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의 가치]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 장애인들을 위한 화면 해설을 해준다고?

[YTN 라디오 ‘뉴스FM, 조현지입니다’]

■ 방송 : FM 94.5 (12:20~14:00)

■ 진행 : 개그우먼 라윤경

■ 대담 : 이성규 한국장애인재단 이사장
 

[같이의 가치]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 장애인들을 위한 화면 해설을 해준다고?
 

비상한 두뇌를 가졌지만, 몸이 불편한 지체장애인 형 '세하'와 뛰어난 수영 실력을 갖췄지만, 형 없이는 아무것도 못하는 지적장애인 동생 '동구'의 이야기! 지난 5월 개봉한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는 중증장애인 두 명을 주연으로 내세우고 147만 관객을 모았는데요. 저는 특히 이 영화의 포스터 속 문구 때문에 찡! 했습니다. “함께여서 신난다! 함께여서 힘 난다!” 맞아요, 함께 하면 못할 게 없습니다.
장애인식 개선 및 복지계 뉴스를 짚어보는 시간! 한국 장애인 재단, 이성규 이사장과 함께합니다.
 

개그우먼 라윤경 (이하 라윤경) : 이사장님, 안녕하세요. 최근 영화 ‘알라딘’이 개봉 초기 성적과 달리 입소문을 통한 역주행에 성공하면서 지난 주말 1,000만 관객을 동원해서 이슈가 되었는데요, 영화 알라딘에는 램프의 요정 지니가 나오는데 이사장님께서는 빌고 싶은 소원이 있으신가요?
 

이성규 한국장애인재단 이사장 (이하 이성규) : 물론이죠, 지니는 세 가지 소원을 들어주잖아요? 저는 그중 하나로 ‘같이의 가치’와 같은 프로그램이 많아져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함께 사는 세상이 만들어지길 희망합니다.
 

라윤경 : 지니의 마법 없이도 그런 세상이 하루빨리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영화 이야기를 하다 보니 장애인을 영화 관람을 어떻게 하는지 궁금합니다.
 

이성규 : 휠체어를 이용하는 지체장애인의 경우, 상영관의 계단 등 좌석 구조상 대부분 맨 앞이나 맨 뒤에 위치한 장애인 전용 공간에서 영화를 관람해야 하는데요. 그렇다 보니 좌석 선택권이 제한되는 것이죠. 2017년 문화체육관광부 조사에 따르면 전국 150개 영화관의 전체 관람석 중, 휠체어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좌석 비율은 1.8%로 매우 낮게 나타났습니다.
 

라윤경 : 보고 싶은 공연이 있어도 볼 수 없다면 너무 슬플 것 같아요. 이런 것이 차별이지 않을까 생각되는데, 당연히 장애인이 느끼는 문화와 여가 생활에 대한 불편함과 만족도 또한 낮을 것 같아요.
 

이성규 :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7년 조사에 따르면 장애인의 49.3%가 문화 · 여가 활동에 만족한다고 답변했는데요, 반대로 본다면 절반은 불만족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죠. 또한, 장애인의 4.5%는 지난 1개월 동안 전혀 외출하지 않았다고 답변했고, 지난 1년 동안 영화를 관람한 경우는 24%로 전체 인구의 영화 관람 경험인 61%보다 약 3배 정도 낮게 나타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라윤경 : 시각장애와 청각장애인의 경우에도 문화생활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 같은데요. 어떤가요?
 

이성규 : 화면 해설 서비스(Descriptive Video Service)를 통해 영화와 방송을 접할 수 있습니다. 시력이 약하거나 전혀 볼 수 없는 시각장애인을 위해 화면을 언어로 설명하는 방식으로 세트의 모양, 출연자의 동작, 장면 변화 및 몸짓 등을 말로 묘사합니다. 예를 들어 알라딘이 양탄자를 타고 있는 화면을 ‘알라딘은 하늘에 떠 있는 양탄자 위에 앉아 있다. 바람이 쉭 하고 거세게 분다. 양탄자는 좌우로 하늘에서 흔들린다.’라는 방식으로 설명해 주는 것이죠.
 

