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라디오 YTN
  • 방송시간 : [토] 20:20~21:00 / [일] 23:20~24:00 (재방)
  • 진행 : 최휘/ PD: 신동진 / 작가: 성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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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혼 출산 사유리 '슈돌' 출연..다양성 공론화 시도하는 KBS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21-06-21 08:54  | 조회 : 1262 
[열린라디오 YTN]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21년 6월 19일 (토요일)
■ 진행 : 김양원 PD
■ 대담 : 김언경 뭉클 미디어 인권연구소 소장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미디어비평]비혼 출산 사유리 '슈돌' 출연..다양성 공론화 시도하는 KBS

◇ 김양원 PD(이하 김양원)>
한 주간 뉴스를 꼭꼭 씹어보는 시간, 미디어 비평입니다. 오늘은 김언경 뭉클 미디어 인권연구소장과 전화연결 되어있습니다. 안녕하세요. 

◆ 김언경 소장(이하 김언경> 
안녕하세요.

◇ 김양원> 
요즘 정의당 등이 주도적으로 차별금지법을 제정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고, 지난 16일에는 민주당 의원들이 평등법을 발의했죠. 성별, 장애, 나이, 언어, 병력 등을 이유로 차별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법제화하자는 것인데... 이런 가운데 성소수자와 관련한 의미있는 방송을 소개해주신다고요? 

◆ 김언경> 
네 5월 13일에 KBS <다큐 인사이트>에서 ‘빛은 무지개’편을 통해 게이와 레즈비언의 삶을 다룬 방송을 했는데요. 방송에서는 한국에서 제일 오래된 게이 합창단이라는 지보이스 단원들과 스스로를 대한민국 국적 유부녀 오픈리 레즈비언이라고 칭하는 인플루언서 김규진 씨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특히 제가 감동적으로 본 것은 지보이스 멤버인데요. 자신들의 이야기를 가사로 쓰고 곡을 만들어 연습하는 과정, 그 안에서 친구가 되어가는 일상을 보여주는 것이 참 좋았습니다. 그동안의 성소수자를 다루는 프로그램들이 주로 성이라는 측면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 방송은 그들의 성, 연애보다는 그냥 성소수자가 아닌 사람들과 똑같은 삶에 초점을 맞췄다는 것이 좋았어요. 한마디로 아무 문제없는 방송이었습니다. 오히려 공영성과 동시에 다양성을 확보해야 할 의무가 있는 KBS에서 만들어줘야 마땅할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칭찬받아야 할 방송이었습니다. 

◇ 김양원>
방송의 공적 책임과 다양성 보장 등의 측면에서 칭찬받을 만 했던 방송이라고 하셨는데, 여론은 그렇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성소수자의 이야길 다룬다고 해서 방영 전까지도 논란이 일었잖아요?

◆ 김언경>
그렇습니다. 이 방송이 나가기 전에 KBS 시청자권익센터에 방영 중단을 요청하는 청원 글이 올라왔는데요. 이들 청원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에서 동성애자를 지지하고, 조장하는 프로그램을 방송하는 것에 대해 반대한다는 취지의 내용이었습니다. 이런 요구에 대한 동의한 인원이 1,994명에 달해서 KBS 담당 CP가 공식답변까지 내놨습니다. 

◇ 김양원>
방송사측의 답변은 어떤 내용이었나요?

◆ 김언경> 
한겨레와 미디어오늘이 이 방송을 제작한 담당 CP의 의견을 전했는데요. “KBS는 다양성을 적극적으로 담아내는 공론장의 임무를 부여받고 있다. 이번 다큐멘터리는 성소수자들 목소리가 다양한 방식으로 토론되고 존중 받는 공론장을 마련하고자 기획됐다. 성소수자들이 대상화돼 평가와 논평의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목소리를 내 자기 삶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은 이 세상의 소통과 상호 이해를 위해 중요하다고 봤다.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이 없어지고 사회 구성원간의 이해와 존중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냈습니다. 

◇ 김양원>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없애고, 이해와 존중을 기대했던 건데요, 이 방송에 대한 언론보도들이 좀 있었나요?

