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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전문

“중국에서는 영화 ‘기생충’을 볼 수 없다?”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9-07-30 11:23  | 조회 : 716 

 

[앵커멘트]

가장 뜨겁고, 궁금한 국제이슈를 분석하는 시간,

문희정 국제정치평론가, 전화로 연결합니다.

안녕하세요.

(인사)

 

 

1. 저희가 어제 이 시간에 전해드린 것처럼 홍콩 업무를 총괄하는 중국 국무원 산하 홍콩 사무판공실이 공식 입장을 밝혔죠?

 

. 그렇습니다. 홍콩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중국 국무원 홍콩·마카오 사무판공실이 1997년 홍콩 주권반환 후 처음으로 홍콩 내정과 관련된 기자회견을 어제 열었는데요

 

양광 대변인은 "국가 주권과 안보를 해치는 어떤 행위도 용납할 수 없고, 중앙 정부의 권력과 홍콩 행정의 기본법에 도전할 수 없으며, 홍콩을 이용해 중국 본토로 침투하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는 중국 정부의 3대 원칙을 강조했습니다.

 

양 대변인은 일부 과격분자들의 폭력 행위가 홍콩의 번영과 안정을 크게 훼손했다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폭력을 응징하고 법치를 지키는 일이라고 주장했는데요

 

이어 "일국양제(한 국가·두 체제)는 홍콩을 통치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며, 중국 정부는 지금의 방향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며 "홍콩은 중국의 것이고, 홍콩의 내정은 곧 중국의 내정"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뉴욕타임스는 이번 기자회견이 대중의 우려를 해소하는 데는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다면서 캐리 람 행정부와 지지자들을 겨냥한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2. 상당히 강경한 입장을 표명한 것 같은데 이렇게 되면 인민해방군 투입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되는 것 아닌가요?

 

어제 기자회견에서 인민해방군 투입 가능성에 대한 언급은 나오지 않았는데요

 

양 대변인은 "(군대 투입과 관련한) 중국의 기본법에 관련 내용이 명확히 나와 있으며, 더 이상 언급할 것이 없다"는 원칙만 다시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양 대변인의 발언 강도로 보아 최근 시위에서 중국 연락판공실의 국가 휘장이 훼손되고, 미국 성조기가 등장하는 등 반중·친미 양상을 띠자 강력 대응 입장을 굳힌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중국 정부가 시위대를 응징돼야 할 과격분자로 규정하고 캐리 람 행정장관이 이끄는 홍콩 정부가 엄정한 법 집행을 하고 사법부가 폭력 범죄를 저지른 이들을 처벌하는 것을 지지한다며 홍콩 정부에 사실상 엄정 처벌을 주문하면서, 시위대와의 갈등은 더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3. 어제 판공실뿐만 아니라 각 부처별로 다양한 기관에서 한 목소리로 강경 대응을 시사하면서 중국 정부의 입장이 강경일변도임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말들이 나왔나요?

 

중국 외교부의 화춘잉 대변인은 어제 정례 브리핑에서 엘리엇 엥겔 미국 하원 외교위원장이 홍콩 경찰에 대해 평화 시위를 폭력으로 대응했다고 지적한 부분에 반발하며 "홍콩 입법회와 경찰 등을 무력으로 공격하는 극단적인 폭력배들을 봤을 때 미국 일부 인사들은 어떻게 감히 이걸 평화 시위라고 부를 수 있느냐"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는데요

 

미국과 유럽의 일부 인사들이 홍콩의 폭력 시위를 두둔하면서 자국 내 폭력에 대해서는 강경 진압을 하고 있다면서 "그렇다면 미국 뉴욕과 워싱턴에서 홍콩과 같은 습격 사건이 발생하면 미국 경찰은 어떻게 처리할 건가"라고 반문하기도 했습니다.

