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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전문

“탈레반 뺀 채 합의, 18년 장기 전쟁 끝날 수 있을까?”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9-09-04 11:58  | 조회 : 868 

 

[앵커멘트]

가장 뜨겁고, 궁금한 국제이슈를 분석하는 시간,

문희정의 핫키워드.

문희정 국제정치평론가, 스튜디오에 나와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인사)

 

 

1. 저희가 지난 5월에도 미국과 아프가니스탄의 반정부 무장 세력인 탈레반 사이에 평화협상이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드렸는데요 드디어 초안에 합의를 했다고요?

 

그렇습니다. 지난 5월 두 달 만에 카타르 도하에서 6차 평화협상이 재개됐다는 소식을 전해드렸는데요

 

그리고 지난 8월 초 8차 협상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룬 뒤 8월 말 9차 협상을 시작해 드디어 지난 2일 평화협정 초안에 합의했다고 잘메이 할릴자드 미국 아프가니스탄 평화 특사가 선언했습니다.

 

이로써 지난 해 10월 본격적으로 시작된 평화협상은 1년 만에 결실을 보게 됐는데요

 

모든 국제 분쟁에서 빠지겠다고 공언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아프간 철수를 현실화하는 단계가 시작되긴 했지만, 사실 초안에 합의한 것이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승인도 받아야 하고 완전한 합의안을 도출한 후 미군이 철수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해 보입니다.

 

 

2. 이번에 양측이 합의한 초안에는 어떤 내용들이 담겼나요?

 

현재 14000명 규모인 미군이 1단계로 135일 이내에 병력 5400명을 철수하고 5개 기지를 폐쇄하는 핵심 내용이 있고요

 

, 미군 철수 후에도 탈레반은 알카에다 잔존 세력이나 이슬람국가(IS) 등 무장 테러 단체가 미국과 동맹국에 대한 공격을 모의하는 근거지로 아프간이 이용되지 않도록 약속하는 조건이 명시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할릴자드 특사는 이번 합의의 목표는 종전이 아니며, 공식적인 휴전협정은 없다면서 아프간에서 종전은 아프간인들 사이의 협상에 달려있다고 밝혔는데요

 

다시 말해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어디까지나 내전이기 때문에 현재 정권을 잡고 있는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 사이의 협상을 통해 종전이나 휴전을 결정해야 한다고 선을 그은 겁니다.

 

 

3. 그러고 보니 이번 평화협상에 또 다른 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아프간 정부가 빠졌는데 이유가 뭔가요?

 

아프간 정부는 "정부와 탈레반이 협상 주체가 돼야 한다"고 주장해왔지만 탈레반은 아프간 정부를 불법정권으로 간주하고 미국의 꼭두각시라며 협상 일체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이런 탈레반의 강경한 태도 때문에 이번 평화협상에서도 아프간 정부는 배제된 겁니다.

 

여기에 미국 정부의 무책임함도 한 몫을 했는데요

 

사실 아프가니스탄이 오랜 시간 정부와 탈레반, 여러 무장 세력들이 대립하고 있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미국이 911테러의 배후로 지목된 오사마 빈 라덴을 탈레반이 보호하고 있다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침공해서 지난 18년 간의 전쟁이 시작된 겁니다.

 

하지만 완전한 승리가 불가능한데다 천문학적으로 들어가는 전쟁 비용, 계속되는 미군 파병으로 인한 미국 내부적 불만 등 미국은 어떻게든 아프간 전쟁에서 빠져나오고 싶다는 열망이 강한데요

 

그러다 보니 정작 향후 아프간 상황에 대한 확실한 대책없이 자신들의 주적이었던 탈레반에게 다시 정권을 넘겨주는 듯한 모양새까지 나타나고 있어 아프간 정부의 입지를 더 줄어들게 만든 겁니다.

 

 

3-1. 엄연히 합법적인 정부가 있는데도 미국 측이 협상 상대자가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빼버렸다는 말씀인 거죠?

 

맞습니다. 탈레반이 1996년 아프간 전 국토의 약 90%를 장악하면서 정권을 수립할 때 아프가니스탄 이슬람 에미리트라는 국호를 선포했는데요

 

미국이 이번 탈레반과의 협상에서 탈레반이 내건 국호인 아프가니스탄 이슬람 에미리트를 사용함으로써 반군인 탈레반에 정부 지위를 인정해준 꼴이 돼 버린 것도 심각한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 NBC 방송은 평화협정문에 이 용어가 들어갈 수도 있다면서 그렇게 되면 탈레반이 외교 쿠데타에 성공한 셈이 된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탈레반이 이슬람 극단주의 정권으로 권력을 휘두를 때도 미국을 비롯한 국제 사회는 합법적인 정부로 인정하지 않았는데요

 

협상 타결에만 매달린 미국이 스스로 자신들의 아프간 전쟁 명분을 깨버린 아이러니한 상황을 만든 겁니다.

