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라디오 YTN
  • 방송시간 : [토] 20:20~21:00 / [일] 23:20~24:00 (재방)
  • 진행 : 최휘/ PD: 신동진 / 작가: 성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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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말할 수 있는 죽음이어야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9-06-24 14:28  | 조회 : 1716 
[열린라디오 YTN]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19년 6월 22일 (토요일)
■ 진행 : 김양원 PD
■ 대담 : 임삼진 생명존중시민회의 공동대표

자살, 말할 수 있는 죽음이어야

-  자살 유가족 드러내야 치유된다


◇ 김양원 PD(이하 김양원)> 지난 18일이죠? 종교인들이 반성문을 썼습니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은 죄를 짓는 것이라며 우리 사회의 자살 문제를 죄악시하고 개인의 문제로 치부했던 종교계에서 스스로 이를 부끄럽게 여기고 참회한 건데요. 교회 목사님과 불교 스님, 천주교 수녀님, 천도교와 원불교, 유교, 민족정교, 이런 7개 종단의 대표와 200명의 종교인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자살의 심각성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자살 유가족의 아픔을 치유하는 데 힘을 보태겠다고 밝힌 겁니다. 늦었지만 참 따뜻하고 감동적인 자리였는데요. 이 자리를 주관하신 생명존중시민회의 임삼진 공동대표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 임삼진 생명존중시민회의 공동대표(이하 임삼진)> 네, 안녕하세요.

◇ 김양원> 이 날 행사에 커다란 현수막이 등장했더라고요. “참회합니다,” 라는 묵직한 글씨가 적혀 있던데요.

◆ 임삼진> 그렇습니다. 언론에도 많이 보도가 되고 했는데요. 부족했던 자살 예방 활동을 참회한다, 그런 플랜카드였습니다. 그동안 참회의 내용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교리나 이런 데 얽매여서 자살 유가족에 대해서 함부로 대했던 것, 그리고 엄혹한 상황이잖아요. 만 2000여 명이 넘는 분들이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상황을 내 일이 아니다, 이렇게 방관하고, 그것에 대해서 참회하고, 반성하고, 새롭게 하겠다, 그래서 진정한 참회는 행동의 변화다. 이런 메시지와 더불어서 새로운 변화를 약속한 그런 자리였습니다.

◇ 김양원> 이 행사에서 7대 선언문, 이것을 발표하셨더라고요. 제가 내용을 살펴보니까 그동안 지역사회와 공동체에서 자살이 더는 일어나지 않도록 이제는 돌보겠다, 그리고 생명 가치의 소중함을 설교, 또는 설법을 통해서 일깨우겠다, 이런 내용들이 있었어요.

◆ 임삼진> 그렇습니다. 저도 신앙생활을 한지 오래됐습니다만, 제가 신앙 공동체에서 그런 자살 문제나 생명 문제에 대해서 다루는 것을 거의 못 들어본 것 같아요. 지난 10여 년 동안. 목사님들이나 신부님들, 수녀님들, 스님들이 7가지 선언을 했는데, 그 가운데 조금 인상적인 것은 종교인들이 더 생기 있고, 밀착된 지역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겠다. 특별히 힘없고, 병들고, 외롭고, 이런 이웃들을 돌보는 데 나서겠다. 갈등과 분열 대신에 상호존중과 상생의 문화를 만들겠다든지, 또는 지역 공동체 내 생명운동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는 것. 가장 저희가 보기에 중요한 것인 자살 유가족의 아픔을 보듬겠다, 그들이 제대로 애도하고, 회복을 할 수 있도록 지원에 나서겠다, 이 내용이 굉장히 핵심적인 내용인데요. 이런 등의 7가지를 발표했습니다. 

◇ 김양원> 저도 그 내용을 보면서 선언문에 자살 유가족의 아픔을 보듬겠다. 이 내용을 보고 많이 와 닿았어요. 자살자 수가 하루에 34명이 넘잖아요. 그러면 한 가정 당 3명 정도의 가족이 있다고 쳤을 때 얼른 계산해도 하루에 100명이 넘는 자살 유가족이 발생하는 건데요. 내 부모, 또는 내 자녀가 이렇게 어느 날 갑자기 스스로 목숨을 끊고, 떠나버린 상황. 참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잖아요.

