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FM, 조현지입니다
  • 제작,진행: 조현지 / 구성: 조경헌

인터뷰 전문

[뉴스를 품은 음악] 여름 차트를 장악한 발라드 흥행공식!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9-07-03 16:40  | 조회 : 1236 

[YTN 라디오 ‘뉴스FM, 조현지입니다’]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12:20~14:00)

■ 진행 : 조현지 아나운서

■ 대담 : 정민재 대중음악 평론가

 

[뉴스를 품은 음악] 여름 차트를 장악한 발라드 흥행공식!

 

신곡을 가장 많이 듣는 나이는 24세, 더 이상 신곡을 듣지 않는 나이는 33세라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음악평론 매체 '스카이넷 앤드에버트'가 분석한 결과인데요. 심지어 10대 시절 즐겨들었던 노래가 평생의 음악 취향을 형성하는 데 아주 중요한 영향을 미친답니다. 여러분의 플레이리스트 속 노래는 언제 즐겨 듣던 노래인가요? 혹시 오늘 저희가 들려드린 좋은 노래가 먼 미래에 여러분의 플레이리스트를 꽉 채우고 있진 않을까요?! 매주 수요일, 맞춤 선곡으로 우리들의 귀르가즘을 책임지는 남자! 오늘도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와 함께 합니다.

 

조현지 아나운서 (이하 조현지) : 대중음악 속 우리가 몰랐던 이슈에 관해 이야기해봅니다! <뉴스를 품은 음악>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 안녕하세요. 요즘 우리 음원 차트를 보면 발라드곡들이 눈에 많이 띕니다. 날씨가 더운데도 발라드가 강세인 것 같아요.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 (이하 정민재) : 그게 참 재밌죠. 흔히 여름은 댄스곡, 신나는 곡들이 인기를 얻는 경향이 있는데, 현재까지 이번 여름은 유독 발라드가 강합니다. 며칠째 1위에 장혜진, 윤민수의 ‘술이 문제야’가 올라있고요, 저희 방송에서 다루기도 했던 김나영의 ‘솔직하게 말해서 나’부터 송하예의 ‘니 소식’, 임재현 ‘사랑에 연습이 있었다면’, 다비치 ‘너에게 못했던 내 마지막 말은’, 황인욱 ‘포장마차’, 먼데이 키즈 ‘사랑이 식었다고 말해도 돼’ 이런 발라드들이 10위권에 올라와 있어요. 제 기억에 이 정도로 발라드가 중심을 이룬 인기 차트는 10여 년 전 소위 ‘소몰이’로 불렸던 알앤비 열풍 이후 처음이 아닌가 싶습니다.

 

조현지 : 그런데 민재 씨는 발라드 좋아하시나요? 지금까지 방송에서 발라드에 대한 얘기는 제대로 했던 적이 없는 것 같은데요.

 

정민재 : 저도 물론 발라드 좋아합니다. 다만 발라드 중에서도 옥석은 가릴 수 있다고 생각해요. 막연하게 템포가 느리다고 해서, 사랑과 이별에 대해 얘기를 하고 있다고 해서 다 좋은 발라드는 아닌 것 같습니다.

 

조현지 : 왠지 의미심장하게 들리는 이야기인데, 현재 차트에서 활약하고 있는 곡들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신 거군요.

 

정민재 : 솔직히 말하면 그렇습니다. 앞서 소개한 곡 중에서 곡의 완성도나 개성의 측면에서 특별히 기억할 만한 곡은 많지 않다고 봐요. 악기를 활용하는 방식이나 편곡의 방향들이 대부분 비슷하고, 곡의 구조도 틀에 박힌 듯 유사합니다. 피아노를 중심으로 중저음으로 곡을 시작해서 서서히 현악기를 들여놓으면서 극한의 고음으로 치달아 올라가는 구성이죠. 아주 전형적입니다. 그렇다고 가사가 신선하다거나, 진부함을 상쇄할 만큼 멜로디가 근사한 것도 아니에요. 한 마디로, 비슷비슷한 발라드가 우후죽순 나오면서 서로 순위를 갈아 치우는, 소모적인 경쟁이라고 생각합니다.

