨져’ 누워있는 내용이었죠?

◆ 조수진>" 탈레반이 온건 통치를 하겠다고 선언한 하루 만에 부르카를 쓰지 않은 여성을 총살했다"라는 보도입니다. 이를 대부분의 언론이 받아썼고요, 포털뉴스란에도 하루 이상 걸려있었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보셨을 것으로 추측합니다. 
이 보도에 대해서 YTN 팩트와이에서 팩트체크를 했는데요, 탈레반 대변인이 여성 인권을 최대한 존중하겠다고 17일에 발표한 것은 사실이죠. 이 시점 이후에 벌어진 일이라며 발표 다음날 부르카를 입지 않은 채 외출했다가 총에 맞아 숨진 여성의 모습 사진을 첨부한 중앙일보의 기사가 있었습니다. 미국 폭스뉴스에 게시됐던 사진을 인용한 보도였습니다.

그런데 이 사진은 탈레반이 아프간 북부에서 저지른 살인은 맞지만, 정확한 사건 발생 시점은 알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같은 사진이 지난 8일부터 SNS에 이미 올라와 있었거든요. 폭스뉴스가 게재한 사진 속 여성은 탈레반과 아프간 군인 간의 충돌하는 과정에서 17일보다 훨씬 이전에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죠, 그래서 폭스뉴스도 기사에서 이 사진이 삭제된 상탭니다. 
문제가 되는 건, 우리나라 대부분의 언론이 오보인 폭스뉴스의 기사를 받아쓰면서 동일하게 오보를 생성해낸 겁니다. 물론 가짜 뉴스인지 아닌지, 빠르게 사실 확인을 하기는 쉽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사실이라면 중대한 이 뉴스를 CNN이나 뉴욕타임즈, BBC 등은 다루지 않았거든요, 폭스뉴스에서만 이렇게 다룬 건데... 외신을 다양하게 살폈다면 금방 확인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 김양원> 탈레반 점령은 15일, 부르카 쓴 여성이 거리에서 숨진 사진이 게시된 것은 그로부터 일주일 전이다... 시간상으로 좀 맞지 않는데요. 국내 언론에서는 대부분의 신문과 방송사들이 대대적으로 보도했던 기사인데, 실제 해외언론들은 이 뉴스를 거의 다루지 않았군요. 오보일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취재나 확인이 어려운 상태가 이어지다보니, 최소한의 확인 절차도 생략한 채로 외신을 인용하는 경우가 많아서 걱정이 됩니다.

◆ 조수진> 네, 국제뉴스가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창의 역할을 해야할 텐데요, 세계 정세의 흐름을 짚고 문제를 분석하는, 깊이 있는 보도보다는 되려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보도가 많아지는 상황입니다. 물론 이번 아프간 관련 보도에서 맥락을 짚어주는 뉴스가 없었던 건 아닙니다만, 대부분의 보도가 사용하는 단어, 영상, 이미지가 굉장히 자극적이었습니다. 
사례를 몇 가지 볼까요? 이번에 가장 심각하다고 느껴진 건 보도에 게임 용어를 사용했다는 겁니다. 뉴스1의 보돕니다 <탈레반, 97조 규모 미군 무기 ‘줍줍’...또 다른 골칫거리 예고(8월18일 보도),  경향신문 <탈레반, 아프간에서 97조원 어치 미군 무기 ‘줍줍’(8월18일 보도)
연합뉴스 <군복부터 헬기까지...미군이 남기고 간 무기, 텔리반이 ‘줍줍’> (8월20일 보도) 
참...어떻게 보도에 줍줍이라는 단어를 쓸 생각을 했을까요? 이런 정제되지 못한 용어를 사용함으로 심각하고 혼란스러운 상황과 전쟁을 오락화했다라고 볼 수 있는 거죠. 

