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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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은 동그랗지 않고, 산은 원뿔 모양이 아니며...프랙탈 이론(6/24 수)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20-06-22 16:56  | 조회 : 1501 

프랙탈 (6/24 )

안녕하세요! 아주대학교 총장 박형줍니다. 프랙탈은 <깨진 조각>이라는 뜻의 라틴어에서 유래한 단어입니다. 20세기를 풍미했던 수학자 만델브로트가 발전시킨 개념이죠. 그는 겨울나무에 앉은 눈꽃의 모양이나 금융시장의 불규칙한 가격변동을 하나의 수학이론으로 설명했습니다.

하늘에서 찍은 해안선의 사진을 연상해보세요. 사진을 확대해 보아도 해안선은 원래 모습과 다를 바 없어 보이죠. 더 확대해도 여전히 같은 불규칙한 모양입니다. 이렇게 불규칙이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순환성을 가진 모양을 프랙탈이라고 합니다. 인체의 혈관도, 대동맥 수준에서 모세혈관까지 확대를 거듭해도 비슷한 모양인 프랙탈입니다. 이러한 자기유사성은 실험예술에도 많이 쓰여서, 디지털 아트에서는 프랙탈 아트가 하나의 분야로 간주됩니다.

선은 1차원, 면은 2차원이라는 차원 개념엔 이제 많은 이들이 익숙하다. 그럼 1.6차원 같은 건 있을까요? 2차원의 사각형에서 선의 길이를 두 배로 늘리면 같은 크기 사각형 네 개가 생기고, 3차원의 정육면체에서 똑 같이 하면 8개의 정육면체가 생기는 현상에 착안해서, 프랙탈을 확대할 때 반복되는 정도를 차원으로 보면 이런 이상한 차원이 나옵니다. 그래서 지리학자들은 해안선이 복잡한 서해안의 프랙탈 차원이 동해안보다 높다고 하고, 기상학자들은 뭉게구름이 1.35차원쯤이라 하고, 의학자들은 인간 뇌 주름이 2.72차원이라고 합니다. 뇌의 큰 주름을 들여다보면 다시 작은 주름이 계속되는 프랙탈 구조인데, 뇌의 주름이 뭉게구름보다 자기순환의 정도가 훨씬 더 높다는 뜻입니다. 그러니 프랙탈 차원이 높은 혈관구조를 가진 사람은 영양분이 인체요소에 전달되기 쉬운 건강 체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만델브로트는 불규칙하며 혼란스러워 보이는 현상의 배후에 정제된 규칙이 있음을 보였지만, 초기에는 작은 일탈현상을 과장한다고 비난 받았습니다. 만델브로트의 저서 <자연속의 프랙탈 기하학>에는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구름은 동그랗지 않고, 산은 원뿔모양이 아니며, 해안선은 원형이 아니고, 나무껍질은 부드럽지 않고, 번개는 직선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전통적인 유클리드 기하학에 매여서 프랙탈의 혼란스러움을 거부하던 비판자들에게, 불규칙과 무질서가 자연의 본질에 더 가깝다고 말한 것입니다. 프랙탈이라는 개념을 통해 불규칙한 세상을 이해하는 일은 이제 초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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