◆ 김언경> 
제가 찾아보니까 이 방송에 대한 보도는 네이버 검색 결과 총 7건이었는데요. 한겨레와 미디어오늘은 일부 시민의 비난 청원에 대해 지적하는 쪽에 가까웠고요. 다른 매체들은 프로그램 내용을 소개하는 보도였습니다. 크리스천투데이에서만 방영중단 요청이 등장했다면서 이들 청원의 내용을 그대로 상세히 전하는 보도를 했습니다. 아쉬운 것은 이런 혐오성 청원을 상세히 전하기만 하는 보도는 사실상 해당 청원에 대한 동의를 유도하는 효과를 낳을 뿐이라는 것입니다. 

◇ 김양원>
요즘 티비 드라마 중에도 성소수자의 심정을 있는 그대로 다뤄서 잔잔한 화제가 되고 있는 프로그램이 있죠? 

◆ 김언경>
tvN 드라마 <마인>에서 배우 김서형 씨와 김정화 씨가 성소수자로 등장하는데요. 우선 배우 김정화 씨의 남편이 개인적으로 SNS를 통해서 반동성애 의견을 표명하고 일종의 드라마 스포를 해서 비판을 받았고요. 이에 대한 기사가 제법 많습니다. 

드라마 내용을 잠시 이야기해보면요, 재벌가의 유산 상속을 둘러싸고 둘째 아들과 형수가 일종의 신경전을 하는데요. 바로 이 형수가 동성애자라는 것을 약점으로 잡고 물고 넘어지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거든요. 시동생은 형수에게 ‘사실은 형수가 성소수자라는 걸 알고 있다’고 말하면서 은근히 협박을 합니다. 자신의 매우 부적절한 반윤리적 행동을 형수가 알게 되자, 나도 당신의 잘못을 알고 있다고 협박합니다. 이 장면을 보면 동성애자라는 것이 이런 종류의 비난을 받을 일인가 싶은데요. 하지만 성소수자라는 것이 엄청난 비밀이며 약점으로 취급당하는 현실을 묘사하면서도 성소수자 커플이 다른 이성 커플과 다를 바 없이 절제된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었습니다. 이런 부분은 기존의 드라마에 비해 캐릭터 설정이나 전개 방식에 있어서 긍정적이었다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 김양원> 
저도 이 드라마를 봤는데, 성소수자인 두 여성 커플이 자신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충분히 고려하면서 아파하고, 서로를 위하는 선택이 무엇인가를 고민하는 걸 보면서 과거의 드라마에서 보여주던 방식과는 보다 사실적이고 많이 달라졌구나...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 김언경>
저는 마인을 보면서는 긍정적으로 다루어서 인상깊었거든요. SBS가 설 특선 영화로 '보헤미안 랩소디'를 내보내면서 동성 간의 키스 장면을 편집했다고 시민의 지적을 받았습니다. SBS는 "지상파 채널에서 영화를 방영할 때 지나치게 폭력적인 장면이나 흡연 장면을 임의로 편집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했지만, 사실은 이것이 동성애자의 키스가 아니라면 이렇게까지 했을까 의문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2015년엔 여고생 간 키스 장면을 방송한 JTBC 드라마 '선암여고 탐정단'에 대해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중징계인 '경고'를 내렸습니다. 
또한 MBC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는 방송인 홍석천과 매니저 지준배 씨의 하루가 그려진 적이 있는데요. 여기 출연한 남성 방송인들은 홍석천 씨의 눈에 들지 않으려 애쓰는 개그를 했어요. 홍석천의 이상형이 언급되자, 서로 그 이상형과 다른 모습을 보이려고 하며 웃음을 유발한 것인데요. 성소수자인 홍석천씨를 희화화하며 놀리는 것은 부적절해보였습니다. 

◇ 김양원>
그렇군요. 앞서 다큐 인사이트에 대해서 다뤄봤는데, 이 방송 말고도 KBS 시청자 게시판에 문제제기가 있었던 프로그램이 있어요. KBS의 주말 간판 예능이죠,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비혼모인 사유리 씨와 아들 젠이 출연하는 것에 대한 비판적 의견이 많이 올라왔었고, 아직도 그 반향이 이어지고 있죠. 

