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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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머리 뉴스 완전정복> "명절에 고민해 보는 초고령사회"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9-01-31 10:47  | 조회 : 2269 
YTN라디오(FM 94.5) [수도권 투데이]

□ 방송일시 : 2019년 1월 31일 목요일
□ 출연자 : 고현종 노년유니온 사무처장, 성수정 강동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前 중앙치매센터 부센터장)


◇ 장원석 아나운서(이하 장원석): <수도권 투데이> 설 특집 밥상머리 뉴스 완전정복 4탄, 오늘 주제는 초고령사회를 앞둔 우리 현대사회에서 노인성 질환으로 인식이 퍼져있는 치매, 그리고 고령세대 복지 등 어르신들의 고민거리를 고루고루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도움 말씀 해주실 두 분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먼저 고현종 노년유니온 사무처장님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 고현종 노년유니온 사무처장(이하 고현종): 네, 반갑습니다.

◇ 장원석: 그리고 중앙치매센터 부센터장을 역임하셨던, 성수정 강동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님 나오셨습니다. 어서 오세요.

◆ 성수정 강동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이하 성수정): 예, 반갑습니다.

◇ 장원석: 이제 설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내일모레면 사실   상 설 연휴가 시작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데. 우리 사무처장님은 설 연휴에 어떻게 좀 쉬시나요, 아니면 어디 가십니까?

◆ 고현종: 네. 지금 저희 부모님이 뇌졸중으로 쓰러져계셔서요. 부모님 안부를 물으러 갑니다.

◇ 장원석: 그러시겠군요. 우리 교수님은 설에 좀 쉬십니까?

◆ 성수정: 양가 이제 찾아뵈어야죠.

◇ 장원석: 쉬시는 것도 아니겠군요. 겨울철에 취약계층 힘겨운 소식이 더 자주 들려오는 것 같은데요. 오늘 또 날씨가 추워지고 있어서 걱정입니다. 사무처장님, 추운 겨울에는 어떤가요? 더 어려움을 호소하는 분들이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실제로 그런가요?

◆ 고현종: 네. 아무래도 노인이 되면 움직이는 데 불편하시거든요. 거기다 더 중요한 것은 소득이 없어요. 소득이 없다 보니까 어르신들이 주로 야외활동이나 이런 것보다는 집에만 계시게 되죠. 그런데 집에만 계시면 문제가 뭐냐면 관계가 단절되는 거예요. 그러다 보면 외롭고 고독하고, 그럼 우울하고. 그러면 또 질병에 대해 쉽게 노출되는 거죠.

◇ 장원석: 다 연관되는 것 같아요. 외로우면 우울해지고, 우울해지면 신체적으로도 안 움직이게 되고, 그러면 계속해서 또 몸이 안 좋아지고, 악순환인데. 교수님, 별 어려움이 없이 지내는 건강한 사람들도 가을이나 겨울이 되면 왠지 좀 우울해지는 것 같고, 날씨가 미세먼지 때문에 어둑어둑하고 흐리면 처지는 게 사실이잖아요. 겨울철에 정신건강의학과를 찾는 내원환자가 더 느는 경우는 없습니까?

◆ 성수정: 실제로 겨울에 계절성 우울증이란 게 있어서요. 아무래도 일조량이 줄어들고, 그러다 보니까 하루의 주기나 이런 것들이 좀 깨지고. 그러면서 좀 더 우울해지시고 그런 분들이 많고. 인지기능도 겨울에 정상인도 그렇고 치매 어르신도 그렇고 인지기능이 더 나빠진다, 하는 보고도 있었습니다.

◇ 장원석: 그렇군요. 내원하는 분들 연령이라든지 성별은 겨울철에 특히 도드라지는 특징 없습니까?

◆ 성수정: 저는 어르신 환자분들이 많다 보니까 딱 특징을 얘기하긴 어려운데. 아무래도 어르신분들께서는 아까 사무처장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건강 문제라든지, 그런 것들이 좀 더 잘 생기시기는 합니다.

