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FM, 조현지입니다
  • 제작,진행: 조현지 / 구성: 조경헌

인터뷰 전문

[뉴스를 품은 음악] 온라인 탑골공원 현상이 미국에서도?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9-09-18 15:56  | 조회 : 770 
[YTN 라디오 ‘뉴스FM, 조현지입니다’]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12:20~14:00)
■ 진행 : 조현지 아나운서
■ 출연 :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

[뉴스를 품은 음악] 온라인 탑골공원 현상이 미국에서도?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발라드를 부를 땐, 뒤에서 조용히 무용수가 등장해 화려한 듯, 소박한 현대 무용을 하고요. 댄스곡이 나올 땐, 노래하다 말고, 헤드스핀을 도는 건 필수입니다. 카메라 돌아가는 속도에 멀미약은 필수인 이곳, 바로 온라인 탑골공원이라고 불리는 방송 3사의 유튜브 콘텐츠인데요. 추억의 스타들이 ‘탑골제니’, ‘탑골선미’로 불리는 가운데, 배우 박해일이 나왔다면 아마 이런 댓글이 달리지 않을까요? 탑골민재!
대중음악 속 우리가 몰랐던 이슈에 관해 이야기해보는 시간,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와 함께 합니다.

조현지 아나운서 (이하 조현지) : 추석 연휴 잘 보내고 오셨나요? 지난주에 아나운서 특집으로 1주 쉬어갔는데...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 (이하 정민재) : 네, 마침 방송부터 강의까지 모든 스케줄을 쉬어서 모처럼 잠도 푹 자고 가족들과 맛있는 음식도 먹고 잘 쉬다 왔습니다. 조현지 아나운서는 수요일에 저 없이 재밌게 방송하셨다면서요?

조현지 : 민재 씨만큼이나 제 개그를 안 받아주는 선후배들이 나왔지만, 제가 좀 묻어갔어요, 다른 분들한테... 그나저나 저희가 지난 시간에 잠깐 다뤘던 SBS의 인기가요 유튜브 스트리밍, 여기에 KBS와 MBC까지 뛰어들었다면서요.

정민재 : 그렇습니다. SBS가 90년대 후반, 2000년대 초반의 인기가요 방송분을 실시간 스트리밍하며 화제를 모으자, KBS는 가요톱텐과 뮤직뱅크를, MBC는 음악캠프와 쇼 음악중심의 지난 방송분을 유튜브 콘텐츠로 소화하고 있습니다. KBS의 경우 90년대를 중심으로, MBC는 2000년대와 2010년대를 중심으로 콘텐츠를 내보내고 있다는 것이 특징인데요. 모두 반응은 뜨겁습니다.

조현지 : 지난번에 얘기했던 것처럼 이들 콘텐츠에도 10대, 20대의 지지가 열성적이죠?

정민재 : 물론입니다. 유튜브를 비롯한 온라인 환경에서는 10대와 20대 초반, 이른바 Z세대의 영향력이 절대적이지 않습니까. 당대를 실시간으로 경험한 40대 X세대, 20대 후반에서 30대를 아우르는 밀레니얼 세대 같은 수용자 외에도, Z세대가 자신들이 경험하지 못한 90년대 가요 문화에 적극적으로 호응하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조현지 : 생각해보면, 몇 년 전에 MBC 무한도전을 통해 촉발된 ‘토토가’ 열풍도 있었고, 그전에는 쎄시봉 열풍이 불기도 했잖아요. 레트로 붐은 주기적으로 꾸준히 찾아왔다는 생각도 듭니다.

정민재 : 제 생각은 약간 다른데요, 토토가와 쎄시봉 열풍은 대개 승자만을 기억했죠. 그 시대 전체를 포괄한 게 아니라, 당대를 대표할 만한 상징성을 지닌 스타들만이 빛을 봤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달라요. 이를테면 ‘가나다라마바사’, ‘리베카’의 양준일 씨는 활동 당시를 제외하고 인구에 이름이 회자된 적이 없단 말이죠. 그런데 유튜브 사용자들 사이에서는 90년대의 지드래곤이라고 재발견되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방송사는 당시 출연했던 모든 가수들을 여과 없이 보여주고, 이들을 모르는 어린 시청자들은 마치 신인 가수를 발굴하듯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는 거죠. 이런 현상은 지금까지 우리 가요계가 경험해보지 못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조현지 : 그럼 지금 같은 현상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보세요?

