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만나는 시간, NOW
  • 방송시간 : [월~금] 09:10~10:00
  • 진행,PD: 전진영 / 작가: 강정연

인터뷰 전문

“APEC 취소시킨 칠레 반정부시위, 얼마나 심하기에”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9-11-01 12:44  | 조회 : 696 
YTN라디오(FM 94.5) [세계를 만나는 시간, NOW]

□ 방송일시 : 2019년 11월 1일 금요일
□ 출연자 : 임수진 대구가톨릭대 중남미학과 교수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전진영 아나운서(이하 전진영): 다음 달 중순에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APEC 정상회의가 칠레의 격화되는 반정부시위로 인해 전격 취소됐습니다. 도대체 칠레의 국내 상황이 얼마나 심각하기에 국제회의를 취소하는 일까지 벌어졌을까, 궁금해하시는 분들 많으셨을 텐데요. 오늘 나우 인터뷰에서 관련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대구가톨릭대 중남미학부의 임수진 교수, 전화 연결돼 있습니다. 교수님, 안녕하십니까.

◆ 임수진 대구가톨릭대 중남미학과 교수(이하 임수진): 안녕하십니까.

◇ 전진영: 칠레 정부가 며칠 전까지만 해도 “어떤 일이 있어도 국제회의에 영향주는 일은 없을 것이다”라고 이렇게 밝혔던 게 저도 기억이 나는데. 결국 APEC을 이렇게 취소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은 반정부시위 상황이 그만큼 엄중하다, 이렇게 볼 수 있겠죠?

◆ 임수진: 예, 그렇습니다. 80년대에 민주화운동 시기에도 이렇게 많이 모이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지난 금요일에는 산티아고 시민 120만명이 모였고, 칠레 전역에서 시위는 격화되고 있습니다. 사망자가 현재 20명, 부상자가 1100명, 연행자가 3300명이 넘는다고 지금 알려졌고요. 이렇게 인명피해가 큰 이유는 시위 첫날에 내려졌던 국가비상사태와 야간통행금지령 때문이고요. 아직도 공권력에 의한 강경진압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 전진영: 그렇군요. 방금 말씀해주셨습니다만 시위 초기에 정부의 안일한 태도, 이런 부분들이 사태를 더 키웠다는 이야기도 지금 나오고 있거든요.

◆ 임수진: 네, 맞습니다. 시위 초반에 강경진압을 하면 시위가 잦아들 것이라고 내각은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시위 첫날 군을 투입하면서 국민들을 자극했고, 시위 참가대의 규모는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시위 첫날에 대통령이 손자 생일파티에 참석해서 식당에 있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고요. 그리고 경제장관은 지하철 혼잡시간대 요금이 부담이 되면 더 일찍 일어나서 나가면 될 것 아니냐, 이런 말을 하는 바람에 국민들이 무엇을 요구하는지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라고 하는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 전진영: 국민들이 당연히 화가 날 수밖에 없었던 상황들이 좀 있었던 것 같고요. 아까 80년대 민주화 시위 이야기도 해주셨습니다만, 칠레에서 이 같은 규모의 큰 반정부시위가 일어난 적이 있었습니까?

◆ 임수진: 칠레가 민주화된 게 1989년이거든요. 그 이후에 2006년도에 펭귄혁명이라고 하는 중고생들의 교육개혁 시위가 있었습니다. 중고등학생 교복 입은 모습이 펭귄 같다고 해서 펭귄혁명이라고 이름을 붙였고요. 그때도 지하철 요금하고 대학입학시험 전형료 인상에 반대하는 시위였습니다. 그러다가 2006년부터 계속 지속되어 오다가 2010년에, 지금 대통령이 피녜라 대통령인데 그때 피녜라 대통령이 첫 번째 임기를 할 때였습니다. 그때 중고생들의 시위에 대학생 교육자, 학부모, 일반 시민들까지 참여하면서 전면적인 교육 개혁을 주장했는데 아직까지도 이 요구는 지속되고 있고, 그 당시가, 2010~2011년 이때가 가장 거센 저항이었다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 전진영: 그렇군요. 이번 반정부시위가 시작된 게 지난 6일이었던 걸로 기억하거든요. 거의 지금 한 달이 다 되어 가는 상황인데. 우선 시위를 촉발시켰던 계기가 됐던 게 지하철 요금 인상이었죠?

