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만나는 시간,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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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전문

“예멘 반군 ‘공격중단’ 카드에도 사우디가 믿지 못하는 이유”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9-09-23 11:12  | 조회 : 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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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만나는 시간, NOW>

코너명 : 문희정의 핫키워드

방송일시 : 2019923() 오전 1010분 경

-문희정 / 국제정치평론가

참고/ 010 254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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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가장 뜨겁고, 궁금한 국제이슈를 분석하는 시간,

문희정의 핫키워드.

문희정 국제정치평론가, 전화로 연결합니다.

안녕하세요.

(인사)

 

 

1. 지난 14일 사우디아라비아의 유전 시설 2곳을 공격했다고 밝힌 예멘의 후티 반군이 모든 공격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는데 자세한 내용 전해주시죠.

 

현지시각으로 20일 마흐디 알 마샤트 최고정치위원회(SPC) 위원장이 예멘 후티 반군 자체 TV방송인 알마시라를 통해 "우리는 사우디 영토를 겨냥한 드론, 탄도미사일 등 모든 형태의 공격을 중단한다고 선언한다"면서 "우리는 예멘 영토에 대한 모든 형태의 공습을 중단하겠다는 그들(사우디)의 유사한 또는 더 높은 수준의 상호 조치를 기다린다"고 발표했습니다.

 

마샤트는 "예멘인들이 더는 피를 흘리지 않게 하고, 대대적인 사면을 하는 것"이 주요 목표라고 전제한 뒤 후티 반군이 미사일 등 군사력 부문에서 '중대한 진보'를 달성했다고 주장했는데요

 

그러면서 현재 사우디 주도의 아랍연합군이 봉쇄하고 있는 예멘의 수도인 사나 국제공항과 홍해 인근의 호데이다항에 대한 접근을 허용해 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예멘 내전이 본격화한 20153월 이후 반군 지도부가 전면적인 휴전을 먼저 제안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요

 

하지만 다음날인 21일 반군은 사나에서 점령 5주년을 맞아 대규모 기념집회를 열고 자신들의 평화구상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더 큰 피해를 주겠다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2. 일단 상대국가인 사우디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사우디 측은 그들이 왜 그런 제안을 했는지 깊이 있게 알아봐야 한다며 상당히 신중한 태도를 견지했는데요

 

아델 알주바이르 사우디 외교담당 국무장관은 21일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상대의 말이 아닌 행동으로 판단한다""따라서 그들이 실제로 그렇게 하는지 보겠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유엔 측에서는 즉각적으로 환영의 뜻을 밝혔는데요

 

마틴 그리피스 유엔 파견 예멘 특사는 성명에서 반군 측의 발표는 전쟁을 끝내려는 의지가 담긴 강력한 메시지"라며 이번 기회를 활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고 군사적 긴장 고조와 도움이 되지 않는 언사, 폭력을 줄이기 위해 필요한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3. 그런데 사우디 측에서 예멘 반군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이유는 뭔가요?

 

지난 5년 간 이어진 예멘 내전에서 몇 번의 휴전을 위한 협상이 있었고 체결된 적도 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선례가 있기 때문인데요

 

물론 반군만의 잘못이라기보다는 예멘 정부군 역시 합의한 내용을 어기기도 하고 사우디 주도의 아랍동맹군 역시 상대의 잘못을 명분삼아 협정을 지키지 않기도 했습니다.

 

지난 해 12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유럽의 중재로 예멘 정부와 후티 반군은 호데이다 지역에 배치된 병력과 무기를 즉각 철수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휴전 협정을 체결했는데요

 

하지만 합의가 이루어진 바로 다음 날 교전이 벌어짐으로써 휴전 협정이 흐지부지돼 버렸습니다.

 

참고로 호데이다 항구는 예멘에서 가장 인구 밀도가 높은 수도 사나로 향하는 핵심 통로로, 구호물자의 약 75%가 이 곳을 통해 유입되는데 지난해 6월부터 사실상 봉쇄되면서 기근과 질병에 시달리는 예멘인의 인도주의 위기가 더욱 심각해졌는데요

 

따라서 유엔 측에서는 사우디 주도의 아랍동맹군이 장악한 이 곳만이라도 봉쇄를 해제해 줄 것을 강력히 요구했습니다.

 

 

4. 저희가 현재 상황을 좀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예멘이라는 나라에 대해서 먼저 알 필요가 있을 것 같은데 어떤 나란가요?

