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FM, 조현지입니다
  • 제작,진행: 조현지 / 구성: 조경헌

인터뷰 전문

수어통역사가 마스크를 쓸 수 없는 이유?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20-03-19 16:27  | 조회 : 638 

YTN 라디오 뉴스FM, 조현지입니다’]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12:20~14:00)
진행 : 조현지 아나운서
출연 : 이성규 한국장애인재단 이사장

[같이의 가치]
수어통역사가 마스크를 쓸 수 없는 이유?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조현지 아나운서(이하 조현지)]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초코과자 광고의 유명한 광고송이죠. 굳이 말하지 않아도 상대방의 마음을 알 수 있다면, 정말 좋겠죠. 하지만 그건 어렵기 때문에 우리는 끝없이 대화를 해야 하는데요. ‘같이의 가치다정한 언어, 마음으로 듣는 언어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보려고 합니다. 서울시립대 교수이자, 한국장애인재단 이성규 이사장과 함께할게요. 이사장님, 안녕하세요.

이성규 한국장애인재단 이사장(이하 이성규)] 안녕하세요?

조현지] 요즘에는 건강하시죠?’라는 말이 단순한 안부 차원이 아닌 것 같습니다. 이사장님 건강하시죠?

이성규] , 건강합니다.

조현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확대되고 있어서 지구촌이라는 단어가 요즘은 새삼 피부로 와 닿는 것 같습니다.

이성규] 맞습니다. 최근 감염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캠페인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습니다만, 하루빨리 이 사태가 진전되기를 모든 지구촌 사람들이 염원하고 있을 겁니다.

조현지] 연일 TV와 신문 등 각종 매체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상황과 피해 등을 보도하고 있는데요. 매일 정부나 지자체의 브리핑 방송을 보면서 궁금한 점이 있었는데요, 브리핑하는 관계자 옆에서 수화통역을 하시는 통역사분은 왜 마스크를 쓰지 않으시나요? 감염 예방 수칙의 가장 기본적인 마스크 착용인데요.

이성규] 마스크를 쓰지 않는 이유를 설명해 드리기에 앞서 한 가지 먼저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아요. 조현지 아나운서도 수화라고 하셨는데요. 지난 2016년에 한국수화언어법이 제정되면서 한국수어가 한국어와 동등한 언어로 인정받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현재는 수화가 아닌 수화언어를 뜻하는 수어라고 표현해야 합니다. 손으로 쓰는 언어인 수어인 것이지요.

조현지] , 그렇군요. 저도 오늘 배웠네요. 앞으로는 수어라고 말하겠습니다.

이성규] , 그럼 수어통역사가 마스크를 쓰지 않는 이유는 뭘까요? 수어는 표정까지 포함하는 시각 언어이기 때문인데요, 수어통역사들을 유심히 보신 분들은 느끼셨겠지만, 수어통역사가 손 제스처뿐만 아니라 얼굴의 표정, 입의 모양도 계속 바꾸는 것을 보셨을 겁니다. 예를 들어 기침할 때의 표정에 따라 기침의 강도를 표현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요. 흰색인 방호복을 표현하고 싶을 때 수어통역사가 이를 드러내면서 손가락으로 이를 가리켜야 흰색이라는 단어가 되기도 하지요. 이처럼 마스크를 쓰고 있으면 전달하고 싶은 내용을 제대로 표현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조현지] 비장애인의 경우도 대화할 때 억양이나 말투, 얼굴표정, 제스처 등으로 감정이나 의사를 표현하는 것처럼 수어도 마찬가지인 것 같네요.

이성규] 수어를 통해 청각장애인은 눈으로 듣는다고 할 수 있죠. 수어를 활용하여 의사소통에 기여하는 비중이 손짓이 30~40%에 불과하고 60~70%가 표정이나 몸의 방향 등이라고 합니다.

조현지] 설명을 듣고 보니 수어 통역사가 찡그리거나 화난 표정을 짓는 이유가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서인 것 같네요. 수어 통역사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것이 확실히 이해되네요. 이번 코로나19 사태처럼 건강과 재산 보호를 위해 중요한 정보를 장애인에게 정확히 제공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아요.

이성규] 물론이죠. 혹시 1년 전에 강원도에 큰 산불이 났던 것을 기억하시나요?

조현지] , 기억납니다. 식목일 전날 강원도 고성, 속초 등에 많은 피해를 입힌 산불이었지요. 전국에 있는 소방차와 소방관이 강원도로 출동하는 모습으로 많은 국민들이 감동을 받았지요.

이성규] , 전국의 소방대원들이 동원될 만큼 엄청나게 큰 재난이었고, 지역 주민들이 큰 고통과 아픔을 겪었고 지금도 힘들어하는 분들이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당시 청각장애인은 방송을 보면서 이중으로 고통을 받았습니다. 산불재난 방송을 하는 지상파, 종편 방송 등 대부분의 매체에서 수어 통역이나 화면 해설을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조현지] 당시 뉴스를 통해 산불이 강한 바람으로 빠르게 번져 주민들이 안전하게 대피해야 한다는 것이 기억나는데, 청각장애인은 어떤 상황인지 잘 알지 못하니 어떻게 대피해야 하는지 정말 무섭고 답답했을 것 같습니다.

