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라디오 YTN
  • 방송시간 : [토] 20:20~21:00 / [일] 23:20~24:00 (재방)
  • 진행 : 최휘/ PD: 신동진 / 작가: 성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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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인 자살, 지나친 보도 자제도 자살에 대한 편견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9-07-29 15:15  | 조회 : 1607 
[열린라디오 YTN]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19년 7월 27일 (토요일)
■ 진행 : 김양원 PD
■ 대담 : 김혜정 자살예방 전문강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유명인 자살, 지나친 보도 자제도 자살에 대한 편견

- 삶에도 차별 없듯이, 죽음에도 차별 없어야


◇ 김양원 PD(이하 김양원)> 지난해 보건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자살자 수는 13만 8000명으로 집계됐습니다. 그리고 이 자살사망자 한 명에 대해 최소 5명에서 10명의 자살 유가족이 있다고 볼 때 우리나라에는 매년 8만 명 이상, 10년간 최대 130만 명 이상의 자살 유가족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물론 통계에 잡히지 않는 자살자까지 포함하면, 그 수가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는데요. 저희가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연속해서 전해드리고 있지만, 아직도 이 자살자와 그의 가족들을 보는 시선은 따뜻함보다는 차가움이 더 많습니다. 오늘은 이른바 자살 유가족을 만나는 자살 유가족 한 분을 모셨습니다. 자살 예방 게이트키퍼로 활동하고 계신 김혜정 강사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 김혜정 자살예방 전문강사(이하 김혜정)> 네, 안녕하세요. 

◇ 김양원> 자살예방강사로 활동하고 계신다고 들었어요. 어떤 일을 하시는 건가요?

◆ 김혜정> 자살을 예방해서 생명을 보호하려면 국가 차원의 예방 프로그램이 필수라고 알려져 있는데요. 저는 한국형 자살예방 프로그램을 알려요. 우리가 지나칠 수 있는 자살 신호를 인식하고, 또 그것이 자살을 의미하는 것인지 본인에게 직접 묻고, 그렇다고 하면 왜 자살을 생각하고 있는지 경청하고, 공감하고, 그리고 살릴 수 있는 자원과 연결하는 것. 그것을 알리는 내용을 담고 있는 교육이에요.

◇ 김양원> 이렇게 자살예방 강사로 활동하게 되신 계기가 있다고 제가 들었어요.

◆ 김혜정> 저는 유가족이에요. 남편이 자살로 세상을 떠났는데요. 정말 충격이 컸어요. 고통스러웠고요. 그때 가족, 친구, 이웃들이 따뜻하게 보호해줬어요. 여전히 남아있는 물음이 하나 있었어요. 어떻게 하면 자살로부터 소중한 사람을 지킬 수 있지? 이 질문이 남더라고요. 그러던 차에 캐나다 자살예방 프로그램, ASIST. 그거랑 한국형 자살예방 프로그램, ‘보고 듣고 말하기’를 경험하면서 알게 된 거예요. 우리 남편도 가까운 사람들이 신호를 알아챘더라면 가족과도 연결하고, 치료를 받게 도울 수 있고, 그랬으면 설 수 있었을 거다. 9년이 됐는데, 제가 정서적으로 안정되기까지 시간이 걸렸어요. 

◇ 김양원> 시간이 필요하셨고, 그 이후에 아까 말씀하셨지만 어떻게 하면 자살로부터 소중한 사람을 지킬 수 있을까, 그런 물음에서 시작하셨다. 그리고 지금은 자살예방 강사로서 다른 분들께 자살 예방에 대한 교육을 하고 계시다고 말씀을 하셨어요. 

◆ 김혜정> 그리고 그 교육이 자살 유가족에게도 필요해요. 왜냐하면 자살 유가족은 저처럼 이런 일이 또 일어나면 어떡하지? 하는 불안감이 엄청나게 커요. 그렇기 때문에 이런 교육을 접하게 되면, 경험하게 된다면, 비록 내가 그때는 몰라서 놓쳤지만, 이제는 지킬 수 있구나 하는 마음이 들어서 살아갈 이유, 그것을 찾게 되기 때문에 치유와 회복에 도움이 돼요. 자살은 돌이킬 수가 없어요. 예방만이 유일한 대책이기 때문에 이런 교육을 통해서 생명을 살리는 문화를 전파하는 도구로 예방 교육이 정말 중요하구나, 신뢰할 만하다, 그렇게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 김양원> 자살 유가족을 직접 만나고 계세요?