◇ 장원석: 그렇군요. 가족들 다 모이는 설 명절, 반갑고 즐거운 이야기를 하면 좋겠습니다만 굉장히 소외계층 그리고 독거노인들은 설 연휴가 오히려 안 왔으면 좋겠다,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 이런 말씀 하시는 경우도 계시던데요. 또 그런 분들은 혼자서 버텨내기가 워낙 또 어려우실 거고. 또 집안에서 치매 어르신을 모시는 가족들은 우리 부모님을 어떻게 모셔야 할까 참 고민 많으실 것 같습니다. 65세 이상 노인 인구 10명 중 1명이 치매 환자라는 통계도 있던데요. 교수님, 이 정도면 굉장히 높은 비율 같은데요. 어떤가요?

◆ 성수정: 네, 그렇죠. 2016년에 복지부 치매역학조사에서 치매 유병율이 10.2%로 나왔는데. 치매 환자 수가 전국에 75만 명으로 추정되거든요. 노인 인구가 전체    725만 명 정도로 추산되니까 10명 중 1명꼴이신 게 맞고요. 게다가 우리나라는 12분에 한 명씩 치매 환자가 발생하다 보니까, 그리고 고령화가 굉장히 빠르게 일어나다 보니까 2024년에는 치매 환자의 수가 100만 명, 2041년에는 200만 명이 넘어설 걸로 예상되니까 많은 데다가 흔하고 앞으로도 점점 늘어날 것이고, 이런 상태입니다.

◆ 고현종: 그런데 여기서 좀 더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게, 빈곤할수록 치매에 걸릴 위험성이 높다는 거예요. 그게 비율이 4.7배 되고. 그다음에 이혼이라든가 별거해서 혼자 사는 독거노인일수록 치매에 걸릴 위험성이 보통 그것도 4배가 높게 나와요. 그다음에 우울했을 때 또 치매에 걸릴 확률이, 그것도 4.6배 정도 이렇게 나와서, 이게 빈곤의 문제하고 질병에 노출된 것들하고 관계가 깊은 것 같아요.

◇ 장원석: 지금 사무처장님 말씀해주신 것 중에서 우리 사회가 앞으로 고령층, 그리고 치매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아이디어가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말씀해주신 것처럼 우리는 이미 고령사회고요. 초고령사회를 향해서 굉장히 빠른 속도로 가고 있기 때문에 65세 이상 인구에서 치매 환자 비율은 더 늘어날 것 같은데. 가정마다 치매 인정하고 받아들이기까지 시간이 걸린다고 하는데, 사무처장님, 실제로 치매 환자가 발생했을 때 가족들이 느끼는 충격은 강할 것 같은데요. 실제로 만나보시면 어떤가요?

◆ 고현종: 일단 최근에 언론에도 나왔지만 간병살인이라는 게 있잖아요. 누군가가 치매에 걸리면 그 가족들이 부담해야 할 여러 가지 경제적인 것들, 육체적인 것들, 이것들에 대한 부담이 굉장히 커요. 그래서 주변 사람들은 좀 뭔가 이상하다고 하면 검진을 받으라고 하거든요. 그러면 조기에 발견되면 좀 더 관리가 가능하니까. 그런데 문제는 당사자예요. 어르신들은 내가 치매다, 이렇게 판정받는 순간 가족들 보기도 미안하고, 그다음에 자기 혼자 삶을 내가 어떻게 꾸려가지, 이런 두려움이 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가급적 치매 검진을 안 받으시려고 하고, 판정이 나와도 그것을 거부하려고 하고, 이런 것들 있죠. 자식들한테 부담이 될까 봐 혼자 끙끙 앓고 있고 병원을 안 가고, 그렇게 사시는 것 같아요.

◇ 장원석: 그러시겠어요. 교수님, 실제로 내원하시는 분들 중에서 치매에 대해서 병원까지 온 것만으로도 일단 저는 절반은 성공했다. 이렇게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와서도 충격을 많이 받으시고 받아들이지 못하시는 경우가 많은가요?

◆ 성수정: 예. 말씀하신 것처럼 내가 치매일 리가 없다, 약간 이렇게 부정하시는 경우가 많고요. 치매에 대해서 부정적인 인식이 많다는 것도 좀 기여하는 것 같습니다. 2014년에 전국민 1000명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었는데요. 가장 무서운 병이 뭐냐, 했을 때 50대 이상에서는 암보다도 치매를 더 무섭다고 꼽으셨거든요. 그렇게 무서운 병이다 하는 이미지가 있다 보니 내가 혹은 내 가족이 치매다, 이걸 부정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그러실 수 있을 것 같고요. 그리고 치매가 심하신 어르신의 경우에는 내가 무언가를 잊어버렸다는 부분도 까먹으시는 경우가 생기기도 합니다.

