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라디오생활
  • 방송시간 : [월~금] 10:30~11:30
  • 진행: 박귀빈 / PD: 이은지 / 작가: 김은진

인터뷰 전문

양희은이 건네는 ‘음성지원’ 위로 “그러라 그래”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21-04-30 12:49  | 조회 : 1514 
YTN라디오(FM 94.5) [YTN 뉴스FM 슬기로운 라디오생활]

□ 방송일시 : 2021년 4월 30일 (금요일)
□ 진행 : 최형진 아나운서
□ 출연 : 양희은 책 ‘그러라 그래’ 저자/가수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최형진 아나운서(이하 최형진): '긴 밤~지새우고' 이 노랫말을 들으면 바로 떠오르는 분이 있죠. 오늘 슬기로운 라디오생활에 찾아와 주신 손님은 지금 생각하시는 바로 그 분입니다. 오늘은 작가님으로 모셨는데요. 얼마 전 발간된 에세이를 모은 책 '그러라 그래'의 저자, 가수 양희은 씨 전화연결 돼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 양희은 저자(이하 양희은): 네, 안녕하세요. 

◇ 최형진: 이번에 나온 책 제목이 '그러라 그래'입니다. 

◆ 양희은: 네, 그러라 그래~ (웃음)

◇ 최형진: 이 말은 송은이 씨가 TV 프로그램에 나와서 일화를 얘기했던 게 가장 먼저 떠올라요. 이걸 책 제목으로 하실 정도면 평소 자주 사용하시는 말인가요? 

◆ 양희은: 그렇게 자주는 아니지만, 그래도 어떤 경우에 쓰는 말이에요. 후배들이 옆에서 ‘그 말을 들으니까 가슴이 정말 시원해지는데요?’, 이런 얘기들을 해서 이번에 책 제목을 고를 때 썼죠. 저는 사실 제 것에 관한 한은 별 아이디어가 없어요. 남의 일을 대할 때는 ‘이게 좋겠다, 저게 좋겠다’ 하지만 제 자신 일에 대해서는 그런 걸 잘 못하거든요. 그런데 출판사 쪽 직원들이 아무래도 그 쪽일 전문이니까, 좀 정해달라고 했더니 그렇게 하면 어떻겠냐고 하더라고요. 왜냐하면 그 말 자체에서 제 음성지원이 되는 것 같다면서, 그래서 ‘그러라 그래~’라고 한 거예요.

◇ 최형진: 실시간으로 듣게 돼서 영광입니다. 

◆ 양희은: 바로 건너편에 있어요. YTN과 마주 보고 있습니다. 지금 생방송 끝나고 마주보고 있어요.

◇ 최형진: '그러라 그래'에 대한 일화를 듣고 이 말 자체로 위로가 된다는 분들도 있고, 속이 시원해진다는 분들도 있습니다. 저도 가끔 혼자서 ‘아이, 그러라 그래~’ 하곤 하는데, 어떨 때 이 말을 사용하면 좋을까요?

◆ 양희은: 글쎄요. 여러 가지 느낌이 있어요. 빈정거리듯이 ‘그러라 그래, 잘 났어, 그래!’, 이런 얘기도 가능하고요. 또 예쁜 의견이 있으면 ‘그러라 그래~’라고 얘기할 수도 있고요. 그런데 남들이 나에 대해서 어떤 평가를 하든, 어떻게 하든, 그건 그 사람 소관이니까 ‘그러라 그래...’, 이렇게 말할 수 있겠죠. 그러니까 받아들이는 분들 나름으로 어떻게 받아들이든지 자유로우시죠.

◇ 최형진: 담당 작가가 양희은 씨 책을 읽었는데, 책을 읽으면서 음성지원이 된다고 하더라고요. 라디오 듣는 줄 알았다고요. 

◆ 양희은: 다들 그렇다고 하더라고요. 하하

◇ 최형진: 매달 월간 여성시대 기고하신 내용도 담겨 있다고 하셨는데, 매번 새벽에야 마감을 하신다는 얘기가 참 반가웠습니다.

◆ 양희은: 왜요? 왜 반가우세요? 마감할 글 쓰시나요? (웃음) 왜 이상하게, 미리미리 써두면 얼마나 좋아요. 그런데 그게 안 되더라고요. 꼭 마감 날짜 새벽에 일어나서 풀어가게 되니까요. 특히나 요새는 사람 만나는 일도 제한 있고, 노래할 일도 없고 그러니까 거리가 많지 않아요. 그러니 더더욱 마감날 새벽에 쓰게 되는 것 같아요. 

◇ 최형진: 라디오 청취자들에게 전하는 것과 책으로 내는 건 차이가 있잖아요. 

◆ 양희은: 아무래도 그렇겠죠.

◇ 최형진: 22년간의 일상을 책으로 내는 일이 조금은 부담스러울 것도 같은데 어떻게 나온 책인가요?