◆ 임삼진> 그렇습니다. 그 유가족들이 겪는 아픔이라고 하는 건 상상을 초월하는 것 같아요. 저도 유가족들을 최근에 직접 만나면서, 특히 자살자들의 경우에 장례 자체를 해치우듯이 치우는 경우가 많아요. 쉬쉬하기도 하고. 그러다 보니까 아까 말씀하셨던, 아버지가 만약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에 어머니가 자녀들한테 해외에 돈 벌러 갔다든지, 이런 식으로 말을 하게 되고, 그러면 그게 응어리지고, 말할 수 없는 상태가 되고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주변에서 자살이라고 말하는 순간 사람들이 자기 얼굴을 바꾸고, 입을 닫게 만드는 거죠. 그러면서 유가족들은 자꾸 한쪽 구석으로 내몰리게 되는 그런 안타까운 상황이더라고요. 그러다 보니까 부모님이 자연사를 하셨을 경우에 자연스럽게 시간의 흐름과 더불어서 애도의 과정, 추모의 과정을 거치면서 상처나 이런 것들이 씻기게 되거든요. 그리고 아름답게 기억할 것은 기억하고요. 그런데 그런 애도의 과정을 거치지 못하기 때문에 그것이 응어리지게 남게 되고, 결과적으로는 어린 자녀를 둔 외부모의 경우에는 우리가 자살률이 46배까지 올라간다는 통계가 있거든요. 혼자 견딜 수가 없는 거죠.

◇ 김양원> 그 말씀은 배우자를 자살로 잃은, 하지만 아직 자녀가 어린 유가족의 경우에는 자살률이 46배나 높아진다고요?

◆ 임삼진> 그렇습니다. 일반적으로는 8배 정도 높다고 하는데, 그것은 전체를 총괄했을 때도 이런 경우에 겪는 아픔, 그리고 재난이라고 불러도 충분한 모든 문제가 닥쳤는데, 그것을 정작 어디 가서 풀 수 없고, 얘기할 수조차도 없는 상황에 놓인 분들이기 때문에 그분들이 대해 보듬겠다고 교계가 나선 것은 상당히 의미 있는 일이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 김양원> 그렇습니다. 자살 유가족분들,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슬퍼할 겨를이 없죠. 그냥 빨리 수습하고, 빨리 해치워야 하는 그런 일로 닥치게 되는데요. 또 한 가지가 자살 유가족에 대한 인식이 그렇잖아요.

◆ 임삼진> 사회적 편견이 굉장히 많이 존재하죠. 저는 그래서 일본에서 10여 년 전부터 펼쳤던 캠페인 중 하나가 자살을 말할 수 있는 죽음으로, 그것을 일본 정부하고 유가족과 생명 운동하는 단체들이 공동으로 전국 순회를 하면서 했거든요. 그 과정에서 많은 자살 유가족들이, 예를 들면 내 아버지가 혹은 우리 아들이, 우리 남편이 자살했었다는 것을 드러내는 것만으로도 이 사회가 자살에 대한 오히려 경각심을 주게 되고, 그리고 자기가 자살 유가족의 아픔을 쓰다듬는 사회적인 흐름이 형성된 거거든요. 그래서 저도 자살에 대해서 자살로 떠나간 사람들이 나약하다거나 무책임해서 목숨을 버린 게 아니라 누구보다도 강렬하게 삶을 살고자 하는 호소를 자살 전 과정에서 하게 되는데요. 그것을 이웃들이 못 알아차림으로써 희생된 분들이거든요. 그리고 그들을 안을 정도로 사회가 포용성이 없다 보니까 희생된 건데, 그들의 죽음을 완전히 잘못된 죽음으로, 편견으로 죄악시하고 그렇게 되다 보니까 편견의 말들을 듣게 되면 유가족은 바로 자기 모든 것을 닫게 되죠. 그러면서 사회적 관계망까지 차단하는 안타까운 상황으로 치닫게 되는 것입니다. 

◇ 김양원> 자살 유가족들이 겪는 가장 큰 고통 중 하나가 “사람이 그렇게 될 때까지 너희들은 뭐 했어?” 이런 비난이거든요.

◆ 임삼진> 그렇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그게 회한이 더 커지죠. 그 신호들을 계속 보냈는데, 나는 왜 바보처럼 그걸 몰랐지? 그리고 특히나 유서나 이런 것을 아무것도 남기지 않았을 경우에는 어떻게 나한테 그런 말, 아무 것도 비치지 않고 그랬나 하는 자책도 하게 되고요. 그리고 특히 문제가 되는 게 가족 간 관계도 서로 네 책임 크니, 내 책임이 크니, 하면서 가족 관계마저도 붕괴되는 경우도 많이 있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치유나 회복의 과정이 더 더디게 되는 그런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 김양원> 이런 자살 유가족들. 그동안은 우리 사회가 자살자에 대한 관심이나 통계, 이런 것들도 부족했기 때문에 심지어 자살 유가족에 대한 대책이 있을까 싶습니다만, 이런 대책이 마련된 게 있기는 있나요?

