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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작,진행: 조현지 / 구성: 조경헌

인터뷰 전문

[영준책방] 봉준호 팬이라면 이건 필수? 영화를 다채롭게 즐기는 법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20-02-17 14:48  | 조회 : 675 
YTN 라디오 ‘뉴스FM, 조현지입니다’]
■ 방송 : YTN라디오 FM 94.5 (12:20~14:00)
■ 진행 : 조현지 아나운서
■ 대담 : 남영준 중앙대학교 문헌정보학과 교수

[영준책방] 봉준호 팬이라면 이건 필수? 영화를 다채롭게 즐기는 법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조현지 아나운서(이하 조현지)> 이성으로 해결되지 않은 전대미문의 사건 앞에서 자신을 잃어가는 서태윤은 스스로의 규칙을 버리지 않고 유력한 용의자 박현규에게 총구를 들이댄다. 그의 손에는 박현규의 무죄를 알리는 미국으로부터 온 유전자 감정 결과가 쥐어져 있다. 이렇듯 <살인의 추억>은 1980년대가 낭만적인 삶으로 차 있는 것이 아니라 죽음과 광기의 추억이라고 속삭인다.

◇ 조현지> 매주 월요일에만 문을 여는, <영준책방> 오늘은 영화 ‘살인의 추억’에 대한 이상용 영화평론가의 비평으로 시작했고요, 제 옆에는 영준책방의 책주치의시죠, 중앙대학교 문헌정보학과 남영준 교수님 나와계십니다, 안녕하세요.

◆ 남영준 중앙대학교 문헌정보학과 교수(이하 남영준)> 네, 안녕하세요.

◇ 조현지> 지난주 월요일에 있었던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4개 부문을 석권했죠. 일주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봉준호 감독과 기생충에 대한 뒷이야기들이 쏟아지고 있고요, IPTV에서도 봉준호 감독 영화 VOD 시청이 늘었다고 하는데요.

◆ 남영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아카데미상 감독상을 비롯한 4개 부분의 수상 소식은 코로나19라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심란한 국민의 마음을 한꺼번에 씻어준 기쁜 소식이었습니다.

◇ 조현지> 어려운 시기여서 영화 ‘기생충’의 수상 소식이 더욱 고맙게만 느껴졌는데요, 영준책방. 오늘의 주인공 청취자분도 기생충 수상 소식을 보고 사연을 보내주셨거든요.

[0880] 봉준호 감독님의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에 오르니까 너무 자랑스럽더라고요. 그래서 기생충 각본집과 스토리보드북 세트를 샀어요. 근데요 책을 바탕으로 영화가 되기도 하고 영화가 책으로 만들어지기도 하잖아요? 영화와 책을 비교해가며 볼 수 있는 책도 처방해주실 수 있나요?

◆ 남영준> 영화 ‘기생충’이 오스카를 석권한 기쁨과 반가움이 애청자 사연에 나타날 줄 몰랐습니다. 이 가운데 영화화된 소설은 정말 많이 있지만, 역으로 소설화한 영화는 상대적으로 적었습니다. 그래서 영화화한 소설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지난주에 제가 소개한 파리대왕도 그렇지만, 저와 같은 시대를 살아오고 있는 애청자분들을 위해서 하나 소개하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라는 영화입니다. 1939년 영화인데요, 조현지 아나운서는 보셨나요? 조현지 아나운서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하면 어떤 게 생각나시나요?

◇ 조현지> 어렸을 때, ‘주말의 명화’에서 방영했던 것까지는 기억나요. 그런데 이건 알아요. 주인공 이름은, 스칼렛. 유명한 명대사,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떠오를 테니까”

◆ 남영준> 네, 그렇습니다. 영화를 못 본 분들은 많더라도 비비안 리가 연기했던 스칼렛과 유명한 대사는 한 번쯤 들어보셨을 텐데요.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도 기생충처럼 아카데미를 석권했습니다. 1940년 1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빅터 플레밍), 작품상(데이빗 O. 셀즈닉), 여우주연상, 여우조연상, 각색상, 촬영상, 편집상, 미술상 등 8개 부분에서 오스카 트로피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가 마가렛 미첼의 소설인 것을 아는 분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제가 아주 좋아하는 영화이지만 너무 설명이 길어지면 제 연식으로 인해 뉴스FM 방송 청취율이 떨어질까봐 이 정도로 설명을 줄이겠습니다. 아무튼 이외에도 소설이 영화화되어 사람들에게 사랑받은 작품은 셀 수 없이 많습니다. 얼마 전에 개봉한 <작은 아씨들>도 미국의 작가 올컷의 장편소설을 영화화한 거죠.