정민재 : 제가 지난 방송에서는 이 현상에 대해 회의적이라는 얘기를 했었는데요, 어쩌면 지금 같은 분위기라면 흘러간 왕년의 가수들이 당장 활로를 모색해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핑클의 경우 예능 프로그램이 있긴 했지만, 어쨌든 핑클은 올해 현재 활동 중인 쟁쟁한 그룹들과 거의 비등하게 화제성을 불러 모으며 팬 미팅까지 개최하게 됐잖아요? 또 다른 예로 댄스 가요의 레전드라고 할 수 있는 가수 김완선 씨는 지난달에 자신의 히트곡 ‘삐에로는 우릴 보고 웃지’의 새 버전을 공개했습니다. 현대적인 사운드에 맞춰 새로 녹음을 했고, 29년 만에 뮤직비디오도 찍었어요. 공식 뮤직비디오는 현재 조회 수 백만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굉장히 고무적인 일이라고 생각해요. 노래를 들어보시면 알겠지만, 워낙 원곡이 뛰어나다 보니 거의 편곡을 하지 않았음에도 여전히 세련됐고요, 목소리도 변한 것이 없습니다. 뮤직비디오를 보면 춤사위도 당연히 그대로예요. 우선 노래 한 번 들어보시고, 시간 나실 때 뮤직비디오도 찾아보시길 바랍니다.

조현지 : 김완선의 노래 들어보시죠. ‘삐에로는 우릴 보고 웃지’.

M. ‘삐에로는 우릴 보고 웃지 (2019)’ - 김완선

조현지 : 정말 여전히 카랑카랑하고 카리스마 있는 목소리가 매력적이네요. 이런 레트로, 뉴트로 흐름이 우리나라만의 일은 아니죠?

정민재 : 그렇습니다. 미국에서도 레트로에 대한 Z세대의 관심은 상당한데요, 대표적인 사례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기묘한 이야기>입니다. <기묘한 이야기>는 넷플릭스를 통해 현재까지 3개의 시즌이 나온 미국의 드라마인데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중 가장 큰 성공을 거둔 작품으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과거 80년대에 <환상특급> 같은 미국 드라마 기억하시는 분들도 계실 거예요. <기묘한 이야기>는 <환상특급>의 2010년대 버전이라고 생각하시면 편합니다. 1980년대 미국 인디애나 주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기묘한 이야기’들을 그리고 있어요. 조현지 아나운서는 <기묘한 이야기> 보신 적 있으세요?

조현지 : 아직 넷플릭스는 제가 시작을 못 했어요... 민재 씨는 재밌게 보셨나 봐요?

정민재 : 솔직히 저는 이런 취향은 아니라서 매우 재밌게 봤다고 말씀드리긴 어려운 데요, 이 시리즈가 80년대 미국의 문화를 그리고 있는 광경이 굉장히 흥미로웠습니다. 80년대의 유행 패션, 인기 TV쇼, 흥행 영화 같은 것들은 물론이고요, 7080의 골든 레퍼토리들이 쉴 새 없이 나옵니다. 거의 주크박스 드라마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예요. 노래가 삽입된 가수들을 잠깐 나열해 보면 본 조비, 폴리스, 듀란 듀란, 조이 디비전, 뱅글스, 모던 잉글리시, 트루퍼, 뉴 오더, 토토, 클래쉬, 제퍼슨 에어플레인, 마돈나, 신디 로퍼, 피터 가브리엘, 올리비아 뉴튼 존, 더 후, 왬, REO 스피드왜건, 카스 포리너 등등 셀 수가 없어요. 요즘 미국의 아이들, Z세대 친구들은 이 시리즈로 그 시절의 명곡들을 접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조현지 :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의 <응답하라> 시리즈가 8090의 가요 히트곡들을 재조명했던 것과 비슷한 사례라고 볼 수 있겠네요.

