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라디오 YTN
  • 방송시간 : [토] 20:20~21:00 / [일] 23:20~24:00 (재방)
  • 진행 : 최휘/ PD: 신동진 / 작가: 성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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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으로 돌아본 2020년 언론보도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21-01-04 08:39  | 조회 : 1845 
[열린라디오 YTN]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21년 1월 2일 (토)
■ 진행 : 김양원 PD
■ 대담 : 김언경 뭉클 미디어인권연구소 소장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미디어비평] 인권으로 돌아본 2020년 언론보도

- 'N번방 보도', '매일 김용균이 있었다', '산재사망 노동자들의 부고' 등 인권문제 조명한 보도
- 반면, 코로나19로 인한 지역.인종.성소수자 혐오표현 보도은 인권침해
- 故 박지선 유서 공개 보도는 자살보도원칙 무시

◇ 김양원 PD(이하 김양원)>  한 주간 뉴스를 꼭꼭 씹어보는 시간, 미디어 비평입니다.  오늘은 김언경 뭉클 미디어 인권연구소장과 전화연결 되어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소장님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 김언경 소장(이하 김언경)>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김양원> 2021년 새해 첫 시간인데, 어떤 소식 준비하셨나요? 

◆김언경> 네, 2020년을 그냥 보내기 아쉬워서 지난 한해동안 언론이 인권과 관련해서 어떤 좋은 일을 했고, 어떤 나쁜 일을 했는지 좀 살펴보려고 합니다. 언론이 정치권력과 경제권력, 그리고 세상의 모든 부조리와 비리 등을 감시하는 감시견의 역할을 해야한다고 말하지만, 언론은 사람이 우선인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소외받는 사람, 부당하게 차별받고 있는 사람의 문제를 발굴해서 이슈화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그 이슈를 키워나가는 책무를 가지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언론을 필요로 하는 이유는 바로 그것입니다. 하지만 언론이 이런 자신의 책무를 충실히 하기는커녕 도리어 그 스스로가 인권을 침해하는 당사자가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김양원> <인권으로 돌아본 2020년 언론 보도>네요. 자, 인권측면에서 돋보였던 2020년 언론보도 어떤 것이 있습니까? 

◆김언경> 네, 작년에 가정 눈에 띄는 인권 관련 좋은 보도는 한겨레신문의 엔번방 사건 관련 보도였습니다. '텔레그램에 퍼지는 성착취’라는 탐사취재를 통해 엔번방 사건이라고 하는 성 착취물 제작과 배포 범죄 보도의 단초를 제공한 것인데요, 이 보도를 통해 한겨레는 2019 11월 민언련 이달의 좋은보도상, 한국기자협회의 2020년 4월 이달의 기자상을 받았고요. 국제앰네스티 언론상과 관훈언론상도 받았습니다. 물론 엔번방 관련 보도는 한겨레신문만의 노력은 아닙니다. 우선 이 사안을 먼저 인지하고 용감하게 이슈화한 대학생 기자단 추적단불꽃이 있었고요. 한겨레 못지않게 국민일보의 관련 취재 역시 훌륭했습니다. 가해자들이 자신들은 절대 잡히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던 엔번방 사건, 텔레그램 비밀방을 처음 취재하는 것이다 보니, 숨막히고 답이 없는 사안에 대해 취재하기도 힘들었을 것 같은데요. 이 사안을 발굴해서 공론화하고 수사와 처벌, 관련 범죄자에 대한 양형을 개정하고 피해자와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개선까지 이끄는 데 언론의 역할이 컸습니다. 

물론 모든 내용이 문제점이 없던 건 아닙니다. 여러 언론사에서 박사방 조주빈의 부적절한 발언을 그대로 생중계 수준으로 전해준다거나 사건의 본질을 전하기보다는 조주빈이라는 용의자에 대한 학교 생활, 교우관계 인터뷰 등 선정적 보도에 그쳤다는 점은 문제로 지적되었습니다.

◇김양원> 이른바 ‘N번방 사건’을 심도 있게 추적보도한 한겨레와 국민일보의 보도를 좋은 보도로 꼽아주셨습니다. 두 번째 인권보도는?