◇ 장원석: 그래서 계속해서 샤워를 하고 나왔는데도 또 샤워하러 들어가시고, 음식을 잡수셨는데도 또 드시고 이런 경우 굉장히 잦더라고요. 치매에 걸리기 전부터 본인이 치매에 언젠가는 걸릴 수 있다는 마음가짐을 미리 가지는 것도 필요할 것 같은데. 사무처장님, 어떻게 보세요?

◆ 고현종: 네. 보통의 어르신들이 그런 생각을 하세요. 나도 치매에 걸릴 수 있겠다, 이런 생각을 건강할 때는 하시거든요. 그러면 어떤 얘기를 하시냐면, 그럼 나 바로 요양원에 보내줘. 이런 얘기를 많이 하세요. 그런데 막상 초기 치매 판단을 받게 되면 약간 요양원에 들어가는 걸 거부하세요. 왜냐면 요양원에 들어가면 일찍 죽는다, 건강한 사람도 들어가면 죽는 게 요양원이다, 이런 생각을 많이 하고 계시거든요. 저희가 얼마 전에 어르신들하고 요양보호사들하고 간담회를 한 번 했어요. 그런데 요양보호사들은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해요. 어르신들 치매 걸리고 여러 가지 질병에 걸리면 요양원 들어오세요. 저희가 아주 가족보다 더 잘 돌봐드릴 수 있습니다. 이렇게 얘기했는데 어르신들은 나 싫어, 나 거기 들어가면 죽을 것 같아, 이런 생각이 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건강했을 때 자기가 치매나 여러 가지 노인성질환을 생각하는 것하고, 막상 자기가 판단을 받았을 때 그 태도하고 조금 다른 것 같아요.

◆ 성수정: 그런데 실제로 초기 치매이신 경우에는 약간의 도움만 받으면 일상생활을 혼자서 하실 수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아예 요양원에 들어가시는 것보다는 주변에서 지원 서비스나 도움을 좀 받으시면서 최대한 독립적으로 생활하시는 게 병의 경과에도 더 좋긴 하거든요.

◇ 장원석: 그렇군요. 그러면 치매 환자 스스로가 느끼는 어떤 부담감, 스트레스도 치매 경과를 호전시키는 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건가요?

◆ 성수정: 부담감보다는, 최대한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계속. 예를 들어서 지하철 타는 것을 계속 안 타면 까먹으시잖아요. 일상생활 기능도 마찬가지라서 본인이 하실 수 있는 것은 치매 환자라고 하더라도 계속하시는 게 낫거든요. 치매로 진단을 받으신다고 해서 요양원에 가야 하고 인생의 끝이고 이런 게 절대 아닙니다.

◇ 장원석: 그렇군요. 그런데 치매 환자 본인은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데, 사실 가족 중에 치매 환자 한 분이 발생하게 되면 가족들이 겪게 되는 고통, 정신적인 부분도 그렇고 현실적으로 경제적인 면도 부담을 느끼는 게 사실이지 않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고민 많이 하실 텐데요.

◆ 고현종: 그래서 문재인 정부에서는 치매국가책임제를 이야기하고 있는데요. 그런데 보면 아직도 불충분해요. 지금 치매지원센터라고 하는 것들이 서울에만 있었는데 이런 것들을 치매를 국가가 책임진다고 하면서 전국적으로 확대했어요. 다만 치매 건강보험 부담, 그걸 90%까지 한다고 했는데 그건 아직 그렇게 크게 진척은 없는 것 같아요. 그런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가가 치매를 책임진다고 하면 가족이 돌보듯 돌본 것들을 지역사회나 사회가 돌볼 수 있는 이런 구조를 만들어야 하거든요. 그래서 제가 보기엔 네덜란드에 호그벡 마을이란 게 있어요. 치매환자들이 모여 사는 곳인데. 거기에서 환자들은 자기가 치매인지 모르고 일상생활을 해요. 예를 들어서 거기 슈퍼의 직원, 그다음에 무슨 의사 이런 사람도 있지만, 옆집에 사는 사람, 이런 사람이 다 간호사, 사회복지사 이런 사람들로 구성돼 있거든요. 그래서 우리나라도 그런 호그벡 마을처럼 시범마을을 만들어서 치매 환자를 요양시설이라든가 의료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자기가 치매 환자인지 모르고 같이 일반 사람들하고 어울려서 살 수 있는 이런 실험들을 하는 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해요.