정민재 : 그렇죠. 우리도 <응답하라> 시리즈 방영 당시에 이정석의 ‘첫 눈이 온다구요’부터 시작해서 이문세의 ‘소녀’, 김현철의 ‘동네’, 015B의 ‘슬픈 인연’, 들국화의 ‘매일 그대와’, 김현식의 ‘가리워진 길’, 최성원의 ‘이별이란 없는 거야’, 신해철의 ‘내 마음 깊은 곳의 너’, 김완선의 ‘이젠 잊기로 해요’, 뱅크의 ‘가질 수 없는 너’, 동물원의 ‘혜화동’ 등등 얼마나 많은 곡이 다시 생명력을 얻었나요. 그런데 <기묘한 이야기>는 그 이상으로 노래 한 곡을 제대로 살려낸 사례가 있습니다.

조현지 : 어떤 노래인가요?

정민재 : 바로 연주자들로 구성되어 뛰어난 연주를 들려줬던 밴드 토토의 1983년 넘버원 히트곡 ‘Africa’입니다. 이 노래가 <기묘한 이야기>의 시즌 1에 삽입되었는데, 젊은 시청자들이 보기에 이 노래가 너무나도 좋았던 거죠. 특히 이 노래를 아주 사랑하게 된 어린 소녀 팬이 하나 있었는데, 이 친구가 미국 밴드 위저의 열혈 팬이었던 겁니다. 그래서 “위저가 토토의 ‘Africa’를 리메이크해 줬으면 좋겠어요” 하는 캠페인을 트위터에 만들었는데, 이게 서서히 퍼지더니 마침내는 위저의 귀까지 들어가게 돼요. 그러자 위저는 실제로 ‘Africa’를 커버해서 싱글로 발표했고, 싱글 차트 51위에 오르는 기적을 연출합니다. 원곡자인 밴드 토토의 멤버들도 이 상황을 아주 재미있게 여기면서 젊은이들에게 감사를 표하기도 했습니다. 노래를 들어보실 텐데, 워낙 유명한 노래라서 다들 아시겠지만 모르시는 분들도 왜 미국의 어린 친구가 이 노래를 그렇게까지 사랑하게 됐는지 아실 거예요. 정말 아름다운 곡입니다.

M.  ‘Africa’ - 토토 (Toto)

조현지 : 토토의 ‘Africa’ 듣고 왔습니다. 한미의 공통된 문화 현상이라고 볼 수 있는 레트로, 뉴트로에 관한 이야기 나눠 봤습니다. 이러한 현상이 언제까지 지속될 거라고 보세요?

정민재 : 레트로, 뉴트로 현상은 한미뿐 아니라 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공통된 문화 흐름이고요, 이미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 꾸준히 계속되어 왔습니다. 아마 앞으로의 문화는 영원히 진보와 회고를 같이 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어쩌다 한 번씩은 지금처럼 방송국 같은 거대 집단이 주도해서 레트로 열풍에 불을 지피기도 하겠고요. 복고와 진보 사이에서 균형을 잘 맞추고 영리하게 재조합을 하는 인물, 콘텐츠가 앞으로 문화 시장을 이끌 것으로 생각합니다.

조현지 : 알겠습니다. 마지막 곡으로는 어떤 노래를 들을까요?

정민재 : 오늘은 오랜만에 개인적인 신청 곡으로 준비했습니다. 브라운 아이드 소울이 신곡으로 돌아왔습니다. 4년여만의 컴백인데요, 오늘 주제와 잘 어울리게도 복고풍 알앤비 곡이에요. 90년대에 즐겨 듣곤 했던 달콤하고 부드러운 알앤비 곡이고, 주목받는 여성 솔로 아티스트 솔이 보컬 피처링으로 참여했습니다.

조현지 : 네, 그럼 정민재 평론가 보내드리면서, 노래 들을게요. 지금까지 대중음악 속 우리가 몰랐던 이슈에 관해 이야기해보는 시간! <뉴스를 품은 음악>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와 함께 했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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