 

중국 외교부 홍콩 주재 사무소도 "미국 정치인들은 영국의 식민 통치 기간에 대해서는 비판한 적이 없으면서 현재 홍콩에 대해선 중국 정부가 지속해서 자유와 권리를 약화시키고 있다고 모욕했다"고 지적했는데요

 

홍콩 특구 정부와 경찰의 엄정한 법 집행을 지지하며 외국 정치인들의 홍콩 문제 개입에 반대한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습니다.

 

홍콩 특구 정부도 일부 과격 시위자들이 불법 폭력으로 사회 안정을 파괴했다며 규탄했고요

 

홍콩 경찰 측 역시 "치명적인 무기로 경찰을 습격하는 급진 시위자들의 위법 행위를 규탄한다"면서 "위법자들을 엄벌할 자신과 능력이 있다"는 경고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4. 공통적으로 시위대에 강경 대응을 주문하고 있는데 이렇게 되면 현재 홍콩 시민들의 비판을 받고 있는 홍콩 경찰에게 중국 정부가 힘을 실어준 거라고 볼 수도 있겠군요.

 

맞습니다. 중국 정부가 든든하게 받쳐줄 테니 홍콩 경찰에게 아무 걱정 말고 확실히 진압하라는 메시지를 준 것으로 풀이되는데요

 

백색 테러로 시민들의 비판에 직면했던 홍콩 경찰이 지난 주말 시위대를 공격하는 등 과잉 진압을 한 데서 이미 모종의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짐작할 수 있습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홍콩 경찰이 최루탄, 고무탄, 후추 스프레이 등의 기존 무기에 이어서 물대포 도입까지 추진하고 있으며 이르면 다음 달 중순 시위 현장에 이를 배치할 것이라는 보도를 내놓기도 했는데요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자칫 국제 사회의 거센 비난에 직면할 수 있는 인민해방군 투입 대신 경찰을 동원한 무력 진압에 더 힘을 싣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5. 어쨌든 시위대의 요구를 들어줄 생각이 전혀 없는 것처럼 보이고 오히려 폭력 진압이 강해질 우려가 있는 상황인데 앞으로 홍콩의 반정부 시위는 어떻게 될까요?

 

지난 우산혁명의 실패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는 홍콩 시민들은 이번 반정부 시위마저 실패한다면 더는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을 텐데요

 

따라서 결사항전 의지를 더욱 불태울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홍콩의 경찰 역시 정부 소속이기 이전에 홍콩 시민인데 그들은 홍콩의 중국화에 대한 반감이 전혀 없을까 궁금하기도 하실 텐데요

 

개인의 정치적 행동이 금지된 홍콩 공무원들은 "우리도 일반 시민과 다르지 않다. 홍콩을 사랑하고 최근의 사태를 우려한다"며 다음 달 2일 집회를 열기로 해 경찰과 선을 긋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따라서 정부가 강경 대응으로 일관할 경우 홍콩 시민의 분노를 불러 시위가 더욱 과격화, 장기화할 가능성도 농후한데요

 

이렇게 된다면 지금까지는 시위대의 대척점에 서 있는 홍콩 경찰들이 끝까지 중국 정부의 편에 서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6. 중국 정부는 홍콩의 반정부 시위대뿐만 아니라 영화인들에게도 우려스러울 정도로 강경한 것 같습니다. 우리 영화 기생충상영을 갑자기 취소시켰다고요?

 

29일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국내 영화 '기생충'이 지난 28일 중국 서북부 지역에 위치한 칭하이성 시닝시에서 열린 제 13회 시닝 퍼스트(First) 청년영화제 폐막식에서 폐막작으로 선정돼 상영될 예정이었는데요

 

주최 측이 상영 예정 하루 전날 공식 SNS인 웨이보를 통해 갑작스럽게 '기생충' 상영 취소 소식을 알린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글로벌타임스는 중국 관리들이 가장 흔하게 쓰는 말인 기술적인 이유때문에 상영이 취소됐다고 전했는데요

 

중국의 전쟁 영화인 '800'이나 장이머우(張藝謀) 감독의 영화 '1'(One Second) 역시 같은 이유로 상영이 취소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7. ‘기술적 이유라는 게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데 혹시 숨겨진 다른 의도가 있는 건 아닌지 궁금하기도 하고요.