◇ 장원석: 그러네요. 어떠세요, 교수님. 치료 면에서 이런 아이디어 어떻게 보시는지요?

◆ 성수정: 실제로 그래서 지금 치매안심마을이라고 해서요. 지역사회에 있는, 어르신들이 주로 많이 부딪히게 되는 분들에게 치매 어르신들을 이렇게 대하십시오, 하는 교육을 해서 그런 커뮤니티를, 치매 어르신들이 좀 더 잘 지내는 커뮤니티를 시범사업을 지금 복지부에서 하고 있습니다.

◇ 장원석: 그렇군요. 사실 당사자가 치매를 인정하는 경우, 인정하지 않는 경우 어쨌든 두 가지 모두 치료 자체가 쉽지는 않다고 하잖아요. 치매가 치료되는 질병이긴 한가요?

◆ 성수정: 치매는 불치병이다, 이렇게 생각하시는 경우가 있는데 일부에는 맞고 일부에는 틀립니다. 치매는 굉장히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서 오는 것이다 보니까 어떤 치매는 원인을 해결하면 완치되거나 좋아지는 치매도 있고요. 예를 들어 호르몬이나 영양소의 문제인 경우에는 원인을 해결하면 좋아지기도 하고요. 대부분 원인을 해결해서 해결되지 않고 점점 나빠지는 치매이긴 하지만, 이 경우에도 꾸준히 치료를 받으면 경과가 느려지는, 나빠지는 속도가 느려지는 경우들이 많이 있습니다.

◇ 장원석: 그렇군요. 치매에 결렸을 때 여러 가지 감정표현을 하시는데 있어서 다소 폭력적인 성향을 드러내는 분들이 종종 계시거든요. 그래서 가족들이 그런 폭력에 대해서 제어할 수가 없으니까 결국 요양원에 부탁드린다든지 이렇게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폭력성을 보이는 경우는 어떻게 우리가 받아들이면 좋을까요, 사무처장님?

◆ 고현종: 그게 가장 걱정인 건데. 그것 때문에 사실 시설에 입소하게 되고 또 시설에서도 그런 부분 때문에 인권침해 같은 게 나타나잖아요. 손발을 묶어놓는다거나 이런 거 있는데. 저는 옛날에 제가 좀 어렸을 때 보면 지역에 약간 동네 정신 나간 아줌마 아저씨 이런 사람들이 있었거든요. 지금으로 따져보면 망상 이런 행동을 하시는 분들이에요. 그런데 그때는 치매란 말이 없었으니까요. 그런데 그냥 약간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구나 하면서도 지역사회에서 끌어안고 같이 살았어요. 그렇게 살면서 폭력적인, 망상이라든가 이런 것들이 조금씩 완화되고 내지는 심화되지 않는, 이렇게 됐거든요. 그래서 저는 오히려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해서 치매 환자들하고 어떻게 우리가 같이 어울려 살 수 있을까. 이게 더 중요할 것 같아요. 그러면 폭력적인 행위도 좀 깊어지지 않을 것 같아요.

◇ 장원석: 그렇군요. 교수님, 그러면 우리가 치매에 대해서 걸렸을 때 어떻게 해야 하나, 지금 잠깐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만, 그 앞으로 가서요. 치매에 왜 걸리는지도 살펴봐야 할 것 같은데요. 치매에 노출되기 쉬운 환경 같은 게 있습니까?

