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플러스
  • 방송시간 : [월~금] 15:00~16:00
  • 진행 : 김우성 / PD: 김우성 / 작가: 이혜민

인터뷰 전문

[생생경제] 하나도 된 게 없다... 재벌개혁(박상인), 노동개혁(김성희) 한풀이 한마당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9-12-06 17:46  | 조회 : 2149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15:10~16:00)
■ 진행 : 김혜민 PD
■ 대담 :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 박상인 서울대 교수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생생경제] 하나도 된 게 없다... 재벌개혁(박상인), 노동개혁(김성희) 한풀이 한마당


◇ 김혜민 PD(이하 김혜민)> 12월 금요일은 올 한해를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합니다. 오늘 첫 시간인데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지 절반이 지났습니다. 그래서 경제 관련한 장밋빛 공약들, 얼마나 지켜졌는지, 그래서 우리 살림살이는 얼마나 나아졌는지, 아니면 얼마나 더 나빠졌는지 평가해보려고 합니다. 이번 주와 다음 주는 ‘2019년 한풀이’라고 제목을 정해봤는데요. 오늘 문재인 대통령에게 많이 한풀이하시라고 두 분 모셨어요. 신박세상의 서울대 박상인 교수, 동창토론의 고려대 노동대학원 김성희 교수 나오셨어요. 안녕하세요?

◆ 박상인 서울대 교수(이하 박상인)> 네, 안녕하십니까.

◆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이하 김성희)> 네, 안녕하세요.

◇ 김혜민> 신박세상과 동창토론, 코너 양 진영 중에 두 분이 진보 진영 대표선수로 나오시잖아요. 저희가 일부러 진보 진영 학자들만 모신 이유가 있어요. 보수 진영에 있는 분들은 당연히 비판적인 이야기하시는 분들이고, 실제 문재인 정권에 진보 진영 학자들이 애정 어리지만 날카로운 쓴 소리를 하시라도 두 분을 모신 거거든요. 사실 두 분의 한풀이가 청와대에서는 더 아플 거예요. 특히 박상인 교수님이 이 방송을 통해서 정부에 회초리를 많이 드셨는데, 혹시 전화 받으시거나 이야기 들으신 적은 없으세요?

◆ 박상인> 그런 전화는 아니고요. 의견을 물으러 찾아온 적은 있습니다.

◆ 김성희> 저는 너 그럴 줄 알았다, 이런 반응이던데요. 노무현 정부 때부터, 그때 비정규직법이 통과될 때 비정규직 문제에 깊이 관여하고 있었기 때문에요. 

◇ 김혜민> 그래서 이번에도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을 보이셨다고 하셨습니다. 이 두 분에게 문재인 대통령이 처음 공약을 했던 경제공약의 대표적인 재벌개혁과 그리고 노동개혁에 있어서 어떻게 판단하시는지, 평가하시는지를 오늘 생생경제 시간에 듣겠습니다. 먼저 2019 한풀이, 이 포문을 열기 전에요. 2019 경제 뉴스 중에 두 분이 꼽는 가장 큰 뉴스 하나씩 듣고 싶어요. 김성희 교수님?

◆ 김성희> 올해 별로 생산적인 뉴스는 없습니다. 작년에 했던 것 뒤로 물리고, 이렇게 하고 이런 사안들. 그리고 일자리가 작년에 있었던 노동개혁 때문에 생긴 거지, 마니 하는 그런 문제들, 방어적인 이야기가 주류를 이루다가 다른 국면으로 넘어가 버렸죠. 정치 공방으로 넘어가 버리는 바람에 법률도 별로 없고요. 새로 만들어진 게 없고 설거지를 하다가 만 느낌의 것이고요. 유일하게 그래서 꼽으라고 하면 작년 말에 통과된 김용균법 1주기가 12월 10일인데요. 죽음의 외주화 문제, 이게 우리 사회에서 노동이 어떻게 대상화되고, 상품화되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고, 돈보다 생명을 중시해야 하고, 이윤보다 인간을 중시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내건 노동존중이라는 게 그런 의미 아니겠습니까? 그것과 거꾸로 가는 현실을 바로잡아야 하는데요. 김용균 없는 김용균법이라는 문제가 있듯이 충분하게 개선된 것은 별로 없는. 그 정도가 그나마 올해 시행된 일이지만, 그게 진전이라면 진전이지 나머지는 다 방어적 의제였다고 봅니다.

