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플러스
  • 방송시간 : [월~금] 15:00~16:00
  • 진행 : 김우성 / PD: 김우성 / 작가: 이혜민

인터뷰 전문

[생생경제] 교실 속 경제교육, ‘자유마을’에서는 파산하는 아이도 생긴다?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20-02-25 17:38  | 조회 : 1577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15:10~16:00)
■ 진행 : 김혜민 PD
■ 대담 : 문경민 서울 언남초등학교 교사, ‘교실 속 마을활동’ 저자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생생경제] 교실 속 경제교육, ‘자유마을’에서는 파산하는 아이도 생긴다?


◇ 김혜민 PD(이하 김혜민)>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저도 매일 생생경제 진행하면서 조금씩 경제에 대해 배워가고 있는데요. 제가 어릴 때 경제공부를 했다면 지금 더 좋은 진행자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늘 있습니다. 그래서 저도 우리 아이들한테 경제에 대해 가르치려고 하는데 이게 또 쉽지 않더라고요. 오늘은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경제를 생생하게 가르치기 위해 현장에서 노력하고 있는 교사를 모셨습니다. ‘교실 속 마을활동’의 저자, 서울 언남초등학교의 문경민 선생님 나오셨어요. 선생님, 안녕하세요?

◆ 문경민 서울 언남초등학교 교사(이하 문경민)> 네, 안녕하세요.

◇ 김혜민> 우리 청취자 분들께 인사 한 말씀해주시겠어요?

◆ 문경민> 네, ‘교실 속 마을활동’을 썼고요. 저 혼자 쓴 것은 아닙니다만. 김혜영, 김자윤, 김희선 선생님과 같이 썼습니다. 그리고 서울 언남초등학교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문경민입니다.

◇ 김혜민> 지금 원래 3월에 모시면 너무 바쁠 것 같아서 저희가 2월에 모셨는데 지금 개학이 연기됐잖아요. 선생님들의 마음도 너무 심란하시겠어요.

◆ 문경민> 그렇죠. 교육과정 짰던 것도 다시 조정하고 해야 해서 여러 가지고 분주하기도 하고요. 아무래도 학부모님들이 걱정이 많으시죠. 당장 대책도 없고 하니까요. 

◇ 김혜민> 저예요, 그 학부모. 우리 아들 초등학교 입학해야 하는데 1주일 미뤄져서요. 사실 초등학교 입학식이 인생에서 얼마나 값진 추억의 시간이에요.

◆ 문경민> 그렇죠. 특별하죠.

◇ 김혜민> 저도 너무 학부모로서 속상한데 선생님들도 참 힘드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원래 초등학교 선생님은 국어 가르치고, 경제 가르치고, 이렇게 없잖아요?

◆ 문경민> 그렇죠. 모든 과목을 가르쳐야 하죠.

◇ 김혜민> 선생님은 왜 경제에 관심을 갖게 되셨어요?

◆ 문경민> 삶의 문제였기 때문에 관심을 안 가질 수가 없었고요. 그리고 아이들한테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대해서 더 잘 가르치고 싶은 욕심,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어떻게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하는 소망을 같이 공유하고 싶은 마음, 그런 것들이 있었기 때문에 경제 교육을 각별히 들여다보게 된 것 같습니다.

◇ 김혜민> 지금 선생님과 몇 분의 선생님들이 쓰신 ‘교실 속 마을활동’이라는 책을 보면 이런 말이 있어요. “교과서대로 가르치다 보면 슬쩍 답답한 기분이 들어서 조금 더 생생하게 가르치고 싶다고 하는 생각이 든다.” 경제는 사실 정말 생생한 학문이잖아요. 먹고사는 이야기고요. 아이들에게 생생하게 가르치기 위해서 고민을 많이 하셨을 것 같아요?

◆ 문경민> 네, 많이 했죠.

◇ 김혜민> 그래서 해답을 얻으신 것을 이 책에 쓰신 건데요. 마을활동이라는 개념을 경제교육의 방법으로 가지고 오셨어요? 이유가 있습니까?

