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라디오 Y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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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행 : 최휘/ PD: 신동진 / 작가: 성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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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배원 잇따른 사망으로 본 과로로 인한 자살 심각성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9-07-01 14:50  | 조회 : 1617 
[열린라디오 YTN]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19년 6월 29일 (토요일)
■ 진행 : 김양원 PD
■ 대담 : 김인아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집배원 잇따른 사망으로 본 과로로 인한 자살 심각성 

- 日 과로사방지법 있지만, 韓 논의 없어
- 과로로 인한 자살도 '과로사' 산재 적용해야


◇ 김양원 PD(이하 김양원)> 지난달 충남 공주에서 30대 집배원이 과로로 인한 심장마비로 사망했습니다. 또 이 달 19일에는 당진에서 40대 집배원이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죠. 지난해만 25명, 올해에는 벌써 9명의 집배원들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렇게 숨진 집배원들이 최근 10년간 200명에 가깝다고 하는데요. 특히 이런 과로로 인한 사망 가운데 자살도 과로사로 봐야한다는 의견을 제기하신 분이 있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 모셨습니다.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김인아 교수님입니다. 안녕하세요?

◆ 김인아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교수(이하 김인아)> 네, 안녕하세요.

◇ 김양원> 교수님, 일하는 사람들의 자살과 관련된 기사나 뉴스를 저희가 최근 들어 유난히 많이 접하고 있습니다. 이유가 있을까요?

◆ 김인아> 과거에는 노인과 청소년을 중심으로 자살 문제들이 이야기가 됐었는데요. 최근에 노인 자살률이 일부 감소하면서 관심들이 높아진 측면이 하나가 있고요. 두 번째는 남의 일로 느껴지지 않는 인식이 생겼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과거에 자살이 개인적 문제로만 사고가 되던 사회에서 이제는 자살이 사회적인 이유가 있는 것으로 인지하시는 분들이 많이 늘었고, 특히 노동자가 자살을 할 경우에는 노동조건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아지면서 노동자들의 자살에 대해서 관심들이 많아지신 게 아닌가 싶습니다.

◇ 김양원> 그렇군요. 이런 일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 자체는 비극적인 일지만, 이렇게 사회적인 문제로 의식하기 시작했다는 것 자체는 꼭 나쁜 것만은 아닌 것 같네요.

◆ 김인아> 네, 인식을 해야 예방이 가능해지니까요. 

◇ 김양원> 맞습니다. 저희가 듣기로 해마다 약 500명이라고 들었어요. 이렇게 많은 분들이 직장이나 업무 상의 문제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선택을 한다고 하는데요. 근로자 자살 가운데 과로로 인한 자살이 얼마나 됩니까?

◆ 김인아> 불행히도 정확히 통계가 없는 게 지금 상황인데요. 그 500명이라는 자료도 사실은 경찰청에서 변사 사건 조사를 해서 자살의 원인이 직업과 관련한 것이다, 이렇게 정리한 것이에요. 그리고 자살 문제라는 게 하나의 원인에 의해서만 발생하지 않거든요. 대부분 노동자가 자살을 했다고 하면 노동 조건도 문제가 될 수 있고, 장시간 노동도 문제가 될 수 있고, 심리적인 문제일 수도 있고, 직장 내 지원이 문제일 수도 있고, 대부분 병합되어 나타납니다. 그것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거나 그것을 표현해낼 수 있는 적절한 도구들이 우리 사회에 없는 상황이라고 보실 수 있을 것 같아요.

◇ 김양원> 말씀을 듣고 보니까 그러면 이런 복합적인 원인 때문에 근로자들의 자살이 일어나고 있고, 그렇다면 최종적으로 이게 과로로 인한 자살입니다, 라고 결론 내려지기가 어렵지 않을까요?

