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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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행: 박형주 / PD: 박준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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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포자(수학 포기자)를 줄이는 방법 (7/3 금)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20-06-26 16:25  | 조회 : 355 

수포자를 줄이려면 (7/3 )

안녕하세요! 아주대학교 총장 박형줍니다. 예전에는 여러 가지 일을 손대기보다는 한 우물을 파야 성공한다고 했습니다. 정말 그런가요? 백의의 천사 나이팅게일은 그러지 않았죠. 종군 간호사로 참전한 전쟁터에서 젊은이들의 죽음을 목격하고는, 사망의 원인을 찾기 위해 본인의 특기였던 수학적 재능을 살려서 각종 통계를 모아 분석했어요. 젊은 병사들이 총상 보다는, 비위생적 환경과 오염된 물 때문에 병을 얻어 죽는다는 걸 간파하게 됐죠. 결국 야전병원의 위생환경을 개선해서 사망자 수를 획기적으로 줄였습니다.

한 우물이 아니라 여러 우물을 파는 사람이 시대를 이끕니다. 동질의 융합보다는 이질적인 것들의 충돌과 상호극복이 판을 바꿉니다. 간호사는 약간의 의학 지식과 헌신만 있으면 된다고 하던 19세기에, 데이터와 수학으로 공중보건의 개념을 뒤집은 나이팅게일은 시대의 판을 바꾼 혁신가였습니다. 전쟁터에서 죽어나가는 병사들을 보고 그저 가슴 아파하지 않고, 혼란스런 숫자들에 불과한 데이터에서 그 숨은 의미를 읽어내는 통찰을 가졌죠.

청소년에게 수학이 무엇인가의 실마리는 21세기가 지식의 시대가 아니라는 역설에 있어요. 새로운 지식이 끊임없이 등장하고 곧 낡은 지식이 되니 얼마나 아는가는 덜 중요해졌죠. 시대의 변화를 읽고 새로운 지식을 흡수하는 능력이, 논리적 사고가, 그래서 중요합니다. 수학 교육은 생각의 재료를 주고 이를 버무리는 사고의 훈련 과정입니다.

많은 청소년이 수학을 포기한다고 합니다. 아이들은 수학 개념의 탄생 배경이나 미래 세상에서의 역할은 모르는 채, 반복해서 문제나 풀며 입시 대비 하라는 어른들 얘기를 듣습니다. 이래서야 수포자가 안되는 게 신기하죠. 교과 내용은 생각의 재료입니다. 기본적인 논리적 사고를 위한 재료를 미달하게 주면, 아이들은 빤한 내용을 끝없이 반복 학습하고도 신문의 데이터를 남의 해석해주어야 하는 반쪽짜리 지식인이 됩니다. 내용을 줄여도 흥미진진하게 가르치지 않으면 여전히 수학은 재미없어요. 뺄게 아니라, 스토리를 더하고 의미의 생명력을 부여해야 해요. 수학 개념이 탄생한 시대적 상황과 역사도 가르치고요. 문제 수는 줄이고, 문제는 꼬지 말고 평이하게, 평가는 실수를 해도 부분점수를 주는 서술식으로, 아이들의 좌절을 줄여줘야 합니다.

어차피 남는 건 그 자잘한 지식이 아니고, 할 수 있었다는 성취감, 그리고 더 어려운 것도 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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