◆ 문경민> 처음에 마을활동은 저희 팀이 마을활동이라는 것을 다른 곳에서 배운 겁니다. 어떻게 배웠냐면 학급 경영방식으로 배웠어요. 그런데 학급 경영방식으로서의 마을활동을 1년 동안 적용하다 보니까 교실 안에서 경제적인 문제가 너무 많이 발생하는 겁니다. 애들이 구매력이 있는 마을화폐라는 것을 가지고 물건도 사고팔고, 노동도 하고, 거기에 대한 임금도 받고, 벌금도 받고, 상금도 받고, 이런 식의 활동들인데요. 그런 활동들을 학급 경영방식으로서의 마을활동을 유지해나가다 보니까 그 사이에서 인플레이션도 일어나고, 도둑도 생기고, 파산하는 사람도 생기고, 돈이 너무 많아서 주체하지 못하는 아이들도 생기고요. 양극화 문제도 심하게 생기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것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해서 힘들었는데요. 그런데 그때 당시에 제가 헨리 조지와 같은 경제 서적들을 탐독하고 있었고, 그쪽 부분에 관심이 많이 있었어요. 그래서 이 문제를 그러면 경제교육의 문제로 풀어보자, 이 사태를. 마을활동에서의 경제적인 현상들을 따로 모아서 3주짜리의 프로젝트 학습으로 재정리를 한 겁니다. 그렇게 해서 나오게 된 것이죠.

◇ 김혜민> 지금 마을헌법이라는 게 있습니다. 이게 마을활동에서 하는 헌법인 것 같은데, 제가 읽어보면, “우리는 마을활동을 통해 배움을 일군다. 우리는 마을활동을 하는 동안 마을법률을 철저히 지킨다. 우리는 마을의 경제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와 마을법률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 그리고 또 하나가 “우리는 평등마을, 자유마을, 공정마을을 경험한다.” 이렇게 쓰여 있어요. 평등마을, 자유마을, 공정마을은 어떤 마을입니까?

◆ 문경민> 평등마을은 말 그대로 평등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자유마을은 경제활동에서의 자유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공정마을은 평등마을과 자유마을에서의 문제점들을 해결해서 조금 더 공정한 사회로 만들어 가는 이름인 것이죠.

◇ 김혜민> 그러면 평등마을이 사회주의인 건가요?

◆ 문경민> 네, 그렇게 볼 수 있습니다.

◇ 김혜민> 자유마을은 자본주의, 공정마을은 우리가 지금 추구하고 있는, 자본주의를 보완하는 약간의 복지국가의 개념인 것 같네요.

◆ 문경민> 네, 그런 개념이 상당 부분 있습니다. 평등마을에서는 아이들이 직업별로 임금이다 똑같아요. 그리고 담임교사의 영향이 굉장히 커서 직업이라든가, 자리라든가, 이런 것들을 교사가 지정해주는 일도 있습니다. 반면에 자유마을 같은 경우에는 직업 선택의 자유라든가, 돈을 벌 수 있는 자유, 그다음에 자리를, 여기서 자리가 아이들이 앉는 자리를 토지라고 보는데요. 토지를 선택할 수 있는 자유, 그리고 그를 통해서 불로소득을 얻을 수 있는 그런 자유까지 다 열어줘요. 그렇게 하면 평등마을 때는 아이들이 조금 답답하게 느낍니다. 경제활동에 대해서요. 그리고 약간 억울한 아이들도 생겨요. 나는 열심히 일했는데, 왜 옆에 있는 애랑 임금이 똑같으냐고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요. 그런데 자유마을 때는 아이들이 자기가 벌고 싶은 만큼 다 벌 수 있기 때문에 직업도 여러 개를 가질 수 있습니다. 직업을 세 개, 네 개씩 하는 아이들도 생기고, 반면에 지출이 굉장히 많이 늘어나기 때문에 아이들이 돈을 막 쓰는 애들은 파산하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토지 불로소득을 일부러 창출해줘요. 제가 아이들한테 너의 자리를 나에게 팔면 내가 너에게 만 냥을 줄 수 있다고 이야기를 하고, 그러면 아이들이 선뜻 그것을 팔거든요. 그러면 그것을 아이들한테 공개하는 거죠. 여기 이제 토지 불로소득으로 만 냥을 번 누가 있는데, 얘가 이런 경제현상이 발생한 것에 대해서 너희들은 어떻게 생각하느냐. 그리고 이 아이가 어떻게 하는지 잘 보자든가. 그때 어떤 느낌이 들었는지 같이 나눠보기도 하고, 그런 식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죠.