◇ 김혜민> 김성희 교수님은 올해 경제 뉴스 중에 생산적인 것은 거의 없었고, 그나마 작년 말에 통과됐던 김용균법이 의미 있는 뉴스였다고 꼽아주셨어요. 박상인 교수님?

◆ 박상인> 제 관심분야에서는 많은 일들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긍정적인 것보다 부정적인 일들이었다는 게 가슴이 아프고요. 그래서 한풀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말이 되지 않았나 싶고요. 여러 가지 중에서 하나를 꼽자고 하면 저는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굉장히 떨어졌다고 하는 것. 올해 성장률이 2% 될 거라는 식으로, 예를 들어서 OECD나 IMF에서 일제히 전망치를 낮췄습니다. 개인적으로 2% 되게 어려울 거라는 조금 더 비관적인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2% 되려면 4분기 성장률이 1% 되어야 하는데, 3사분기에 0.4%였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두 배 이상 2.5배로 한다는 것은 상당한 무리가 아니면 사실 어렵다. 그래서 자연적으로 봤을 때는 2% 성장하기 어려운, 어떻게 보면 처음으로 경제 위기 국면이나 특별한 기간이 아닌데 1% 성장률도 떨어지는 첫해가 될 수 있고, 이것이 그다지 앞으로 반등할 것 같이 보이지 않아서 조금 더 암울한 뉴스기는 한데요. 성장률 전망치 2% 밑으로 될 수 있다. 이게 저한테는 어떻게 보면 현실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게 하는 충격적인 뉴스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 김혜민> 본격적인 저성장 국면에 들어간 것 같은 그런 시그널이 나온 게 올 한해 경제뉴스였다. 본격적인 한풀이를 해보겠습니다. 우리 박상인 교수님은 기승전-재벌개혁, 그래서 박상인 교수님의 한은 재벌개혁이고요. 김성희 교수님은 기승전-노동개혁. 그래서 김성희 교수님의 한은 노동개혁일 텐데요. 문재인 대통령이 평소 생각하는 재벌에 대한 인식, 그리고 노동시간 단축의 중요성, 가치에 대해서 잘 나타낸 발언이라 저희가 발췌를 했고요. 그러면 과연 문재인 대통령이 이렇게 발언한 만큼 사회가 바뀌었는지를 짚어보죠. 정부 출범 당시에 박상인 교수님, 문재인 대통령이 재벌개혁 관련된 공약을 어떤 것들을 넣었습니까?

◆ 박상인> 저는 문 대통령님이 발언하신 것을 다시 보셨으면 좋겠어요. 저희가 초심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인데 이 초심대로 하셨다고 하면 지금쯤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고요. 대통령 재벌공약은 크게 네 꼭지가 있다고 생각이 듭니다. 첫 번째가 황제 경영 방지에 대한 것. 이게 주로 상법 개정안을 통해서 하겠다고 한 것이고요. 두 번째는 재벌 총수 일가의 편법적 지배력 강화, 또는 지배구조 개선. 이것은 주로 공정거래법 관련된 개선방안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세 번째 일감 몰아주기, 기술 탈취, 단가 후려치기, 이것은 공정거래법, 또는 관련법들이고요. 마지막이 금융 계열사 통합감독 시스템 정착. 크게 네 가지 꼭지였는데요.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대부분 한 것은 없다고 이야기할 수 있겠어요. 다들 법이 국회에 계류 중인 게 대부분이고요. 심각한 것은 공정거래법 개정안, 특히 경제력 집중 관련한 부분인데요. 이 부분은 개정안 자체가 너무나 빈약해서 사실상 의미가 없는 개정안을 제출했고, 그것도 국회가 통과 안 시킨다고 하는 핑계만 계속해서 대고 있다는 것이고요. 일감 몰아주기도 마찬가지고요. 금융그룹 통합감독 체계도 법안 자체를 발의를 안 하고 있는 것. 그래서 대통령님께서 다짐을 하셨고, 또 거기에 맞는 공약을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이후를 돌아보면 실현된 것이 없다. 참 안타깝습니다. 

