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라디오 YTN
  • 방송시간 : [토] 20:20~21:00 / [일] 23:20~24:00 (재방)
  • 진행 : 최휘/ PD: 신동진 / 작가: 성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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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로 찍힐까 두려워... 일상으로 들어온 여성혐오 [혐오시리즈]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20-02-03 10:49  | 조회 : 1429 
 [열린라디오 YTN]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19년 2월 2일 (일요일)
■ 진행 : 김양원 PD
■ 대담 : 김지혜 한국여성인권진흥원 본부장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페미'로 찍힐까 두려워... 일상으로 들어온 여성혐오 [혐오시리즈]

- 텔레그램 n번방 사건, 여성혐오 범죄? 강남역 살인사건도 재판부 판단은 여성혐오 아냐
- 국내 여성혐오의 시발점, 1999년 군 가산점 폐지부터
- 가수 정준영, 배우 주진모 단톡방... 여성 외모 품평, 성적 대상화 등 폭력과 혐오는 같은 맥락으로 봐야

◇ 김양원 PD(이하 김양원)> 최근 참신한 인물로 평가받아 정치인재로 영입됐던 민주당 인재영입 2호죠. 원종건 씨. 전 여자친구와의 데이트폭력이 논란이 되면서 영입자격을 자진 반납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보안이 철저하다고 알려진 텔레그램이라는 SNS에서는 각종 음란 동영상이 유통된 것으로 확인돼 경찰이 조사 중이죠. 데이트폭력과 여성을 상대로 한 음란 영상물들, 이런 것들도 여성혐오에 해당되는 건 아닐까, 혹시 생각해보신 적 있으십니까? 저희 열린라디오 YTN에서는 2020년 새해를 맞아 여성, 난민, 노인, 이주민 등 사회적 약자를 향해 가해지고 있는 이런 폭력을 혐오현상으로 분석하고, 그 대안을 모색해보는 시간 마련하고 있는데요. 이름하야 ‘혐오 말고 안아줘,’ 라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여성혐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볼 텐데요.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여성인권진흥원 김지혜 본부장 나와 계십니다. 안녕하세요?

◆ 김지혜 한국여성인권진흥원 본부장(이하 김지혜)> 안녕하세요.

◇ 김양원> 제가 앞서 말씀드렸지만 최근에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고 있는 사건이에요. 텔레그램 N번방 사건. 이곳에서 공유된 성 착취물들을 수사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20만 명을 넘어섰다고 하는데요. 이런 범죄도 여성혐오라고 우리가 말할 수 있을까요?

◆ 김지혜> 딱 여성혐오다, 라고 규정지어서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우리 사회에서 여성혐오로 분류되는 범죄가 사실은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여성혐오 범죄라는 논란이 처음 시작됐던 것이 2016년에 있었던 ‘강남역 살인사건’의 경우 여성혐오 범죄다, 라는 많은 논란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궁극적으로 사법부에서는 여성혐오 범죄로 결론을 내리지 않았죠. 그래서 그때를 시발점으로 해서 무엇이 여성혐오냐, 혐오범죄가 무엇이냐, 이런 논란이 이제 시작되는 초기 단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 김양원>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을 두고 여성혐오에 대한 이슈가 함께 따라다니거든요. 그건 왜 그럴까요?

◆ 김지혜> 이거는 아마도 여성혐오와 여성에 대한 폭력의 문제가 어떤 맥락을 같이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 김양원> 혐오와 폭력이라는 것이 같이 다닌다?

◆ 김지혜> 그것은 왜냐하면 우리가 여성혐오라고 했을 때도 그것이 어떤 여성에 대한 성차별적인 기반이 있다고 보기 때문에 이 두 가지가 같은 맥락에서 나타나는 표현의 양상들일 것 같습니다.