◆ 성수정: 일단 아까 말씀드린 것에 대해서 조금만 더 말씀을 드리자면, 치매에 동반되는 문제행동이나 폭력적 행동은 사실 약물치료에 반응이 되게 좋은 편이에요. 그래서 가족이나 본인, 타인의 안전 문제도 있기 때문에 위험한 경우에는 치료를 받으시는 부분이 있고. 그리고 주변에서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서 행동이 달라지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배우시는 게 도움이 되기는 하고요. 그리고 치매에 노출되기 쉬운 환경의 경우, 치매에는 굉장히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한 치매가 있다고 말씀드렸는데, 그러다 보니까 위험요인도 굉장히 다양하기는 합니다. 그런데 일반적인 위험요인을 말씀드리자면, 의식을 잃을 정도의 머리 손상, 아니면 중년기의 고혈압, 당뇨, 비만, 고지혈증, 동맥경화 이런 신체질환. 그리고 담배를 피우는 것, 술을 너무 많이 마시는 것도 치매 위험을 높이게 되고요. 우울증, 장기적인 불면증도 치매 위험을 높일 수 있고요. 뇌에 꼭 필요한 영양분의 영양실조도 위험을 높인다고 알려졌고. 아까 사무처장님 말씀하신 것처럼 사회적 고립이나 운동의 부족, 여가활동의 부족 이런 것도 위험을 높일 수 있습니다.

◇ 장원석: 그렇군요. 사무처장님, 젊은 사람들이 보기에 어르신들은 집안에서 왠지 가족들을 피하는 것 같고 앞서 말씀하신 것처럼 미안해서 가족들에게, 자식들에게 부담을 줄까 봐 얘기를 안 하시고 거리두기를 하시는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만, 사실은 굉장히 외롭고 대화를 하고 싶어 한다는 이야기가 있던데요. 어떻게 보세요?

◆ 고현종: 네. 한 어르신이 전립선암으로 입원하셨어요. 그런데 그분에게 가서 여러 가지 먹을 거라든가 이런 것들을 막 지원해주고 그랬는데, 그 어르신이 딱 한마디를 해   요. 자기는 먹을 것, 돈 다 필요 없다는 거예요. 말벗 해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그래서 하루 종일 말벗 해줄 사람, 하루 종일 힘드니까 두 시간 간격으로 말벗 해줄 사람을 보내줬으면 좋겠다. 이런 얘기를 했거든요. 그만큼 사람은 사회적 관계에 의해서 힘을 얻기도 하고 힘을 잃기도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오히려 어르신들에게는 대화할 수 있는 상대라든가, 또 대화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런데 우리가 흔히 결혼생활 10년 지나면 부부 간에도 대화 안 하잖아요. 부모자식 간에도 대화 안 하잖아요. 그런데 어르신들이라고 꼭 자식들하고 대화 안 하고 이런 건 아니거든요. 다만 우리가 서로를 이해를 못해서 그래요. 우리 보통 시에 보면 ‘오래 보아야 예쁘고 자세히 보아야 사랑스럽고 너도 그렇다’ 그렇잖아요. 어르신들도 그래요. 어르신들도 자세히 보고 오래 보고 이러면 사랑스럽고 이해가 되고 또 사랑스러워요. 그러면 반대로 어르신들도 자기가 사랑을 받는다는 느낌이 들면 자식 세대에 대한 이해도 넓어지고 이렇거든요.

◇ 장원석: 그렇군요. 뭐든 관심을 가지고서 왜 저렇게 밖에 행동을 할 수밖에 없을까, 삐딱하게 보는 것보다는 저렇게 밖에 할 수 없는 이유에 대해서 공감하는 것도 필요해 보이네요. 교수님, 일단 치매에 대해서 앞서 많이 얘기해봤는데. 그렇다면 예방은 어떻게 하면 좋을지도 고민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 성수정: 치매의 위험을 높이는 요인들을 최소화할 수 있다면, 완전히 없앨 수 있다면 치매발생률이 50%까지 줄어들 것이다. 이런 연구도 있었거든요. 어떤 사람들은 치매가 생활습관병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고혈압, 당뇨, 그리고 비만, 고지혈증, 흡연, 과음 이런 것들을 줄이는 것들이 도움이 되고요. 그리고 규칙적인 신체활동하고 사회활동, 여가활동 이런 것들도 큰 도움이 됩니다.

◇ 장원석: 치매예방을 위해서 어떤 게임을 한다든지, 독서활동을 한다든지, 이런 얘기가 쭉 있잖아요. 그러면 머리를 많이 쓸수록 치매 발생 가능성이 줄어듭니까?

