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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품 위작을 가려내는 핵심은 '주저함' (6/11 목)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20-06-22 16:28  | 조회 : 370 

미술 위작품 가려내기 (6/11 )

안녕하세요! 아주대학교 총장 박형줍니다.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는 1991년에 작가가 위작이라고 선언했지만, 작품을 소장 중인 미술관은 진품이라고 믿고 있죠. 이우환 화백이 진품이라고 믿는 작품 13개는 경찰이 모두 위작이라고 발표했고요. 그래서 화가 본인도 헷갈리는 미술 위작품의 감정엔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감정사는 원작자의 작품 기법이나 사용재료의 특성, 원작자의 화풍이 시기에 따라 변해온 이력 등을 면밀하게 분석합니다. 제작된 시기의 안료나 도구가 쓰였는지도 검증하고, 화학 약품과 X레이, 적외선 분석 등을 동원합니다. 숨겨진 밑그림으로 제작 시기의 상이함을 알아내기도 하죠.

그러다가 획기적으로 새로운 위작 가려내기 방식이 나타났습니다. 2008년에 미국의 다큐제작업체인 NOVA는 반고가 그린 진품 5개와 가짜 1개를 제시하고 위작품 찾아내기콘테스트를 진행하고, 참가팀들의 도전 과정을 다큐로 제작했습니다. 이 챌린지를 위해서 유명 화가인 샬롯테 캐스퍼스를 초빙해서 진짜와 같은 수준의 위작을 만들어냈죠. 당시 프린스턴 대학의 수학자 잉그리드 도브시 교수 팀은 wavelet이라는 수학이론을 무기로 성공적으로 위작을 가려냈습니다. 도브시 교수는 한걸음 더 나가서, 네덜란드의 반고 박물관이 보관하고 있는 진짜보다 더 진짜 같다는 모방작도 가려냈습니다.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작품들 사이에 화풍의 유사성을 측정해서 화풍을 시기적으로 분류하는 작업까지 해냈죠.

위작자는 원작과 동일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을 것이고, 모사과정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주저함이 숨어있을 거라는 게 도브시 교수의 출발점이었어요. `모방작에 숨어있는 주저함의 정도를 수학적으로 정량화해서 추적한다는, 놀라운 관점의 전환이었죠. 방법의 골자는, 그림을 대강의 윤곽과 나머지 세부정보로 나누어 표현하다는 겁니다. 주저함 정보는, 육안으로 탐지되는 윤곽 그림이 아니라 세부정보 그림에 숨어 있겠죠. 이제는 세부정보 그림을 윤곽과 심층 세부정보로 다시 나눕니다. 이렇게 계속해나가면, 진품은 윤곽만 남고 세부정보가 없는 단계에 곧 다다릅니다. 하지만 가짜는 숨어있는 주저함 때문에 세부정보 그림이 한참 더 남고요. 이 차이를 이용해서 단계가 많이 내려가는 작품을 고르면 그게 가짜인거죠.

세간을 떠들썩하게 하는 미술 위작품을 골라내는 이러한 수학적 혁신은, 유용할 뿐만 아니라 세상을 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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