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라디오 YTN
  • 방송시간 : [토] 20:20~21:00 / [일] 23:20~24:00 (재방)
  • 진행 : 최휘/ PD: 신동진 / 작가: 성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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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비평] 죽어야만 관심갖는 언론, 사람을 잃기 전에 보도할 수 없나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20-02-24 13:43  | 조회 : 1500 
 YTN라디오 (FM 94.5) [열린라디오YTN]

□ 방송일시 : 2020년 2월 22일 (토) 20:20~21:00
□ 진행 : 김양원 PD
□ 출연 :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미디어비평] 죽어야만 관심을 갖는 언론, 사람을 잃기 전에 보도할 수 없나"

- 청주방송 故 이재학 피디 사망사건, 보도 건수 매우 적어
- 女 아나운서는 비정규직 프리랜서로만 뽑는 지역방송사 채용 성차별


<김양원 PD>
한 주간 뉴스를 꼭꼭 씹어보는 시간 미디어 비평입니다. 오늘은 민주언론시민연합의 김언경 사무처장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김언경 사무처장>
안녕하세요.

<김양원 PD>
다음 소식으로 넘어가보죠. 언론계에도 정규직과 비정규직, 또 노동차별과 관련된 이슈가 계속되고 있네요. 특히 청주방송이죠. 이 방송사에서 14년간이나 프리랜스 PD로 일했던 故 이재학 PD. 회사와 근로자성 여부를 두고 다투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어요.

<김언경>
방송계 비정규직 노동자의 참사가 또 벌어진 건데요. 말씀하신 것처럼 청주방송의 비정규직 PD로 활동하셨던 이재학 PD의 사망사건 때문에 저도 굉장히 충격을 받았고요. 이 내용을 굉장히 많은 언론사들, 특히 방송사들이 보도해주지 않아서 화도 났고요.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방송사에는 정말 다양한 비정규직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 간의 처우차별이 굉장히 심각해서 거의 신분제처럼 되어 버린 상황이라고 볼 수 있어요. 그런데 이런 와중에 오늘은 아나운서 직종에 있어서는 기존 이재학 PD 같은 그 차별도 있지만, 또 다른 채용 성차별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아니냐, 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이 이야기를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김양원 PD>
네, 고 이재학 피디 사건과 관련한 이야기는 저희가 잠시 후 별도 인터뷰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자세히 들어보도록 하고요. 채용과정에서부터 성차별이 지적된 아나운서 채용, 어떤 얘기입니까? 

<김언경 사무처장>
작년 6월 대전MBC의 여성 아나운서 2명이 대전MBC를 상대로 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했습니다. 이들은 그동안 대전MBC 간판 아나운서나 마찬가지로 활동해왔습니다. 인권위 진정할 당시, 각각 프로그램 3∼4개를 맡고 있었고, 다른 정규직 남성 아나운서 2명도 총 4개 프로그램을 맡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두 아나운서는 정규직으로 지난해 새로 입사한 남성 후배 아나운서보다 매달 80만~100만원 가량 적은 임금을 받았다 합니다. 이들은 자신들이 정규직 남성 아나운서와 동일한 업무를 수행했음에도 불구하고 기본급, 연차휴가, 임금 등에서 다양한 차별을 받은 것은 심각한 노동인권 침해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했습니다. 특히 두 아나운서의 인권위 진정 내용에는 “여성 아나운서를 용역직으로 채용하는 이유는 연령을 이유로 적시에 퇴출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내용이 들어있습니다. 그리고 이들이 인권위에 진정을 한 이후 회사로부터 특별한 이유 없이 업무배제가 시작돼 두 아나운서 모두 진행을 맡고 있던 TV·라디오 프로그램들에서 하차하게 되었습니다.

<김양원 PD>
방송사측은 이들 두 여성 아나운서가 프리랜서이니까 프로그램 개편과 동시에 진행자를 바꾼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입장을 내놨던데요. 어떻게 보세요?

<김언경 사무처장>
그런데요. 그게 너무 억지스러운 주장으로 보입니다. 최근 극단적인 선택을 하신 청주방송의 이재학 피디의 경우에도 프리랜서 피디라는 신분이었으나 회당 40만원 정도의 임금을 받았고, 한달에 4개 정도의 프로그램을 맡았지만 한달에 160만원 정도의 임금을 받아왔다고 했습니다. 14년간이나 프리랜서로 일해오면서 임금 인상을 요구했는데 이런 요구를 한 이후 모든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게 된 것입니다.

대전mbc 여성 아나운서들도 인권위 진정 이전에는 전혀 하차를 시킬만한 분위기가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이분들이 프로그램에서 퇴출되어 거의 실직 상태에 이르게 된 것은 분명히 일종의 보복성 행태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이건 방송사들이 고용안정이 되어있지 않은 비정규직 노동자가 자신들의 심기를 건드리면 무조건 프로그램에서 하차시켜버리는 일종의 갑질 행태입니다. 그런데요. 대전 MBC 아나운서 문제는 단순 비정규직 관련 논의에서 한발 더 나가서 채용 성차별의 문제라고 봐야 합니다.

<김양원 PD>
네, 앞서 이분들이 주장했던 것이 남자 아나운서는 정규직으로 뽑고, 여자 아나운서는 유독 용역직, 즉 프리랜서로 뽑았다는 거지요.

