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FM, 조현지입니다
  • 제작,진행: 조현지 / 구성: 조경헌

인터뷰 전문

[초대석] 책은 물감이 된다. 이정웅 화가가 그린 새로운 이야기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20-02-05 15:52  | 조회 : 625 
[YTN 라디오 ‘뉴스FM, 조현지입니다’]
■ 방송 : YTN라디오 FM 94.5 (12:20~14:00)
■ 진행 : 조현지 아나운서
■ 대담 : 이정웅 작가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조현지 아나운서(이하 조현지)> 우리 시대 다양한 분야의 명사들과 이야기 나눠보는 초대석 시간입니다. 책은 그냥 뒀을 때보단 펼쳐 봤을 때 그 의미가 있다고 하죠. 오늘 소개할 이분의 화폭 속에 있는 책들은요. 펼칠 수도 없고 읽을 수도 없지만 화폭으로 표현되면서 하나의 이야기가 됩니다. YTN 아트스퀘어 2월의 작가, 책을 물감 삼아 표현하는 이정웅 작가와 함께 합니다. 작가님, 안녕하세요.

◆ 이정웅 작가(이하 이정웅)> 안녕하세요. 책으로 그림을 그리는 이정웅이라고 합니다,

◇ 조현지> 반갑습니다. 사실 책으로 그림을 그린다는 표현을 저는 좀 숨기고 싶었는데 먼저 이렇게 소개를 해주셨는데요. 차차 청취자 분들께 설명을 드리도록 하고. <뉴스FM, 조현지입니다> 저희 YTN 라디오의 간판 프로그램이라고 제가 스스로 얘기하고 있는데요. 

◆ 이정웅> 영광스럽습니다.

◇ 조현지> 저희 청취자분들께 소개 한 말씀 부탁드릴게요.

◆ 이정웅> 저는 책으로 한, 물론 작품을 한 지는 30년 정도 됐는데 책으로 작품을 한 지는 17년 정도 됐는데, 책으로 작품을 해서 처음에는 사람들이 이게 뭘까 뭘까 하지만 지금은 저의 얼굴보다 제 작품을 더 사람들이 많이 알고 있는 작가입니다.

◇ 조현지> 작품을 보면 이건 이정웅 작가의 작품이다를 아는데, 사람을 봤을 때는 ‘누구?’ 이렇게 될 수 있단 얘기인 거죠?

◆ 이정웅> 그럼요. 제 얼굴보다 제 작품을 사람들이 더 많이 빨리 알아봅니다.

◇ 조현지> 댁이 전주에 계시다고 들었어요. 인터뷰하러 서울 올라오신 거예요?

◆ 이정웅> 예, 전주입니다. 오늘 아침에 새벽에 7시 차를 타고 올라왔거든요. 고속버스를 타고 올라왔는데 지금은 새벽에 올라오다 보니까 너무 배가 고파요. 그래서 빨리 끝내고 밥 먹으러 가야 할 것 같아요.

◇ 조현지> 얼른 끝내드리고 맛있는 식사, 서울에서도 맛있는 식사 하고 내려가셨으면 좋겠단 생각이 드는데. 아마 지금 이야기를 들으신 분들은 책으로 도대체 무슨 그림을 그린다는 걸까라고 궁금해하실 수도 있어요. 저희가 라디오이기 때문에 작품을 보여드릴 수 있는 게 아니라서요. 지금 YTN 사옥 1층 로비에 이정웅 작가님의 작품들이 쭉 걸려 있는데요. 처음에 저는 아무런 정보도 없이 작품을 봤을 때 어떤 느낌이었냐면, 화폭에 어떤 아주 얇은 나무판자 같은 걸 겹겹이 대어서 이걸 조각이라고 표현해야 할까, 그림이라고 표현해야 할까 잘 모르겠는 그런 입체적인 작품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설명해주신 것처럼 그게 책으로 만든 거라고 해서 좀 놀랐거든요. 이걸 어떤 방식으로 이렇게 화폭을 채우시는 건가요?

◆ 이정웅> 저는 책을, 일단 책의 옆 단면을 자르고 그걸 또 깎고 해서 그걸 가지고 두께를 제가 구상한 스케치한 그 부분에 두께 조절을 하면서 두께로 잘라가지고 작품을 표현하고 있죠.

◇ 조현지> 이게 그러면 책을 어떤 책들을 쓰시는 건가요? 보니까 색깔이 다르게 나온 책들도 있고, 그냥 우리가 흔히 보는 흰색의 글씨 있는 책들도 있는 것 같고 그러던데요.
 