◆ 성수정: 예. 머리를 많이 쓰는 인지적인 활동, 여가활동 이런 것을 할수록 치매 위험이 낮아진다고 알려졌고요. 그리고 그런 여가활동을 한 가지만 하는 게 아니라 두 가지, 세 가지, 네 가지, 여러 가지 하면 많이 자주 할수록 머리를 더 쓰게 되면서 치매 위험이 낮아진다 하는 연구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하고 만나서 대화를 하고, 상대방의 표정을 읽고 대화하고 이런 것들이 사실 머리를 굉장히 자극시키는 일이기 때문에 인간관계를 규칙적으로 유지하는 것도 치매 위험을 낮춘다고 알려졌습니다.

◇ 장원석: 흔히 스트레스를 받으면 뇌기능이 떨어진다는 얘기도 있잖아요. 스트레스와 치매도 연관이 있을까요?

◆ 성수정: 스트레스가 직접 치매를 유발하느냐.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 논란이 있기는 한데요. 간접적으로는 지속적인 스트레스가 뇌건강을 악화시켜서, 뇌 염증을 악화시키면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야기도 있고요. 지속적인 스트레스는 우울증의 위험을 높이는데, 우울증은 가장 잘 알려진 치매 위험요인 중 하나이기 때문에 실제로 치매 위험을 높일 수 있습니다.

◇ 장원석: 그렇군요. 바깥 활동, 사회활동 하는 것 굉장히 중요해 보이는데. 어르신들 만나보면요, 사무처장님. 긍정 에너지라고 할까요. 그런 것들을 가지세요, 응원도 많이 해주시고 조언도 해주실 것 같은데. 어르신들 만나면 마음가짐에 대해서 어떻게 말씀해주세요?

◆ 고현종: 네. 일단 어르신들을 만나면, 어르신들이 사회적 관계가 많이 축소되고 있거든요, 나이가 드시면. 그러면 관계를 어떻게 복원할 거냐, 이게 저는 핵심이라고 보는데. 그래서 가장 중요한 게 어르신들이 노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하는 게 굉장히 좋다고 봐요. 그 사업을 통해서 새로운 친구도 만들고, 그 사업을 통해서 조그마한 소득도 생기고. 그다음에 아까 얘기했던 그 관계에서 서로 간에 긍정적인, ‘너 진짜 멋있어’ 이런 이야기도 듣고. 그다음에 그 안에서 취미 모임, 자기가 잘할 수 있고 좋아하는 것들로 취미 모임도 하고. 이러면 어르신들이 사실 질병에 노출될 위험이 많이 주는 거죠. 그 안에서 또 중요한 건 뭐냐면 어르신들이 그러한 일자리라든가 소모임을 통해서 민주주의를 또 한 번 더 경험할 수 있는 거거든요. 순서를 기다린다거나, 남을 배려한다거나 이런 것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치매라든가 각종 노인성 질환을 예방하는 방법으로 가장 좋은 게 일자리 사업에 참여하는 거다. 이렇게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 장원석: 그렇군요. 그렇죠, 일을 하게 되면 사람도 만나고 머리도 써야 하고 몸도 움직여야 하니까 모든 면에서 교수님 앞서 말씀해주신 치매예방 활동이 모두 들어가 있으니까요. 단순히 사회적으로 일자리 제공 측면이 아니라 한 사람의 건강적인 문제, 그리고 삶의 질과도 연관이 있는 것 같은데. 그러면 지금 우리가 그렇게 지향하는 건 알지만, 우리가 원한다고 해서 다 되는 건 아니잖아요. 다시 말하면, 정부 정책이라든지 지자체에서 어느 정도 그런 장을 마련해줘야, 들어갈 자리가 있어야 들어가는 거잖아요. 지금 그 부분에 대해서 잘되고 있다고 보시는지요?