◆ 김성희> 저는 청와대에 아리랑을 들려주고 싶은데요. 가다 못가면 쉬었다가 가더라도 꾸준히 끝까지 가야 하는데, 가다가 다른 길로, 편한 길로 새거나 되돌아가면 안 된다고 하는 점을 생각해봐야 할 그런 대목이라고 봅니다. 다섯 가지 정도 되는데요. 최저임금의 산입범위 확대하고, 속도조절에 들어갔습니다. 52시간 상한제 노동시간도 적용 유예하고, 탄력제 확대하고, 그런 52시간 취지를 약화시키는 그런 이야기들이 너무 강하게 부각되고 있죠. 법안이 통과되든, 안 되든 정부가 시행령으로 실시하려고 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의 의지가 그렇게 있다가 없다가 하는 그런 대목이라고 볼 수 있고요. 정규직 전환 문제도 저는 무기 계약직이나 자회사 고용, 이것 이외에 뭐가 없느냐. 그리고 파급효과가 없습니다. 공공부문 일부에 그쳤죠. 이런 문제가 있고요. 우리나라 노동 기본권이 존중되지 않아서 ILO 기준협약을 비준해야 하는데 그것도 이것저것 주고받기 식으로 하고 있는 상황이고, 김용균 없는 김용균법. 이 정도밖에 관철을 못 했다고 하는 이런 문제가 있죠. 세세하게도 중요하지만 우리나라의 불공평한 구조, 불평등한 구조를 바꿔 나가는 계기로 삼는 그런 정책으로 의미가 있는 것인데 그 자체로 가다 말거나 되돌아 서버리면 사실은 우리 이제까지 해왔던 방식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냐. 불평등한 구조를 바꿀 수 있는 전환의 계기, 그게 시대의 요구로 받아 안겠다고 하던 것이 지금은 어디로 간 거냐. 이 문제를 다시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 김혜민> 최저임금, 52시간 근무제, 정규직 전환, 또 ILO 기본협약 강화하는 것들, 그런 것들이 있었는데 지금 가다서다 하는 것을 넘어서 편한 길을 찾고 있다고 평가를 해주셨어요. 그런데 얘기를 들어보니 그나마 노동개혁은 재벌개혁보다 공약을 실행한 것 같은데요?

◆ 박상인> 그래도 하려고 노력은 했죠. 그러다가 다시 뒷걸음질 치고. 그래서 이게 하려면 하는 것이지, 도대체 입장이 뭐냐고 하는 비판을 받고 있고요. 재벌개혁은 아직 시작을 안 했다고 이야기하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인 것 같습니다. 재벌개혁 외에 경제 민주화 관련된 다른 공약들, 예를 들어서 갑을 문제라든지요. 공정위 조직을 확대하고 이런 문제 같은 것들, 이런 것들은 일부 한 게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사실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고요. 가장 핵심적이고 본질적인 부분은 전혀 손을 대지 않고 변죽만 조금 울렸다. 

◇ 김혜민> 노동개혁은 변주라도 했는데, 재벌개혁은 변죽만 울렸다.

◆ 김성희> 아예 안 하는 것도 좋을 수도 있습니다. 줬다 뺏으면 더 기분이 상하기 때문에. 그리고 다음에 할 기회를 훼손하기 때문에 잘 못 건드릴 거면 숙제로 그냥 남겨놓는 방법도 차라리 낫다. 잘 못할 거면 차라리 하지 마라, 이렇게 얘기할 수도 있는 대목입니다.