 

조현지 : 지금까지 방송에서 하신 말씀 중에 가장 비판적이고 직접적인 얘기 같은데요. 그럼 그런 노래들이 왜 이렇게 인기를 얻고 있는 걸까요? 유사한 곡들이 앞다퉈 나오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을 텐데요.

 

정민재 : 물론 우리 대중이 워낙 발라드를 좋아하긴 하죠. 그런데 요즘의 인기 양상은 이와는 별개로 특정한 흐름이 있는 것 같습니다. 지난번에도 잠시 했던 얘기인데요, 페이스북을 비롯한 소셜 미디어상에서 이 노래들이 입소문을 타고 인기를 얻으면서, 이게 노래방을 거쳐 음원 사이트 수요로 이어진다는 겁니다. 차트 1위에 올라있는 ‘술이 문제야’를 예로 들어볼까요. 이 노래는 현재 페이스북에 아주 많은 영상이 올라와 있는데, 뮤직비디오가 53만, 라이브 영상이 조회수 46만, 40만, 35만, 31만 등이에요. 여기엔 물론 중복된 시청자도 있겠지만, 이 인구가 음원 사이트에서 유의미한 수요로 이어졌을 것이란 추론이 가능하죠.

 

조현지 : 그렇다면 실체 없는 인기는 아니란 뜻인데, ‘소모적인 경쟁’이라는 강경한 표현을 동원한 이유가 있을까요?

 

정민재 : 앞서 말했듯 음악적인 고민보다는 지나치게 흥행에만 중점을 둔 곡들이기 때문입니다. 페이스북 같은 플랫폼상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 위해서는 자극적인 성질이 필요하죠. 더 높은 고음, 더 절절하게 들리는 과장된 가창 같은 것들이요. 말초 신경을 자극하는, 그야말로 최루성 발라드라고 얘기할 수밖에 없어요. 이게 현재의 홍보 시스템과 만나 비교적 손쉽게 히트로 이어진다는 걸 간파한 제작자들이 너무 비슷비슷한 곡들을 소모적으로 만들어내고 있다는 겁니다. 김나영, 송하예, 임재현 이런 신인들뿐만이 아니라 장혜진, 윤민수, 먼데이 키즈 같은 베테랑까지 이 대열에 합류했다는 게 개인적으로는 안타까워요.

 

조현지 :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그럼 이쯤에서 민재 씨가 생각하는 좋은 발라드를 한 곡 들어보죠.

 

정민재 : 제가 요즘 즐겨보는 드라마가 있어요. KBS의 수목드라마 <단, 하나의 사랑>인데, 여기 주제곡을 이문세 씨가 불렀습니다. 이문세 씨는 고 이영훈 작곡가와 함께 1980년대에 우리 대중음악, 발라드의 품격을 한 단계 높인 분이죠. ‘단비’라는 노래인데, 곡이 정말 우아합니다. 반드시 소리를 질러대야 감정의 동요를 일으키는 게 아니라는 걸 이 노래가 보여줍니다.

 

M. ‘단비’ - 이문세

 

조현지 : 이문세의 ‘단비’ 듣고 왔습니다. 이문세 씨의 예전 노래와 비슷한 느낌이기도 하고, 확실히 앞서 언급한 곡들과는 스타일이 좀 다르네요.

 

정민재 : 그렇죠. 노래도 그렇고 연기도 그런데, 격렬한 표현을 통해 감정을 폭발시키는 건 생각보다 어렵지 않아요. 정말 어려운 건 잔잔하고 차분하게 감정을 전하는 거죠. 이게 정말로 까다로운 호흡 조절과 섬세한 표현을 요구하는데, 그런 면에서 이문세 씨의 ‘단비’는 최근 곡 중 단연 베스트였습니다.

 

조현지 : 얘기를 듣다 보니 궁금한데, 민재 씨가 생각하는 좋은 발라드의 요건은 어떤 건가요?

 

정민재 : 모든 음악은 멜로디와 리듬, 가창이 중요하지만 발라드는 특히 가사의 몫이 큰 것 같아요.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보편적인 이야기를 담으면서도 표현이 시적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죠.

 

조현지 : 예를 들면 어떤 가사가 있을까요?