◆ 임수진: 네, 그렇습니다. 지하철 요금을 30페소, 우리 돈으로 50원에 해당하는데 혼잡시간대 지하철 요금이 우리 돈 1380원입니다. 올 초에도 지하철 요금 인상이 있었고 최근에 전기요금도 9.2%나 인상했었습니다. 그래서 지난 10년간 지하철 요금을 보면요. 두 배 가까이 올랐고요. 버스비 인상도 검토 중이었습니다. 정부는 경제불황이 계속되니까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하는데, 국민들은 이런 잦은 공공요금 인상 때문에 불만이 컸습니다.

◇ 전진영: 이번 반정부 시위와 관련해서 우리나라 언론들이 낸 기사들을 보면, ‘단 돈 50원 때문에 일어난 시위’ 이런 제목의 기사들도 사실 많이 봤거든요. 그런데 지하철 요금 50원 인상은 그냥 단지 기폭제일 뿐이고, 말씀해주신 대로 요금 인상이 쭉 있어 왔고 생활물가가 계속해서 인상되다 보니까 국민들의 불만, 분노가 이번 지하철 요금 인상으로 폭발했다는 건데. 그러면 어느 정도로 지금 칠레 국민들의 경제상황이 어려운가요?

◆ 임수진: 예, 지하철 요금 인상은 오랜 기간 동안에 쌓여왔던 불평등한 사회에 대한 분노라고 볼 수 있고요. 칠레는 1973년에 피노체트가 쿠데타를 일으킵니다. 그래서 쿠데타가 성공하고 군사독재 기간에 신자유주의를 세계 최초로 받아들이게 되는데. 공공부문을 다시 민영화시켰고요. 그래서 공공요금이 높습니다. 그리고 교육 연금 의료까지 민간의 비중이 굉장히 큽니다. 국가의 역할이 거의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래서 학교 등록금, 보험료, 수도세, 전기세, 교통요금, 한국보다 다 비싸고요. 그런데 칠레 국립대 제가 예를 들자면, 칠레 국립대, 국립대인데도 불구하고 등록금이 한국의 사립대학 수준입니다.

◇ 전진영: 그러니까 정부가 지금 관여하는 생활 부분이 전혀 거의 없다는 거군요. 거의 민간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고요.

◆ 임수진: 예, 맞습니다. 그런데 국민의 소득수준을 보면 국민의 절반 정도가 월소득 64만원 이하로 살고 있다 보니까 빚만 늘어나고 불만이 클 수밖에 없죠.

◇ 전진영: 그렇겠네요. 그리고 빈부격차도 굉장히 크다고 들었는데, 어떤가요?

◆ 임수진: 네, OECD에서 소득불균형이 제일 크다. 1980년만 하더라도 소득 상위 1%의 수입이 전체 국민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1%였습니다. 지금은 33%까지 증가했으니까 소득불평등은 지금 훨씬 커진 거죠. 그래서 말씀드렸듯이 군사정권 시절에 칠레 깊숙이 뿌리내린 신자유주의를 받아들이면서 국가의 역할은 최소화하고, 이런 방향으로 헌법을 개정했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그 이후에 소득불균형이 심각한 이 상황을, 좌파가 들어서든 우파가 들어서든 어떤 민주정부도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 전진영: 정말 오랜 기간 동안 소득불균형이 이어져 온 거네요. 정부는 계속해서 해결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고요.

◆ 임수진: 네, 그렇습니다.

◇ 전진영: 아무튼 뒤늦게 지금 현 피녜라 칠레 대통령이 시위대 요구에 따라서 지하철 요금 인상 계획은 일단 철회했고, 연금이랑 최저임금 인상안도 내놨고, 의료비 부담, 관련해서 개각까지 지금 단행을 했죠?

◆ 임수진: 네, 그렇습니다. 장관의 1/3을 교체했고요. 공무원 수와 임금을 줄이겠다고도 발표했습니다. 공공서비스 요금을 동결하고 연금수령액과 최저임금을 인상하겠다고 했는데요. 현재 연금수령액이 18만원 정도인데 30만원 수준까지 올리겠다. 그리고 최저임금은 49만원에서 57만원 정도로 인상하겠다고 했습니다. 의료보험에 있어서도 공공의료는 너무 취약하고요. 민간의료 비중이 컸는데 의료보험료가 너무 비싸서 사실 가입조차 못하는 국민들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이 점에 대해서도 국가의료서비스를 확대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 전진영: 정부가 이렇게 대처를 내놓긴 했는데, 이에 대해서 국민들은 어떻게 생각할까요? 좀 분노가 가라앉을까요?