◆김언경> 작년엔 인터렉티브 기사 형태로 인권 문제를 조명한 보도들이 주목받았는데요. 우선 2018년부터 보도를 이어온 경향신문의 <매일 김용균이 있었다>가 매우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 보도는 2018년 1월부터 19년 9월까지 발생한 산업재해 사망사고 1305건을 전수조사한 뒤 희생자 한명 한명의 죽음을 기록한 인터렉티브 뉴스 사이트를 만들었습니다. 

인터렉티브 뉴스란 것을 잠깐 설명드리면요. 단어 뜻 그대로 독자와 상호작용하는 ‘반응형’ 뉴스인데요. 텍스트로만 된 기사가 아니라 일종의 프레젠테이션을 독자에게 보여주는 느낌을 주는 보도들인데요. 도표, 지도 등으로 동영상, 웹툰, 카드뉴스 형식으로 내용을 충분히 보기 좋게 시각화한 보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보도에 인권 문제가 많이 담기는 편인데요. 이건 좋은 변화라고 할 수 있는게, 기사형 보도들은 대부분 핵심적이고 충격적인 사안 하나에만 주목할 수밖에 없는데요. 인터렉티브 보도기법을 이용하면 한 사람 한 사람의 사연을 모두 기록할 수 있고요. 웹툰이나 동영상 다양한 방법을 통해서 시민에게 해당 이슈를 실감나게 전달할 수 있습니다. 경향신문의 <매일 김용균이 있었다>는 산업재해 희생자 한명한명의 죽음을 아카이브화한 보도였던 것입니다. 

이 보도는 2020한국데이터저널리즘어워드에서 데이터 시각화상을 받았고요, 2020년 관훈언론상도 받았습니다. 이 보도는 또 경향신문 1면 전체를 할애한 인포그래픽과 “오늘도 3명이 퇴근하지 못했다” 라는 리드문 단 한줄이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김양원> 네, [매일 김용균이 있었다] 신문 1면 전체를 할애한 배치로 인상적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산재사망 노동자들의 죽음을 고발한 또다른 기사도 있었죠? 

◆김언경> 맞습니다. 작년 서울신문이 11월 12일자 1면 전체를 할애해서 골판지 제조업체 노동자, 아파트 경비원, 택배 기사 등 42명의 부고 기사를 실었습니다. <산재사망노동자 부고>라는 제목의 2020년 상반기 산업재해로 사망한 야간노동자의 부고 기사였는데요. 사고, 과로, 질병 등 이들이 죽음에 이르게 된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인터렉티브 기사로 인상적인 인권보도들이 정말 작년에 많았는데요. 동아일보의 <증발> 역시 정말 인상적인 기획보도였습니다. 동아일보는 대법원 홈페이지에 게시된 실종선고자 6000여 명 중 생사불명이 된 지 10년 이내인 226명을 추려 3개월간 접촉했는데요. 그 결과를 가지고 인터렉티브 기사를 구현한 것입니다. 실종선고된 사람들, 생사불명이 된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그들의 가족은 어떤 고통을 겪는지, 증발되는 사람들과 연관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담아서 이 문제 역시 우리가 잘 살펴봐야 할 인권문제임을 드러냈습니다. 

◇김양원> 2020년을 인권보도 측면에서 돌아보고 있는데요, 이렇게 좋은 인권보도들이 있었군요. 새해 첫 주말을 맞아 마음이 훈훈해지는데요. 다시보고 싶은 인권보도, 더 있을까요? 

◆김언경> MBC의 경우 <소수의견>이라는 코너가 있어요. 언론인권상을 받기도 했는데, MBC 인권사회팀의 <소수의견> 코너는 장애인이 일상에서 느끼는 차별을 보여줬고 비장애인의 관점에서 탁상행정으로 운영되는 복지제도를 고발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YTN의 경우 YTN 어린이집 특별취재팀의 어린이집-위탁운영업체 리베이트 실태' 연속 보도가 이달의 기자상을 받았는데요. 이 보도는 민간 어린이집과 위탁운영업체의 수상한 공생관계를 보도했는데, 이 보도는 제가 이 방송에서 지적한 내부고발자의 고발을 토대로 해서 그동안 관행으로 여겨졌던 어린이집 리베이트 문제를 꼼꼼하게 취재했고요. 리베이트를 주고받는 구체적인 수법과 어린이집 원장들의 공모 관계, 당국의 허술한 현장 점검 실태를 취재해 경찰의 수사와 정부의 대책까지 끌어냈습니다.