◆ 김인아> 과로를 무엇으로 보느냐에 따라 다른 것 같습니다. 과로의 정의를 장시간 노동으로만 제한한다고 하면 사실은 통계를 내는 것이 오히려 더 어려울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과로의 정의에는 지금 정서적인 학대나 직장 내 괴롭힘이나 아니면 그런 것으로 인해서 일을 열심히 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환경들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따지면 과로의 범위가 넓어질 수 있고요. 사실 노동자들의 자살이라는 게 굉장히 다양한 측면에서 과로와 연계가 되어 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례로 일본 같은 경우에는 과로사 방지법이라는 것을 만들어서 시행을 하고 있는데, 거기 정의로는 노동시간과 관련한 문제뿐만 아니라 직장 내에서의 괴롭힘이나 폭언이나 압박 문제들까지를 다 과로 자살의 범주로 넣고 있기 때문에 저희보다 훨씬 넓게 해석하고 있는 게 일반적이라고 볼 수 있죠.

◇ 김양원> 이제 우리 사회가 벌써 주 52시간 근로제가 정착되어 가고 있는 시점이잖아요. 이런 시점에서 과로사 이야기가 나온다는 것이 모순된다, 이런 생각도 들거든요.

◆ 김인아> 근로 시간이 기본적으로 긴 상황에서 이분이 자살을 선택하게 된 촉발요인으로 무엇이 작용하게 되느냐가 직업에 따라서 다르기도 하고, 그런 특성들을 분석해내는 거죠. 예를 들면 화이트칼라의 전문직이신 분들은 사실은 성과 중심으로 일을 하시고, 프로젝트 베이스로 일을 하시기 때문에 그 성과나 프로젝트에서의 실패가 자살의 촉발 요인으로 작용하게 되는 경우들이 많고요. 단순 노동을 하시는 블루칼라 노동자들의 경우는 실제로 업무 자체가 많고, 육체적인 어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거기에 경제적 문제나 음주 문제들이 촉발 요인으로 작용하는 경우들도 있습니다.

◇ 김양원> 그러면 이렇게 노동자들의 자살이 업무 상 재해로 인정을 받아야 하는 건데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아서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거잖아요. 근로자 자살의 산재 인정은 어떻게 됩니까?

◆ 김인아> 최근에 자살에 대한 관심과 인식이 높아지고, 특히 과로 자살이나 직장 내 괴롭힘이 문제가 되면서 자살로 산재 신청을 하시는 경우에 60% 정도는 승인을 받으실 수 있는 상태로 가고 있어요. 전체 건 수는 적지만 신청이 될 경우에 승인율은 비교적 높은 편이다,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 김양원> 그렇군요. 우리 사회에서 자살로 사망한 사람에 대한 인식이 아직까지 그리 좋지 않아요. 그러다 보니 노동자가 자살로 사망할 경우에 주변에서 아니, 그렇게 죽을 만큼 힘들었으면 회사를 미리 그만두지 그랬느냐, 주변에서는 왜 그것을 몰랐느냐, 하는 식으로 이야기하기도 하고요. 이런 분위기가 자살로 사망했을 경우에 유가족들이 산재 신청을 주저하게 하는 이유가 되지는 않을까요?

◆ 김인아>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누군가의 잘못, 혹은 유가족분들이 죄책감을 가지고 계신 경우들이 많아요. 그러다 보니까 이 죄책감이 내가 잘못해서 생긴 문제가 아닐까? 우리 가족의 문제가 아닐까? 이렇게 생각하시다 보니 산재 신청을 꺼리시거나 혹은 공개하시기 꺼리시는 경우도 있고요. 

◇ 김양원> 우리 사회 분위기가 무르익을 때까지 기다릴 수는 없는 거잖아요?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요?

◆ 김인아> 일단 경찰 조사가 바뀌어야 할 것 같습니다. 경찰의 사망 원인 조사 중에서 변사 조사는 자살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 않아서 사망의 원인을 굉장히 단편적으로만 판단을 합니다. 그리고 자살로 의심이 된다고 하더라도 여러 가지 요인 중 하나. 예를 들면 경제적 문제 때문인지, 정신적 건강에 문제가 있는 건지, 이런 식으로 하나만을 자살의 원인으로 보는 방향에서 조사를 하도록 되어 있거든요. 그런데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자살은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을 하고, 예를 들면 경제적 원인으로 자살을 했다고 하더라도 그 경제적 원인의 원인이 무엇이냐. 이 사람에게 경제적 어려움을 가져오게 된 것이 혹시 노동조건의 악화 문제이거나 고용문제이거나, 이런 것은 아니냐. 이런 것을 살필 수 있는 기초 조사가 되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 김양원> 네. 가장 먼저 이런 변사사건이 발생했을 때 접근하는 경찰 조사의 방식에 대해서 지적을 해주셨고요. 그러면 그다음에는 어떤 것들을 저희가 변화시켜야 할까요?

