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FM, 조현지입니다
  • 제작,진행: 조현지 / 구성: 조경헌

인터뷰 전문

[영준책방] 할리퀸 시리즈를 좋아하는 당신을 사로잡을, 파울로 코엘료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9-12-09 14:45  | 조회 : 669 
[YTN 라디오 ‘뉴스FM, 조현지입니다’]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12:20~14:00)
■ 진행 : 조현지 아나운서
■ 출연 : 남영준 중앙대 교수

[영준책방] 할리퀸 시리즈를 좋아하는 당신을 사로잡을, 파울로 코엘료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키스할 때는 천천히. 웃을 때는 마치 정신이 나간 것처럼, 하루하루의 삶에는 온 마음을 다해, 용서할 때는 뒤 돌아보지 말고 재빨리.

조현지 아나운서 (이하 조현지) : 매주 월요일에만 문을 여는, <영준책방> 파울로 코엘료의 저서, ‘마법의 순간’에 실린 구절로 시작했습니다. 아주 달달한 문장들인데요. 이 글귀를 골라주신 분입니다. 영준책방의 주치의! 중앙대학교 문헌정보학과 남영준 교수님, 안녕하세요.

남영준 중앙대 교수 (이하 남영준) : 네. 지난 한주가 안녕하셨지요?

조현지 : 영준책방은 매주, 월요일. 여러분께 일대일 맞춤 책 처방을 해드리고 있는데요. 지금, 문 활짝 열어뒀습니다. 어떤 사연이든 좋습니다. 여러분들의 사연에 맞는 책, 모아두었다가 다음 주에 처방해 드릴게요. 사연 보내주세요. 문자로 말머리 ‘책 처방’ 달아서 보내주세요. 영준 책방! 매주 처방책에 실린 글귀로 문을 여는데요. 지난 주에 문자 보내주신 분 중, 오늘의 주인공으로 선정된 분의 사연입니다.

[청취자 문자] 저는 할리퀸 시리즈처럼 로맨스 소설을 좋아하는데요. 사람들이 최근 무슨 책 읽었냐고 물어봤을 때 대답하기 참 부끄럽더라고요. 제가 재미있게 볼 수 있으면서도 사람들에게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는 뭔가 있어 보이는 책 없을까요?

조현지 : 할리퀸 시리즈! 여성분들이 좋아하는 로맨스 소설 시리즈죠.

남영준 : 달달한 마카롱과 고소한 쿠키, 그리고 향기 좋은 커피. 청취자님이 저에게 의뢰한 내용을 보고 직관적으로 떠오른 단어들입니다. 청취자님은 할리퀸 시리즈와 같은 캐주얼한 책들을 좋아하시나 봐요.

조현지 : 교수님, 할리퀸 시리즈 아세요? 모르는 남성분들도 많으시던데요.

남영준 : 네 다들 잘 모르고 있더라고요. 많은 사람들은 배트맨에 나오는 할리퀸을 연상하는데 전혀 다른 내용입니다. 청취자님이 말하는 할리퀸은 할러퀴인 출판사에서 나오는 연애소설 시리즈물을 말하는 거죠. 이 출판사의 책들은 일반적으로 곤경에 직면한 여자주인공이 역경을 헤쳐나가는 줄거리를 갖고 있고, 신데렐라와 유사한 스토리 전개방식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술술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도록 최적화된 소설입니다. 그래서 미국이나 캐나다에서는 신문가판대와 공항 터미널 등에서 많이 판매되는 문고판입니다. 한마디로 달달한 마카롱과 같은 책입니다.

조현지 : 그런데 청취자님은 다른 사람들이 할리퀸 시리즈를 읽는 걸 알게 되면
부끄러울 것 같다고 하셨거든요. 가벼운 책을 읽는 독서가처럼 비춰지지 않기를 원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남영준 : 그래서 영준책방의 문을 연, 파울로 코엘료의 ‘마법의 순간’을 추천해 드리려고 합니다.

조현지 : 파울로 코엘료는 연금술사를 지은 소설가죠. ‘마법의 순간’은 어떤 책인가요?

남영준 : 이 책은 저자가 SNS에 올린 내용 가운데 좋은 문장을 추려서 하나의 책으로 만든 것입니다. SNS라는 미디어는 기본적으로 긴 문장을 쓰지 않아야 하므로 모든 글이 매우 짧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 책은 SNS에 올린 글이란 것을 모르고 보면 시로 착각할 수 있을 정도로 함축적입니다. 한 페이지가 대략 세 문장 내외이고 길어야 네 문장입니다. 청취자님의 첫 번째 질문에 대한 처방을 코엘료의 말로 대신하겠습니다.

“다른 사람이 당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지나치게 신경 쓰지 마세요. 어차피 당신이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남영준 : 그러니 청취자님, 어떤 책을 읽든지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할러퀴인 출판사의 작품들이 문학적으로 가치가 있냐 없냐는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사연 보내신 분이 읽고 가슴이 울려지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조현지 : 그런데 교수님! 짧은 글로 이뤄진 작품들이 많은데, 이 책을 추천한 이유가 있을까요?