◆ 박상인> 노동 관련해서 저도 한 가지 말씀을 드리고 싶은 게 초심 말씀을 재벌개혁 관련해서 드린 것처럼 대통령께서 사람이 먼저라는 말을 참 많이 하셨어요. 그런데 최근 1년 반, 작년 이후에 한 번도 그 말을 들은 적이 없어요. 노동 존중이라는 말씀, 사람이 먼저라는 말을 안 하기 시작한다는 거죠.  

◇ 김혜민> 그런데 이런 생각이 들어요. 두 분은 워낙 노동개혁, 재벌개혁을 부르짖었고, 이 부분에 한이 맺힌 분들을 모셨으니까요. 두 분의 이야기가 저도 이해는 가는데, 한편으로는 이렇게 생각하는 청취자들도 있을 것 아니에요. 현실적으로 그게 어렵고, 안 되니까 정부에서 말은 했지만 어떻게 이상적으로 다 할 수 있느냐, 현실 가능한 것을 찾은 거라고 말씀하실 수 있지 않겠어요? 이 말에 대해서 어떻게 변명을 하시겠어요?

◆ 김성희> 아까 말대로 이것은 시대의 요구라고 할 수 있고, 이제까지 우리가 살아오던 방식이 기득권 구조나 너무 탄탄하고, 생명보다는 돈을 중시하고, 인간보다는 이윤을 중시하는 체계였는데요. 그것을 반전시켜야 한다고 하는 것이 문재인 대통령 후보 외에 사실 모든 후보가 방향은 비슷했잖아요.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그것을 해야 한다. 그리고 현실적인 장벽에 부딪히죠. 기득권 구조에도 부딪히고, 경제 문제가 생각보다 쉽게 안 풀린다는 문제에 대한 그런 반론도 분명히 있는 것인데요. 그렇다고 해서 이 기본 구조 틀을, 쉬었다가 가더라도 가야 한다. 주춤하고 조정하고 이런 과정은 거치더라도 가야 할 길은 분명히 있다고 하는 이 중요한 계기는 놓치지 말아야 하는데요. 완전히 방향을 잃은 듯한 느낌이 들어서, 그게 문제라는 것이죠.

◆ 박상인> 정치가 뭔가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재벌개혁과 관련해서 김상조 지금 실장이시고, 공정거래위원장할 때 하는 말이 할 수 있는 것을 하겠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었어요. 그리고 할 수 없는 것은 자발적으로 하도록 기다리겠다, 그렇게 말을 했습니다. 강제로 해도 안 할 것을 자발적으로 하도록 기다리겠다는 것은 사실 어불성설이라고 생각이 되고요. 그리고 할 수 있는 것을 하겠다? 정치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것이 정치인가. 공약을 왜 하는 건가요?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 해야 할 일을 정치적으로 가능하게 하는 것이 정치인이고, 그것을 하겠다고 국민에게 표를 달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선거입니다. 그런데 선거 이후에는 하는 말이 할 수 있는 것만 하겠다는 식으로 가니 어떤 식이 되냐면, 재벌 문제 왜 시작도 못 하느냐? 야당이 있고, 반대가 있으니 할 수 있는 것 하겠다? 실제 해야 하는 것에서 100보 후퇴를 해요. 그러고 나서 반대하고 어쩌고 하면 또 100보 후퇴해서 200보 후퇴안을 내놓으니 있으나 마나 한 안이 나와요. 그게 작년 말에 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안이라는 것이 그런 과정을 통해서 법안이 나오니 사실 아무런 의미가 없는 법안을 만들고, 또 그러고는 국회 핑계를 자꾸 대고 하는 것이죠. 입법을 통하지 않고 할 수 있는 것을 하겠다. 예를 들어서 이번에 사법개혁 문제처럼 입법 통하지 않고 할 수 있는 것부터 하겠다고 하는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한다면 재벌개혁은 훨씬 하기 쉬워요. 입법이 아닌 시행령 밑의 수준에서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방안들이 상당히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것들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도 없고, 아예 모르는 척 해요. 그러면서 입법 핑계만 대고 있다. 그러면 이게 정말 할 의지가 있느냐, 라는 문제. 의지가 있어도 현실적으로 어려워서 못한다? 어느 정도 그 말을 받아들일 수 있어요. 그런데 문재인 정부가 출범할 때 저희들이 기대를 걸었던 것은 시대적 상황입니다. ‘촛불 정부’라고 자임했죠. 80% 넘는 지지율을 가졌어요. 그때 아니면 언제 할 수 있습니까?