◇ 김양원> ‘줍줍’은 버려진 아이템을 줍는 행위를 뜻하는 게임 용어라고 하던데요. 그러니까 미군이 그동안 아프간 군인을 양성하기위해 지원했던, 남겨진 무기들을 탈레반이 정권을 잡으면서 획득했다며 줍줍이라는 용어를 사용한거 같은데....실제 아프간인들의 생명, 인권과 직결된 내용을 보도하면서 너무 가볍게 해석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 조수진> 네, 그런 경향이 두드러진 보도가 제법 있었습니다. KBS가 포털에 올라온 국제뉴스를 분석한 자료가 있는데요, 국제뉴스 상위 20개 가운데 17건이 가십성 기사였습니다, 그런데 지면에는 한 건만 실립니다. 나머지는 인터넷판인거구요, 그러니까 언론도 스스로 가치가 없다라고 판단한건데, 다만 클릭수 유도를 위해서는 가십성 기사를 인터넷에 올리는 겁니다. 그리고 가십성 기사가 아닌 나머지 기사도 제목은 굉장히 자극적이었다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이번에 줍줍도 제목에서 클릭수를 유도한거라 볼 수 있구요, 그 외에도 쌍따옴표를 넣어 제목에 단 기사도 많았습니다. 
연합뉴스 8월 19일자 보돕니다. “똑똑..출근 안하나?” 탈레반, 경제 살린다며 총들고 집집 방문. 따옴표 안에 있는 앞부분 제목만 보면 이게 심각성을 느끼거나 전쟁 상황의 위험성 등을 전혀 알 수 없는 ‘대사’죠. 

아프가니스탄에서 구호활동을 했던 한비야 씨 잘 아실겁니다. 한비야 씨가 최근 모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이번 사태에 대해 인터뷰를 했는데요, 역시 이 부분을 지적합니다. 우리 언론보도가 너무 자극적인 제목과 내용들이 많다는 거죠. 
언론인권센터에서도 이번 보도와 관련해 비평을 했는데요, 언론의 보도 때문에 탈레반과 전쟁에 대해 왜곡된 이미지를 갖는다는 우려를 표했습니다. 특별히 이번 보도에서 우리 언론이 사안의 심각성을 드러내지 못하고 탈레반의 일방적인 주장만을 인용하거나 탈레반 대변인이 ‘참을성 있게’ 답을 했다는 식의 주관적 표현을 덧붙이는 등 아프간의 비극을 탈레반의 노력과 성과로 표현했다라고 지적합니다. 

◇ 김양원> 이 상황에서 그나마 의미 있는 보도는 어떤 것이었을까요?

◆ 조수진> 국제사회가 아프간 여성들의 인권 문제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일부 언론에서는 아프간 여성, 아동 인권 하락의 우려를 다루는 기사들을 다뤘습니다. 기자협회보에 따르면, 그동안 중동국가의 인권문제를 이렇게 주요 기사로 다룬 경우는 많지 않았다고 분석하고 있는데요, 그만큼 이번 사태에서는 여성, 인권 하락의 우려를 다룬 기사와 사진 등이 많았습니다. 다만, 탈레반의 폭압적인 통치, 여성 탄압 등을 토대로 한 허위정보도 전 세계적으로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자칫 이슬람권 전반에 대한 혐오의 문제로까지 확대되지는 않아야겠다는 생각이 들구요, 이제 우리 정부 협력자의 적응 문제 등으로도 많은 기사들이 나올 텐데요, 이 부분에 대해서도 언론이 신중하게 다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지난 26일 아프간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는 현지 협력자들에 대한 기사들을 보면 오히려 시민분들의 댓글이 더 성숙하다는 생각도 들었는데요, 우리 시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국제뉴스, 보도들을 기대해봅니다. 

◇ 김양원> 네, 이 분들 인도적 특별 체류를 하게 되는데, 비행기 탑승 전 찍힌 보도용 사진을 보면 모자이크가 너무 허술하게 되어 있거나, 여행 허가증을 빠르게 확인하기 위해 임의상 지급된 번호가 사진상에 그대로 보이기도 하는 등...우리 외교당국이 극비에 수송하는 상황인데 아프간 협력자들의 신변보호를 위해 언론이 조금 더 노력해야할 지점들도 포착됐습니다. 오늘 말씀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조수진>네, 감사합니다.

◇ 김양원> 지금까지 조수진 장신대 교양학 미디어트랙 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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