라윤경 : 설명해 주시는 내용을 들어보니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지는 것 같아요. 영화관에서도 화면 해설을 접할 수 있다고 하던데, 자세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이성규 :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시각장애인, 청각장애인 단체와 함께 ‘영화 자막 화면해설 상영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시각 · 청각 장애인의 문화 향유권 보장을 위해 한글 자막과 화면해설을 제공하며, 이를 통해 장애인이 문화 소비자로서 주체적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쉬움도 많은데요,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2018년 영화 개봉작 1,872편 중 수어·화면해설 영화 수는 29편으로 1.5%밖에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라윤경 : 시각·청각장애인을 위한 영화 자막 화면해설 상영 사업이 더욱 활성화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영화뿐만 아니라 TV 방송에서도 수어와 함께 화면해설이 같이 제공된 것을 본 적이 있는 것 같아요. 이것도 같은 서비스로 볼 수 있을까요?
 

이성규 : 맞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4차 산업 시대에 맞추어 7월 4일부터 청각장애인의 방송 접근권 확대를 위한 스마트 수어 방송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스마트 수어 방송 서비스는 사용자가 수어 화면의 크기·위치를 조정할 수 있는데요, 수어 화면이 방송을 가리는 것에 대한 수요자의 요구를 반영한 맞춤형 서비스로 볼 수 있습니다.
 

라윤경 : 수요자 중심의 맞춤형 서비스로의 개선이 의미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의견도 많은 것 같아요.
 

이성규 : 맞습니다. 방송법 시행령 제52조(장애인의 시청지원)에 따르면 ‘방송사업자는 장애인의 시청을 돕기 위하여 방송 프로그램에 대하여 수어 · 폐쇄자막 · 화면해설 등을 이용한 방송을 하여야 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는데요, 지상파 방송사의 의무 편성 비율은 폐쇄자막 100%, 화면해설 10%, 수어 5%로 정해져 있습니다.

라윤경 : 화면해설과 수어 통역은 무엇인지 앞에서 설명을 해주셨는데 폐쇄자막이라는 용어가 생소하네요.
 

이성규 : 폐쇄자막은 상황을 말로 설명하는 화면해설 서비스와는 다르게 실시간으로 모든 음성 내용을 문자로 방송해 주는 서비스를 말합니다.
 

라윤경 : 그렇군요. 이사장님께서 영국 BBC에도 방문하셨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요, 영국에서는 장애인 시청자를 어떻게 돕고 있나요?
 

이성규 : 2017년에 장애인 방송 정책을 주제로 영국 BBC에 방문한 적이 있는데요, 영국 방송사 경우 약 20% 이상을 화면해설 방송으로 제공하고 있다고 합니다.
 

라윤경 : 그럼, 우리나라보다 2배 높은 20%를 화면해설 의무 비율로 정하고 있는 건가요?
 

이성규 : 그건 아닙니다. 영국도 우리와 같이 화면해설 의무 비율을 10%로 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방송사의 자발적인 화면해설 제작 비율이 20%대가 나오고 있어 제도 개선을 통해 비율을 높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합니다. 또한, 비인기 시간대 방영되고 있는 우리와 달리 시청률이 높은 드라마, 영화 등에 화면해설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놀랐습니다.
 

라윤경 : 시청자의 보편적 권리와 장애인의 방송 접근권을 향상하기 위해 방송사가 자발적 참여를 하고 있다는 것이 인상 깊고, 배울 점도 많아 보입니다. 우리는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요?
 

이성규 : 현재 의무 비율인 10%는 방송 편성 비율로 보기 때문에 이를 채우기 위해 국내의 방송사들은 신규 제작보다는 재방송을 통해 화면해설을 제공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재방송도 필요하지만, 신규 콘텐츠에 대한 화면해설 적용이 보다 확대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장애인방송에 대한 질적 담보를 위한 제공 기준 마련과 관련 연구 및 조사도 지속해서 지원될 필요가 있습니다.
 

라윤경 : 장애인의 방송 접근권 향상을 위한 화면해설과 수어 서비스가 다양한 콘텐츠에 더욱 많이 적용되어 제공되었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가 문화 향유하는 세상이 되길 희망해 봅니다. 이사장님, 오늘은 어떤 노래 준비해 오셨을까요?
 

이성규 : 앞서 말했던 영화인데요, 장애와 비장애가 하나 되는 새로운 세상을 위해 영화 <알라딘>의 OST “A Whole New World”를 준비해 봤습니다.
 

라윤경 : 네, 이 노래 들으면서 인사할게요. 지금까지 우리가 내딛는 한 걸음걸음이 우리 사회의 장애인식을 바꾸는 거름이 되는 시간! <같이의 가치> 한국장애인재단, 이성규 이사장과 함께했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