◆ 이정웅> 제가 쓰는 책들은 굉장히 다양한 책을 쓰고 있어요. 아마도 한 오래된 책들은 100년도 더 넘은 고서부터 시작해서 책은 현대의 책들을 가지고 작품을 하고 있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그 책 안에는 소설책도 있고 잡지책도 있고 여러 가지 책들이 있는데 그런 책을 가지고 이야기가 또 다양한 이야기들이 책 안에 들어있으니까 그걸 가지고 작품을 하고 있습니다.

◇ 조현지> 그렇군요. 사실 책은 우리가 보는 것 정도로만 생각을 했지, 이걸 가지고 작품으로 표현해낸다라는 게 저는 조금 발상의 전환이라고 생각했는데, 어쩌다가 이런 책을 가지고 작품활동을 하시게 됐을까요?

◆ 이정웅> 제가 방금 전에 책으로는 17년 정도 작품을 했다고 했는데, 작가들이 작품을 하면서 자꾸 새로운 것을 찾으려고 굉장히 노력을 많이 하잖아요. 그런데 어느 날 길을 가는데 버려진 책들이 길가에 쭉 세워져 있는 거예요. 쌓여져 있는 거예요. 그걸 보는 순간 이야, 저 책 속에서 이야기들이 저한테 아우성을 치면서 뭔가 재밌는 이야기들을 표현해달라는 그런 표현을 하는 거예요. 그래서 그런 책들을 가지고 거기서 영감이 올라서 결국에는 작품을 지금까지 책으로 작품을 하고 있지 않나, 그렇게 생각합니다.

◇ 조현지> 사실 책이나 잡지 이런 걸로 우리가 초등학교 중학교 때 작품활동을 해본 적이 있어요. 흔히 콜라주라고도 하고요. 찢어서 붙이고, 글자도 오려 붙이고. 그런데 전혀 그런 느낌이 아니라 이걸 정말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어떤 나무판자의 느낌이 나게끔 여러 겹을 쌓아서 그렇게 지금 작품으로 만들고 계신 건데. 버려진 책들이 작가님께 내 이야기들 좀 들어봐 달라고 웅성거리는 듯한 그런 느낌을 받으셨다고 하셨는데, 원래 좀 책을 좋아하셨어요?

◆ 이정웅> 아주 독서가는 아니지만 책은 굉장히 좋아하고, 또 좋은 책이 있으면 모으기도 하는, 예전부터 그랬습니다. 

◇ 조현지> 그렇군요. 그러면 이런 작품에 쓰시는 책들, 주로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버려진 책이나 헌책들 이런 것들 많이 사용하시는 건가요? 어떻게 구하세요?

◆ 이정웅> 처음에는 버려진 책에서 제가 작품을 시작했지만 지금은 책을, 주변에서 사람들이 책으로 작업하는 게 너무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알게 돼가지고 그 사람들이 보내줘요, 저한테 책들을. 이게 집에서 집 정리를 하시면서 자기가 소중하게, 소중한 책들은 자기가 보관하고 거의 버려지는 책들이 많잖아요. 그런 책들을 저한테 보내주고 그다음에 제 주변 지인들한테 또 가서 얻어요. 왜냐면 그 지인들하고 내가 아는 사람들 위주로 무작위로 책을 다 받아가지고, 아마도 제 작업실은 고물상이나 헌책방 정도 되지 않을까 싶은데. 지인들 이야기를 가지고 작품을 지금 하고 싶다. 그런 생각이 저는 드는 거예요. 그래서 아무래도 저는 제 작품이 이야기 그림이다라고 항상 생각하고 작품하고 있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한테 많이 구합니다.

◇ 조현지> 저도 이야기를 지금 듣다 보니까 나중에 제가 어떤 서가를 이루게 되고 그걸 정리할 필요가 있을 때 내가 가지고 있었던 책들을 모아서 작가님께 드리고 이걸로 이야기를 만든 작품을 만들어주실 수 있을까요, 라고 의뢰를 해도 좋겠다라는 생각이 지금.

◆ 이정웅> 그런 분들도 계세요. 실제로 자기가 어떤 게 굉장히 소중한 책이면서 자기가 인상 깊었던 그 부분을 하나 갖고 싶은데 자기가 준 책으로 해줄 수 있냐라고 의뢰가 와가지고 했던 적도 있습니다.