◇ 김혜민> 현실적인 어려움, 두 분 다 이해하고, 이 불평등한 구조를 바꾸는 게 얼마나 많은 기득권과 대항해야 하는 일인지 알기 때문에 이해는 하지만 지금 정부의 방향성이나 아니면 속도에 있어서 한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조금 구체적인 안으로 들어가 볼게요. 요즘에 사실은 김상조 실장이라든지, 박영선 중소벤처부 장관이라든지, 기업들과 굉장히 프렌들리한, 예전 정권에서는 사실 이 두 분이 저격수였는데요. 그런 모습을 보여요. 그런데 이게 나쁜 것은 아니잖아요?

◆ 박상인> 프렌들리하다는 게 나쁘다고 할 수는 없죠. 정부가 기업인들 만나는 것, 그 자체가 부정적인 것이라고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적어도, 특히 박영선 장관 같은 경우에는 업무 자체가 중소기업들을 많이 만나야 하는 업무고요. 중소기업, 대기업 상생이라든지, 협력 문제도 있기 때문에 저는 그 자체는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김상조 실장 같은 경우에는 특정 부서가 아니기 때문에 노동계라든지, 기업이라든지, 두루 만나야 하고 균형 있게 만나야 할 필요는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조금 치우쳤다는 면에서는 우려가 되고 있고요.

◇ 김혜민> 그러면 김성희 교수님, 이 재벌 간의 간격이 이렇게 줄어지면, 이게 꼭 상관관계는 없지만 자연적으로 노동현안은 오히려 더 후퇴하게 되는 거 아니냐는 우려들을 하실 수 있을 것 같아요.

◆ 김성희> 범죄와 관련된, 부당노동행위나 노조 파괴나, 이것과 관련된 사안 외에 재벌을 겨냥해서 노동 정책을 한 것은 없습니다, 사실상. 간접적으로 다 관련되죠. 보편적으로 다 적용되는 거니까 관련이 되는데, 정규직 전환이나 노동시간 단축도 대기업은 여력이 있는 거고, 준비가 됐거나 교대제 개편으로 시행하고 있는 흐름이기 때문에요. 정규직 전환 문제나 이런 것은 공공부문에 한정됐죠. 민간기업이 더 심각한 건데요. 사내 하청 문제, 죽음의 외주화 문제, 어떻게 다룰 거냐, 이런 문제에 대해서 재벌 대기업부터 그런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것을 명확하게 전혀 시그널을 준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민간 대기업에 대해서 어떤 노동정책도 전향적으로 펼 생각이 없었고, 아예 거기는 반찬에도 올라와 있지 않았습니다.

◇ 김혜민> 당연히 만나야 하고, 소통해야 하지만 재벌개혁과 노동개혁이 궤도에 올라서지도 않았는데, 아예 지금 본격적인 시작도 안 된 미진한 상황 가운데 재벌과의 만남이 불편한 시각을 낳을 수 있는 것은 사실이라는 말씀이신 것 같아요. 그러면 제가 오늘 재벌개혁과 노동개혁과 관련된 오늘 가장 최신 뉴스를 보니까요. 우선 재벌개혁은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이 있어요. 국정농단 관련해서 파기환송 세 번째 재판이거든요. 이 문제도 사실은 이렇게 오래 진행되고 할지는 몰랐는데, 이런 문제도 하나의 시그널일 수 있는 거잖아요?