◆ 임수진: 그렇지는 않고요. 앞으로 민주화 이후에, 왜냐면 정부가 계속 유화책만 내놨거든요. 일시적인 정책에 불과하다. 지금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전면적인 개혁을 원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불평등의 구조를 전면적으   로 바꿔달라고 하는 것이 이번 시위의 목적이고요. 군사정부가 제정한 헌법, 말씀드린 신헌법이라고 하는데 이 헌법을 개정하지 않으면 국가의 역할은 계속해서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동안은 국민들의 요구에 부분적인 개혁안만 내놨었는데 이러한 미봉책으로는 해결될 수 없기 때문에 지금 강력하게 항의를 하는 것입니다.

◇ 전진영: 일시적인 정책이 아니라 전체 개혁 자체를 지금 국민들이 요구하고 있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칠레 정부가 선포했던 국가비상사태랑 야간통행 금지령은 이 부분은 지금 해제가 됐나요? 

◆ 임수진: 예. 해제가 지난 주말에 됐고요. 시위 초반에 격렬했던 시위 양상이 지금 평화적 시위로 바뀌면서 국가비상사태와 야간통행 금지령 모두 해제된 상황입니다. 하지만 경찰들이 강경진압을 하면서 사상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어서 걱정입니다. 사상자 중에는 어린이들 장애인들도 있거든요. 이런 인권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면서 현재 유엔 인권위원회가 현지에 들어와서 조사 중에 있습니다.

◇ 전진영: 지금 현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동시에 나오고 있는 것 같던데요.

◆ 임수진: 네, 그렇습니다. 국민들의 대통령 퇴진 요구도 있고요. 의회에서도 퇴진 요구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 시위의 특징이 중산층들이 대거 참여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국립칠레대학교 총장은 피노체트가 교육정책을 망쳤다라고 비판했고요. 각 대학은 지금 휴교령을 내렸습니다. 예를 들어서 법대 교수는 시위 참여자들에게 법률자문을 하고, 심리학과 교수는 트라우마 치료를 한다든지. 그래서 지금 대학 차원에서도 힘을 보태고 있거든요. 이렇게 시위 참여자가 다양한 것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대통령 퇴진과 불평등 해소에 대한 요구가 성난 일부 시민의 요구는 아닌 것은 확실합니다.

◇ 전진영: 그러니까 칠레 국민들이 지금 전반적으로 다양한 계층에서 시위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 이 상황이 금방 마무리될 것 같지는 않고요. 이렇게 APEC 정상회의까지 취소된 상황이라고 하면 좀 간과해서는 안 되는 부분도 확실히 있을 것 같은데. 교수님께서 보시기에는 그러면 이 상황이 어떤 계기가 있어야 마무리될 거라고 보시나요?

◆ 임수진: 지금 국민들이 헌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헌법 개정에 대한 논의가 이제 시작될 것 같습니다. 피노체트가 만든 헌법이기 때문에 지금 현재 집권여당은 우파연합이고요. 그리고 이 우파연합이 피노체트가 만든 정당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헌법개정 요구를 정부가 수용할지, 혹은 또 수용을 하더라도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고요. 또 밤 사이 들어온 소식을 보니까 칠레노동자총연맹이 최저임금을 90만페소로 인상해 달라 하고 요구했습니다. 우리 돈으로 79만원 정도 되는데, 정부안은 57만원이니까 정부안과 차이가 크죠. 그래서 이런 상황을 봤을 때는 장기화될 것 같은데, 아무튼 평화로운 방법으로 해결되기를 바랍니다.

◇ 전진영: 더 이상의 피해자도 없어야 할 것 같고요. 오늘 칠레 반정부시위 상황에 대해서 저희가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만 사실 지금 칠레뿐만 아니라 중남미 곳곳에서 굉장히 격렬하게 반정부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게 우연이라고 볼 순 없을 것 같은데. 이 같은 배경은 어떻게 보시는지요?

◆ 임수진: 칠레는 라틴아메리카의 발전모델이었습니다. 칠레를 라틴아메리카 경제의 기적이다, 이렇게 말했는데요. 그런데 신자유주의를 받아들이면서 불평등의 문제가 심각해졌고, 이 문제가 라틴아메리카 전체의 문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정치인들이 이런 구조를 바꾸지 못했고, 또 오히려 부패하고 무능하고 이런 모습만 보여줬기 때문에 라틴아메리카의 지금 다른 국가의 저항에서도 칠레처럼 중산층들, 그리고 계층과 상관없이 대거 참여하는 것을 볼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 배경에는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큰데요. 그렇기 때문에 시민들이 직접 나서서 이 불평등과 불공정한 구조를 바꿔보자, 하는 이런 강력한 의지로 보시면 되겠습니다.

◇ 전진영: 알겠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임수진: 감사합니다.

◇ 전진영: 지금까지 대구가톨릭대 중남미학부 임수진 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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