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FM, 조현지입니다
  • 제작,진행: 조현지 / 구성: 조경헌

인터뷰 전문

[역사맛집] 왕과 야자타임을? 목숨 건 회식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9-12-19 18:16  | 조회 : 772 
[YTN 라디오 ‘뉴스FM, 조현지입니다’]
■ 방송 : YTN라디오 FM 94.5 (12:20~14:00)
■ 진행 : 조현지 아나운서
■ 대담 : 김준우 신일고 선생님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역사맛집] 왕과 야자타임을? 목숨 건 회식


◇ 조현지 아나운서(이하 조현지)> 자주 가던 단골 식당은 만석, 밤에 택시는 잘 안 잡히고요. 공감하시죠? 바로 연말입니다. ‘언제 밥 한번 먹자!’라고 하던 사람과 정말 밥만 드셨나요? 사람에 취하고, 추억에 취하는 연말 모임. 웨이팅 없는 이곳으로 이야깃거리 채우러 오시죠. <역사맛집> 역사셰프, 신일고 김준우 역사 선생님과 함께 할게요.

◆ 김준우 신일고 선생님(이하 김준우)> 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 조현지> 선생님도 요즘 조금 바쁘시죠?

◆ 김준우> 연말에 아무래도 1년이 지나가기 전에 그래도 밥 한 번 먹자고 한 친구들과 더 이상은 시간이 없다, 이제는 만나야 한다고 해서 약속들을 잡다 보니까 바빠지네요.

◇ 조현지> 또 연말모임 하면 술이 빠질 수가 없어요. 선생님, 주량은 어떻게 되시나요?

◆ 김준우> 제가 굉장히 술을 잘 마실 것 같이 생겼다는 이야기를 듣기는 하는데요. 사실상 술을 거의 마시지 않습니다.

◇ 조현지> 그렇군요. 그러다 보면 많은 친구들이 같이 끼워주시나요?

◆ 김준우> 이게 아까 이야기했듯이 사람에 취하고, 술에 취하고 인데, 술자리에 가면 많이 마시지는 못하지만 사람에 취한다는 말은 해본 사람만 알 것 같아요. 술이 없어도 그 분위기 속에 취하면서 같이 어우러지는 게 좋습니다.

◇ 조현지> 갑자기 제가 왜 술 이야기를 했냐면요. 술이라는 게 도대체 언제부터 생긴 걸까. 역사 선생님께 여쭤보고 싶었거든요.

◆ 김준우> 술은 굉장히 오래 전부터 존재했습니다. 우리가 서양 그리스 신화만 보더라도 디오니소스라고 하는 신도 술과 관련해서 이야기가 되잖아요. 굉장히 오래 전부터 여러 가지 재료를 통해서 술을 만들어 먹었는데요. 술과 관련된 어원은 따져 보면, 우리나라에서는 ‘술’이라고 이야기하잖아요? 그런데 조선시대 때 기록을 보면 술이라기보다 다른 말로 쓰여 있는데요. 대표적인 게 ‘수을’이라는 게 있습니다. 수을과 고기를 먹디 마름과, 이런 식으로 쓰여 있는 글이 있는데요. 추론컨대 이게 아마도, 이게 확정은 아니에요. 이런 이야기들이 있는데, 물에서 불이 난다는 뜻으로 ‘수불’이라고 불리던 것이 발효가 되다 보면 부글부글 끓는 모습이 있잖아요. 그래서 물에서 불이 난다고 해서 수불에서 수블→수울→수을에서 술로 바뀐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이 가장 널리 퍼져있는 이야기긴 합니다.

◇ 조현지> 저는 술에서 불이 난다고 해서 술 마시면 열이 조금 나잖아요. 그렇게 생각했는데, 발효해서 열기가 올라온다는 의미가 담겨 있군요.

◆ 김준우> 그리고 또 파생된 단어 중에 술에 취한다는 말이 있잖아요. 취할 취(醉) 자의 한자를 뜯어보면 그 앞에 술 유(酉) 자에다가 마칠 졸(卒) 자를 붙여요. 그랬을 때 술, 마치다, 가 붙으면 술자리를 마치다, 이미 주량을 다 먹었구나, 그래서 취한 거야, 라고 해서 취할 취 자가 된 거고요. 그다음에 추남, 추하다, 라고 했을 때 뭔가 못생기고, 안 좋게 보이는 것들이 있잖아요. 이 추할 추(醜) 자 같은 경우에는 술 유 자에다가 귀신 귀(鬼)자를 붙인 겁니다. 그래서 술을 먹고 술주정을 하면서 귀신 같이 보이는 사람들. 그 모습이 바로 취한 모습이다, 라는 거죠.