◆ 김인아> 지금 과로와 관련해서 장시간 노동을 줄이기 위한 노력들이 있죠. 근로기준법상으로 많은 것들이 바뀌기는 했는데, 현재 우리나라에서 근로기준법상으로 최대 근로시간 52시간이 적용되는 건 5인 이상 사업장만 해당합니다. 그러니까 소규모 사업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문제들에 대한 제도적인 접근이 필요한 상황이고요. 두 번째는 저희들이 보기에는 중간자적 개입이라고 할 수 있는데, 조기에 이런 증상이 나타나는 분들을 찾아내서 그분들이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겁니다. 예를 들면, 일본 같은 경우에는 장시간 노동을 하는 노동자에 대해서는 주치의가 상담을 하거나 이 사람에게 다른 어려움은 없는지 확인을 하도록 되어 있고, 자살 예방을 위해서 직장 내에서 정신건강 증진을 위한 프로그램들을 운영하도록 되어 있어요.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노동자들의 정신 건강을 유지·증진하기 위한 제도들이 아직은 부실한 상황이기 때문에 이런 제도와 시스템들을 만들어주는 게 중요할 것 같고, 작은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들도 이용을 할 수 있는 그런 상담센터나 지원센터들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 김양원> 가장 좋은 방법은 예방이라고 하잖아요. 그래도 미리 예방할 수 있는 방법.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방법.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 김인아> 우리나라는 자살예방기본법에 따라서 자살예방 사업을 하고 있기는 한데, 거기에 근로자들의 특성이 반영되어 있는 것은 없어요. 기본적인 내용들이 있기는 하지만 사실은 노동자들의 자살에 초점을 맞춘 제도는 현재 없는 상황입니다. 과로사방지법 같은 것들을 만들어서 국가가 지속적으로 노동자들의 자살에 관심을 기울이겠다, 과로사에 관심을 기울이겠다, 이러한 의지를 천명하고, 적절한 인력과 자원을 배분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 김양원> 네, 앞서 저희가 잇따른 집배원들의 사망 소식으로 이 코너를 시작했는데요. 아마 이 문제를 계기로 해서 말씀하신 국가 내에 존재하지 않는 자살예방예방법에 노동자에 관련된 조항들이 신설되어야 하지 않나, 그런 지적을 해주셨고요. 교수님, 마지막으로 주변에서 그런 선택을 고려하고 있는 가족이나 동료들이 있을 수 있잖아요. 주변에서 이런 것들을 미리 저희가 체크할 수 있는 특징들이 있을까요?

◆ 김인아> 가장 먼저 달라지는 것은 수면인 것 같아요. 평상시보다 불면증이 생긴다거나 수면을 너무 길게 잔다거나 짧게 잔다거나, 이러한 변화가 생긴다거나 어떤 분들은 보면 스트레스가 목까지 차다 보니까 분노조절 장애라고 해야 할까요? 일종의? 가족들에게 대하는 태도나 반응이 예전과 변하는 경우들도 많고, 직장인 자살의 특징 중 하나는 동료 근로자들이 이 사람이 지금 되게 힘든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요. 그때는 그런 상황, 그러한 증상들을 확인하게 되거나 이 사람이 되게 어려운 일들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손을 내밀어주시면 될 것 같아요. 잘 잤냐, 밥은 먹고 다니냐, 괜찮은 거냐, 일을 도와줄 게 없을지 관심을 기울여주고 얘기를 나눠주고, 들어주려는 자세로 같이 있어 주는 것. 그게 아마 옆에 있는 사람이 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 김양원> 네. 그 말씀이 저도 마음에 와 닿네요. 손을 내밀어주는 것. 저희가 이 문제, 노동자들의 과로로 인한 자살 문제. 앞으로도 계속 이 프로그램에서 짚어보겠고요. 오늘 이렇게 나와주셔서 감사합니다.

◆ 김인아> 네, 감사합니다.

◇ 김양원> 지금까지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김인아 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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