◆ 김언경> 
비혼 여성인 사유리 씨는 정자 기증을 받아 아들 젠을 낳았습니다. 사유리 씨의 ‘슈돌’ 출연을 둘러싸고 찬성과 반대 쪽 모두가 KBS 앞에서 시위를 벌였어요. 반대하는 이유는 이 방송에서 분명 사유리가 아름답게 그려질 것이고, 그럴 경우 어린이와 청소년 시청자들이 '결혼'과 '가정'에 대한 가치관 형성에 매우 편파적이고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이 예상된다는 것이에요. ‘사유리씨 방송 출연 반대’ 시청자 청원도 총 4,415명의 동의를 받아, 제작진 답변이 의무화되었는데요. 해당 방송의 담당 CP는 지난 4월 공개 답변에서 “우리나라 한부모 가구의 비율은 7.3%로 급증하고 있으며 기혼 가구에만 지원되던 가족 정책도 다양한 방향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다양한 시선을 보여주는 것이 방송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 김양원>
저도 이 프로그램에 사유리씨가 아기와 함께 출연하는 것을 보면서 뭐랄까 여러 가지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도 ‘싱글맘’이라는 사실만으로도 관심의 대상이 되고 우려와 걱정, 편견어린 시선을 받아야 했던 우리 사회 아니었습니까. 그런데 비혼 출산으로 엄청난 관심을 받았던 사유리씨가 그 아기와 함께 얼굴을 공개했다는 점이 신기하고 하고, 우리사회가 정말 이제 다양성을 인정할 준비가 되었나... 그런 생각이 들었거든요. 소장님은 어떻게 보셨어요?

◆ 김언경> 
이제 다양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시청자위원회와 시청자의 목소리를 매우 주요하게 여기고 있고요. 시청자 누구나 시청자게시판 등을 통해서 공영방송에 대한 의견을 개진할 자유가 있다고 봅니다. KBS는 물론이고 어느 방송사든 시청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문제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소통하면서 사과하고 개선해나가야 합니다. 다만, 방송심의에관한규정 및 KBS 방송제작 가이드라인 등에 분명하게 명시되어 있는 공영성과 다양성, 인권의 측면에서 분명한 입장을 가지고 소통했다는 점에서 KBS를 칭찬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다큐 인사이트>의 성소수자 방송과, <슈돌>의 사유리 씨 출연에 대한 비난에 대해서는 KBS가 적절한 입장표명을 했다고 봅니다. 과거 우리에게 소비자는 왕이라며, 어떤 것이 논란이 되면 덮어놓고 사과하고 관계자에게 고개를 조아리게 하는 문화가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게 하면 감정노동자를 보호하지 않는 것이고 법적 처벌을 받게 되어 있습니다. 저는 방송사들이 시청자의 목소리에 충분히 귀 기울이되, 혐오성 발언이나 근거 없는 비난의 경우 묵묵히 단호하게 자사의 방송 철학과 기준을 설득하려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봅니다. 

◇ 김양원>
비혼모이기 때문에 사유리씨가 예능에 출연하면 안된다...이런 것도 문제지만 요즘 연예인 가족이 등장하는 관찰 예능이 너무나 흔하디 흔한 장르가 됐잖아요. 부모와 어린 자녀가 출연하는 방송들, 어린 자녀의 경우 자신들의 의지로 출연을 동의한 건 아니잖아요? 

◆ 김언경> 
그래서 이런 프로그램이 아동인권보호 측면에서는 또다른 문제가 되는데요. 고승우 언론사회학 박사는 출연 어린이들이 프로그램 촬영 과정에서 판단 미숙 등으로 인해 잘못된 인식을 지닐 수 있으며, 자신이 다른 어린이에 비해 특별하다고 여기거나 실내 촬영기사의 존재감이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과 함께 평등 의식에 부정적 인식을 지닐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무엇보다 성인의 재미를 위한 속임수와 같은 기획 연출로 인해 잘못된 지식을 주입받을 가능성도 우려되고, 어린 시절에 갖게 되는 가치관이 성장 이후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영유아와 어린이의 예능 프로그램 고정출연에는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대부분 부모가 연예인 등 유명인으로, 일반인의 직업과 달라 계층 간 위화감을 조성할 우려도 적지 않다는 것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KBS가 <슈퍼맨이 돌아왔다>라는 프로그램에 사유리 씨를 출연시켜서 다양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만큼, 방송 제작 과정에서 아동 인권 보호에 정말 만전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생각합니다. 특히 인위적인 연출을 통해서 아이에게 트라우마를 주거나, 교육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에 대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심사숙고해야한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 김양원> 
한때 비혼모 또는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차별을 가했던 우리 사회 그리고 미디어들, 오늘 소개해드린 예능과 드라마를 통해서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요?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 김언경> 
감사합니다. 

◇ 김양원>
지금까지 김언경 뭉클 미디어 인권연구소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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