◇ 조현지> 그런 것을 또 추하다고 하는 거군요. 사실 우리 민족이 참 술을 좋아합니다. 음주가무라고 하죠. 그런 흥겨운 것을 정말 좋아하는데요. 우리 옛날 작품들을 봐도 풍류 하면 술을 빼놓을 수가 없잖아요. 애주가들이 정말 많았는데요. 대표적인 인물들이 누가 있었을까요?

◆ 김준우> 조선시대 때 대표적인 애주가는 정철이 있습니다. 들어보셨죠? 관동별곡이라든가, 이런 작품으로 유명한 사람인데요. 정철이 쓴 작품 중에 ‘장진주사’라고 하는 작품이 있어요. 이것은 뭐냐면 술을 마시자고 권하는 작품이 되겠습니다. “한 잔 먹세그려 또 한 잔 먹세그려. 꽃 꺾어 세어놓고 무진무진 먹세그려.” 하면서 계속 먹자는 얘기들이 쭉 나와 있는데요. 그만큼 정철은 술을 굉장히 좋아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술을 많이 먹다 보면 버릇이 안 좋았어요. 그래서 항상 주변 사람들한테 또 술 먹었네, 하면서 피하고 안 좋게 생각하고 그런 식으로 말들이 많이 나오니까 선조 임금이 불러서 이야기를 한 거죠. 이보게 정철, 자네 술만 먹으면 이렇게 망나니가 되니 이게 말이 되는가, 그래서 내가 은잔 하나를 주겠네, 하루에 이 은잔으로 딱 세 잔만 먹게, 라고 해서 왕이 하사한 은잔이 있어요. 그것을 줬음에도 불구하고 또 술을 엄청 먹고 취해서 그러고 있는 거예요. 그래서 화가 났죠. 감히 내 명령을 어긴 거냐, 그랬더니 정철이 변명을 합니다. 저는 세 잔밖에 먹지 않았습니다. 그 조그마한 술잔으로 세 잔인데 이렇게 취할 리가 있느냐고 했더니 술잔을 봤는데 세상에. 더 마시려고 조금씩 편 거예요. 그래서 엄청 넓은 잔이 돼서 그 잔으로 마셨다.

◇ 조현지> 사발이 됐군요?

◆ 김준우> 그렇죠. 그런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습니다.

◇ 조현지> 주사 이야기를 해주셨으니 말인데, 옛날 사람이라고 주사가 없고 그렇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요. 역사적으로 유명한 술과 관련된 실수들도 재밌을 것 같거든요?

◆ 김준우> 일단 연산군 때로 가보면요. 이세좌라고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 사람이 어떤 일이 있었냐면 연산군이랑 술자리를 가진 거예요. 그 당시에 양로연이라고 해서 나이 많은 사람들을 초청해서 같이 연회를 베풀어주는 잔치가 있었어요. 거기서 이세좌한테 연산군이 술을 따라줍니다. 그런데 이세좌가 술이 조금 약해요. 이미 취해서 몸을 가누기도 힘든 상태였죠. 연산군이 술을 따르는데, 왕이 따르는 술이잖아요. 얼마나 떨면서 받아야겠어요. 그런데 술이 너무 많이 취해서 그만 쏟아버린 거예요. 그래서 왕이 있고 있는 곤룡포에도 흘려 버린 거죠. 보통 술자리에서 그 정도면 왕이 아량이 넓으면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넘어갈 수 있는데, 연산군은 그것을 계속 생각하는 거예요. 감히 내가 준 술을 쏟아버려? 해서 국문에 처하라고 명령을 내립니다. 다른 것도 아니고 술을 쏟았다고 해서 국문에 처한 겁니다. 굉장히 과하게 벌을 내리려고 한 거거든요. 결국, 귀양까지 보냅니다. 그리고 귀양을 보내고 끝난 것이 아닙니다. 생각해보니까 그래, 나이도 많으시고 그냥 풀어주라고 해서 4개월 뒤에 복직을 시키려고 해요. 그런데 왕비 간택을 하려고 자녀들 중에 여인들을 보내라고 했는데 누가 안 보낸 거예요. 원래 의무적으로 보내야 하거든요. 안 보낸 것을 보니까 연산군이 화가 난 거죠. 감히 내 명령을 무시하다니, 이것은 이세좌가 내 술잔을 쏟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또 귀양을 보내요. 그러고는 나중에 귀양간 곳에서 죽여 버립니다. 이게 왜 이러느냐? 사실상 술잔을 쏟은 것 가지고 연산군 마음이 좁아서 그렇다기보다는 이세좌가 어떤 사람인지 안 거예요. 어떤 사람이냐면, 자기 어머니한테 사약을 갖다 준 사람입니다.

