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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전문

"송환법 완전 폐지 결정, 홍콩시민들 1차 승리?"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9-09-05 11:23  | 조회 : 802 

 

[앵커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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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정 국제정치평론가, 스튜디오에 나와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인사)

 

 

1. 어제 저녁 홍콩의 캐리 람 행정장관이 송환법 완전 철회를 공식 선언했는데요 자세한 내용 부탁드립니다.

 

현지시각으로 어제 오후 6시 홍콩의 캐리 람 행정장관이 사전 녹화된 TV 연설을 통해 "홍콩인들의 우려를 완화하고, 시위를 진정시키기 위해 공식적으로 송환법을 철회한다"고 발표했는데요

 

이어 폭력이 아닌 대화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면서 자신과 모든 부처장이 이달부터 사회 각계각층과의 대화를 통해 해결책을 모색하고 사회적 문제의 근본 원인을 찾기 위한 독립적 조사도 실시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발표에 앞서 람 장관은 오후 4시부터 자신의 관저에서 친중파 입법의원 43명 전원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및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홍콩 쪽 대표단을 불러 결정 내용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전날 중국 국무원 산하 홍콩·마카오 사무판공실 대변인이 기자회견을 통해 홍콩법은 평화로운 시위를 허용한다며 이전의 강경한 입장에서 약간 누그러진 태도를 보였고 기다렸다는 듯이 람 장관의 송환법 폐기 선언이 나온 겁니다.

 

 

2. 처음 시위를 촉발시킨 계기가 된 송환법은 철회하겠다고 밝혔지만 그동안 시위대가 요구한 다른 주장들도 있었는데 이 부분에 대한 언급은 없었나요?

 

홍콩의 시위대는 그동안 송환법 완전 철회를 비롯해 경찰 강경 진압에 관한 독립적 조사,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 등 5대 요구안을 주장해왔는데요

 

람 장관은 여기서 송환법 완전 철회만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람 장관은 "경찰의 법 집행 행위에 대한 조사는 기존 제도 내에서 처리돼야 한다"며 독립적인 조사위원회 설립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고요

 

행정장관 직선제 요구에 대해서는 평화적인 분위기에서 실용적으로 논의돼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사회가 더욱 분열될 것이라며 원론적인 차원의 언급만 했습니다.

 

나머지 요구 사항에 대해서도 법치주의와 적법한 절차 등에 따라야 한다며 시위대의 요구를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는데요

 

시위대 중에서 온건파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한 꼼수로 송환법 완전 철회를 선언했지만 나머지 요구 사항은 철저하게 묵살함으로써 결국 홍콩 정부가 시위대와 진정으로 대화할 용의가 있지 않음을 보여줬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은 상황입니다.

 

 

3. 람 장관의 발표에 홍콩 시민들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한 마디로 말씀드리면 너무 늦었다입니다.

 

우산 혁명의 주역인 조슈아 웡 데모시스토당 비서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너무 늦었고 너무 약한 조치라고 비판했고요

 

시위를 주도해 온 재야단체 연합인 민간인권전선 페이스북 등 관련 소셜미디어와 다른 시민들의 인터뷰를 봐도 람 장관의 회유책에 시위를 그만둘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무엇보다 처음 시위를 촉발시킨 명분은 송환법이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홍콩 시민들을 폭발시킨 하나의 계기에 지나지 않는데요

 

저희가 이 시간에 홍콩 시위에 대해 처음 전해드리면서 1997년 홍콩이 중국에 반환되면서부터 홍콩 시민들의 삶이 중국 중앙정부와 본토인들에 의해 점점 파괴당하면서 불만이 쌓여가고 있었다는 점을 말씀드렸습니다.

 

다시 말해 송환법으로 시작된 시위였지만 더 이상 송환법 완전 철회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람 장관이 간과했거나 의도적으로 외면한 거라고 할 수 있는데요

 

따라서 앞으로 시위의 양상은 송환법 반대를 넘어 전반적인 홍콩의 민주화 요구로 이어질 가능성이 더 커졌습니다.

 

 

3-1. 시위가 석 달째로 접어들면서 정작 왜 송환법 반대 시위가 일어나게 됐는지에 대한 부분은 좀 잊혀진 것 같은데 이쯤에서 홍콩 반정부 시위의 원인에 대해 다시 짚어볼까요?