◆ 고현종: 아직까지 많이 부족하죠. 지금 노인인구가 720만 명 정도 돼요. 그런데 지금 노인 일자리가 전국적으로 61만 개가 제공되고 있어요. 아직 많이 부족한 거예요. 지금 6~7% 이 정도밖에 안 되니까요. 그래서 지금 제 생각으로는 노인 일자리가 61만 자리인데 최소한 150만 자리 정도까지는 늘려야 한다, 라는 생각이 있고요. 또 하나는 노인 일자리 사업들이 지금은 1년 중에 9개월만 해요. 그러니까 어르신들이 다 무슨 얘기를 하냐면, 일할 때는 건강했는데 3개월 동안 일을 쉬니까 이곳저곳 아프다는 거예요. 병원에도 자꾸 가게 되고. 그다음에 또 소득도 없으니까 3개월 동안 나 굶어 죽으라는 거냐,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하시니까 노인 일자리 사업이 연중무휴로 운영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완하고 거기에 따른 복지비용을 지출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고요.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GDP 대비해서 사회복지 지출비용이 10% 정도 돼요. 그런데 OECD 평균이 21%거든요. 그러니까 아직 많이 부족한 거예요. 많이 부족하니까 우리 사회가 그만큼 질병에 노출되는 이런 것도 큰 거죠.

◇ 장원석: 그렇군요. 그러면 고령층 일자리로 적합할 만한 것은 뭐가 있을까요. 어떤 영역이 좋을까요?

◆ 고현종: 지금 다양한 것들이 시도되고 있기는 한데. 정부 관계자들의 관점이 뭐냐면, 은퇴했는데 뭘 제대로 할 수 있겠어, 이런 거거든요. 어르신들이 자기가 능력이 있어도 면접에선 다 통과해요. 그래서 등본 떼어 오라고 해서 등본 갖다내면 ‘나이가 너무 많아요’ 하면서 탈락을 시켜요. 연령에 따른 규범이 있잖아요. 노인은 이럴 거다, 이런 생각들 때문에 다양한 일자리가 사실 잘 만들어지고 있지는 않은데. 예를 들면 초등학생들 등하교에 도움을 준다거나, 요즘 아동성폭력이 많으니까 그런 것도 있고. 또 문화재, 고궁의 해설을 하는 것. 그다음에 숲 해설을 하는 것, 이런 것도 있고. 또 조금 더 생산하는 것은 수의를 만들어 판다거나 아니면 참기름을 만든다거나 장, 김치 이런 걸 만들어 파는 일자리도 있고. 그렇긴 한데 아직까지도 유형이 충분히 넓지는 않아요.

◇ 장원석: 그렇군요. 그런데 이렇게 노인복지 일자리 얘기가 나오면 꼭 따라오는 얘기가, 노인 연령을 상향해야 하는 것 아니냐, 이 부분이거든요. 아직도 사회적인 논의가 진행되고 있습니다만 어떻게 보세요, 처장님은?

◆ 고현종: 지금 치매 같은 경우도 65세 이상의 노인분들 중에 220만 명이 치매 환자잖아요. 그런데 예를 들어서 노인연령을 70세로 올리게 되면 65~69세 이분들이 한 180만 명 되는데 이분들이 그동안 받고 있던 복지 혜택이 삭감되는 거잖아요. 그렇다고 해서 일자리 생기는 것도 아니고. 그렇기 때문에 우선적인 것들이 필요할 것 같아요. 65~69세에 있는 이분들 그동안 받고 있던 복지혜택이요. 의료라든가 지하철 무임승차라든가 기초연금이라든가 노인 일자리 사업 참여라든가, 이런 부분은 별개로. 노인의 연령은 70세로 올려서 하더라도, 신체적인 것들은 기대수명이 늘어났으니까요. 그렇게 하더라도 사회정책, 복지정책은 그들이 받고 있던 걸 박탈하지 않고 온전하게 보존하는 쪽으로 맞춰줘야 노인연령 상한을 논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 장원석: 그렇군요. 제가 학교 들어가기 전만 해도 저희 할아버지가 맨날 입버릇처럼 하시는 말씀이, 나는 다 살았어, 내 나이면 됐어. 이렇게 하셨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할아버지 연세가 갓 이제 환갑을 넘긴 나이였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65세 이하 노인으로 보는 시선이 거의 없는데. 교수님, 신체적인 능력으로 봐서나 인지 능력으로 봐서나 65세를 노인으로 보기에는 좀 부적합하다. 이런 의견에 대해서는 의학적으로 어떻게 보세요?

◆ 성수정: 그 부분은 제 전공이 아니긴 한데, 애매한 것이 사실 같은 노인이라고 하시더라도 신체적인 노화나 인지기능의 노화 정도가 다 다르시거든요. 그래서 85세이신데 굉장히 정정하신 분도 있고, 60대이신데 굉장히 여러 기능이 떨어지시는 분도 있고 그렇습니다.