◆ 김혜정> 네. 아무래도 제가 자살 유가족인데, 이렇게 노출이 되다 보니까 예를 들면, 이런 경우가 있어요. 예기치 않았지만 자살 유가족이 되고 말잖아요. 그랬을 때 정작 유가족은 사실 정신이 없어요. 그런데 그 고통을 지켜보는 가까운 사람들이 막 검색을 해서 저를 찾는 거예요. 그래서 그 유가족과 연결을 하거나 하는 거죠.

◇ 김양원> 그런 도움에 요청을 받으셨을 경우에는 무조건 달려가십니까?

◆ 김혜정> 저도 놀랐어요. 제가 그러더라고요. 그게 그 고통의 말, 그런 이야기들을 다 공감할 수 있겠더라고요. 

◇ 김양원> 그것은 김혜정 선생님께서 먼저 경험했던, 남편의 죽음을 지켜봐야만 했던, 그런 경험 때문일까요, 아니면 오히려 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대해서 많이 극복되셨기 때문일까요? 

◆ 김혜정> 그 둘 다 인 것 같기도 하고요. 그리고 또 한 가지는 제가 그렇게 힘들고, 고통스러울 때 가족, 친구, 이웃들이 저한테 해준 거였어요. 그래서 내가 그렇게 받은 것을 자연스럽게 가서 하는구나. 그리고 이것을 무서워하거나 두려워하지 않는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 김양원> 고통스러운 기억을 안게 되신 것은 참 안타깝지만, 그것을 계기로 해서 한 번 더 주변 사람들로부터 힘을 얻으신 거잖아요. 그것이 에너지가 되어서 지금 이런 활동까지 하시게 된 거고요. 만약에 저라면 제 주변에 이런 지인과 가족의 자살로 인해 큰 충격에 빠지고, 도탄에 빠진 그런 자살 유가족들에게 어떻게 말을 건네고, 옆에서 어떻게 해주어야 할지 막연하거든요. 어떻게 하면 될까요?

◆ 김혜정> 저 같은 경우에는 울타리가 되어 준 그런 분들이 되게 많이 있었는데, 막상 저에게 연락을 해서 만난 분들을 보면 그렇지 않은 분들이 많았어요. 완전히 고립되어 있고, 특히 아이들을 가진 부모들의 경우에는 정말 동반해서 죽고 싶다고 할 정도로 굉장히 불안과 고통 속에 휩싸여 있거든요. 먼저 자살 유가족의 경우에는 입을 닫게 하는 주변 말들이 있기도 해요. 그러니까 이건 정말 개인적인 일이야, 가족들에게 책임이 있는 거지, 그러거나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 도대체, 말 걸어서 더 부담을 주고 싶지 않은데 어떻게 하지? 더 속상하게 하고 싶지는 않아, 그리고 내가 혹시라도 실수로 잘못 말하면 어떡하지? 이런 생각이 들 수도 있고요. 그런 경우에는 전문가가 필요한 거지,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어요. 

◇ 김양원> 지금 말씀하신 것들이 잘못된 생각이라는 거죠?

◆ 김혜정> 네. 그런데 그렇게 하기보다는 당신이 지금 너무 힘든 고통을 겪고 있지만, 나는 앞으로도 쭉 이전과 똑같이 당신의 친구고, 이웃이에요. 이렇게 말해주는 게 정말 힘이 돼요. 그리고 저 같은 경우에는 친구, 이웃들이 반찬도 만들어 오고, 음악도 틀어놓고 가고, 그때는 그게 고맙다, 특별히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어요. 이게 다 무슨 소용이 있나. 게다가 조금 있으니까 아예 우리 집에 와서 모임을 하는 거예요. 그런 것을 보면서 꺼져! 그랬어요. 아니, 뭣들 하는 짓이야. 이런 마음이 들었거든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 광경을 떠올렸을 때 눈물이 나는 거예요. 그 이유가 뭐냐면, 행동으로 그렇게 보여준 거예요. 당신이 고통을 겪고, 지금 아주 소중한 남편을 잃었지만 삶은 지속되고 있다. 여전히 우리는 너의 친구야, 이웃이야, 이런 의미였다는 것을 알고, 사실 아침마다 눈을 뜨면 눈물이 나는 거예요. 이게 무슨 눈물이지? 이러고 가만히 있어 보면 고마움이었어요. 나를 지켜줘서 고마워. 그래서 그렇게 주변에서 저 사람이 힘든데 내가 더 아프게 할지도 몰라, 이런 것은 사실 그것도 또한 편견이에요. 힘든 사람에게는 다가가라. 지금은 유가족이 조금 다른 반응을 할 수는 있어도 알게 된다는 거예요. 그게 얼마나 나에게 힘이었는지.