◇ 조현지> 소설을 영화한 작품들 살펴보고 있는데요. 유명한 작품들 조금 더 소개해 주시죠.

◆ 남영준> 명절 연휴 때가 되면 어김없이 TV에서 연속 방영하는 <반지의 제왕>이 대표적인 영화입니다. 이 영화도 J.R.톨킨의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고, 2004년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았습니다. 그럼, 조현지 아나운서에게 질문 하나만 하겠습니다. <반지의 제왕>은 출판된 지 얼마나 된 작품일까요?

◇ 조현지> 글쎄요. 2004년에 아카데미 수상을 했으면 그보다 몇년 전? 아니었을까요?

◆ 남영준> 1954년 처음 출판됐습니다. 그러니까 환갑을 훌쩍 넘기고 칠순을 앞두고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죠. 그리고 영준책방에서 처음 말하는 것입니다만, 투자라는 키워드가 올해 영준책방에서 많이 나오는 용어이기 때문에 책에다 투자하기의 대표적 사례가 반지의 제왕입니다.

◇ 조현지> 책으로 투자를 한다고요?

◆ 남영준> 반지의 제왕 초판본 1권부터 3권까지 합본은 대략 4만5천 달러이고, 저자 사인이 들어 있는 것은 6만 달러, 그러니까 우리나라 돈으로 7천만 원이 훌쩍 넘습니다. 반지의 제왕 이후에 만들어진 호빗이라는 영화도 원래는 톨킨이 반지의 제왕 직전에 쓴 소설책입니다. 이 초판본은 11만 달러를 넘게 호가합니다.

◇ 조현지> 11만 달러라고 하면 우리나라 돈으로, 1억 3천만 원 정도네요?

◆ 남영준> 초판본을 잘 지키면 엄청 큰 재산이 됩니다. 청취자님도 주변에 초판본이 있으면 어떻게 해서든 잘 보관하세요. 큰돈 됩니다.

◇ 조현지> 집에 가서 초판본 책이 있는지 한번 살펴봐야겠네요. 그런데 반지의 제왕 초반본이 이렇게 큰돈으로 거래되는 이유가 뭔가요?

◆ 남영준> 세월이라는 값에, 초반본이라는 희귀성. 그리고 반지의 제왕을 영화화한 피터 잭슨 감독 덕분입니다. 피터 잭슨이 무려 50년이라는 시간을 건너뛰어 소설 반지의 제왕을 전 세계인에게 사랑받을 수 있게 만들어주는 마법을 부렸기 때문입니다. 그 많은 소설 중에서 이 책을 선정하여 영화를 만들었다는 감독의 안목이 대단한 것이지요.

◇ 조현지> 그렇기도 한데, 제 생각에는 50년이 넘은 후에도 영화로 만들어도 손색이 없겠다라고 느낀 스토리도 대단해 보이는데요?

◆ 남영준> 그렇죠? 반지의 제왕은 20세기 영미문학 10대 걸작의 판타지 소설이자 고전으로 평가받는 작품으로써 2001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1억 권 이상의 소설이 판매되어 그 스토리 구성의 단단함을 인정받은 작품입니다. 그러면 우리의 봉준호 감독은 얼마나 대단한지를 이제부터 설명해 보겠습니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사전에 반지의 제왕과 같은 팬덤이 없는 환경에서 아카데미상을 받은 것입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한 것입니다. 이번에 애청자님도 기생충 수상 소식에 각본 집과 스토리보드북을 구매하셨으니 영화가 소설을 창조한 예입니다.