 

아라비아반도 사우디아라비아 남쪽에 위치해 있는 나라로, 우리 나라 청해부대가 주둔해 있는 아덴만과 접해있고 소말리아와도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는 이슬람 국가인데요

 

수니파와 시아파가 거의 비슷한 비율로 존재하고 있어 종파 갈등도 있고 공산국가였던 남예멘 지역에서는 분리주의 세력의 활동도 활발한 상황입니다.

 

15세기부터 17세기까지 오스만제국의 영향력 아래 있다가 1839년 영국이 예멘지역의 남부에 있는 아덴항의 지정학적 위치를 탐내면서 식민 지배하기 시작해 북예멘과 남예멘으로 분단됐고요

 

1918년 오스만제국이 제1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하면서 북예멘은 먼저 독립을 했고 남예멘은 1967년이 돼서야 소련의 도움으로 영국으로부터 독립하면서 공산 정권이 들어서게 됩니다.

 

안타깝게도 산유국이지만 각 부족장들의 이권 다툼에 의해 오일머니의 혜택이 소수의 기득권층에게만 돌아가기 때문에 세계 최빈국이고요

 

거의 전국민들이 까트라고 해서 환각성 식물을 거의 매일 씹는데 좋은 기후 환경에도 불구하고 수익을 위해 곡물 재배보다는 까트만 재배하는 바람에 대부분의 식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물이 많이 드는 까트 재배 때문에 엄청난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말 그대로 총체적 난국인 나라라고 할 수 있습니다.

 

 

5. 식민 지배의 역사와 더불어 내부의 특수한 상황들 때문에 살기 힘든 나라인데 내전까지 벌어지고 있는 거죠?

 

맞습니다. 1990년 북예멘과 남예멘의 합의에 의해 통일을 했지만 이후 끊임없는 정치 세력 간의 갈등과 두 번의 내전을 거쳤고 2011년 아랍의 봄을 통해 독재 정권을 무너뜨렸지만 2015년 또다시 서로 다른 세력 간의 전쟁이 발발하면서 지금까지 5년째 내전을 벌이고 있는데요

 

그런데 문제는 단순히 예멘 정부군과 후티 반군 간의 대립이 아니라 동쪽을 장악한 알카에다 조직과 남부의 분리주의 세력까지 가세해 제2의 시리아전이라고 할 만큼 복잡한 전쟁의 양상을 띠고 있다는 점입니다.

 

여기에 각국의 이해관계가 얽혀 사우디가 아랍동맹군을 이끌고 예멘 정부군에 합세했고 이란 역시 시아파인 후티 반군을 지원하다 보니 국제전으로까지 비화됐는데요

 

게다가 미국과 영국, 프랑스는 사우디 측에 엄청난 양의 무기를 판매해 줌으로써 예멘 내전을 장기화시키는 악역을 하고 있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사우디는 영국의 무기 수출 가운데 48%를 차지하고 프랑스의 무기 수출국 가운데 2번째로 큰 고객인데요

 

국제 인권단체들은 사우디에 예멘 내전에 사용되는 무기를 수출하지 말아야 한다고 촉구하지만 미국과 영국, 프랑스 정부는 예멘의 민간인 피해를 우려하면서도 막대한 돈과 일자리가 걸렸다며 무기 수출 중단엔 소극적인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5-1. 그런데 사우디는 왜 예멘 내전에 개입한 건가요?

 

시아파인 후티 반군이 예멘을 장악할 경우 사우디는 이란과 같은 시아파 정부인 이라크와 예멘에 의해 남북으로 포위되는 형국이 되기 때문인데요

 

사우디의 예멘 내전 참전은 현재 사우디의 실세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주도로 이뤄졌지만 사실상 실패한 전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사우디의 참전으로 예멘은 대규모 인명 피해와 경제 파탄 등의 피해를 입었고 사우디 또한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국고 부족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인데요

 

지난해 10월 터키 주 사우디 대사관에서 발생한 사우디 언론인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으로 사우디가 주도하는 예멘 내전의 인도적 위기까지 새삼 부각돼 비판 여론이 높아지기도 했습니다.

 

무함마드 왕세자가 카슈끄지 살해와 예멘 내전 참전의 배후로 국제 사회의 엄청난 비판을 받고는 있지만 여전히 사우디 내부적으로는 가장 강력한 실권자로 군림하고 있는 상황이고요

 

참고로 이란이 처음부터 후티 반군을 지원했던 건 아니고 사우디와 미국의 개입이 본격화되자 이란을 비롯한 이라크 내 시아파 민병대, 헤즈볼라 등 중동의 시아파 연대 세력들 역시 개입하게 된 상황이라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합니다.