◇ 조현지> 사람 생각이 거기서 거기네요, 그렇죠? 더 의미 있는 작품이 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드는데요. 이게 일일이 책을 잘라서 붙이고, 단순 작업이라고 볼 수 있지만 작품을 보시면 알겠지만 그 두께가 상당하고 그리고 아주 작은 조각으로 정말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보니까 작품을 만드는 데 시간이 상당히 들 것 같아요. 

◆ 이정웅> 저는 작품을 사실은 지금은 혼자 하고 있거든요. 시간이 많이 걸리고 노력의 시간도 참 많이 필요한데. 제가 작품을 하면서 즐기는 거잖아요. 예전에 어시라고 하죠. 아르바이트로 몇 번 젊은 학생들을 몇 명 도와달라고 썼어요, 아르바이트로. 그런데 집중을, 책을 자르는 일들은 거의 칼로 하는 일들이잖아요. 좀 저는 곰 같이 커터칼로 자르고 작두로 자르고 그러기 때문에 그게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일인데도 불구하고 그게 너무 힘이 들어서 젊은 애들한테 아르바이트를 시켰는데 다치는 걸 너무 많이 봤어요. 그리고 그게 너무 제 가슴이 너무 아프고 그래서 이제는 그런 부분이나 다 처음부터 끝까지 제가 다 하고 있습니다.

◇ 조현지> 한 청취자 분께서 ‘책으로 작품을 만드신다니 ytn 로비 가서 찬찬히 봐야겠어요’ 하셨는데 정말 이 작품만큼은 제가 여러분께 직접 보셔야 아실 수 있을 거라고. 그렇죠?

◆ 이정웅> 사진과 실제의 작품의 느낌이 좀 달라요. 사진으로 보는 건 약간 평면적인 게 더 강하게 보이는 거고, 실제로 보면 아까 PD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조각에서 반 부조, 부조적인 그런 느낌이 나기 때문에 실제로 보는 느낌하고 영상으로 보는 느낌은 전혀 많이 다르다고 생각하시고 꼭 나와서 한 번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조현지> 저도 강력 추천드립니다. 그런데요. 이렇게 책을 가지고 작품활동을 하시다 보니까 이게 어떤 책의 내용을 거기에 공개하거나 어떤 보존한다, 이런 느낌보다는 뭐랄까요. 책을 아끼시는 분들께서는 이거 책을 너무 함부로 난도질해놓은 것 아니냐, 이렇게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지 않을까요?

◆ 이정웅> 제가 전시 한 5~6년 전에 전시를 하는데 제 전시장에 관람객께서 오셔가지고 저한테 굉장히 불쾌한 얼굴을 하시면서 이렇게 책에다가 난도질을 했냐, 정말 자기는 책을 사랑하는 사람인데 이거 너무 기분 나쁘다. 그렇게 말씀을 하신 적이 실제로 있습니다. 있는데 제가 그분한테 그랬어요. 저는 버려지는 책에다가 버려지는 책을 가지고 그걸 작품화한다. 사실 버려지는 것에 대해서 제가 또 다른 생명을 부여한다라는 그런 생각이기 때문에 전혀 나는 그 부분에 대해서 죄송하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라고 말씀을 드렸던 기억이 있거든요. 그분께서 그러냐고, 자기는 그냥 아무 책이나 갖다가 막 잘라가지고 작품을 하는 줄 알았다고, 그러고서 나가시면서 굉장히 기분 좋게 나가셨던 그런 기억이 있습니다.

◇ 조현지> 해외에서도 작가님 작품에 대해서 관심이 상당한 걸로 아는데, 작품을 보는 콜렉터들이랄까요. 아니면 관람객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 이정웅> 특히 우리 한국 사람들보다 외국 사람들은 스토리가 있는 것을 굉장히 더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한 10년 전인가 뉴욕에서 아트페어를 하는데 어떤 분 외국 분이 제 작품 앞에서 떠나질 않고 계속 오랜 시간 동안 제 작품을 보고 있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슥 옆에 가서 말을 걸어봤죠. 그랬더니 자기는 이 작품이 처음에 아까 PD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이게 뭘까 하면서 계속 보고 있었대요. 이거 북(Book)이다, 책이다, 라고 얘기하니까 너무너무 깜짝 놀라면서 자기가 그것을 제 옆에 평론 글까지 다 읽어보시더라고요. 그리고 자기가 이 작품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계약금을 조금 저한테 걸어놓고 끝나는 날 꼭 자기가 와서 찾으러 오겠다, 그러고 가셨어요. 그런데 실제로 그분이, 아마 끝나는 날 비가 너무너무 많이 왔었을 거예요. 너무 많이 왔는데 그 비를 뚫고 작품을 찾으러 온 거예요. 나머지 잔금을 가지고. 그러면서 가지고 가면서 자기 친구들 몇 명 불러놨다, 나 이 작품 너무너무 마음에 드는 작품 걸어놓고 파티할 거다. 그러고 가지고 가시는데 너무 기분이 좋았습니다.