이성규] 당시 장애인들의 항의로 매체마다 조금씩 달랐지만, 산불이 난 다음 날부터 수어 통역을 시작했습니다. 재난방송은 생명과 재산을 지킬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채널이고 당연히 장애인, 노인 등 취약계층을 포함한 모든 국민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하죠. 그런데 방송에 수어 통역이 포함되어 있지 않았으니 그 답답함과 고통이 얼마나 컸겠습니까. 이 사건 이후 방송통신위원회를 비롯하여 관계부처에서 대책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재난방송에 대한 주관을 행정안전부로 하고 각 방송사의 수어방송을 의무화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한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1월부터 시작한 정부의 코로나19 관련 일일 브리핑을 시작한지 16일이 지난 24일에야 브리핑 룸에 수어 통역사가 등장했습니다.

조현지] 다시 한번 느끼는 것이지만 장애인에 대한 법적 장치도 중요하지만, 현장에서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아직 많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이성규]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하루아침에 좋아지지는 않지만, 법적인 장치를 토대로 사회적 시스템을 만들고, 그 시스템 안에서 사람들의 인식이 자리매김하는 것으로 선순환 되어야 합니다.

조현지] 정말 중요한 말씀입니다. 다시 수어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은데요.

이성규] 그럼 간단한 퀴즈를 내볼까요? 나라마다 수어가 같을까요, 다를까요?

조현지] 앞선 설명에서 힌트를 얻는다면, 2016년에 한국수화언어법이 만들어졌으니 나라마다 다르지 않을까요?

이성규] 맞습니다. 나라마다 사용하는 언어가 다른 것처럼 수어도 나라마다 다릅니다. 언어정보 사이트인 에스놀로그(www.ethnologue.com) 따르면 2019년 현재 세계 언어는 7,117개인데 이 중 수어는 142개라고 합니다. 그리고 수어 중 유럽이 41, 아시아가 36, 아메리카가 31개라고 합니다.

조현지] 수어의 종류가 생각보다 많네요. 나라마다 다른 수어를 사용하니까 비장애인이 다른 나라 사람들과 대화할 때 통역이 필요한 것처럼 수어도 통역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이성규] , 수어도 국제적인 기준이 필요해서 1959년에 수화연합위원회(CUC)에서 국제수화(International Sign, IS)를 명시하는 책을 출판하게 되었고, 처음 책이 출판되었을 때는 614개의 단어를 정했지만, 이후에도 단어들이 점점 추가되어 현재 약 1,500여 개의 단어가 등록되어 있다고 합니다.

조현지] 국제적인 기준이 만들어지기 시작한 지도 60여 년 정도 되었는데, 한국수화언어법이 2016년에 만들어졌다니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 수어에 대해 관심이 없었던 게 아닌가 싶네요.

이성규] 유럽과 미국 등은 이미 2~30년 전에 수화가 언어로 인정되었고, 학계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 청각장애인에게 보다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일본수어와 한국수어가 비슷하다는 평이 있습니다. 늦었지만 수어가 정식 언어로 인정받았으니 우리나라 고유의 문화와 가치가 담긴 수어가 많이 나왔으면 합니다.

조현지] 저도 같은 바람입니다. 그런데 비장애인의 경우에는 수어를 접할 기회가 많지 않고, 최근 코로나19의브리핑이나 TV 하단에 작게 보이는 화면 정도가 전부인 것 같아요. 앞으로 방송에서도 수어가 많이 활용되어야 할 거 같네요.

이성규] , 맞습니다. 재난방송뿐만 아니라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수어 통역이 다양한 매체에서 많이 활용되어야 하는데, 방송사별로 배치된 수어 통역사가 많지 않고, 화면도 작아서 많이 불편한 것이 사실입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5,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수어 통역을 위한 인적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예산을 투입하겠다는 방향도 발표한 만큼 앞으로 나아질 것으로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화면 하단의 작은 화면으로 나오는 수어화면의 크기와 위치를 조정할 수 있는 스마트 수어방송 서비스도 있습니다. 수어 영상을 5배까지 확대하여 본 방송화면과 분리해서 볼 수도 있고, 위치를 상단 등으로 조정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기술은 청각장애인뿐만 아니라 기존에 수어화면이 방송을 가리는 것에 대한 비장애인의 불편함도 해소하는 서비스라고 할 수 있죠.

조현지] , 그렇군요. 그 서비스는 YTN 방송에도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앞으로 이런 서비스가 보다 확대되었으면 합니다. 오늘 이사장님과의 얘기하면서 청취자분들께서도 수어에 대한 인식이 조금 달라졌을 거라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해주실 수 있을까요?

이성규]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장의 최전선의 많은 의료진과 관계자 여러분들의 헌신과 노고에 모든 국민들이 깊은 감사를 드리고 있습니다. 더불어 청각장애인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사명감으로 활동하고 있는 수어 통역사들에게도 많은 격려와 응원이 필요합니다. 이분들에게 많은 응원과 지지 부탁드립니다.

조현지] 누구나 함께하는 사회를 위한 따뜻한 말씀, 감사합니다.

이성규] 감사합니다.

조현지] 지금까지 우리가 내딛는 한 걸음 걸음이 우리 사회의 장애인식을 바꾸는 거름이 되는 시간! ‘같이의 가치한국장애인재단, 이성규 이사장과 함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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