 

 

5-2. 어떻게 보면 예멘 내전을 통해 다른 나라들이 결국 자신들의 이해득실을 계산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겠군요.

 

맞습니다. 지난 3일 유엔 인권이사회(UNHRC) 산하 예멘에 대한 국제 전문가 그룹은 유엔에 제출한 <20149월 이래 예멘의 인권 상황>보고서에서 예멘 정부군,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연합, 후티 반군 등이 국제 인도주의법을 어기고도 책임을 추궁받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는데요

 

그러면서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하는 아랍동맹군 뿐 아니라 영국, 미국, 프랑스 등 서구 열강과 이슬람 시아파인 후티 반군을 지원하는 이란도 전쟁 당사자들에 대한 직·간접 지원으로 전쟁범죄에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예멘 내전을 통해 사우디는 자신들의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는 정권을 세우려 하고 있고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 역시 무기 판매라는 직접적인 이득 이외에도 중동 정세의 역학 관계에서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한 목적이 있는데요

 

사우디와 함께 아랍동맹군의 주축을 이루던 아랍에미리트는 전쟁 중에 예멘 정부가 신경을 쓰지 못하는 틈을 타 예멘령인 소코트라 섬에 군을 주둔시켜 장악해버렸습니다.

 

인도양 북서부 아덴만 인근에 위치한 소코트라 섬은 유네스코 지정 세계자연유산인데요

 

예멘령이긴 해도 내전으로부터 비교적 안전하고 자유로웠던 이 섬에 아랍에미리트군이 주둔하며 각종 개발 사업과 행정력에까지 개입하면서 홍해와 아덴만 진출의 거점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6. 우리 나라도 3년 간의 6.25 전쟁으로 온 국토가 초토화되고 국민들이 큰 고통을 겪었는데 5년 간이나 지속되는 전쟁이라면 더더욱 예멘 국민들의 삶이 상당히 피폐해졌을 것 같은데 현재 어떤 상탠가요?

 

금세기 최악의 참사로 불리는 전쟁이다 보니 날마다 폭탄이 터지는 일상 속에서 사회적인 인프라는 거의 대부분 파괴된 상태이고 인구의 50%에 해당하는 1500만 명이 심각한 굶주림에 고통 받고 있는데요

 

사우디 동맹군의 봉쇄와 공습으로 민간인 사망자만 최대 7만 명으로 추정되고, 2015년 이후 굶주림과 질병으로 사망한 5세 미만 아동 수는 84700, 콜레라 등 감염병과 기근으로 수십만 명이 숨졌으며 인구의 80%2400만 명이 난민이 됐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미국 의회에서는 사우디에 대한 지원 중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도 합니다.

 

학교가 파괴돼 교육을 받지 못하는 학생들이 대부분이고 이들은 연필을 잡는 대신 생계 전선으로 뛰어들거나 총을 잡는 일이 다반사고요

 

일부 가족은 지참금을 받아 생계의 부담을 덜고 안전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딸이 15세가 되기 전에 결혼을 시키고 있어서 어린이와 여성들의 인권은 아예 찾아볼 수 없는 지경입니다.

 

 

7. 이런 가운데 유엔을 비롯한 인권단체의 구호물자도 계속 투입되고는 있지만 이게 또 예멘인들에게 제대로 전달이 되지 못하는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면서요?

 

그렇습니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국제사회가 지원한 식량 중 적지 않은 분량이 유용되거나 도둑맞고 있을 뿐만 아니라 얼마나 제대로 예멘인들에게 전달되고 있는지조차 불분명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AP통신은 예멘 전역에서 민병대와 반군 조직이 원조 식량을 빼돌려 전선에 보내거나 암시장에 팔아 이득을 챙기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WFP는 예멘 반군의 교육을 담당하는 조직과 연관된 지역의 협력단체가 구호 식량을 약탈해 판매하는 부정행위에 가담했다고 주장했는데요

 

이에 대해 반군 측은 WFP가 식량 원조 문제를 정치화한다고 비난하면서 WFP가 유통기한이 지난 식량들을 예멘에 보내고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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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인사 듣고)

지금까지 문희정 국제정치평론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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