◇ 김양원> 그렇군요. 최근에 유명 정치인이죠. 정두언 전 의원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건이 있었어요. 제가 이번에 그 보도 내용을 저도 보도하고, 접하면서 느꼈던 것 중 하나가 과거와는 우리의 언론이 달라졌구나. 일단 자극적인 보도를 자제하려는 그런 태도가 엿보였고, 너무 상세하게 사건 현장이나 그런 묘사가 줄어들었다. 저는 이렇게 봤는데, 혹시 이런 유명인, 연예인이나 정치인의 자살 사건을 보시는 자살 유가족의 마음은 어떠신가요?

◆ 김혜정> 자살 사건 보도 자체가 자살을 미화하거나 합리화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그게 너무 고인의 인격과는 별게라는 거예요. 예를 들면, 그 사람이 떠났을 때 그 죽음에만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있거든요. 그래서 입을 다물어야 한다, 아예 꺼내지 말고 덮어야 한다. 충분히 애도할 수 있는 그런 기사는 저는 보지 못한 것 같거든요. 그래서 자살을 함으로 해서 이전 삶까지 모두 부정 당하는 그런 것보다는.

◇ 김양원> 그러면 오히려 자살했다고 해서 심지어 대중들이 관심 있어 하는 유명인일지라도 자살했다고 해서 무조건 그것을 쉬쉬하거나 그 보도 자체를 자제하는 것보다는 오히려 애도할 수 있는 기간을 주고, 그 사람에 대해서 생전에 활동 내용이나 이런 것들에 대해서 한 번쯤 평가해주는 보도 자체를 너무 자제하는 것도 옳지는 않다, 이런 말씀이신가요?

◆ 김혜정> 제 입장에서는 그래요. 처음에는 너무 선정적으로 보도가 되는 그런 광경을 보면서 되게 겁먹었어요. 그런데 또 어떤 측면에서는 예를 들면, 유명 연예인이 그렇게 떠났을 때 청소년들이 되게 애도가 필요한 것으로 저는 보였어요. 과거에는 그것을 지나치게 선정적으로 보도하는 측면이 있었다면, 요즘은 무조건 덮는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유가족 입장에서는. 왜냐하면 그 태도에도 역시 또한 자살에 대한 편견과 오해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 김양원> 만약에 이 사람이 다른 일로 이런 일을 겪었으면 이렇게 보도를 자제하겠나. 자살했기 때문에 오히려 거기서도 차별받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이런 말씀이신가요?

◆ 김혜정> 네. 장례식장에서 슬피 울던 분이 자살했다는 말을 듣고, 갑자기 천주묘지에 묻히면 안 돼, 이렇게 소리를 지른 적이 있거든요. 그때 신부님이 오셔서 삶에도 차별이 없듯이 죽음에도 차별이 없다고 하고 장례 미사도 하고, 또 천주묘지에도 모시게 됐는데요.

◇ 김양원> 뭐랄까요. 지금 제가 김혜정 선생님 얼굴을 마주보고 인터뷰를 하고 있는데, 한 차원 승화되신 것 같아요. 참 보기 좋고요. 지금도 이렇게 의미 있는 활동 하고 계시지만, 앞으로도 우리 자살 유가족들이 사회의 냉대, 차가운 시선, 이런 것들을 이겨내고 일상으로 돌아와서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도움 주시는 활동, 앞으로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오늘 말씀은 여기까지 들을게요.

◆ 김혜정> 네, 감사합니다.

◇ 김양원> 지금까지 김혜정 김혜정 자살예방 전문강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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