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FM, 조현지입니다
  • 제작,진행: 조현지 / 구성: 조경헌

인터뷰 전문

[영준책방] 웃을 일 없는 요즘, 답답한 마음을 달래 줄 책은 없을까?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20-03-09 14:44  | 조회 : 584 
[YTN 라디오 ‘뉴스FM, 조현지입니다’]
■ 방송 : YTN라디오 FM 94.5 (12:20~14:00)
■ 진행 : 조현지 아나운서
■ 대담 : 남영준 중앙대학교 문헌정보학과 교수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영준책방] 웃을 일 없는 요즘, 답답한 마음을 달래 줄 책은 없을까?

◇ 조현지 아나운서(이하 조현지)] 재능 있는 책 도둑은 아무 책이나 훔치는 게 아니라 훔칠만한 가치가 있는 것을 훔친다. 그런데 책을 훔치면서 알게 된 진리가 하나 있다. 훔친 책은 언젠가는 도둑질을 당한다는 것이다. 군대에 갔다 왔더니, 어떤 녀석인지 그동안 내가 피땀 흘려가며 훔쳐 모은 책만 골라 가져가버렸다. 샀거나 물려받은 책은 귀신처럼 알고 전혀 건드리지 않았다.

◇ 조현지] 매주 월요일에만 문을 여는, <영준책방> 성석제의 산문집, <성석제의 농담하는 카메라>에 실린 문장들로 시작했습니다. 청취자분을 위해서, 영준책방의 책 주치의가 고른 책인데요, 자세한 얘기! 지금부터 나눠볼게요. 중앙대학교 문헌정보학과 남영준 교수님! 오늘도 오셨습니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 남영준 중앙대학교 문헌정보학과 교수(이하 남영준)] 안녕하세요.

◆ 남영준] <뉴스FM, 조현지입니다>가 지난주 수요일에 일주년이었거든요. 그래서 조촐하게 돌잔치를 했어요. 좋아하는 요일 코너에 대한 사연도 보내 달라고 말씀  드렸는데요, 한 청취자 분께서 이런 문자를 주셨어요.

[6876] 6학년 4반 청취자입니다. 영준책방의 맞춤 책처방으로 책을 전보다 가까이하게 되었으며 독서를 즐기고 있어요.

◆ 남영준] 감사합니다. 조만간 팬미팅이라도 해서 감사를 표하도록 하겠습니다.

◇ 조현지] 이번 주말 내내 외출을 자제하고 집에 계셨다는 분들 많으시더라고요. ‘그래, 이럴 때 책을 읽자’ 하고 책을 펼쳐 들었다는 분도 있었는데요. 매주 영준책방에서는, 여러분들의 사연에, 맞춤 책처방을 해드리고 있습니다. 어떤 사연이든 좋습니다. #0945, 단문 50원, 장문 100원의 유료문자로 보내주셔도 좋고요! 모바일어플 <yes> 앱, 유튜브 보이는 라디오 채팅창으로 남겨주시면, 잘 갈무리 해뒀다가 다음 시간에 맞춤 책처방 해드리겠습니다. 자, 그럼 사연 소개해 드릴게요.

[2430] 세상이 시끌시끌해서 그런지 한숨은 늘고 웃을 일이 없는데요. 책을 통해서 웃고 싶네요~ 추천 부탁해요

◆ 남영준] 오늘 받은 애청자님의 사연은 제가 영준책방하면서 받은 가장 짧은 사연이면서 가장 많은 의미를 함축한 사연입니다.

◇ 조현지] 그렇죠? [2430]님의 사연에 공감하시는 분들, 많으실 것 같아요. 요즘 라디오, 텔레비전뿐만 아니라, 어딜 가든지 코로나19 얘기뿐이고요, 경제, 문화, 교육 등, 여러 분야에 영향을 미치고 있죠. ‘혹시 나도 감염되는 게 아닐까.’ 불안감도 커지고 있죠. [2430]님 말씀처럼 웃을 일이 줄어들고 있어요.

