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라디오 YTN
  • 방송시간 : [토] 20:20~21:00 / [일] 23:20~24:00 (재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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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비평] 연성화되지 말아야 할 헝가리 침몰사고 보도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9-06-10 08:55  | 조회 : 1957 
 YTN라디오 (FM 94.5) [열린라디오YTN]

□ 방송일시 : 2019년 6월 8일 (토) 20:20~21:00
□ 진행 : 김양원 PD
□ 출연 : 조수진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겸임교수

"헝가리 침몰사고 보도, 연성화되지 말았으면" 


<김양원 PD>
1) 한주간 언론 보도를 꼭꼭 씹어보는 시간입니다. 미디어 비평, 조수진 국민대 겸임교수 나오셨습니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조수진 교수>
네, 안녕하세요.

<김양원 PD>
2) 헝가리 유람선 ‘허블레아니’ 침몰 사고, 다행히 실종자 수습이 속속 이뤄지고 있다고 하고요. 반면에 침몰선 인양 작업은 좀 지연되는 상황인 것 같아요. 아무래도 오늘은 이번 유람선 침몰사고와 관련한 보도 내용을 점검해봐야할 것 같은데요?

<조수진 교수>
네, 이번 보도와 관련해 몇 가지 문제점을 생각해볼 수 있겠습니다. 먼저 흥미 위주, 선정적인 보도의 문젭니다.

세월호 사건 당시, 생사확인도 되지 않는 상황, 구조작업 진행 중인 상황에서 언론이 ‘보험금’에 대한 내용을 다루며 문제가 됐었지요, 이 일을 계기로 언론단체들이 모여 ‘재난보도준칙’을 만들기도 했었는데요, 당시 언론이 그렇게 뭇매를 맞고도 이번 사건 보도에서 역시 보험금에 대한 내용을 헤드라인에 뽑고 보도했습니다. 역시 국민들의 질타를 받았습니다.

민주시민언론연합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보험, 보험금 관련 보도가 사고당일부터 이틀 동안 209건, 제목이나 내용에서 보험금 액수를 구체적으로 명시한 기사가 25건입니다. 민언련은 해당 언론사 명단을 공개했는데요, 통신사 뉴스1에서 시작됐구요, 이어 중앙일보, 매일경제 등 인터넷 매체에서 많이 나타났습니다.

<김양원 PD>
3) 네, 세월호 사건을 겪으면서 전 국민이 해양사고에 대한 트라우마 수준의 고통을 겪었고요. 그러면서 우리 국민과 언론도 많이 성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도 고질적으로 등장했군요. 비판이 있었겠습니다?

<조수진 교수>
네, 시민들의 비판에 언론사들이 기사 제목을 수정하기도 했습니다. 예를 들면, 중앙일보는 ‘헝가리 유람선 침몰 사망자 여행자보험금 최대 1억원’에서 ‘헝가리 유람선 침몰 처벌, 배상은 헝가리서 진행...여행사도 책임’ 뭐 이런 식으로 수정했는데요.   말씀하신대로 재난보도준칙을 만들었지만 역시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겁니다.

그나마 이번 보도에서 공영방송인 KBS가 지난 고성산불에서 질타를 받고 이번에는 변화된 모습을 보였습니다. 특보체제로 전환해 기존 편성된 프로그램인 ‘오늘밤 김제동’을 결방하고 특보로 이어 보도했구요, 국가 재난방송으로서 지적 받았던 수어방송도 이번에는 충실히 진행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김양원 PD>
4) 일부에서라도 변화가 있다는 게 그마나 다행이라고 봐야할까요. 저도 이번 사고 소식을 접하면서 사망자나 실종자 가족들의 모습이 카메라에 비춰지지 않은 점은 이전 사고 때와 좀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언론단체들이 만든 재난방송보도준칙, 다시 한 번 살펴보면 어떤 내용들이 있습니까? 만들었으면 잘 지키는 게 중요할 텐데요.

<조수진 교수>
재난보도준칙은 총 44개 조항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 중 15조에 ‘피해자 가족의 오열 등 과도한 감정 표현’이나 ‘재난상황의 본질과 관련이 없는 흥미위주의 보도 등은 하지 않는다’ 그리고 16조에는 ‘자극적이거나 선정적인 용어, 공포심이나 불쾌감을 줄 수 있는 용어는 사용하지 않는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보도에서 사건 초기부터 보험금을 운운하는 보도 행태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습니다.

재난보도 방송에 사용된 자극적인 표현을 연구한 내용이 있는데요, 지상파, 종편채널 정규 뉴스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자극적 표현’의 유형을 8가지로 세분해 실태를 조사한 연굽니다. 여기 보면 그동안 우리보도가 피해상황을 과장하거나 극단적으로 표현하는 ‘과어휘화’ 문제가 우려된다고 지적하기도 합니다.

또 하나, 피해자 가족들의 슬픈 사연을 소개하면서 개인적인 가정사 등으로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만족시키려는 보도들이 많습니다. 그러면서 그 보도 내용들에 허위사실이 드러나기도 합니다. 세월호 사건 당시에도 가족과 주고받은 문자 중 허위사연이 있었음이 밝혀지기도 했는데요, (MBN 2014.4.16. 언니가 말이야 기념품 못 사올 거 같아 미안해). 이번에도 사건 현장에서의 사진이 문제가 됐습니다.