 

처음 시작은 지난해 홍콩 여성이 대만 여행 중 남자친구에 의해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단인데요

 

이 남자친구는 홍콩으로 도망을 왔고 살인이 벌어진 대만에서 재판을 하려고 해도 홍콩과 대만 간 범죄인 인도 협정이 체결돼 있지 않은 까닭에 대만으로 송환을 할 수 없게 됩니다.

 

홍콩은 홍콩 내에서 벌어진 사건이 아니기 때문에 이 남자친구를 처벌할 수 없는 황당한 상황이었는데요

 

이 문제가 논란이 되자 홍콩 정부가 중국, 대만, 마카오 등 홍콩과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나 지역에도 홍콩 정부가 범죄인을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 바로 송환법을 추진하게 됩니다.

 

 

3-2. 사건의 발단만 놓고 본다면 굳이 이렇게 대규모 반대 시위가 벌어질 정도인가 싶은데 사실 홍콩 정부의 속내는 따로 있었죠?

 

누가 봐도 명확한 범죄인이라면 정당한 처벌을 위해 인도를 하는 게 맞습니다.

 

하지만 홍콩 시민들은 중국 정부가 반체제 인사나 인권운동가를 중국 본토로 송환하는 데 이 법을 악용할 수 있다면서 법안 추진의 즉각적인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는데요

 

다시 말해 형사 사건 용의자는 물론이고 중국에 적대적인 성향을 가진 정치범까지 중국 본토로의 인도 범위가 확대될 수 있는 데다 이러한 위험 때문에 홍콩 내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훨씬 더 크기 때문입니다.

 

홍콩은 2047년까지 고도의 자치권이 명백히 보장돼 있음에도 현실은 친중국 성향의 행정장관의 통치와 중국 중앙정부의 노골적인 간섭으로 인해 기본권을 억압당하는 경우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는데요

 

실제로 중국에 반대하는 성향을 가진 홍콩인들의 갑작스런 실종 사건이나 적법한 절차도 거치지 않은 체포와 구금 사례가 종종 발생하는 상황이어서 홍콩 시민들은 송환법 자체에 대한 두려움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3-3. 사실 송환법에 대한 홍콩 시민들의 거센 반발 이면에는 그동안 억눌려왔던 홍콩 시민들의 각종 불만도 깔려있고 봐야겠죠?

 

홍콩이 중국으로 반환된 1997년 이후 홍콩에서 영주권을 얻은 중국인이 전체 홍콩 인구의 10% 수준인 70만 명에 육박하면서 일자리 경쟁도 치열해지고 최저임금도 오르지 않고 있고요

 

중국 본토의 막대한 자금이 홍콩에 유입되면서 2003년 이후 400% 넘게 상승한 홍콩의 주택가격은 20평짜리 아파트가 20억 원을 넘어서 집을 살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게다가 홍콩 사람들이 낸 세금으로 하는 사회 인프라 건설 공사도 중국 본토 업체들이 대부분 맡아서 하기 때문에 본토 기업과 본토노동자들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경우가 많고요

 

홍콩 공공주택 임대 역시 홍콩 사람은 6~7년이 걸리는 반면 중국인은 1~2년 짧은 시간 안에 받는 등 홍콩 안에서 홍콩인들이 역차별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또 홍콩이 중국에 반환될 때 친중파는 중국 본토 관광객이 들어와 홍콩 수입이 늘어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놨지만 지금은 한 해 5천만 명이 넘는 본토 관광객들로 인해 오히려 고통을 받고 있는데요

 

관광객 증가로 이득을 보는 것은 임대주와 기업들뿐이고 일반 시민들은 더 혼잡해진 도시 상황과 임대료 급등, 생활 여건의 악화 등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반중국 정서가 커지는 상탭니다.

 

 

4. 이런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이유로 인해 벌어진 송환법 반대 시위였는데 람 장관이 그럼 송환법은 완전 철회를 하겠다고 한 거죠. 일단 겉으론 한 발 물러선 것처럼 보이는데 그 속내는 뭘까요?