◆ 남영준] 네, 나라가 온통 코로나19로 뒤덮인 상황에서 [2430]님은 웃고 싶은 심정을 달래줄 수 있는 책을 추천해 달라고 말씀하셨는데요. 그런데 요즘 도서관뿐만 아니라 주요 공공문화시설이 대부분 휴관하고 있어 책 빌려보기가 그리 만만하지 않으시죠? 또 정부가 사회적 거리 두기를 권장하고 있으니 현명한 우리나라 국민들은 외출을 삼가고 있으시잖아요. 영준책방은 애청자들에게 독서를 권하는 코너인데 도서관도 서점도 가기 꺼려지는 상황을 고려하여 오늘은 두 권의 책을 조금 다르게 추천하겠습니다. 도서관에 가지 않고 제가 추천하는 책 가운데 오늘 하루만 아니 지금 이 방송을 듣는 순간만이라도 잠시 코로나19를 잊게 만드는 책을 조금 읽어드리려고 합니다. 다른 책 한 권도 너무 웃퍼서 우리에게 위로를 줄 수 있는 우화입니다.

◇ 조현지] 그럼, 가장 먼저 어떤 책부터 만나볼까요?

◆ 남영준] 먼저 소개할 책은 성석제 님의 2008년 작품으로 “성석제의 농담하는 카메라”입니다. 오늘 영준책방 문을 연 작품이기도 하죠.

◇ 조현지] ‘농담하는 카메라’라니.. 책이 어떤 내용이 담겼을까 궁금하네요?

◆ 남영준] 제목 그대로 농담이라고 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울림과 위트가 있는 산문집입니다. 음식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음식기행문일 수도 있고요. 어린 시절과 지금을 돌이켜 보면서 빙그레 웃을 수 있는 글들이 사진과 함께 잘 어우러진 사진 앨범이기도 합니다. 이 가운데 제가 가장 좋아하는 “선물”이라는 제목의 글입니다. 조금 길기 때문에 조현지 아나운서와 제가 함께 읽어드리겠습니다.

◇ 조현지] 그럼, 제가 먼저 읽어보겠습니다. “겨울밤이었고 아버지가 일평생 처음으로 선물이라며 종이 봉지 속에 든 강아지를 내게 줄 때 술 냄새가 났다. 나는 종이봉지 속의 강아지의 목덜미를 붙들어 현관 바깥 종이상자 속에 내려놓았다. 가축은 집에 들일 수 없는 게 원칙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강아지를 선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한밤중에 나는 선물이 우는 소리에 잠을 깼다. 내 옆, 옆과 그 옆, 그 옆에 자고 있는 그 누구도 잠을 깨거나 일어나지 않았다. 방을 나가서 바깥에 있는 화장실로 가기 위해 문을 열었을 때 선물이 우는 소리가 더욱 크게 들렸다. 사실 오줌이 마려웠던 것도 아니었다. 선물이 어떤 상태인지 알고 싶었던 것이다.“

◆ 남영준] “그건 다리를 덜덜 떨며 낑낑거렸다. 나는 배가 고파서 우는 걸로 알았다. 나는 그날 저녁 내 몫으로 받고 아껴 먹다 남겨둔 백설기를 가지고 나왔다. 접시에 물을 담아 백설기와 함께 큰맘 먹고 내밀었다. 선물은 내 선물에 관심이 전혀 없었다. 그저 낑낑거리며 다리를 떨며 울 뿐이었다. 나는 무시당한데 대해 화가 났다. 선물을 철회했다. 물은 그냥 두었다. 울다보면 목이 멜지도 모르고 물은 그럴 때 먹으면 되니까. 방으로 돌아와 누었을 때에도 선물의 울음소리는 계속해서 들려 왔다. 여린 낑낑거림은 정확하게 나의 청각을 자극하고 잠 못 들게 했다. 결국 다시 밖으로 나갔다. 철회했던 선물을 다시 주고 그 옆에 쭈그리고 앉았다.”

◇ 조현지] “선물의 머리를 쓰다듬기 시작하자 울음이 그쳤다. 선물은 너무 어려서 백설기를 먹을 수 없었다. 물을 마시지도 않았다. 다만 관심과 연민에 반응할 수 있을 뿐이었다. 관심과 연민의 공급이 중단되면 즉시 울음이 시작됐다. 결국 나는 내복 바람으로 날이 밝아오는 것을 보았다. 아버지는 강아지를 선물했다. 나는 강아지에게 백설기를 선물했다. 밤이 아침을 선물하듯 강아지는 내게 난생처음 경험하는 연민의 감정을 선물했다.”