 

전문가들은 문화 컨텐츠 전반에 대한 검열이 심한 중국이기 때문에 검열 과정에서 빈부격차를 드러낸 영화 내용이 문제 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짐작하고 있는데요

 

이것도 추정일 뿐 실제로는 검열을 담당하는 중화인민공화국 국가 뉴스 출판 라디오텔레비전 총국, 광전총국의 잣대가 일관성이 없기 때문에 명확하게 어떤 부분이 문제라고 지적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지난달 제22회 상하이국제영화제에서 개막작으로 상영할 예정이었던 영화 '800'1930년대 항일전쟁 당시 국민당 군인들의 활약상을 그린 것이 취소의 실제 이유로 알려졌고요

 

지난 2월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일 예정이었던 영화 '1'(One Second)는 중국이 역사적 과오로 공표한 19661976년 문화대혁명 시기의 혼란을 배경으로 한 것이 문제가 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8. 한 마디로 광전총국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상영이 취소된다는 얘긴데 이게 가능한 얘긴가요?

 

공산당 일당 독재체제인 중국이기 때문에 가능합니다.

참고로 우리가 80, 90년대 열광했던 홍콩 영화들은 지금 광전총국의 검열에 걸렸다면 절대 만날 수 없는 영화들인데요

 

당시는 아직 영국의 지배하에 있었기 때문에 자유롭게 제작됐고 전세계를 휩쓸 수 있었습니다.

 

중국은 현재 박스오피스 시장 규모 면에서 미국에 이어 2위로, 내년에는 2천억 위안(343400억원)의 점유율로 미국을 추월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미국 CNN 방송은 잇따른 중국 내 영화 개봉 취소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 영화 시장에 불확실성을 안겨줄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탄 마카오대 영화학 부교수도 "중국 정부의 엄격한 검열이 줄지 않는다면 성장하는 중국 영화산업에 고통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는데요

 

문제는 이처럼 중국 내부의 발전을 저해하는 것뿐만 아니라 중국 시장의 메리트를 포기하지 못하는 외국 영화 제작사들이 소위 알아서 자기 검열을 하며 중국 공산당 입맛에 맞는 영화를 만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현재 중국에서는 영화뿐만 아니라 드라마, 광고, 애니메이션, , 예능 프로그램, 음악, 공연 등 전방위적인 문화 컨텐츠를 비롯해 게임이나 다른 인터넷 컨텐츠 모두 검열관에 의해 검열당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9. 그런데 현실적으로 그 수많은 컨텐츠들을 다 검열한다는 게 불가능하지 않나요? 정말 다 겸열하려면 고용된 검열관도 상상을 초월한 숫자일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중국의 악명 높은 검열 정책은 7억 명이 넘는 중국의 네티즌들이 올리는 동영상, 음악, 사진, 메시지 중 공산당이 금지한 것이 없는지를 찾아내는 인터넷 검열관이라는 신종 직업까지 탄생시켰는데요

 

심각한 취업난 속에서 채용 규모가 확대되는 분야여서 유망 직종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는 추세라고 합니다.

 

주로 인터넷 컨텐츠를 게시하는 사이트 자체적으로 검열관을 두고 있는데 한 기업당 적게는 5천 명에서 많게는 1만 명까지 검열관을 고용하고 있는데요

 

인터넷 기업들은 이미 공산당 사상이 학습된 공산당원이나 공산주의청년단을 검열 인력으로 선호한다고 합니다.

 

선발되면 일주일 간 1989년 중국 민주화 운동인 톈안먼 사태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보는 등 사상학습을 받고 사회 반동적인 이미지를 암기했다가 시험을 통과한 다음에 검열관으로 일하게 되는데요

 

만약 당국이 금지한 내용이 있는 동영상의 게시를 허가했다가는 당장 해고될 수도 있어서 스트레스가 극심한 직업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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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인사 듣고)

지금까지 문희정 국제정치평론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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