◇ 조현지> 사실 술잔을 엎었다는 것은 핑계에 불과한 거군요?

◆ 김준우> 네.

◇ 조현지> 연산군와 이세좌는 그런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었지만 사실 왕과 신하가 술자리를 가진 거잖아요. 지금으로 비유하면 직장 내에서 송년회하고 하다 보면 회식하면서 술 마실 그럴 기회들도 많은데요. 왕이랑 같이 마시는 것은 신하들이 진짜 어려웠을 것 같거든요?

◆ 김준우> 어느 때나 회식자리가 비슷한 분위기였을 것 같아요. 회식자리에서 또 말 못할 일들이 생기잖아요. 말 그대로 술에 취해서 부장이면 다야, 하고 신입사원이 이야기하고, 이런 일들도 간혹 생기기도 하는데요. 조선시대 때도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겁니다. 언제로 가냐면 세조 때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때도 마찬가지로 양로연이라고 해서 잔치를 벌여요. 이때 신하는 누구였냐면 정인지입니다. 굉장히 유명한 신하거든요. 정인지가 술에 약해요. 약해서 막 취해서 정신이 왔다 갔다 하는 상태에서 세조한테 물어봅니다. 조카를 정말 죽였어야만 했습니까? 

◇ 조현지> 어머나.

◆ 김준우> 굉장히 말 꺼내기 힘든 이야기죠. 단종을 꼭 죽였어야 했습니까, 하고 직접적으로 물어봐요. 그러니까 세조가 또 취했네, 해서 내가 나중에 죽은 사람들 잘 알아서 위로하는 것을 가질 테니까 걱정하지 마라, 하고 타이릅니다. 그런데 이 정인지가 거기서 그치는 게 아니고 계속해서 나아갑니다. 그대는 무슨 말을 하는가, 옛날부터 그렇게 가르쳐도 유학의 도리를 모른다는 말인가? 그대의 생각을 나는 한 가지도 취하지 않겠네, 하고 이야기를 하는데 난리가 난 겁니다. 왜냐하면 왕을 지칭하는 말로 그대라는 표현을 쓴 거예요.

◇ 조현지> 그러니까요. 요즘 말로 ‘야자타임’ 한 거네요?

◆ 김준우> 그런 거죠. 그리고 왕한테 자기를 이야기할 때는 낮춰서 이야기를 해야 하거든요. 그런데 ‘나’라고 이야기한 거예요. 이게 어떻게 비춰질 수 있냐면 왕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소리로 비춰질 수 있는 거예요. 그러니까 주변에 있는 신하들이 사색이 된 거죠. 그러면서 왕한테 선수를 칩니다. 저 사람 엄한 벌을 내려야 합니다, 하고 계속해서 신하들이 올립니다. 그런데 세조가 오히려 나이도 많고, 그럴 수 있지, 하면서 어느 정도 무마하는 이런 면모를 보이죠.

◇ 조현지> 실제로 이런 술자리에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죽을 뻔하고, 암살 당할 뻔하고, 이런 신하들도 있었다고 하면서요?

◆ 김준우> 네, 맞아요. 정인지가 이거 죽을 뻔한 거거든요. 이런 신하가 있었다면, 세조도 술을 좋아해서 여러 신하들하고 술을 마십니다. 이번에는 또 누구랑 마셨냐면 신숙주, 그 숙주나물의 신숙주 아니겠습니까? 신숙주와 술을 마시는데, 이번에는 술에 취해서 뭘 했냐면 팔씨름을 합니다. 보통 적당히 하다가 져주는 게 어찌 보면 아랫사람의 도리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신숙주가 왕을 이겨 버렸습니다. 이게 또 뭐라고 해석될 수 있냐면 왕을 꺾고 내가 그 자리에 앉겠다. 이렇게 해석될 수 있는 거거든요.

◇ 조현지> 분위기 정말 ‘갑분싸’ 됐을 것 같네요.

