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만나는 시간, NOW
  • 방송시간 : [월~금] 09:10~10:00
  • 진행,PD: 전진영 / 작가: 강정연

인터뷰 전문

“터키 에르도안, 쿠르드 인민수비대 공격 발언... 왜?”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9-08-06 11:19  | 조회 : 841 

 

 

[앵커멘트]

가장 뜨겁고, 궁금한 국제이슈를 분석하는 시간,

문희정 국제정치평론가, 전화로 연결합니다.

안녕하세요.

(인사)

 

 

1. 터키의 에르도안 대통령이 현재 쿠르드 인민수비대가 장악하고 있는 지역을 공격하겠다는 발언을 해서 논란이 되고 있죠?

 

현지시각으로 4일 터키의 이스탄불과 이즈미르를 잇는 고속도로 개통식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쿠르드족이 장악한 유프라테스강 동쪽 시리아 영토에서 군사 작전을 강행하겠다고 밝힌 건데요

 

그러면서 "이 작전에 대해 이미 미국과 러시아에 통보했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터키는 이미 두 차례에 걸친 군사 작전으로 쿠르드 인민수비대가 장악하고 있던 지역을 빼앗았는데요

 

지난 20168월 시리아 국경을 넘어 알밥·다비끄·자라불루스 등을 점령했고 지난해 3월에도 시리아 북서부의 쿠르드족 도시인 아프린으로 진격해 수많은 쿠르드족들을 살상하고 내쫓는 만행을 저질렀습니다.

 

최근 몇 주간 터키 현지 언론이 전투부대와 군 장비를 싣고 있는 군 호송차량이 시리아 국경 지대로 향하는 장면을 내보내며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는데요

 

터키는 그동안 쿠르드 세력의 증대가 안보 불안을 야기한다며 공격 의지를 천명해왔습니다.

 

 

2. 그런데 언뜻 이해가 안 되는 것이 터키가 군사 작전을 강행하겠다는 지역은 엄연히 시리아의 영토 아닌가요?

 

맞습니다. 하지만 현재 시리아가 내전 중인 상태여서 시리아 중앙 정부의 통제권이 미치지 못하는 특수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지난 2011년 시작된 시리아 내전에서 터키는 미국과 프랑스가 주축이 된 연합군 편에서 시리아 정부군에 맞서 싸웠습니다.

 

그러다 IS라는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가 내전을 틈타 거점을 마련하게 되고 연합군과 시리아 정부군이 모두 IS 격퇴를 위해 싸우게 되는데요

 

어느 정도 IS 격퇴가 마무리돼가는 이 시점에 갑자기 터키가 총구를 연합군의 편에서 함께 싸웠던 쿠르드족을 향해 겨눈 겁니다.

 

 

3. 터키가 쿠르드족을 공격하는 이유는 뭔가요?

 

먼저 쿠르드족에 대한 대략적인 설명부터 해야 할 것 같은데요

 

터키와 이라크, 이란, 시리아가 만나는 지역인 쿠르디스탄(쿠르드족의 땅)에 살고 있는 쿠르드족은 그 숫자가 약 3000만 명에서 4000만 명 정도 되는 큰 민족이지만 독립된 국가가 없습니다.

 

이라크나 시리아에서는 쿠르드 자치정부의 형태로 살고 있지만 약 1500만 명에서 2000만 명 정도로 가장 많은 쿠르드족이 살고 있는 터키에서는 자치정부는 고사하고 오히려 2등 시민으로 차별하며 오랜 시간 억압과 착취를 행했는데요

 

대표적인 사례로 6.25 전쟁 당시 우리나라에 파병된 터키군은 대다수가 이 쿠르드족들이었고 제대로 훈련도 받지 못한 쿠르드족들이 머나먼 이국땅에서 죽어갈 때 그들의 죽음과 맞바꾼 월급은 고스란히 터키 정부에게 들어가기도 했습니다.