<김언경 사무처장>
네, 지역 방송사들의 경우 이런 경우가 다반사인데요. 16개 MBC 지역계열사에 근무하는 여성 아나운서 40명(2019년 8월 기준) 가운데 정규직은 11명(27.5%)뿐인 반면 남성 아나운서는 전체 36명 가운데 31명(86.1%)이 정규직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남성 아나운서 정규직 비율이 3배 이상 높습니다. MBC 본사의 경우 공개채용 형태로 아나운서를 성별과 관계없이 정규직으로 선발해왔지만 지역계열사는 그렇지 못했던 것입니다. 작년 9월 <한겨레> 취재에 따르면 지역계열사의 여성 아나운서는 대부분 프리랜서나 계약직 형태로 고용되었습니다. 여성 정규직 아나운서 11명 가운데 4명은 최근 2년(2018년∼2019년) 동안 입사했고, 2명은 계약직으로 입사한 뒤 이후 정규직으로 전환된 경우였습니다. 반면 남성은 대부분 입사 연도와 관계없이 정규직으로 채용되었다고 합니다.

<김양원 PD>
통상 우리가 비정규직 문제를 이야기할 때는 비용의 문제를 이야기해요. 회사가 경영상의 이유로 정규직을 다 채용할 수 없으니까 비정규직으로 채용한다고 이야기를 하는데, 그런데 이 부분은 그건 아닌 것 같아요. 왜냐하면 동일한 아나운서의 경우, 남성만 정규직으로 채용하고, 여성 같은 경우에는 비정규직, 프리랜서로 채용하고 있는 건데요. 소문대로 어리고, 젊은 여성을 카메라 앞에 계속해서 2년 앉히고, 바꾸고, 2년 앉히고, 바꾸고, 이러기 위해서 하는 건가요?

<김언경 사무처장>
이렇게 성별에 따른 ‘채용 차별’은 여성 아나운서에 대한 성차별적 인식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여성 프리랜서 아나운서의 노동 환경을 고발했던 김도희 전 지역 민영방송 아나운서가 한겨레와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는 건데요. “여성 아나운서는 ‘수명이 짧다’는 얘기를 대놓고 하는 분위기이고 인사권자가 대부분 남성이다 보니 그 안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여성 아나운서는 별로 없었다. 같은 조건으로 근무하던 아나운서 중 남성만 국장과의 면담을 거쳐 계약직으로 채용한 뒤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여성 아나운서는 부당해고를 당했다가 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넣은 뒤에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다.”

한 지역계열사 직원, 아마도 간부일텐데요, 이분 말이 “시청자들의 반응을 보면 남성 아나운서보다 여성 아나운서에게 빨리 질리고 거부감도 강하다”고 말했다는 겁니다. ‘나이든 남성 앵커와 젊은 여성 아나운서’ 구도에 익숙한 관행도 문제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김양원 PD>
나이든 남성 앵커와 젊고 예쁜 여성 아나운서 구도.... 시청자들에겐 익숙한 화면인데, 그것이 누군가에게는 차별이 되고 있었네요.

<김언경 사무처장>
두 여성 아나운서가 인권위에 진정을 넣은 2019년 6월 18일 이후부터 지난 2월 12일까지 모니터한 결과, 이 또한 지상파 3사와 종합편성채널 4사, YTN이 보도한 적은 없었습니다. 포털에 ‘인권위 아나운서’, ‘인권위 대전MBC’, ‘유지은 아나운서’ ‘대전MBC 아나운서 채용 성차별’ 등을 검색해 살펴본 결과입니다.
가장 먼저 나온 기사는 미디어오늘의 <대전MBC 아나운서들 “남녀차별 인권위 진정”>(2019/6/18 박서연 기자)입니다. 이를 미디어오늘이 기사화하자 미디어 전문지, 한겨레 등에서 이를 계속 의제화 했습니다. 그러나 결코 많은 매체에서 다뤘다고 볼 순 없습니다. 모니터 기간인 8개월 동안 단순히 키워드로 검색했을 때, ‘대전MBC 아나운서 성차별’이 들어간 기사가 72건, ‘대전MBC 채용 성차별’이 들어간 기사가 69건, ‘인권위 아나운서’가 들어간 기사가 51건, ‘인권위 대전MBC’가 포함된 기사가 33건 정도에 그쳤기 때문입니다.

<김양원 PD>
아마도 방송사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드러내길 꺼려해서 그렇지 않을까 싶은데요.

<김언경 사무처장>
미디어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방송사들은 너나할 것 없이 위기라고 합니다. 경영위기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동자를 비정규직으로 고용하여 보다 적은 비용으로 방송을 하고 싶겠죠. 하지만 계속 이런 비정상적인 착취 구조로 방송을 만들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마치 담합하는 것처럼 타사의 노동환경 문제가 불거질 때 보도하지 않는 관행부터 버려야하고요. 방송사들은 지금부터 구체적으로 어떻게 방송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을 개선할 것인지 대안을 내놓아야합니다.
 
<김언경>
그리고 하나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는 사람이 죽어야만 관심을 갖습니다. 저는 청주방송의 이재학 PD의 문제도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돌아가신 뒤에야 우리가 잠깐 최근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유지은 아나운서 문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을 해요. 사람을 잃기 전에 이 문제를 우리가 이제는 생각해야 한다고 보고요.

<김양원 PD>
죽어야만 관심을 갖는다..는 처장님 말씀이 참 섬뜩하다고 느껴지는데요. 그래선 안되겠죠.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민주언론시민연합의 김언경 사무처장이었습니다.

<김언경>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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