◇ 김양원> 지난해 우리 사회를 정말 크게 뒤흔들었던 사건 중 하나인데, 가수 정준영 씨의 SNS 단톡방에서 지인들끼리 성 동영상을 주고받았던. 그것으로 인해서 지금 현재 재판 중인데요. 그런 사건도 있었고, 또 최근에는 배우 주진모 씨도 역시 이런 SNS 단톡방에서 여성들의 사진이나 동영상 같은 것들을 서로 공유해서 논란이 됐는데요. 이런 사건들을 보면 이게 우리가 지금 다루려고 하는 여성혐오의 문제와 같은 맥락, 아까 폭력과 혐오를 같은 맥락이라고 하셨는데요. 어떻게 보면 될까요?

◆ 김지혜> 어쨌든 두 사건들 모두 여성을 성적인 대상으로 삼고 있죠. 여성을 성적인 대상으로 삼고, 그들에 대한 품평을 하고, 그들의 외모를 평가하고, 그런 기준의 잣대에서 하는 것이고, 대부분이 남성이 여성을 그 피해자로 하고 있죠. 그래서 이런 것들의 특성을 볼 때 여성이 기존 사회에서 어때야 한다, 여성은 성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고, 외모는 어때야 하고, 여성의 성격은 어때야 하고, 이런 것들에 대한 것들이 아직 우리 사회에 많이 남아 있잖아요? 그런 것들의 문제가 이러한 여성을 폭력 피해의 대상으로 삼게 된다고 볼 수 있죠.

◇ 김양원> 결국은 이런 부분들이 여성은 어때야 한다는 우리 사회에서 규정하고 있는 성적 고정관념, 이런 부분에서 발생했다고 보시는 거네요?

◆ 김지혜> 네, 그렇죠. 그런 성적인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때 이런 부분에 대한 혐오표현이 증가한다든가, 이런 것들이 나타나게 되는 거죠. 예를 들자면 흔히 여러 가지 여성 비하적인 여러 혐오표현들, 이런 것들도 사실은 기존의 여성의 범주에 있지 않을 때 여성을 단죄하거나 처벌하거나 이런 방식으로 많이 사용되는 용어들이죠.

◇ 김양원> 이렇게 SNS에서 이루어지는 주로 여성들을 상대로 한 성 관련 동영상이라든가, 이런 것들 외에 여성혐오의 사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 김지혜> 많은 경우에 어떤 성차별적인 표현이라든가, 이런 것들이 많이 있기도 하고, 차별적인 표현을 떠나서 굉장히 여성의 성기라든가, 그런 것들을 빗대서 여성을 비하적으로 표현하는 거라든가, 아니면 여성의 외모에 대한 비하, 평가, 등급 매기기, 이런 것들을 우리가 흔히 많이 볼 수 있잖아요. 그런 것들이 많이 나타나고, 그런 것들을 넘어서 단순한 비하나 모욕적인 표현을 넘어서 심지어 폭력을 조장하는 경우들도 많이 있죠. 예를 들자면, 이게 방송이라고 해도 적합한 용어인지 모르겠으나 강간해버려, 라든지, 이런 식으로 여성을 단죄하는 방식의 용어들, 선동하는 방식의 용어들이 사용되고 있기도 하죠.

◇ 김양원> 특히 지금 방금 말씀하신 그런 표현들은 SNS나 인터넷에서 많이 보이죠. 특히 SNS에서 자신의 의견을 조금 더 뚜렷하게 주장하는 여성 연예인이라든가, 여성 유명인 같은 경우에는 그분이 올리는 글의 댓글들을 보면 그런 표현들이 정말 많이 쓰이고 있다는 증거들이 있거든요.

◆ 김지혜> 그래서 그런 표현들이 사실은 여성이 자기 의사표현을 하는 것을 굉장히 많이 가로막기도 하죠. 왜냐하면 내가 ‘페미’로 찍힐까봐, 이런 두려움, 이런 것들이 굉장히 많이 있고, 유명 연예인의 자살이라든지, 이런 것들도 그런 것들이 계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문제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죠.

◇ 김양원> 사실은 지난해 있었던 여성 젊은 유명 연예인들의 잇따른 자살. 그 두 여성 연예인 같은 경우에도 자기표현에 가감이 없었던 그런 분들이었어요. 그런데 그런 부분들이 혐오의 대상으로 타겟이 된 게 아닌가 하는, 물론 사후이기는 하지만 정말 안타까워요. 그분들의 사후에 그런 지적을 분석하는 그런 언론 기사들이 나오기도 했었죠.