◆ 김준우> 네, 맞습니다. 옆에 있는 세조의 참모가 이거 난리 났다, 신숙주가 비록 취해서 저랬지만 이거 잘못 오해를 사면 정말 세조가 죽일 수도 있겠구나, 라고 해서 잽싸게 신숙주 방에 있는 책들을 다 치워 버렸어요. 왜냐하면 신숙주는 습관이 아침에 일어나면 초를 켜서 책부터 읽거든요. 아무리 취해도 습관이 있어서 책을 읽는데, 세조는 생각을 한 거예요. 만약에 취해서 그랬으면 용서를 하겠는데, 취하지 않고 한 행동이라고 하면 저거는 의도한 것이다. 그래서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책을 읽었으면 저것은 취한 게 아니다, 라고 생각하고 지켜보고 있었던 거예요. 아침에 초가 켜지는 순간 죽여야겠다, 하고 있었는데, 책이 없으니까 초를 안 켠 거예요. 그래서 술에 취해서 골아 떨어졌구나, 라고 해서 암살을 모면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거죠.

◇ 조현지> 실제로 사형을 당한 신하도 있었다면서요?

◆ 김준우> 있습니다. 역시나 세조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세조 때 양정이라고 하는 신하가 있어요. 세조가 계유정난을 일으키고 왕위를 찬탈하는 데 있어서 제거해야 하는 정적 중 하나가 김종서라고 하는 장군이 있었거든요. 김종서를 제거한 사람이 양정입니다. 엄청난 역할을 했죠. 그래서 본인은 내심 일등공신이 될 줄 알았어요. 그런데 이등공신이 된 겁니다. 속에 불만이 많았죠. 그것을 꾹꾹 숨기고 있었는데, 또 술이 들어가다 보니까 이게 터져 나온 거죠. 그래서 세조한테 뭐라고 했냐면 빨리 세자한테 양위하세요, 라고 이야기를 한 거예요. 이거, 너 물러나라, 하는 소리거든요. 이게 난리가 난 겁니다. 그래서 세조가 그래? 알았어, 그러면 나 이제 세자한테 물려줄게, 라고 해버린 거예요. 이게 한 번 떠보는 거거든요. 신하들이 옆에서 큰일 났다, 이게 진짜 물려준다는 게 아니구나. 결사반대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뜯어 말렸죠. 그러면 못 이기는 척 내가 그냥 할게, 하면서 양정을 사형 시킨 겁니다.

◇ 조현지> 그런데 우리 민족이 술을 좋아하고 그렇기는 합니다만, 예전에는 술이 쌀로 빚는 정도만 있었을 것 같아요. 그러면 흉작이 들거나 그러면 수입산 쌀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요. 술도 만들 수 있는 양이 줄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거든요.

◆ 김준우> 술을 만들려고 하면 기본적으로 곡식입니다. 우리나라의 술에 있어서는 곡식인데요. 사실상 굶어 죽는 사람들이 많았고, 흉년이 드는 시기도 많았는데요. 그래서 조선시대 때 금주령을 자주 내리게 됩니다. 조선왕조실록만 검색을 해봐도 금주령에 대한 언급이 129번이나 나와요.

◇ 조현지> 그러면 애주가들은 정말 괴로웠겠네요.

◆ 김준우> 그럼요. 엄청 괴로운 거죠. 단,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것은 제사 지내거나 이럴 때. 그럴 때는 술이 빠질 수 없죠. 그래서 그때는 허용해주겠다고 하는 게 일반적이었어요. 혼례, 잔치, 이런 것들. 평소에는 마시지 말고. 그런데 영조 때는 굉장히 엄격하게 금주령을 실시하게 됩니다. 영조 재위기간이 52년이거든요. 그중에 50년 동안 금주령을 내려요. 영조가 엄청 검소한 왕의 표본이었습니다. 본인 자체가 검소하다 보니 이런 곡식들을 엄청나게 들여서 만드는 술을 못 먹게 한 거죠.

◇ 조현지> 그러다 보니까 이렇게 영조 때는 조금 예외였을 것 같기도 하지만 조선시대 때 주모가 나오는 술집들이라고 할까요? 이런 것도 많이 있었을 것 같아요.

◆ 김준우> 맞습니다. 영조 이후에 정조가 즉위를 하는데요. 정조는 또 유명한 애주가입니다. 술을 엄청 좋아해서 금주령을 거의 해제시켜 버리죠. 그러다 보니까 조선 전국에서도 술집들이 많이 등장해요. 이 술집도 약간 분류가 나뉘게 됩니다. 일단 서서 술을 마시는 집, ‘선술집.’ 앉지 않고 서서 마시는 집.