◇ 김혜민> 재밌네요. 굉장히 재밌네요. 평등마을, 자유마을, 그리고 공정마을을 통해서 아이들에게 경제 시스템을 가르치는 거고요. 거기에 장단점을 본인들이 몸소 체험하는 거군요?

◆ 문경민> 중요한 것은 맨 마지막에 공정마을을 만들어가는 부분이 사실 굉장히 중요해요. 두 부분에서의 경제제도가 어떤 부분에 문제가 있는지를 발견하고, 그것을 보완해서 조금 더 나은 세상으로 만들어갈 수 있는 것을 우리가 실제로 할 수 있다고 하는 그런 상상, 또는 사고의 깊이 같은 것을 아이들이 경험하게 하는 것이죠.

◇ 김혜민> 그러면 공정마을은 어떤 마을입니까? 그게 궁금해지네요. 본인들이 평등마을, 자유마을을 체험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운다고 하셨잖아요?

◆ 문경민> 공정마을은 진로교육과도 연관이 되어 있습니다. 공정마을은 자기가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경제적으로 안정된 상황 속에서 잘하면서 행복하게 잘사는 우리 반 교실사회, 공동체를 만드는 게 공정마을의 목적이에요. 어떤 돈을 벌겠다고 하는 욕심이라든가, 아니면 경제적으로 위협 당하는 그런 상황 속에서 초조함을 느끼지 않고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가지고 그것을 통해서 임금을 얻고, 그것을 통해서 지출을 하고, 서로 잘 행복하게 잘사는 그런 공동체를 만드는 게 공정마을의 목적입니다.

◇ 김혜민> 그러면 아이들이 평등, 자유, 공정마을 중 선호하는 것이 다 다를 것 아니에요.

◆ 문경민> 네, 아이들의 기질마다 다릅니다. 사람들마다 다 다르잖아요. 내가 살아가고 싶은 스타일이 다르듯이 아이들도 다 다르거든요. 어떤 아이들은 돈 벌 욕심이 아주 많은 아이들이 있습니다. 정말 깨알 같이 돈을 모으기도 하고요. 또 어떤 아이들은 머리가 비상해서 그 시스템의 이점과 단점, 이런 것을 잘 파악해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내가 여기서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것을 캐치하기도 하죠. 그러면 그런 방식으로 경제 시스템 속에서 열심히 살아갑니다. 자유마을 때는 정말 아이들이 약간 치열한데요. 같은 직업이 여러 개 생겨요. 슈퍼마켓 1, 슈퍼마켓 2, 이렇게 생기기도 하고요. 평등마을 때는 슈퍼마켓이 하나밖에 없거든요. 그래서 안정된 환경으로 돌아가게 되는데요. 그런 복잡한 상황들이라든가, 스트레스를 받는 그런 상황들을 즐겨하지 않는 아이들도 분명히 있고, 사실 저도 그렇고요. 그래서 평등마을이나 공정마을을 더 좋아하는 아이들도 많이 있죠.

◇ 김혜민> 굉장히 재밌네요. 왜 재밌냐면, 제가 경제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겪고, 문제라고 생각했고, 대안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이 마을 3개에 다 들어가 있는 것 같아서 그게 재밌다는 생각을 했고요. 또 하나 저는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가장 마음이 아픈 기사는 이런 거예요. 아이들이 사는 아파트 이름에 따라 별명을 붙이고, 서로를 무시하고, 이런 기사가 많이 나오잖아요. 실제 정말 그럽니까?

◆ 문경민> 저는 그런 기사를 볼 때마다 조금 잘 동의가 안 되는데요. 물론 그런 사례가 가끔 있을 수는 있겠죠. 그런데 그것이 얼마나 자극적입니까. 너무 자극적인데요. 사람들에게 공분을 일으키기에 충분하고요. 그런데 그것을 너무 언론에서 지나치게 자극적으로 사람들에게 떠드는 게 아닐까. 사실은 학교에 와서 들어와 보면 교실은 그렇지 않아요. 교실은 굉장히 좋은 공간입니다, 기본적으로. 담임교사가 있고, 잘못한 아이가 있으면 즉각 반응해서 혼낼 것은 혼내고, 잘한 것은 칭찬해주고요. 이런 식으로 돌아가는 곳이에요. 그래서 아이들끼리 안정적으로 착하게 잘 지낼 수 있는 공간이 그곳이거든요. 그런데 그런 기사 제목들이 사람들에게 더 큰 우려를 많이 낳게 하는 것은 아닌가. 아이들은 잘살고 있습니다.