◆ 박상인> 먼저 재벌개혁이나 노동개혁이 미진한 상태에서 만난다는 것도 문제지만, 더 중요한 것은 재벌들이나 기업을 만나서 어떤 이야기를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이 됩니다. 재벌개혁과 노동개혁에 대해서 양해를 구하고 이것이 재벌 대기업도 사는 길이고, 한국 경제가 사는 길이다, 그래서 가야만 한다, 같이 가자, 협조를 구하고 양해를 구하는 만남을 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아니고 과거 보수 정권과 전혀 다름없는 규제 완화를 통해서, 또 투자를 늘리라고 하든지, 과거 정부와 사람만 바뀌었지 메시지는 똑같은 내용을 가지고서 만난다는 게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만남에서 무엇을 이야기하는지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고요. 이재용 부회장 재판 같은 경우, 제가 듣기로는 그렇습니다. 일단은 선고를 자꾸 딜레이시키는 전략을 대부분에서 했었고요. 그리고 그게 아마 여러 가지 정치적인 타이밍이라든지, 이런 것을 고려해서 삼성이 대법원 심리를 딜레이 시킨 면이 많습니다. 증인을 많이 불러오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판결 자체가 삼성에서 원하던 판결이 나온 것은 아니죠. 지금 파기환송심에 갔고요. 파기환송심도 사실은 이게 형량만 정하는 겁니다. 유무죄는 대법원에서 이미 판결을 해줬기 때문에. 그럼에도 지금 삼성 측의 전략은 자꾸 이것도 공판 기일을 늘려서 자꾸 이야기하는 게 대법원에서 이미 소극적인 형태의 강요의 피해가 아니다. 이것은 경영권승계라는 현안이 존재했고, 그래서 적극적인 뇌물이라고 하는 판결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파기환송 형량을 정하는 곳에서 자꾸 논리를 내세우고, 증인을 불러오는 식으로 해서 딜레이시키는 전략으로 가는 거 아니냐고 하는 생각입니다.

◇ 김혜민> 그게 삼성의 힘이라고 우리가 이야기를 하는 거잖아요.

◆ 박상인> 그렇죠. 삼성이 아니면 이런 식의 재판 진행을 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한 편 들고요. 다만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대법원 판결의 취지에 맞지 않는 형량을 선고한다고 하면 사법부 신뢰가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될 거라고 생각하고요. 정말 모든 게 촛불 이전으로 돌아갔구나 하는 한탄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 김혜민> 노동개혁에 있어서 제가 오늘 본 뉴스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했대요. 그런데 거기에서 주 52시간으로 근로시간을 줄인 것은 과도하다, 대한민국은 조금 더 일해야 한다고 이야기를 했다고 해요. 그런데 이 주 52시간과 최저임금은 저도 늘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지 모르겠는 게 지금 유튜브에서 “이상과 현실은 다릅니다. 최저임금 인상은 중간층 것을 뺏어서 밑으로 주는 최악의 정책이었습니다.” 이렇게 남기셨거든요. 우리 청취자 분들도 최저임금과 52시간에 대해서는 이해관계들이 다 다르셔서 말씀들이 다 다르세요. 이 부분은 우리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 김성희> 20년 전에 프랑스가 35시간제 갔죠. 그때도 설문조사 한 결과를 보면 60%는 좋게 변했다. 20%는 별 변화가 없다. 20%는 나빠졌다. 나빠진 사람이 있을 수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전향적인 정책에도 누구에게는 약간 덜 이득이 되거나 어떤 경우에는 손해를 보는 경우가 있을 수 있는데요. 전체적으로 가야 할 길이냐? 이 선택의 문제라고 불 수 있겠죠. 우리나라는 현재 이해갈등에서 이런 문제들이 불거져 나올 때 합리적으로 어떻게 가야 할 길은 있는데, 최저임금 인상에서 일을 해도 가난한 문제는 풀어야만, 밑을 올려야만 사실 중간도 나중에 올라가거든요. 그런 문제에 대한 숙제를 푸는 데 있어서 장기적인 시야나 다른 사람과 같이 생각하는 이런 측면에 대한 논의로 가지 않고 단발적인 이야기들이 과대하게 확대 재생산되는 그런 경향이 있어서 안타깝습니다.