◇ 조현지> 그런데 모든 영화가 각본집과 스토리보드북을 출간하나요?

◆ 남영준> 그렇지는 않습니다. 각본집이나 스토리보드북을 출판했다는 건, 그만큼 영화 후광에 따른 수요가 있음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 제가 소개할 시나리오 소설은 봉준호, 심성보 각색의 <살인의 추억>입니다. 

◇ 조현지> 영준책방 문을 열면서 읽어드린 이상용 영화평론가의 비평도 이 시나리오에 있나요?

◆ 남영준> 네, 그렇습니다. 소설과 영화와의 관계를 이 책에서는 이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흥행의) 성공은 원작의 힘이라기보다는 변형의 주체인 감독들의 역량이 주효하게 발휘된 것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 즉 각색은 원작이 갖고 있는 감정을 오히려 해칠 수도 있지만, 역으로 멋진 각색은 원본을 더욱 빛나게도 하는 마술과 같은 힘을 갖습니다. 소설이 갖고 있는 아름다운 문장을 스크린을 통해 더욱 빛나게 하는 마술을 영화감독이 부리는 행위가 각본 또는 각색이라고 생각합니다. 영상미의 극대화라는 봉준호 감독의 마술을 조현지 아나운서께서 한번 읽어주시지요.

◇ 조현지> “눈앞에 넓게 펼쳐진 들판이 보인다. 세상의 끝과 같은. 어둡고 황량한 들판. 바람 소리 가득한 들판 가운데의 논둑 위로 나란히 앉아 있는 여자들의 뒷모습. 모두들 벌거벗은 모습이다. 끄트머리에 조그맣게 앉아 있는 소현... 바람에 날리는 짧은 머리, 등뼈가 도드라질 듯 가냘픈 체구, 태윤을 바라보듯 살며시 뒤돌아보는 소현... 무표정한 얼굴, 말 없는 눈동자...” 영화 속 장면이 그려지는 것 같네요.

◆ 남영준> 그렇죠? 이 자체가 한편의 장면을 연상시키지만, 이런 장면을 스크린에서 새벽안개 속에 연출하는 것과 음산한 가을날 석양 아래 조금은 쓸쓸하게 관객에게 보여지는 것에 따라 어떤 감정을 관객에게 표현할지는 온전히 감독의 판단입니다. 그런 판단의 연속이 우리들을 스크린으로 나도 모르게 빨려 들어가게 만드는 감독의 능력입니다.

◇ 조현지> 교수님은 영화와 시나리오집 모두 보신 뒤에 어떤 느낌을 받으셨어요?

◆ 남영준> 이 시나리오집에서 보여지는 봉감독의 작품해석력과 표현력은 한편의 시적 표현능력이라고 보여집니다. 이번 기생충에서 각본상을 봉준호 감독이 받은 것도 이 시나리오집을 보면서 저는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아직 기생충을 영접하지 못한 애청자들은 이 시나리오집을 한번 읽어보고 영화를 보면 기생충의 갖고 있는 장면 장면의 의미를 그냥 보기보다는 더 깊이 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면 살인의 추억에서 보여 지는 해석과 기생충의 해석기법이 유사하기 때문입니다.

◇ 조현지> 교수님, 소설의 매력과 영화의 매력, 둘 다 느껴보고 싶은 분들께 추천할 책이 더 있다고요?

◆ 남영준> 이번 봉준호 감독의 쾌거에 애청자께 독서 방법을 하나 권유하려고 합니다. 작은아씨들, 오만과 편견 등과 같은 소설을 읽어보는 독서 방법입니다. 그러고 나서 영화를 보면 또 다른 재미를 얻을 수 있습니다. 물론 영화를 보고 원작소설을 봐도 그 재미는 더하면 더하지 덜하지 않다고 확신합니다. 그러니 이번 주는 소설 같은 영화와 영화 같은 소설을 읽어보며 영화에 대한 새로운 재미를 독서를 통해 더 크게 얻기를  바랍니다.

◇ 조현지> 영준책방. 남영준 교수님과 함께했습니다. 다음 주 책처방도 기대해 주세요.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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