◆ 양희은: 22년 동안 원고가 사실 한 260편이 되어요. 우리는 사실 한 달도 못 쉬고 쓰는 셈인데요. 제가 책을 내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고요. 저는 무엇이든지 잘 계획하지 않아요. 그냥 흘러가는 흐름에 맞춰서 당장 내 앞에 오는 일 순서대로 하는 편인데요. 제 글을 쭉 읽어온 어떤 출판 담당하시는 분이 이걸 책으로 내면 어떻겠냐고 해서 완강하게 거절했죠. 그걸 뭘 책으로 내겠느냐, 했는데요. 그걸 모아놓고 읽고 추리면서 그 분들에게 어쨌든 설득이 된 거죠. 그래서 마흔아홉 꼭지가 추려져서 세상 앞에 나오게 된 거예요. 노래도 마찬가지입니다. 콘서트 같은 것도 자기가 하고 싶다고 해지지 않거든요. 콘서트를 기획하는 기획사로부터 어떠한 제안을 받아야, 그 일을 생각하게 되는 거잖아요. 이 직업이 뽑혀야만 되는 직업이에요. 누군가가 나를 뽑아줘야 일이 되어요. 출판일도 마찬가지고요. 누군가가 저를 뽑아주시면서 제가 용기를 내게 된 거죠. 애당초 그런 생각은 없었습니다.

◇ 최형진: 개인적인 질문인데요. 책도 이야기고, 노래도 이야기잖아요. 노래와 책, 쓰시면서 차이가 있다면요?

◆ 양희은: 노래는 어떤 면에서 전파를 타고 날아가면 다시 잡기가 그렇지만, 책은 늘 글로 읽게 되니 오래오래 남을 수가 있겠죠. 그런 면에서 주변에서 오래 남는 건 글인 것 같아요. 

◇ 최형진: 책을 읽으면서 참 부지런하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매일 라디오 하시고, 이렇게 글도 쓰시고, 식사를 준비하고, 또 공연 준비까지요. 데뷔 후 51년, 지금 진행하시는 라디오만 해도 22년 정도 됐잖아요. 힘들지 않으십니까? 일상을 유지하는 비결이 있을까요? 

◆ 양희은: 이게 리듬을 타고 습관처럼 붙게 되면 힘 안 들어요. 맨 처음 아침 프로그램을 맡아서 하게 되면서 일찍 일어나는 게 버릇이 되기까지는 힘들겠지만, 저는 결혼해서부터 남편에게 새벽밥 차려서 일 나갈 때 먹이고 도시락 싸고, 제 할 일을 하고 그래서 아침 일찍 출발이 힘들지 않습니다.

◇ 최형진: 일상이 됐기 때문에요. 

◆ 양희은: 네, 일상의 리듬이 그렇게 붙어버렸어요.

◇ 최형진: 한 청취자님께서 ‘양희은 씨, 저 오늘 아침에 정말 미운 사람 때문에 마음이 힘들었는데, 그러라 그래, 이 한 마디 들으니 속이 아주 뻥 뚫립니다. 위로가 되어요’ 라고 하셨습니다.

◆ 양희은: 고맙습니다. 진짜 그러라 그래, 하고 털어버리세요.

◇ 최형진: 이거 참 좋네요. ‘그러라 그래~’ 이런 식으로요. 또 한 청취자님께서 ‘대박 팬입니다. ‘슬기로운 라디오생활’하고 경쟁방송 아닌가요? 저 솔직히 11시까지 ‘여성시대’ 듣다가 여기로 넘어와요’라고 하셨는데요. 경쟁방송이라고 하기에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아주 큰 방송이시기 때문에 제가 부끄럽습니다.

◆ 양희은: 아이, 무슨 그런 말씀을요. (웃음)

◇ 최형진: 매일을 빼곡하게 지내면서, 몇 년 전부터는 콜라보 프로젝트인 ‘뜻밖의 만남’도 이어오고 있으시잖아요. 이 프로젝트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신 건가요?

◆ 양희은: 제가 늘 가까운 사람하고만 작업을 해 와서 굉장히 폐쇄적인 편인데요. 좀 열어놓고 2014년부터 작업을 하지 않았던 음악인들이 많으니까, 저보다 연배가 후배인 분들과 작업을 하는 게 어떻겠냐고 주변 연주팀이 제게 제안을 했고, 제가 그 말을 잘 들었어요. 그래서 젊은 음악인들과의 콜라보가 더 다양해지게 된 거죠. 그래서 ‘뜻밖의 만남’이라는 제목으로 9번째까지 세상에 발표가 됐죠.

◇ 최형진: 2018년이 마지막 만남이시던데요.

◆ 양희은: 그래요. 성시경 씨하고 ‘늘 그대’ 라는 작업이요. 

◇ 최형진: 새로운 뜻밖의 만남도 계획하고 계신가요?

◆ 양희은: 계획이야 있죠. 그런데 세상이 이렇게 되면서 저도 조금 가라앉아있어서요. 이렇게 뭔가 좀 마음에서부터 혼자서 풀어져야만 뭐가 나올 것 같아요. 억지로 억지로 하는 건 없으니까, 흐름이 가슴 속에서부터 요렇게 깨어나면 해야죠. 