◇ 김혜민> 이게 경제문제인데, 정치권의 공방으로, 여당과 야당 대표가 대학생들을 만나서 이렇게 이야기를 한다든지, 이렇게 전선이 조금씩 확대되는 싸움이 되는 게 국민들로 하여금 판단하기 어렵게 만든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런데 지금 정부는 52시간제 전면 시행, 탄력근로제 확대, 이거 기업 이야기 더 듣겠다는 쪽으로 기운 느낌이에요. 내년에도 두 분 한은 안 풀릴 것 같은데요. 어떠세요?

◆ 김성희> 언론에서의 집요한 문제제기가 있었고요. 그러면서 계속 방황으로 일관하다가 방향을 놓치고 이제는 그냥 내년 총선을 겨냥해서 이제까지 해오던 대로 힘이 있는 사람들이 요구하는 대로 모든 것을 다 들어주는 것처럼 흘러가고 있는 분위기죠. 원래 하려던 게 뭐였는지를 잊어 버리고 있는 상태가 되어 버렸다.

◇ 김혜민> 그런데 이러다 보니까 노동계하고의 사이가 보수 정권 때보다 더 안 좋다는 지적들이 나오는 거잖아요?

◆ 김성희> 기대를 한 사람들이 기대가 충족이 안 될 때 더 실망하는 법이니까요. 이런 측면이 강하다고 볼 수 있고요. 더 나빠졌다, 덜 나빠졌다의 문제는 아닌 것 같은데, 해야 할 일을 못한다는 것은 노동 쪽의 요구를 안 들어주어서라기보다는 정말 불평등 구조를 바꿀 수 있는 계기를 형성해줄 줄 알았는데, 그것을 안 한다고 하는, 그 기회를 놓치고 있다고 하는 안타까움이 크다, 이렇게 생각이 듭니다.

◇ 김혜민> 재벌개혁은 그러면 내년에 기대할 수 있나? 재계는 내년 법인세 인하에 또 다시 강력한 목소리를 내고 있어요. 어떻게 보세요?

◆ 박상인> 지금 봐서는 크게 바뀔 게 없을 것 같다. 기대감이 저는 굉장히 낮아졌고요. 그 이야기를 드리기 전에 재벌개혁, 노동개혁 관련해서 한 말씀만 제가 추가를 드리고 싶은 것은 재벌개혁과 노동개혁을 저는 떼서 볼 필요가 없고, 떼서 봐서도 안 된다는 생각입니다. 기본적으로 재벌개혁이라는 게 공정 경제라고 하는 경제 구조를 바꾸는 문제고요. 그럼으로 인해서 혁신을 유발하고, 더 많은 좋은 일자리들, 도전할 기회들을 만들어주는 경제 구조를 만들자고 하는 겁니다. 그럴 때 노동개혁이 같이 가야만 상승 작용도 일어나고, 또 최저임금 인상과 같은 푸시하는 작용이 경제에 흡수도 되고, 그게 상승할 수 있는 동력을 제공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그런 구조를 바꾸는 일을 전혀 하지 않고 최저임금 인상 문제를 들고 나왔다가 반발을 받으니까 그러니까 노동 정책마저 후퇴해 버리는. 그래서 보수 정권하고 달라진 게 뭐냐는 비판을 받게 됐다는 것이고요. 그런 기본적인 정책 기조가 바뀌지 않고서는 재벌개혁이나 노동개혁이라고 하는 것이 문재인 정부 후반기에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인가. 저는 굉장히 불안하면서도 비관적이고요. 제가 불안하고 비관적으로 생각하는 이유는 사실 문재인 정부가 개혁을 안 한 정도가 아니라, 재벌 문제는요. 개악을 시도하고 있어요. 인터넷 전문은행 특례법 통해서 은산분리 완화 실마리를 풀었고, 그리고 KT를 위해서 대주주 적격성에 공정거래법 위반을 빼주려고 작년부터 계속해서 올 봄, 올 가을,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또 재벌 4대 세습의 전형이 될 수 있는 차등 의결권 주식을 허용하는 법을 만들기 위해서 계속해서 시도를 하고 있어요. 작년 가을부터. 오히려 정말 재벌들 손을 들어주기 위한, 재벌들의 가장 강력한 소원이 은산분리를 깨고, 그리고 세습을 법적으로 제도화시켜 주는 겁니다. 이것을 들어줄 수 있는 단초를 만드는 일을 집요하게 작년 6월 선거 이후에 시도하는 것을 보고 저는 이 정부가 과연 재벌개혁에 대한 의지가 있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 신재벌 정권인지조차 모르겠다는 생각까지 들고 있는 지경입니다.  