◆ 남영준] 청취자분은 어떠셨어요? 글이 참 좋지요? 코로나19를 잠시라도 잊어버리고 좋은 느낌을 순간에 가지셨다면 오늘의 이 시도는 성공인데 말이죠.

◇ 조현지] 네, 뭉클하면서도 미소가 지어지는 글이네요.

◆ 남영준] 청취자분들이 반응을 봐서 영준책방으로 코로나19 사태를 넘겨볼 때까지는 오디오 북처럼 책을 읽어드리는 시도도 해볼 생각입니다. 왜냐하면 제가 소개해도 그 책을 볼 수 있는 도서관들이 휴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 조현지] 네, 좋습니다. 오늘 두 권의 책을 추천해 주신다고 했는데요. 이제 두 번째 책도 만나볼까요?

◆ 남영준] 두 번째 책은 잘 알려진 작품인데요. 류시화 님의 ‘인생 우화’입니다. 고른 첫 번째 이유는 책 겉면에 있는 이런 글귀가 있어서입니다. ‘천사의 실수로 세상의 바보들이 한 마을에 모여 살게 되었다.’ 이 우화집의 원전은 폴란드의 작은 마을 헤움을 배경으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들에서 영감을 받아서 창작한 우화라고 류시화 작가는 설명하고 있습니다. 혹시 조현지 아나운서도 읽어보셨나요?

◇ 조현지]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이랑 지구별 여행자는 읽어봤는데 이 책은 못 읽어 봤어요.

◆ 남영준] 저는 이 책이 현재 코로나19 사태에 힘들어하는 우리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참 많다고 생각하거든요. 그 가운데 ‘세상에서 가장 쉬운 위기 대처법’에 나타난 글입니다. 조현지 아나운서께서 한번 읽어주세요.

◇ 조현지] “사람들에게 지금이야말로 진짜 위기 상황이라고 알리면 어떨까요? 상황이 나아진 것 같지만 실제로는 언제 비가 또 내려 강이 다시 넘칠지 모르기 때문에
긴장을 늦추면 안 된다고 말예요. 드러나지 않은 위기야말로 더 심각한 위기이니까요.”

◆ 남영준] 어떠세요. 지금의 우리의 현실에 와 닿는 내용이지요? 우화는 유머와 풍자를 바탕으로 일반적으로 어리석은 사람이 등장시켜 사회적 교훈을 은유적으로 나타냅니다. 이 책에서 나오는 어리석은 사람의 유형을 한번 아나운서님께서 읽어주세요.

◇ 조현지] “진실을 구입하러 갔다가 속아서 구린내 나는 오물을 한 통 사 가지고 와서는 ‘진실은 구리다’고 고개를 끄덕이는 이들, 아들의 완벽한 결혼식을 과시하기 위해 최상의 준비를 했으나 정작 신랑을 데려오지 않는 재산가 부부, 웅덩이에 빠진 사람을 구하기 전에 그가 어느 쪽에서 어느 각도로 걸어오다가 빠졌는지 분석하느라 시간을 보내는 현자들, 자신들이 지어낸 행운의 우물에 대한 거짓말을 반복하다가 결국 그것을 진실이라고 믿게 되는 사람들.”

◆ 남영준] 이 책에 등장하는 웃픈 주인공의 모습들이 요즘 우리 언론에서 자주 보고 듣는 얼굴과 음성이 많이 오버랩이 됩니다. 작가는 책의 말미에서 ‘이곳은 실제로 존재하는 세계일까? 왜 사람들은 이토록 자연스럽게 어리석을까’라고 말하면서 우화는 픽션이 아니라 진실일 때 마음에 파문을 일으킬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두 권의 책은 요즘 시절에 그나마 웃으면서 읽을 수 있는 좋은 책이오니 애청자님의 답답함을 조금이나마 풀어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 조현지] <영준책방> 오늘은 코로나19를 잠시 잊고, 웃을 수 있는 책 '성석제의 농담하는 카메라', '인생우화' 두 권을 소개해 드렸고요, 남영준 교수님과 함께했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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