◇김양원> 자, 지금까지는 좋은 인권보도였어요. 반면에 언론이 인권에 걸림돌이 되었던 보도들도 좀 있지 않습니까? 

◆김언경> 지난 2020년은 코로나19로 힘들었던 한해였습니다. 그래서 인지 차별과 혐오표현이 커진 해였습니다. 특히, 코로나19 혐오표현 보도는 그 어느 해와 달리 심각한 상황이었죠. 

◇김양원> 네, 저희가 지난 시간에도 한번 다뤘는데, ‘코로나19’ 대신 ‘우한폐렴’을 고집하는 언론보도가 대표적인 혐오보도가 아닐까 싶은데요. 그런데 코로나19로 발생하는 인권침해 사례가 우리나라에서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많았다고요?

◆김언경> 그렇습니다. 코로나19 발병 이후 중국에서는 아프리카인, 인도에서는 무슬림이 냉대를 받음. 중국 광저우에선 아프리카 출신 10명이 무더기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자 “아프리카인 1,000명이 격리시설을 탈출했다”거나“광저우에 흑인 30만명이 살고 있다”는 등 ‘가짜 뉴스’가꼬리를 물기도 했습니다. 실제 거주자는 4,500명에 불과하고 탈출 사례도 전혀 없었는데 말입니다. 미국 CNN방송 등 외신은 “흑인이라는 이유로 집에서 쫓겨나고 호텔에 묵지도 못하는 일이 빈발했다”고 전하기도 했었습니다. 인도에선 무슬림이 ‘인간 폭탄’ 또는 ‘코로나 지하드’로 낙인 찍혔고요. 이슬람 집회 이후 감염자가 폭증하면서 누적 환자가 9,000명을 넘어서자 무차별 핍박이 가해지기도 했답니다. 미국에서는 아시아인 혐오ㆍ차별고발사이트(AAPI Hate)가 개설되자 2주만에 1,200여건의 신고가 접수되었습니다. 

◇김양원> 우리나라에서도 코로나19 집단감염의 시초가 된 곳이죠, 이태원 클럽發 코로나 보도에서 동성애에 대한 차별적 보도들이 있었죠. 

◆김언경> 감염병이 발생하면 혐오표현도 함께 커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특히, 이태원 클럽을 성소수자들이 출입하는 곳이라는, 정확히 말하면 '혐오표현 보도'인데요. 국민일보의 보도는 명백한 인권침해였으며 사실상 코로나19 방역에도 해가 되었습니다. 또한 헤럴드경제의 <르포. 대림동 차이나타운 가보니 가래침 뱉고 마스크 미착용 위생불량 심각> 보도는 지역혐오와 인종 혐오 모두를 조장한 사례로 개인적으로 2020년 최악의 인권침해보도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심각한 보도였습니다. 

◇김양원> 이런 때<인권으로 돌아본 2020년 언론보도> 남은 한가지는?
 
◆김언경> 네, 2020년에도 불행한 죽음이 많았는데요. 유족의 원치 않았는데도 공개된 개그맨 고 박지선 씨의 유서 얘깁니다. 
지난 11월 28일에는 고 박지선 씨의 유서와 구체적인 사연을 공개한 <조선일보>와 <스포츠조선>가 한국신문윤리위원회로부터 경고를 받았습니다. 두 보도의 제목과 내용이  신문윤리실천요강 제7조 4항 ‘자살보도의 신중’, 제10조 1항 ‘표제의 원칙’을 위반했다는 이유에서인데요. 
신문윤리위는 “유서와 관련된 사항은 되도록 보도하지 않는 것이 자살보도의 원칙”인데도 <조선일보>와 <스포츠조선>이 “이런 자살보도 원칙을 무시하고, 독자의 호기심을 겨냥해 자극적으로 이 사건을 다뤘다”고 지적했습니다. 

◇김양원>네, 새해 2021년에는 오늘 전해드린 것처럼 차별과 편견 대신 평등과 존중, 이런 인권을 생각하는 보도들을 더 자주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김언경> 네 감사합니다.

◇김양원>지금까지 김언경 뭉클 미디어 인권연구소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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