◇ 김혜민> 오늘도 마지막에 강펀치를 날리셨는데요. 교수님 말씀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만드는, 구조를 바꾸는 일이고, 노동개혁이라고 하는 건 그 운동장을 뛰는 선수들이 건강하고, 공정하게 뛸 수 있는 정책들이잖아요. 그래서 절대 다른 것이 아니라고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그러면 두 분께 한 가지, 이 한 가지라도 해달라고 하는 거, 이거만 꼽아볼게요. 방향 말고요. 이거 하나는 반드시 해야 한다는 거 하나 꼽아주세요. 

◆ 김성희> 청년 정책이 없어졌습니다. 여러 가지 해봐도 하나마나 한 정책만 하다 보니까 안 했는데요. 계속 주장해오던 것은 좋은 일자리도 만들어져야 하고, 고등학교 졸업해서도 당당하게 살 수 있는 조건 만들어야 합니다. 그럴 수 있는 일자리 만들기 위해서 위에서부터 중견기업까지 만들어낼 수 있는 정책을 펴는데, 맨날 기업 지원금만 줘서 만들어 달라고 호소하는 일만 하거든요. 그래 가지고 만들어지지 않거든요. 재벌개혁도 세습이라는 문제, 영원한 숙제로 재벌들이 경제 권력인데도 이런 문제에 대해서 정치권력과 조율을 하려고 하는 이유가 자기네 아킬레스건 때문에 그런 것처럼. 이런 청년 문제에 대해서도 전향적으로 그것을 할 수 있는, 안 하면 로제타 플랜이나 이런 것은 지원금의 3~4배가 되는 벌과금을 때립니다. 정규직 전환도 그렇고, 이런 노동시간 단축도 그렇고, 잘하는 기업 주는데 못하는 기업 더 강하게 압박해야지만 바꿀 수 있다는, 그렇게 해서 청년 정책을 새로 세우는 것으로 총선 끝나고서라도 새 방향을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 박상인> 하지 말아야 할 것 하나하고 이거는 할 수 있는 거니까 의지만 있으면 할 수 있는 것을 말씀드리겠습니다. 하지 말아야 할 것은 경제 활력 재고라는 이름으로 과거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서 했던 정책을 따라하지 말라는 겁니다. 그게 성공했으면 한국 경제가 지금 이 지경에 이르지 않았습니다. 해야 할 것. 할 수 있고, 의지만 있으면 할 수 있는 것, 입법이 아닌 것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굉장히 중요한 게 바로 소수 주주 다수결 제도를 상장 규칙에 도입하게 되면 황제 경영, 사익 편취, 이런 부분들을 굉장히 막는 데 효율적일 수 있다. 이거라도 하면 문재인 정부는 평가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김혜민> 그래도 오늘 우리가 이 정권이 잘되길 바라는 그런 게 아니라요. 우리 국민들이 잘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려면 지금 정부가 명확한 판단과 방향을 가지고 나아가야 할 것 같아서 오늘 박상인 교수, 김성희 교수와 함께 관련된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두 분은 내년에 다시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김성희> 네, 고맙습니다.

◆ 박상인> 감사합니다.

[저작권자(c) YTN radio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목록
  • 이시간 편성정보
  • 편성표보기
말벗서비스

YTN

앱소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