◇ 최형진: 올해가 데뷔 51주년입니다. 작년부터 지금까지 대면 공연이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관객과 함께하는 무대가 그리우실 것도 같은데요.

◆ 양희은: 너무 그리워요.

◇ 최형진: 다시 관객들과 공연장에서 만난다면 첫 곡으로 생각해둔 곡이 있으십니까?

◆ 양희은: 아뇨. 없는데요. 하하. 뭐든지 이렇게 미리 생각하고 계획을 하지 않아서요. 그 시절, 계절에 따라서 무대에 따라서 첫 곡이 달라져요. 그때 그때요.

◇ 최형진: 한 청취자님께서 ‘저는 책 직접 사볼게요. 위로는 제값 주고 받고 싶어요’ 라고 직접 구매하시겠다고 하십니다. 

◆ 양희은: 네, 고맙습니다.

◇ 최형진: 또 다른 청취자님께서는 ‘양희은 삼행시할래요’ 하셨거든요. 한번 운을 띄어주실래요?

◆ 양희은: 양.

◇ 최형진: 양희은이란 가수는.

◆ 양희은: 희.

◇ 최형진: 희망과 축복.

◆ 양희은: 은.

◇ 최형진: 은총입니다.

◆ 양희은: 우와, 너무 과하다. 과하네요. 정말! (웃음)

◇ 최형진: 이 분 책 좀 드릴까요?

◆ 양희은: 네, 그러세요. 하하

◇ 최형진: 또 다른 청취자님께서는 ‘이 책은 한 권 구매하고요. 나중에 ‘너 이름이 뭐니?’ 제목으로 책 한 권 더 내주시면 열 권 구입하겠습니다’ 라고 하셨습니다. 

◆ 양희은: 하하하 다들 그러세요. 

◇ 최형진: 이 제목으로 책 한 권 더 내주시죠.

◆ 양희은: 또는 ‘그럴 수 있어’로 책 한 권을 더 내라고 하면서요. 많은 분들이 그렇게 제안을 해주시네요.

◇ 최형진: ‘너 이름이 뭐니?’로 책을 내시면서 내용은 본인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내용들 있잖아요. 

◆ 양희은: 좋겠죠. 아이디어를 주셔서 고맙습니다.

◇ 최형진: 다시 책으로 인상 깊었던 부분이 신부님들께 웃음으로 이자를 갚고 있다는 부분이었는데, 선생님의 유쾌한 웃음소리를 들으면 저도 웃게 되기도 하는데요. 이렇게 웃음을 전달하는 건 복리이자로 쳐도 되는 것 아닙니까? 지금도 이자 갚고 계십니까? 

◆ 양희은: 이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것이 복리라고, 아인슈타인인가 누군가 유명한 사람이 얘길 했어요. 그런데 복리라도 좋고요. 웃음이라는 건 방어기제를 누그러뜨리지 않습니까. 웃음은 좋은 거죠.

◇ 최형진: 그럼요. 과거로 돌아가면 자전거 배우라는 얘길 하고 싶다는 내용이 있던데, 언제쯤 쓰신 내용입니까? 

◆ 양희은: 자전거를 맨 처음 배운 게 24-25년 전 이야기인데요. 자전거를 너무 선망했어요. 자전거 타는 아줌마를요. 그래서 저쪽 올림픽 공원에 가면 주부들을 위한 자전거 교실이 있거든요. 그래서 사흘을 연수했는데, 연수를 하고는 무서워서 못 타겠더라고요. 그래 가지고 탈 줄은 아는데 타보지는 않았어요. 무슨 얘기인줄 아시죠? 그래서 젊은 여성들한테라도 뭔가 두려워하는 걸 매번 두려워만 하지 말고 한번은 해보라고 하는 내용이에요. 

◇ 최형진: 또 넘어져서 배우는 것도 많으니까요.

◆ 양희은: 맞아요. 넘어져야만 배워요. 그래서 맨 처음에는 넘어지는 법부터 가르쳐주시더라고요. 인생하고 똑같은 것 같아요. 

◇ 최형진: 이 책을 통해 안부를 전한다고 하셨는데, 라디오를 통해 매일 수많은 분들을 사연으로 만나잖아요. 이번 책은 그 분들에게 보내는 답장 같은 거라고 생각해도 될까요?

◆ 양희은: 네, 물론이죠. 여러분과 소통을 늘 하지만 사실 제 개인적인 얘기를 많이는 못하잖아요. 그런 면에서요.

◇ 최형진: 마지막으로 우리 애청자 분들께 ‘그러라 그래’ 포함해서 위로 한 마디 부탁드릴게요.

◆ 양희은: 여러분, 세상 살기가 다 고단하고 힘들지만 털어버리는 법도 배우면 그렇세 속 많이 상하지 않으셔도 좋아요. 그러니까 누가 나에 대해서 어쩌구 저쩌구 해도 ‘그러라 그래~’하며 한바탕 웃고 나면 좀 나아지실 거예요. 

◇ 최형진: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 양희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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