◇ 조현지> 그만큼 또 작가님의 작품을 알아주시는 분들이 많다는 이야기기도 한데. 사실 그전에 이렇게 주목을 받기 전까지는 좀 힘든 시간이 많이 있으셨따고 들었어요. 그 원천이 또 가족이 아니었을까 싶은데. 따님이 두 분 계시다고요?

◆ 이정웅> 예, 저희 딸이 한 애는 고3이고 한 애는 중2예요. 이게 저도 결혼을 좀 늦게 한 거죠. 그런데 애들이 크다가 아빠가 하는 걸, 저는 거의 하루 종일 나의 일이니까 이게 내가 항상 즐기면서 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이것을 한 번씩 애들이 보러 와요.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고 우리 큰애가 ‘아빠, 나도 이쪽 일을 하고   싶어’ 그렇게 얘기하고 고3인데 평론 쪽을 자기도, 큐레이터 쪽. 큐레이터 쪽, 평론이 아니고 큐레이터 쪽을 하고 싶어 해가지고 지금 대학도 그쪽을 목표로 공부하고 있습니다.

◇ 조현지> 아빠의 모습을 보면서 또 진로도 그렇게 정한 게 아닌가. 왠지 좀 뿌듯하셨겠어요.

◆ 이정웅> 뿌듯하죠. 그런데 우리 큰애 같은 경우에는 제가 외국에서 전시할 때 가끔 데리고 나가요. 그런데 거기에서 제 전시를 기획하시는 분들이나 그런 분들이 하는 그 모습을 보고 저가 큐레이터를 하고 싶다고 그렇게 목표를 정해놓고 고1 때부터 그런 생각을 하면서 가고 있는 중입니다.

◇ 조현지> 지금 저희 사옥에 전시돼 있는 작품들을 보면 작품 제목이 ‘City Story’라고 되어 있어요. 주로 도시의 풍경들이 쭉 그려져 있는데, 도시를 선택한 이유가 따로 있으실까요?

◆ 이정웅> 책 속은 결국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들이 다 들어있는 거잖아요. 그런데 그 사람들의 이야기가 결국에는 어떤 집에서 나오지 않았나라는 그런 생각을 저는 하기 시작한 거죠. 그래서 큰 도시가 되려면 처음에 한 집이 있었고, 한 집의 이야기가 있고, 마을의 이야기가 있고, 도시의 이야기가 있잖아요. 그 이야기로 책에 있는 이야기로 도시의 이야기를여러분들한테 보여주고 있는 거죠.

◇ 조현지> 앞으로의 작가님 작품활동도 궁금해지는데, 어떤 이야기들이 담기게 될까요?

◆ 이정웅> 저는 작가로서는 자꾸 한 곳에 안주하지 않고 자꾸 더 변해야 한다라고 저는 생각하고 있어요. 그런데 더 앞으로 물론 계속 제가 할 수 있는 한 책으로 작품을 계속 하겠죠. 책으로, 너무 이야기로 작품을 만드는 거니까. 그러고 나서 또 하나의 이야기를 내 나름대로 부분 부분 부분을 잘라가지고 여러 책에서 가져온 이야기를 연결해서 작품에다가 또 하나의 이야기를 나만의 스토리를 보여주는 거잖아요. 그런 작업을 하고 있는 중인데 이제는 그 이야기를 우리 한국의 이야기, 한국의 정말 한국적인 그런 도시를 찾아가면서 그걸 표현하는 이야기를 계속 앞으로는 해보고 싶어요.

◇ 조현지> 또 전주에 계시니까 그게 더 의미 있지 않을까.

◆ 이정웅> 그렇죠. 한옥마을 같은 경우가 그런 예라고 볼 수 있죠.

◇ 조현지> 네, 생각이 듭니다. 오늘 초대석 YTN 아트스퀘어 2월의 작가 이정웅 작가님과 함께 했는데요. 앞으로도 책을 통해서 수많은 이야기들 나눠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작가님,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 이정웅> 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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