 

교육, 의료, 취업, 복지 등 거의 모든 사회적 혜택에서 소외된 쿠르드족들은 터키 정부에 대항해 1978년 쿠르드 노동자당을 결성해 무장 투쟁을 하기 시작했는데요

 

터키 정부는 이들을 분리독립주의 테러조직으로 규정하고 끊임없이 체포, 구금하는 등 강력 대응해 오고 있습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공격을 강행하겠다고 밝힌 시리아 북부 유프라테스강 동쪽은 시리아 내전 이후 쿠르드족이 장악한 지역으로, 이 지역의 쿠르드족은 민병대인 인민수비대(YPG)를 설립하고 미국과 함께 IS 격퇴전에 참전했는데요

 

터키는 이 시리아의 쿠르드 인민수비대를 쿠르드노동자당(PKK)의 분파로 보고 소탕 작전에 돌입한 겁니다.

 

 

4. 쿠르드족 입장에서는 실컷 IS를 격퇴했더니 터키로부터 또다시 억울하게 얻어맞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진 거군요?

 

정확합니다. 물론 이전부터 터키는 미국에게 계속해서 쿠르드족에게 무기 지원을 하지 말 것을 요구하며 어깃장을 놓곤 했는데요

 

그럼에도 엄연히 미군과 함께 싸우는 쿠르드족을 대놓고 이렇게 빨리 공격할 줄은 미국 입장에서도 예상치 못했던 부분입니다.

 

시리아 내전이 완전히 끝난 것도 아니고 IS 격퇴 작전이 마무리에 접어들긴 했어도 여전히 잠재적 위협으로 도사리고 있는 상황에서 또다른 전선을 형성해 전력을 분산시키는 행위이기 때문인데요

 

아마도 내전으로 인해 쿠르드 자치정부가 혼란스럽고 전력이 약화된 틈을 타 터키가 선제적 대응에 나선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여기에다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교장관은 "미국은 쿠르드 인민수비대(YPG)와의 파트너십을 끝내라는 우리의 요구에 긍정적으로 답해야 할 것"이라며 미국을 압박하고 나섰는데요

 

파이낸셜 타임스는 미국의 거듭된 반대에도 러시아판 사드로 불리는 S-400의 구매를 강행한 터키가 이번 군사작전으로 미국과의 관계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5. 미국 입장에서 이 상황을 그대로 두고 보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20181월 러시아는 이면 합의를 통해 터키가 시리아 내 쿠르드 자치 지역 중 하나인 아프린 침공을 허용했고, 미국이 이끄는 연합군 역시 이 문제에 대해 침묵했는데요

 

이로 인해 IS 격퇴를 하고 시리아 내전에서 수많은 공을 세웠던 쿠르드 민병대가 국제 사회의 무관심 속에서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시리아 내전에서 계속해서 발을 빼고 싶어하는 미국 입장에서는 막강한 전력을 보유한 터키의 도움이 현실적으로 절실한데요

 

터키는 미국과의 협상 카드로 자신들의 오랜 숙원인 쿠르드족에 대한 완전한 소탕을 내세우고 있어 미국에서도 강력한 대응은 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6. 아까 쿠르드 인민수비대가 미국의 편에서 함께 싸웠다고 하셨는데 쿠르드족이 시리아 내전에 참전한 속내는 뭐라고 볼 수 있을까요?

 

쿠르드족 입장에서는 시리아 중앙 정부군의 전력이 반군과 서방 연합군이 합세한 쪽과의 전투에 집중하는 동안 독립국가를 건설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점쳤을 텐데요

 

여기에 유용한 군사력이 필요했던 미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내전에 참여하게 됩니다.

 

하지만 미국이 이끄는 연합군이 우세할 것으로 예상됐던 처음과 달리 갑자기 러시아가 참전해 시리아 정부군의 편에 서고 IS까지 출몰하는 등 점점 전쟁의 양상이 복잡해지고 길어지면서 미국의 이해관계도 달라지게 됐는데요

 

기약없이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가는 승산 없는 전쟁에서 발을 빼고 싶어진 미국은 러시아와 타협하게 되고 타도의 대상이었던 시리아 정부를 인정하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되면서 결국 쿠르드족과의 약속을 저버리는 모양새가 된 겁니다.