 

정민재 : 가사 얘기할 때 결코 빠트릴 수 없는 가수가 이소라 씨죠. 어느 핸가 한글날에 시인들이 대중음악 중 가사가 아름다운 곡을 뽑은 적이 있는데, 이때 1위로 뽑힌 곡이 ‘바람이 분다’였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구절은 이 부분이에요. “내게는 소중해 했던 잠 못 이루던 날들이 너에겐 지금과 다르지 않았다, 사랑은 비극이어라 그대는 내가 아니다, 추억은 다르게 적힌다”. 일상의 언어로만 쓰인 가사인데도 참 시적이죠. 조현지 아나운서가 기억하고 있는 발라드 노랫말은 어떤 게 있나요?

 

조현지 : 저는 학창시절에 성시경을 참 좋아했거든요. ‘두 사람’이란 노래가 “지친 하루가 가고 달빛 아래 두 사람 하나의 그림자”라는 가사로 시작해요. 이거 들으면서 ‘어머나...’ 했던 기억이 납니다. 민재 씨는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 가사를 얘기해주셨는데, 요즘 젊은 가수의 노래 중에서 기억에 남는 곡은 뭐가 있을까요?

 

정민재 : 역시 아이유 씨를 빼놓을 수 없죠. ‘밤편지’ 가사를 볼까요? “난 파도가 머물던 모래 위에 적힌 글씨처럼 그대가 멀리 사라져 버릴 것 같아. 늘 그리워, 그리워. 여기 내 마음 속에 모든 말을 다 꺼내어 줄 순 없지만 사랑한다는 말이에요 .”이건 그냥 시예요. 이 노래는 2017년 3월에 나온 이래 발매 2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차트 100위 안에 들어있어요. 이건 이 노래가 가진 보편적인 매력이 그 정도로 강력하단 뜻이겠죠. 개인적으로는 아이유의 모든 노래를 통틀어 가장 뛰어난 곡이라고 생각합니다.

 

조현지 : 그렇군요. 그럼 이 시점에서 민재 씨가 추천하는 좋은 발라드곡을 한 곡 더 들어보죠.

 

정민재 : 앞서 신곡을 들었으니 이번에는 클래식으로 골라봤습니다. 현재 차트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장혜진 씨의 노래인데, 아마 많은 분이 사랑하셨던 곡일 거예요. 1994년에 나온 장혜진 3집 [Before the Party]에 실린 ‘내게로’인데요, 이 노래가 벌써 25년이 됐더라고요. 그런데 곡이 어찌나 세련됐는지 지금 신곡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습니다. 시원하게 뻗어 나가는 장혜진 특유의 고음을 유감없이 느낄 수 있는 노래입니다.

 

M. ‘내게로’ - 장혜진

 

조현지 : 오늘은 발라드에 대한 얘기를 나눠봤습니다. 마지막 신청곡을 듣기 전에, 오늘 이야기의 결론을 내주시죠.

 

정민재 : 당연히 어느 산업이든 돈이 되는 것, 잘 팔리는 것을 무시할 수는 없겠죠. 그러나 문화예술 분야에서는 상업적 가치만큼이나 고려해야 할 것이 예술적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우리 발라드가 소셜 미디어 플랫폼을 잘 활용하면서 ‘연타석 홈런’을 치고 있지만, 지금처럼 천편일률적인 결과물로는 오래 지속되기 어려울 거라고 생각해요. 현재의 발라드 시장이 보다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조금 더 음악적인 고민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드리고 싶습니다.

 

조현지 : 마지막 신청곡은 어떤 노래인가요?

 

정민재 : 오늘은 마지막까지 발라드로 준비했습니다. 작년에 나온 인피니트 멤버 남우현의 솔로곡 ‘너만 괜찮다면’인데요, 작년에 나온 발라드 중 손에 꼽게 인상적인 곡이었습니다. 전형적인 발라드의 구성을 취하면서도 음악과 보컬이 호흡이 아주 좋았던 노래입니다. 남우현 씨의 자작곡이어서 더 놀라웠던 기억이 나네요.

 

조현지 : 네, 정민재 평론가 보내드리면서, 남우현의 ‘너만 괜찮다면’ 들을게요. 지금까지 대중음악 속 우리가 몰랐던 이슈에 관해 이야기해보는 시간! <뉴스를 품은 음악>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와 함께 했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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