◆ 임삼진> 대책이 최근에 작년부터 마련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광역자살예방센터, 이런 곳에서 정신건강증진센터나 발달장애센터, 이런 곳에서 심리 부검에 참여하는 한에서 치유를 지원하는 거죠. 대여섯 번 하게 되는데, 그것을 정부가 보조금을 지원해서 회당 10만 원 정도 되는 상담에 보조금을 주는 형태가 있는데요. 실제로는 거의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재정적인 부담도 만약에 가족이 네 번만 간다고 해도 세 가족일 경우에는 50~60만 원 이상의 부담을 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그게 큰 부담이고, 심리 부검에 대해서도 유가족들은 거부감이 있거든요. 왜냐하면 대부분의 유가족들이 처음에 만나는 사람이 경찰관이에요. 그러다 보니까 거기서 약간 범죄인이 된 것처럼 취조 당하는 그런 느낌 때문에 심리 부검에 대해서 상당한 거부감이 있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참여가 소수밖에 이루어지지 않고 있고요. 그리고 또 전문성에 대한 의심. 발달장애센터? 거기서 과연 나의 상처를 보듬어줄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하는 회의를 들게 만드는 거죠. 전문성 면에서도 신뢰를 주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아직은 정부에서 마련된 제도가 실효성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 김양원> 조금 전에 일본에서 한 캠페인 내용을 소개해주시면서 말할 수 있는 죽음이라는 말씀을 해주셨는데요. 대부분이 말할 수 없죠. 이런 아픔에 대해서 말할 수 없기 때문에 저희가 이 자리를 마련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고요. 이러 많은 자살 유가족, 우리나라에 그러면 얼마 정도가 추정될까요?

◆ 임삼진> 지금 누적 인원으로 보면 100만 명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미국의 지역 사회 기반 자살 예방 프로그램을 보면 세 가지거든요. 하나는 바로 자살자가 나타났을 때 거기에 개입하는 것, 그다음에 교육이나 게이트키퍼 활동을 통한 예방, 또 한 축이 회복과 치유거든요. 그런데 미국의 프로그램에서 저희가 반드시 주목해야 하는 것은 그 세 축 가운데 가장 중요한 축 중에 하나인 회복과 치유, 이 대부분을 자살 유가족들이 하고 있어요. 왜냐하면 자살 유가족들의 아픔을 보듬으면서 상담할 수 있는 사람은 자살 유가족 당사자거든요.

◇ 김양원> 동병상련의 아픔을 가지고 계시니까.

◆ 임삼진> 그 아픔을 겪은 분들이기 때문에 이런 생각 들죠? 하면 서로가 바로 소통하게 되고, 마음을 열게 되잖아요. ‘우리들의 다락방’이라고 해서 작년에 처음 시작한, 그게 유일한 새싹이 있는 거고요. 나머지는 종교 기관에서, 천주교 한 마음 한 몸 센터에서 ‘해바라기 모임이’라든지, 불교 상담계, 이렇게 종교 기관에서 하는 게 있고, 서울시 자살예방센터에서 하는 ‘자작나무’나, 이런 것이 있는데, 이것조차도 전문가들이 대부분하는 것이지 자살 유가족이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정작 자살 유가족이 갔을 때 상대적으로 더디 걸리는 거죠. 그래서 이거는 아직은 초기 단계라고 할 수 있고, 자살자는 어마어마하게 많고, 심각한 상황인데 정작 치유와 회복을 위한 노력은 새싹 단계에 머물러 있다, 이렇게 볼 수 있겠습니다.

◇ 김양원> 이런 민간활동들이 더욱 활발해지고, 조금 더 많은 자살 유가족과 이들의 활동을 통해서 자살을 생각하는 이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도록 이제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 같은데요. 어떻습니까?

◆ 임삼진> 정부도 나서야 하고요. 또 교계나 민간단체나 기업들도 적극 나서서 말 그대로 그물망을 촘촘히 짜나갈 때 그럴 때 자살률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보는데요. 특히 제가 아까 일본은 자살을 말할 수 있는 죽음으로, 캠페인을 하면서 자살 유가족과 정부가 함께 심포지움을 열었거든요. 전국을 순회하면서. 세미나, 자살 유가족 돕기 재단, 또 그런 자녀들의 모임, 자살 유가족 지원과 케어하는 가이드북, 이게 다 일본에는 있고, 우리는 없습니다. 그러니까 자살 유가족을 보기가 힘든 거예요. 그들이 나타날 수 있도록, 그분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당당하게 이야기하고, 애도하고, 추모하고, 이제부터는 회복될 수 있도록 정부도 나서야 하고, 특히 교회나 성당과 사찰이 지역 공동체를 만들게 되면 자연스럽게 이들의 아픔을 안을 수 있거든요. 안기 위한 노력을 함께 펼쳐나감으로써 유가족의 아픔도 치유하고, 자살률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데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 김양원> 네, 지금까지 생명존준시민회의의 임삼진 공동대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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