◆ 김지혜> 그렇죠.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는 여성들에 대한 비하나 모욕을 줘서 그것을 깎아내리고자 하는 이런 것들이 굉장히 많이 일상적으로 있게 되는 거고, 그게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단순히 언어적 댓글을 안 보면 되는 거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그것이 심리적인 트라우마가 굉장히 심하고, 그것들이 계속 사회적 활동을 제약시키고, 온라인 공간에서의 활동을 제약시키는 이런 여러 가지의 문제들을 양산하는 거죠.

◇ 김양원> 그렇습니다. 그런데 사실 본부장님, 제가 국어사전을 찾아봤어요. 혐오란 무슨 뜻일까. 그런데 뜻이 이렇습니다. “싫어하고, 미워함.” 단순히 싫어하고 미워하는 것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이것을 글이든, 아니면 행동으로든 표현함으로 인해서 나타나는 어떤 파급효과라고 해야 할까요? 안 좋은 효과,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 우리가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해봐야 할 것 같은데요. 특히 우리 사회에서 이런 여러 혐오 중에 여성혐오가 더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느끼는 이유, 무엇일까요?

◆ 김지혜> 실제로 제가 생각할 때는, 우리가 군 가산점제가 99년에 폐지가 됐어요. 위헌 결정이 났고, 그다음에 98년 말부터 여성 할당제가 실시되고 하면서 적극적으로 조금 더 여성의 차별적인 지위를 개선하고자 하는 이런 노력들이 실제적으로 많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그때 당시에도 제가 알기로 모 대학의 홈페이지가 마비될 정도로 아마 그런 저항이 굉장히 심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현상과 더불어서 최근 들어서면서 온라인에 대한 급격한 확대. 그러니까 모두가 개인이 자신의 언어를 이야기할 수 있는 1인 매체 시대라고 하잖아요. 그런 식으로 자기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기회들이 늘어나고, 사회 변화가 같이 되면서 사실은 그런 표현들을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이런 것들이 늘어나고, 그렇기 때문에 이런 게 최근에 더 많이 확산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 김양원> 양성평등을 향한 사회적인 이슈들이 생기게 되면서 이게 젠더 갈등으로 부추겨졌고, 또 젠더 갈등이 결국 여성혐오를 더 부추기는 게 아닌가. 혐오 중에서도 여성혐오 이야기를 하면 꼭 제기되는 것이 왜 여자들은 남성혐오 안 하느냐, 이런 지적입니다. 이에 대해서 한 말씀해주신다면요?

◆ 김지혜> 혐오는 지위가 다른 사람한테 하는 거거든요. 지위가 다른 층. 그런데 혐오를 지위가 더 높은 층, 기득권, 예를 들자면 그렇게 위로 하는 게 혐오가 아니라 우리가 아까 처음에 PD님도 말씀하셨다시피 약자, 소수자를 향해서 하는 게 혐오인 거죠. 그래서 그 기준이 강자를 중심으로, 내지는 조금 더 우위에 있는 사람을 중심으로 그들의 기준에서 만들어진 틀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그것을 혐오하는 것이죠. 그래서 상대적으로, 물론 우리가 남성혐오 표현들도 많이 나타나고 있죠. 그렇지만 그것이 가지는 영향력이나 파급효과나 내지는 사용빈도나 이런 것들로 봤을 때 사실은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다르죠. 여성들을 통제하는 효과까지도 가지고 오고 있다고 볼 수 있어서 조금 많은 문제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 김양원> 오늘은 열린라디오 YTN에서 새해를 맞아 준비한 첫 코너입니다. ‘혐오 말고 안아줘,’ 첫 순서로 여성혐오를 주제로 말씀 나눠봤는데요. 먼 길이지만 저희가 차근차근 다져 나가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 김지혜> 네, 감사합니다.

◇ 김양원> 지금까지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의 김지혜 본부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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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긴급전화☎1366,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 ☎02-735-**** 등에서 지원받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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