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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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 숫자 '0'을 사용한 건 고작 500년 남짓 (5/21 목)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20-05-21 09:03  | 조회 : 446 

숫자 ‘0’의 혁명성 5/21

안녕하세요! 아주대학교 총장 박형줍니다. 오늘은 인류가 숫자 ‘0’을 찾기까지 겪었던 우여곡절에 대해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숫자 ‘0’은 무() 또는 공()을 뜻하죠. 이걸 찾는 과정엔 세는 것과는 다른 수준의 철학적 각성이 있었습니다. 서양에서는 13세기에 와서야 ‘0’의 개념이 소개 되었고, 본격적으로 사용된 것은 16세기 이후입니다. 유럽에서 ‘0’이라는 숫자를 사용하게 된게 고작 500년 남짓되었다니, 믿어지세요?

선사시대에도 사냥한 짐승을 헤아리는 수의 개념이 있었지만, ‘0’의 개념은 없었죠. 메소포타미아 문명과 이집트 문명 쯤에 오면, 수를 셀뿐 아니라 곱셈을 위한 구구단도 있었고 나일강의 홍수를 겪으며 측량을 위한 기하학도 발전했지만, 여전히 없다는 의미의 숫자 ‘0’의 개념은 없었어요. 자릿수 표기를 위한 ‘0’의 개념 정도를 발견했을 뿐이죠.

피타고라스와 플라톤이 산술과 기하를 논했고 2천년 동안 기하학의 핵심이었던 유클리드 기하학이 만들어진 고대 그리스에서도, ‘0’의 개념은 출현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여기서 전혀 다른 문명이 등장합니다. 힌두교에 기반한 인도 문명은 의 개념을 8세기경에 쉽게 발견했고, 이를 적용한 숫자를 만들어냈습니다. 흔히 아라비아 숫자라고 불리지만, 인도에서 만들어져 사용되다가, 이슬람교도들에 의해 지중해 지역을 거쳐 유럽으로 전해지는데 8백년 이상이 걸린 탓으로, 요즘은 인도-아라비아 숫자로 불립니다.

‘0’의 출현이 왜 이리 힘들었을까요? 힌두 철학은 의 개념을 쉽게 발견했지만, ’충만함의 신학이 유행하던 십자군 시대의 기독교에서는 비어있음의 개념이 설 자리가 없었던 탓이라고 해석하기도 합니다. “예수의 무덤이 비워있었음에 주목하고 죽음에서 깨어나는신학적 각성과 함께, 르네상스 시대에 집중적으로 이루어진 그리스 및 아랍의 문헌 번역작업이 상호작용하면서 ’0‘의 개념은 서양에서 받아들여졌어요. 이는 수학뿐 아니라 철학과 신학의 방향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음은 물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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