◇ 조현지> 그게 그런 의미였어요?

◆ 김준우> 네. 선술집도 등장을 하고요. 24시간 주막이 있습니다. 24시간 편의점만 있는 게 아닙니다. 24시간 주막인 ‘날밤집.’ 그다음에 긴 나무 형태로 된 ‘목로주점’이라는 게 있고요. 그다음에 얼굴은 내보이지 않고 팔뚝만 내밀어 술을 따라준다고 해서 이 집을 ‘팔뚝집’이라고 부르는, 굉장히 독특한 집이 있죠.

◇ 조현지> 세종이 술을 적당히 마셔서 신하들이 좋아했던 왕 중 하나라면서요?

◆ 김준우> 그렇죠. 세종은 어찌 보면 술 때문에 왕이 됐다고 얘기할 수도 있습니다. 무슨 이야기냐면, 세종실록에 보면 이런 기록이 있어요. 아버지였던 태종이 고민을 합니다. 첫째 아들을 세자로 시켜놨더니 술을 너무 많이 마시는 거예요. 너무 많이 마시면서 자꾸 이상한 짓을 하고 돌아다니니까 도저히 안 되겠다고 생각을 한 거죠. 그런데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까 술을 전혀 못 마시는 것도 문제가 된다는 거예요. 예를 들어서 중국에서 사신이 왔는데, 사신을 접대할 때 술을 같이 마셔줘야 접대가 되고, 그런 게 있어야 하는데요. 둘째였던 효령대군 같은 경우에는 술을 전혀 못 마셨거든요. 그래서 둘째에게 주기도 뭐하고, 셋째인 충녕대군. 세종 같은 경우에는 잘 마시지는 못하나 적당히 마시고 그친다. 그렇기 때문에 셋째는 적당히 마실 줄 아니 접대도 가능하고, 그래서 이 대위를 맡을 만하니 나는 충녕으로서 세자를 정하겠다고 하는 기록이 나옵니다.

◇ 조현지> 이런 내용들은 들어보면 지금 현대사회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런 생각도 들기도 하는데요. 왕들의 술 이야기를 들으니까 너무나 재밌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저희가 또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게 술을 권하거나 이러려고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절대 아니잖아요? 연말연시, 또 술자리 많겠지만 적당히 드시고, 또 술을 한 잔이라도 하셨을 때는 절대로 운전대를 잡으시면 안 되고요.

◆ 김준우> 방금 이야기했듯이 술을 권하는 게 아니라 적당히. 그리고 잘 분별하면서 마셔야 하는 것이 필요한데요. 세종대왕이 남긴 유명한 글이 있어요. 그게 바로 ‘계주교서’라는 건데요. 교서라고 하는 것은 훈계, 가르치기 위해서 임금이 내려주는 글을 교서라고 하거든요. 계주, 술 마시는 것을 훈계하는 교서를 내리는데요. 적당히 마시라는 게 쓰여 있어요. 일부 내용을 이야기해드리자면 “술 마시는 것으로써 일을 패하지 말고, 지나치게 마셔 병이 되게 하지 말며. 각각 내 행동을 조심하여 노상 술 마시지 말며. 그리고 서로 화목하여 천하가 잘 다스리게 하여라”로 마무리가 됩니다. 좋아하는 건 좋은데 정도를 지킬 수 있어야 한다는 거죠. 

◇ 조현지> 지금 또 우리들에게 하는 이야기이기도 한 것 같아요. 술자리가 연달아 생기는 이런 연말에는 여러분들 조절하셔서 건강도 생각하시고요. 행복한 연말 마무리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술에 대한 이야기 <역사맛집>에서 해봤는데요. 선생님, 오늘이 2019년에 선생님과 함께하는 마지막 방송이에요. 새해에 봬야 할 것 같은데요. 청취자 분들께도 인사 한 말씀해주세요.

◆ 김준우> 2019년, 개개인마다 의미가 다를 것이고, 다들 열심히 사셨을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1년, 아직 얼마 안 남았으니까 마무리 잘 하시고, 그다음에 저는 2020년 희망찬 새해와 함께 또 맛있는 역사 음식 가져와서 만나도록 하겠습니다.

◇ 조현지> 네, 역사맛집, 역사셰프 신일고 김준우 선생님과 함께했습니다. 선생님,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 김준우>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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