 

 

7. 결국 쿠르드족 입장에서는 배신을 당한 거라고 볼 수도 있겠군요.

 

그렇습니다. 사실 쿠르드족이 오랜 세월 독립국가를 건설하지 못한 데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의 배신이 한 몫을 하고 있는데요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영국은 오스만 제국을 쓰러트리기 위해, 독립국가를 세워준다는 약속을 하고 쿠르드족을 끌어들였지만 결국엔 약속을 지키지 않았습니다.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쿠르디스탄 지역이 영국과 프랑스의 식민 정책에 의해 시리아, 이라크 등 여러 국가로 나누어지면서 민족 분단까지 겪게 되는데요

 

문제는 이제는 각 국이 쿠르드족 자치정부에게 주었던 권한마저도 축소시키고 더더욱 독립국가의 꿈이 멀어지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현실입니다.

 

이처럼 주변국들이 쿠르드족의 독립을 절대로 인정하려 들지 않는 이유는 쿠르드족의 규모가 너무 크고 쿠르드족이 독립할 경우, 다른 민족들의 분리독립 요구 가능성도 커질 것을 우려하기 때문인데요

 

무엇보다 쿠르디스탄 지역이 각 나라에서 최대의 유전지대인 경우가 많아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경제적 이권이 걸려있기 때문입니다.

 

 

8.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터키에게 안전지대를 구축하자고 제안했죠?

 

지난 연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리아 주둔 미군의 철수를 발표하자 터키는 시리아 북동부로 진격해 쿠르드 민병대를 격퇴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는데요

 

이에 국제사회에서 터키군이 쿠르드족을 학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자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은 "터키가 쿠르드족을 공격한다면 터키 경제가 파괴될 것"이라며 양국 접경지대에 폭 20마일(32)의 안전지대 설치를 제안했습니다.

 

하지만 안전지대 관리 주체와 비용 부담, 통치위원회의 구성 등을 놓고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논의는 답보상태에 빠졌는데요

 

최근까지도 "안전지대 설치는 터키의 기대에 부응해야만 가능하다"며 미국을 압박하던 터키가 미국이 합의하지 않을 경우 시리아 국경을 넘어 유프라테스강 동쪽에서 군사작전을 펼치겠다고 계속 위협하는 상황이 된 겁니다.

 

 

9. 결국엔 안전지대에 대한 합의가 더 큰 유혈 사태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일 텐데 터키와 미국의 입장이 어떻게 다른 건가요?

 

터키가 쿠르드족을 공격하겠다는 의미는 빨리 합의하자고 미국에게 보내는 경고 메시지라고 할 수 있는데요

 

현지시각으로 5일에도 터키의 수도 앙카라에서 터키와 미국 간의 안전지대에 관한 협상이 있었지만 좀처럼 합의를 이끌어내지는 못했습니다.

 

터키의 최대 일간지인 휘리예트 보도에 따르면 터키는 안전지대의 폭이 3040가량 돼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미국은 15내외를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고요

 

또 안전지대 관리를 놓고 터키 측은 터키군이 맡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데 반해 미국은 미군이 주도하는 연합군이 안전지대를 통제해야 한다는 견해를 굽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하루라도 빨리 철군하고 싶어하는 미국이 얼마만큼 성의를 가지고 협상에 임할지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터키군의 위협은 점점 더 커지고 있는데요

 

게다가 쿠르드 자치정부가 요구하는 협상에 전혀 응하지 않고 있는 시리아 중앙 정부의 강경한 입장까지 겹치면서 쿠르드족은 다시 한번 사면초가의 상태로 내몰려 있습니다.///////////

 

 

 

----------------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인사 듣고)

지금까지 문희정 국제정치평론가였습니다.



[저작권자(c) YTN radio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목록
  • 이시간 편성정보
  • 편성표보기
말벗서비스

YTN

앱소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