남영준 : 이 책을 추천한 또 다른 이유를 설명해 드리면, 파울로 코엘료는 워낙 유명한 작가입니다. 우리나라에 고정적인 팬덤이 있을 정도니까요. 대표적 작품인 연금술사를 비롯하여 매년 그의 작품이 시리즈처럼 번역 출판되고 있습니다. 할리퀸 시리즈가 로맨스 소설 위주라면, 코엘료의 작품은 사랑을 포함한 인생 전반에 대한 신학적 관점이 가미된 소설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마법의 순간이란 책은 1장이 사랑에 대한 짧은 글들로 시작하여 7장의 인생까지를 아주 간결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코엘료 책을 시작하기에 최적의 책입니다. 쉽고 의미도 깊고 짧기 때문에 할리퀸 시리즈보다 쉽게 읽을 수 있습니다. 더 좋은 것은 모든 문장에 황중연 님의 그림이 그려져 있습니다. 물론 원본에는 없고, 번역된 우리나라 책에만 있습니다. 이 그림을 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그러니까, 마법의 순간을 읽고 나서 혹은 읽는 중에 친구들이 청취자님께 ‘요즘 어떤 책 읽어’라고 물을 때 ‘코엘료를 알아가고 있어’라고 대답하면 됩니다. 이 책은 코엘료 작품의 입문서이기 때문입니다. 코엘료의 스타일을 알고 장편소설을 보는 것과 모르고 보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조현지 : 워낙 짧은 글들이 실렸기 때문에 금방 읽게 될 거 같은데요. 다 읽은 뒤엔 어떤 책을 읽으면 좋을까요?

남영준 : 코엘료의 마크툽을 두 번째 책으로 추천합니다. 이 책은 산문체 칼럼 형식으로 ‘마법의 순간’보다 조금 문장이 길고, 내용도 깊습니다. 그만큼 읽으면서 감동과 여운이 조금 더 길게 갑니다. 조현지 아나운서님의 목소리를 빌려보겠습니다.

조현지 : 코끼리가 아직 어릴 때 단단한 나무에 코끼리의 발 하나를 묶어놓는다. 그러면 코끼리는 아무리 애를 써도 나무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러면 코끼리는 완전히 자라 힘이 무척 세져도 나무에서 벗어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우리의 발 역시 코끼리의 발처럼 허술한 관계들에 묶여 있다. 그러나 어릴 때부터 나무의 힘에 익숙해 있기 때문에 감히 투쟁하지 못한다. 용기를 내어 한 걸음만 내디뎌도
자유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말이다.

남영준 : 어떠세요? 문장은 길고 내용도 깊지만 ‘마법의 순간’에서 코엘료가 말하는 것과 큰 차이는 없지만, 여운은 조금 길게 가지 않나요? 자, ‘마법의 순간’과 ‘마크툽’을 읽으셨으면 당장 도서관 서가로 가셔서 코엘료의 소설 중 표지 그림이 맘에 드는 책을 빌리세요. 코엘료의 책은 다 좋으니까요.

조현지 : 아까 교수님이 어떤 책을 읽든지 상관이 없다... 문학적으로 가치가 있냐 없냐는 중요하지 않고, 가슴에 울림을 주는 게 중요하다... 하셨는데요. 그 말은, ‘좋은 책이라는 건 정해진 게 아니‘라는 뜻인가요?

남영준 : 좋은 책이 뭐냐... 라는 질문은, 마카롱이 좋냐 쿠키가 좋냐... 라는 질문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 순전히 오늘 내 마음이 어떤가에 달려있습니다. 이렇게 질문해봅니다. 조현지 아나운서님. 오늘 커피를 대접하고 싶은데 마카롱을 준비할까요, 아니면 쿠키를 준비할까요? 그러면 조현지 아나운서께서 ‘마카롱이요’ 혹은 ‘쿠키요’라고도 할 수 있지만, ‘고구마 케익이요’라고 할 수 있는 거죠. 인생에 정답은 자신이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코엘료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주위에 성공하는 방법에 대한 지침서들이 있다면 다 내다 버리세요. 당신이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오직 당신만의 지침서를 써 내려가는 것입니다.”

저는 논리가 정연한 것을 좋아합니다. 그런데 논리가 통하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납득과 이해가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 사랑인 거죠. 사랑을 논리적으로 하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그냥 사랑이 싹트는 거지요. 누가 나에게 ‘할리퀸 시리즈가 왜 좋아?’ 혹은 ‘코엘료가 왜 좋아’라는 질문에 대한 정답은 ‘그냥 좋아’입니다. 다만 마카롱만 너무 먹다 보면 지루할 수 있으니 간혹 쿠키도 커피랑 같이 드셔 보시면 어떨까요.

조현지 : 교수님, 그렇다면 오늘은 팁 하나 주시면 어떨까요? 그동안 책 저자명으로 책을 골랐는데요. 출판사로도 책을 고르는 분들도 많더라고요?

남영준 : 출판사들은 회사의 자존심 때문에 아무 책이나 출판하지 않고 나름대로 우직하게 엄선된 자기 스타일을 갖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시집만 출판하는 출판사도 있고, 과학 서적만을 고집하는 출판사도 있습니다. 청취자분이 좋아하는 책을 한 권씩 읽고 서가에 놓다 보면 생각보다 서가에 특정 출판사의 책만 꽂혀 있을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그래서 저자도 낯설고 주제도 낯설 때 책을 골라야 한다면, 평소 내가 좋아하는 책을 출판했던 출판사의 것이라면 크게 실패하지 않을 것입니다.

조현지 : 그렇군요. 오늘 우리 집 책장에서 어떤 출판사의 책이 가장 많은지, 한번 봐야겠어요. 자, 오늘도 책으로 힐링하는 시간을 가져봤는데요. 영준책방. 남영준 교수님과 함께했습니다. 오늘 말씀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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