 

 

4. 그래도 미국이 종전이나 휴전은 탈레반과 아프간 정부 사이에 알아서 결정할 문제라고 한 것은 아프간 정부의 자리를 마련해 준 거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제 생각에는 그럴싸한 포장일 뿐이고 빨리 발을 빼기 위한 핑계에 지나지 않아 보이는데요

 

왜냐 하면 휴전이나 종전의 당사자로 미국이 나서게 되면 협상이 완전히 끝날 때까지 섣불리 발을 뺄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이후 아프간 상황에 대한 책임으로부터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을 미국이 너무 잘 알기 때문입니다.

 

현실적으로 전 국토의 60% 가량을 또다시 장악한 탈레반을 아프간 정부가 미군의 도움없이 상대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데요

 

물론 할릴자드 특사는 “(이슬람 극단주의를 강요한) 탈레반 통치 체제의 귀환은 허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외국군이 모두 빠져나가고 나면 전투력이 앞서는 탈레반이 아프간 정부를 무너뜨리고 아프간 전역을 다시 장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로이터 통신은 아직까지 아프간의 평화를 위해 가야 할 길이 멀다면서 아프간 정부와 미국 국가안보 관계자 사이에서는 미군 철수 이후 아프간이 새로운 내전 상태로 빠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보도했고요

 

아프간 현지 매체인 톨로뉴스도 미국과 탈레반 간 평화협상의 결과로 지난 2001년 미국이 아프간에서 탈레반을 축출한 이후 18년 간 이룬 성과가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며 아프간 내의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5. 미국은 평화협상 초안에 합의했다는 사실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군요.

 

맞습니다. 게다가 할릴자드 특사가 초안 합의 내용을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브리핑하던 중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탈레반 소행의 차량폭탄 테러가 발생해 최소 16명이 사망하고 119명이 부상을 입었는데요

 

영국 BBC 방송은 이번 공격이 미국과 탈레반의 평화협상으로도 아프간의 일상적 폭력과 민간인 희생자 발생을 종식시키기는 어려울 것임을 보여준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미국은 철군하더라도 정보 담당 인력은 남기기를 원하지만, 탈레반은 예외 없는 전원 철수를 바라고 있다는 점에서 이견이 존재하고 있고요

 

오는 28일 대선을 앞두고서도 아슈라프 가니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은 대선 강행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탈레반은 "선거를 보이콧하라"고 아프간 국민을 상대로 경고 성명을 내는 등 좀처럼 협상에 대한 긍정적인 신호는 찾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6. 지금 상황만 보더라도 탈레반이 합의안에 서명하더라도 과연 그 약속을 잘 지킬 수 있을까 싶은 생각도 드는데 아무래도 아프간 내부에서도 이런 부분들에 대한 우려가 크다고 볼 수 있겠죠?

 

그렇습니다. 미국이 탈레반과의 평화협상을 시작하면서 가장 두려움에 떨고 있는 사람들이 바로 여성들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탈레반이 정권을 잡기 전 상당히 세속화되고 자유로운 사회 분위기 속에서 생활했던 여성들이 1996년부터 2001년까지 탈레반 집권 시기에는 인권이 전혀 보장되지 않는 극심한 억압의 삶을 살았기 때문입니다.

 

극단적인 이슬람 샤리아법에 의해 여자 어린이 교육 금지, 공공장소 부르카 착용은 기본이었고 강간을 비롯한 각종 범죄에 노출됐을 뿐만 아니라 강제 결혼까지 횡행할 정도였는데요

 

지난 32일 아프간 여성 700여명은 수도 카불에서 콘퍼런스를 열고 "우리도 평화를 원하지만, 여성의 권리를 희생해서는 안 된다"고 강력하게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7. 많은 비판과 우려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탈레반과의 평화협상을 강행하는 이유는 뭔가요?

 

트럼프 대통령은 오랫동안 아프간 철군을 주장해 왔는데요

 

7년 전 "아프간 전쟁은 완전히 낭비"라든지 6년 전 "즉시 아프간에서 철수해야 한다" 등 일관되게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해오고 있습니다.

 

사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역시 자신의 임기 내 아프간전 종료를 천명하고 2010년 최대 10만 명에 이르렀던 주둔군을 줄이고 치안 유지 책임을 아프간 군·경에 이양하기도 했는데요

 

미국의 유일한 패배, 가장 큰 치욕으로 남아있는 베트남전 때의 엄청난 국력 손실과 천문학적인 재정적자 상황이 아프간전에서도 나타나고 있음을 감지했기 때문입니다.

 

미국 언론들은 지금까지 미국의 아프간전 비용은 1조 달러(1,216조 원)를 웃돌고 제대군인원호법에 따라 전역병들에게 투입해야 할 비용 등을 감안하면 ‘3조 달러 짜리 전쟁이 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는데요

 

미국 잡지인 애틀랜틱은 미국인들이 아프간전은 미국의 패배로 끝나는가라는 물음을 피해갈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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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인사 듣고)

지금까지 문희정 국제정치평론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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