◇ 장원석: 알겠습니다. 사회 전반적으로 봤을 때 만약 노인연령을 65세에서 지금 얘기 나오고 있는 70세 정도로 올린다고 하면 비용 문제가 좀 걸림돌로 나오고 있잖아요. 의료적인 부분, 연금, 복지 예산. 사회적인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 고현종: 그러니까 결국은 첫 번째는 우리 아까 얘기했지만 GDP 대비 사회복지 지출이 10%밖에 안 되니까 증세를 해서 복지비용을 좀 더 많이 지출하는 게 가장 필요한 것 같아요. 두 번째로는 모델이 필요할 것 같아요. 예를 들어서 청년세대가요. 내가 노인이 되면 행복할 수 있구나, 노인이 불안한 게 아니구나, 아주 빈곤하게 사는 게 아니구나 하는 이런 희망을 주면, 그런 모델이 보이면 청년세대가 노인부양에 대해서 거부를 안 할 것 같아요. 그리고 현 세대 노인분들은 내가 노년이 돼서 사회적인 연대를 통해서 편안하게 할 수 있구나, 삶을 잘 정리할 수 있겠구나. 이런 모델들이 만들어지면 청년세대하고 노년세대 간에 연대가 이뤄질 것 같아요. 그러면 제가 보기에는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 장원석: 그렇겠네요. 실제로 OECD에서 노인 빈곤 순위 상위권에 우리나라가 항상 속해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과 관련해서 복지 문제 꼭 우리가 고민해봐야 할 거고요. 노인복지가 만약 탄탄하게 자리 잡는다 하더라도 건강 문제와 떼어놓을 수가 없는데요. 교수님, 치매 만약 조기치료가 이뤄져서 정말 중증으로 가기 전에 막는다면 최선의 방법일 것 같은데. 시기를 알게 되는 방법이 있을까요? 내가 초기 증세다, 아니면 어느 정도 진행이 됐다. 이걸 어떻게 혼자서 압니까?

◆ 성수정: 치매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고 말씀드렸는데, 가장 흔한 알츠하이머 치매의 경우에는 가장 초반부에 나타나는 증상이 최근에 있었던 일에 대한 기억력이 떨어지는 거거든요. 그래서 기억력 저하가 있다면 좀 의심을 해보실 수 있고요. 또 일반적으로 진단에서 제일 중요한 부분이, 예전에는 할 수 있던 것을 못하게 되는 것. 그리고 그런 기억력 같은 인지기능이나 생활기능이 떨어지는 게 비슷한 정도가 아니라 점점 나빠지는 것, 점점 뭔가 할 수 없게 되는 것, 이런 겁니다.

◇ 장원석: 그렇군요. 이제 설 연휴를 앞두고서 사회적인 여러 가지 문제 중에서 다뤄본 오늘 내용. 또 한 가지가 마음에 걸리는 게 있어서 짧게 끝으로 하나만 여쭤볼게요. 독거노인이 늘고 있어요. 고독사 문제도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는데. 독거노인들 중에서도 또 병을 앓고 있는, 특히 치매를 앓고 있는 분들을 사회적으로 보호하기 위해서 무엇이 가장 필요하다고 보세요, 처장님?

◆ 고현종: 일단 저는 그 주체가 누구냐 할 때 지역사회라고 봐요. 자기가 살던 동네 사람들의 돌봄으로 인해서 어르신이 사회관계를 맺고 또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이런 게 필요할 것 같아요. 아이들을 키울 때 그런 거잖아요. 아이는 우리 동네 모두의 아이다, 이런 것처럼 노인은 우리 동네 모든 사람의 어른이다. 이런 것들이 중요한 것 같아요.

◇ 장원석: 알겠습니다. 오늘 말씀 참, 어려운 이야기일 수도 있는데요. 뜻깊은 시간이 아니었나 생각이 듭니다. 오늘 <수도권 투데이> 설 특집, 밥상머리 뉴스 완전정복 4탄 고령사회를 맞은 우리 현시대에 고민해볼 치매, 그리고 복지 문제 다뤄봤습니다. 고맙습니다.

◆ 고현종, 성수정: 감사합니다.

◇ 장원석: 지금까지 고현종 노년유니온 사무처장, 성수정 강동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와 함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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