<김양원 PD>
5) ‘이모 돌아오세요’라는 쪽지를 든 사진이었죠?

<조수진 교수>네, 연합뉴스 기자가 편지글을 발견해 손에 들고 사진을 찍으면서 과도한 연출이었다는 질타를 받았습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그 편지가 촛불대에 고정돼 다리 난간 위에 있었다라고 하는데요, 연합뉴스 기자가 그 편지를 들고 강을 배경으로 연출을 한 겁니다.

이것도 문젠데, 조선일보가 그 사진을 보도하면서 편지를 들고 있는 손이 기자가   아닌 피해자 가족이 들고 있는 것처럼, 가족의 손으로 둔갑합니다. 뭔가 가족들의  애틋한 사연을 찾아 극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려다 나온 정말 선정적인 보도죠. 사진 이미지 하나가 주는 영향력은 때론 긴 글보다 더 영향력이 크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 사진이 연출되거나 조작됐다면 더 큰 문제죠,

한 장의 사진으로 내용을 도저히 제대로 담지 못해 그 손해가 더 클 때나, 현장물건에 손대볼까 고민하는 그런 상황도 아니었구요. 그 편지가 진짜 조카가 쓴 것이냐는   의문까지도 일고 있는 상황이죠. 그리고 이렇게 가족의 사연을 찾아 나서다 또 큰  문제가 발생했죠, 바로 유가족, 실종자 가족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겁니다.

<김양원 PD>
6) 정부 내부 문서가 SNS를 통해 언론사 기자들에게 유출됐다고 하죠?

<조수진 교수>
네, 3장의 문건 중 두 번째 장이 탑승자와 가족의 명단 현황이라고 하는데요, 이를 토대로 일선 기자들에게 유가족 취재 지시가 내려왔다고 합니다. 재난, 참사와 관련된 보도 초기에는 정말 인간적인 가치가 최우선시 돼야하는데, 그 정도도 헤아리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그 지시에 일선 기자들이 따지거나 거부하지도 못하는 거구요,

재난보도준칙에도 ‘언론사와 제작책임자는 속도 경쟁에 치우쳐 현장 기자에게 무리한 취재나 제작을 요구함으로 정확성을 소홀히 하도록 해서는 안 되고’라고 명시돼 있는데요, 이 또한 윗선부터 지켜지지 않은 겁니다.

이번 유가족, 실종자 가족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해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실천위원회가 ‘헝가리 유람선 사고 보도, 재난보도준칙 준수요청’이라는 제목으로 회원 언론사에 긴급 지침을 전달했습니다. 그러니까 사고의 본질에서 벗어난 내용, 보험금,   유언비어 등만을 부각하는 보도에 대한 주의를 당부한 겁니다.

<김양원 PD>
7) 그런데, 앞에서 지적하신 문제점들, 하루 이틀 문제가 아닌데요. 늘 우리 보도에서 지적돼 온 내용들이죠?

<조수진 교수>
네, 그동안 우리 재난보도의 문제점으로 데이터 중심보다는 인터뷰 중심의 보도가 주류를 이루고, 과도한 속보경쟁으로 선정성과 불안감을 부추기는 보도의 특징을 보인다고 지적하는데요, 이번 보도에서도 달라진 게 없었습니다.

세계 뉴스통신사의 재난 보도 경향을 연구한 자료가 있습니다. AP, AFP, DPA, 교도통신, 연합뉴스를 비교한 자룝니다. 이 연구에 따르면, 해외의 뉴스통신사들은 경성뉴스가 절대적으로 높은 비중을 보였는데요, 우리나라의 경우 연성뉴스의 비율이 다른 통신사에 비해 비교적 높게 나타나 재난보도 연성화 문제가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김양원 PD>
8) 연성화 문제, 피해자들의 사연을 중심으로 구성되는 연성화 문제가 있군요?

<조수진 교수>
네, 90년대 연구에서도, 최근 연구에서도, 지적사항이 같습니다. 재난으로 인한 예방이나 원인, 책임규명, 사후대책 차원의 환경감시 기능보다는 현장 상황의 중계보도와 단발성 소나기식 보도, 흥미위주의 보도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소나기성 보도는 그러니까 흥미있는 소재를 선택해 자극적이고 드라마틱한 상황을  연출해 한꺼번에 집중 보도하는, 그리고 사고 직후에 집중적으로 다뤄지다가 급격히 줄어드는 보도태도를 말하는데요, 이게 세월이 지나도 여전히 지적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재난의 시기에 따른 적절한 정보가 제공되어야 하는데, 초기에 집중되고 중요한    대안이나 이후 예방 등에 대한 제시는 없다는 겁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재난보도에 있어 인간적 가치가 최우선시 되어야 한다는 것과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겠습니다.


<김양원 PD>
9) 이런 재난 상황에서 국민들이 필요한 건 빠른 보도보다  바른 보도입니다. 매번 반복되는 우리 언론들의 보도 문제, 이제는 정말 달라져야 할 때가 아닐까요?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교수님 감사합니다.

<조수진 교수>
네, 감사합니다.

<김양원 PD>
지금까지 조수진 국민대 겸임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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