◇ 김혜민> 아이들 중 그런 아이들도 있지만, 그것으로 전체 확대하거나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저질러서 우리 아이들이 다 그런 것처럼 말하면 정말희망이 없는 거잖아요. 선생님들도 맥 빠지는 일이고요. 그렇지만 경제교육을 올바르게 시켜야 이 아이들이 어른이 됐을 때 그런 빈부격차라든지, 부로 사람을 판단하는 일은 없지 않을 거 아닙니까. 그런 식의 교육은 어떻게 시키십니까?

◆ 문경민> 경제교육이라고 하는 건 사람들이 경제교육을 두고, 경제와 관련된 개념이라든가, 문제를 해결하는 토론이라든가, 이런 것들을 중요시하는 것도 맞습니다. 마을활동에서도 기본적으로 경제개념을 가르쳐요. 그런데 경제교육이라고 하는 건 가치가 들어가지 않을 수 없죠. 가치를 잘 녹여내야 하고, 그것을 통해서 아이들이 어떤 것이 옳고, 어떤 것이 그른지를 스스로 체험하고, 경험하게 하는 그런 경제교육이 저는 필요하다고 봅니다. 물론 교육은 가치중립적인 부분이 분명히 있습니다만, 우리가 쉽게 동의할 수 있는 더 좋은 사회에 대한 이상이 있다면 그것을 위해서 조금 더 과감한 교육방법, 교육 프로그램, 이런 것들을 도입하는 것도 저는 굉장히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 김혜민> 마을활동을 진행하면서 선생님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거나 뿌듯했던 일화가 있습니까?

◆ 문경민> 이거는 제가 개인적으로 좋았던 경험인데요. 저희 반에 소외되었던 한 아이가 있었어요. 아이들 사이에 잘 끼지도 못하고, 아이들이 좋아하지도 않고, 이 아이도 아이들을 좋아하지 않은 그런 고립된 아이었는데요. 그런데 마을활동을 하니까 마을활동에서는 그 아이도 자기 역할을 받게 되거든요. 내가 임금 담당자라든가, 세금 담당자라든가, 벌금 담당자라든가, 혹은 슈퍼마켓, 신문사, 어쨌든 자기의 역할을 받게 되요. 그러면 마을활동 안에서는 자기가 하고 싶지 않아도, 혹은 아이들이 원하지 않아도 그 아이와 같이 접촉해야 하고, 이야기해야 하고, 같이 상호작용을 해야 하거든요. 마을활동 3주가 끝났을 때 제가 정말 좋았던 건 그 아이가 경제활동을 즐겁게 했을 뿐만 아니라 3주의 프로젝트가 끝나고 난 다음에 교실에서 애들이랑 노는 거죠. 아이들하고 카드게임도 하고, 놀기도 하고, 손도 잡고, 이야기를 하는 겁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이게 이런 식으로도 좋을 수 있네, 하는 생각을 하면서 잘했다는 생각을 했죠.

◇ 김혜민> 일이라는 것은 사람의 자존감을 세워주는 거니까요. 아마 그 아이한테도 뭔가의 일이 주어지면서 본인의 자존감과 본인의 역할을 공동체 안에서 갖게 된 거고, 공동체가 회복되는 일들이 경제교육을 통해서 이루진 것 같아요. 정말 부모로서, 그리고 경제 프로그램 진행자로서 선생님께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은데요. ‘교실 속 마을활동’을 보고 이런 활동을 시켜봤으면 좋겠다고 하는 교사 분들이 있으면 한 말씀해주세요.

◆ 문경민> 일단 책을 저희가 얼마 전에 개정을 했는데요. 그때 저희들의 목표는 마을활동 프로그램을 처음 접했을 때 어렵다고 느끼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복잡하다고 생각하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개정판을 냈을 때 이 매뉴얼대로 차근하게 따라하면 어느 틈에 마을활동이 교실에서 돌아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 김혜민> 제가 봐도 그냥 할 수 있게 되어 있어요. 선생님, 감사합니다.

◆ 문경민> 감사합니다.

[저작권자(c) YTN radio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목록
  • 이시간 편성정보
  • 편성표보기
말벗서비스

YTN

앱소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