 

어차피 중국 중앙정부의 꼭두각시에 지나지 않는 람 장관이기 때문에 이번 발표 역시 람 장관 스스로의 판단이라기보다는 중국 중앙정부와의 협의 하에 나온 결론일 가능성이 높은데요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는 시위에 국제 사회의 주목도와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는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일종의 출구 전략을 모색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홍콩과 10분 거리인 광둥성 선전시에 군 병력을 집결시키고 일부러 무력 진압 훈련 영상을 올리고 홍콩 내 주둔부대의 일상적인 교체라면서 군을 움직이기도 하면서 시위대를 압박했지만 시위대는 전혀 위축되지 않았는데요

 

그러자 이번에는 긴급법 발동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홍콩 정부를 압박하는 양상을 보였고 이에 대한 홍콩 내부뿐만 아니라 국제 사회의 우려와 반발 움직임이 커지자 시위의 명분이 된 송환법 정도를 양보하는 선에서 시위대 달래기에 나선 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5. 사실 언론들에서는 88일 간의 시위로 인해 홍콩 시위대가 승리했다는 얘기도 나오는데 그렇지 않다고 보시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시위대의 요구 사항 중 하나만 받아들여진 상황을 승리라고 하기엔 많이 부족해 보일 뿐만 아니라 람 장관의 발표가 나오기까지 며칠 간 좀 의아한 상황들이 있었기 때문인데요

 

현지시각으로 2일 로이터 통신이 람 장관이 최근 홍콩 경영계 인사들과 만난 24분짜리 비공개회의 녹취자료를 입수했다며 내가 홍콩의 지도자로서 엄청난 혼란을 초래한 것은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 선택권이 주어진다면 제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사람들에게 깊이 사과하고 (행정장관직을) 그만두는 것이라고 말했다는 보도를 내놨습니다.

 

물론 사적 자리에서 아주 개인적인 심정을 토로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비공개회의 녹취록이 공개됐다는 것부터가 뭔가 이상한 부분이 있고요

 

기존에 시위대를 향해 일관되게 날선 비난을 하면서 사퇴는 없다고 거듭 밝혔던 람 장관의 모습과는 너무 상반된 말들이기 때문에 곧이곧대로 믿어도 될지도 의문입니다.

 

무엇보다 이 녹취록에서 람 장관은 송환법 추진은 중국 정부의 강요가 아닌 자신이 결정한 것이었다며 "홍콩의 여건에 비춰볼 때 매우 현명하지 못했고, 중국에 대한 홍콩 시민들의 공포와 불안을 헤아리지 못했다"고 말하고 있는데요

 

이는 중국 중앙정부와 시위의 관련성을 부정하고 오로지 홍콩 내부의 문제일 뿐이라고 시위의 의미를 축소시키고 원인을 한정시키려 하는 의도로 풀이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6. 녹취록 유출마저도 계획된 것이라면 송환법 완전 철회 발표 이후에도 시위가 누그러들지 않는다면 상황은 어떻게 될까요?

 

일단 중국 중앙정부는 상황을 관망하는 모양새를 취하겠지만 시위가 더 격화된다면 송환법 완전 철회 선언이 중국의 무력 개입을 위한 명분 쌓기가 될 수도 있을 텐데요

 

다시 말해 원칙적으로 시위가 촉발된 원인이 사라졌는데도 시위를 계속하는 시민들이 문제라는 식으로 몰고 갈 가능성이 크다는 의밉니다.

 

이미 중국 본토 내에서도 이번 홍콩 시위에 대한 반발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에 중앙정부가 쉽게 물러나는 모습을 보일 수도 없는 상황까지 와버렸고요

 

201479일 간의 우산혁명의 실패를 기억하고 있는 홍콩 시민들 입장에서는 만약 이번에 대충 마무리를 한다면 후폭풍이 더 거셀 것이란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시위대 역시 쉽게 물러서서는 안 된다는 기류가 강할 겁니다.

 

또한 지금처럼 명목상이라도 홍콩에 자본주의 제도와 생활방식을 보장하는 일국양제가 유지되는 기간이 2047년까지이기 때문에 홍콩 시민들의 절박함은 상상을 초월하는데요

 

물론 그때 투표로 홍콩의 미래를 결정한다고는 하지만 앞으로도 홍콩의 중국화는 가속화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에 이번 시위를 통해 확실한 견제나 제동 장치를 반드시 마련해야만 하는 입장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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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인사 듣고)

지금까지 문희정 국제정치평론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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