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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가락 영어교육 정책, 무엇이 문제인가?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18-10-08 09:58  | 조회 : 1853 
YTN라디오(FM 94.5) [수도권 투데이]

□ 방송일시 : 2018년 10월 8일 월요일
□ 출연자 : 이병민 서울대 영어교육과 교수


◇ 장원석 아나운서(이하 장원석): 유은혜 신임 교육부장관이 지난주 국회 대정부질문 자리에서 유치원 방과 후 영어교육을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습니다. 전임 장관 체제에서 결정을 미뤘던 민감한 사안이었던 우리 아이들의 영어교육이 또 다시 논란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특히 교육부가 영어교육 정책을 두고서 수장이 변함에 따라서 이랬다저랬다 하는 입장을 보이니까 교육 현장에 혼란을 주고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오늘은 이병민 서울대 영어교육과 교수와 함께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교수님, 안녕하십니까.

◆ 이병민 서울대 영어교육과 교수(이하 이병민): 안녕하세요.

◇ 장원석: 우리 아이들의 영어교육을 두고서 현장에서 참 혼란스러워 하는 모양샌데요. 특히 유은혜 신임 장관이 놀이중심의 유치원 방과 후 영어교육을 허용하겠다고 밝히고서는 다시 논란의 중심에 이 문제가 서게 됐는데요. 이 교수님은 이런 상황, 어떻게 보고 계신지요?

◆ 이병민: 저는 오히려 좀 상황을 정리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고 보는데. 사실 그동안 이 부분은 사실 전체 어린이 영어교육에서 중요한 부분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선행학습 금지법과 같은 것들 때문에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이 제가 보기에는 조금 잘못되었고, 학부모들이 그런 부분에 대해서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함으로써 문제가 많이 불거졌고 지난 1년 동안 시끄러웠는데 조금은 방향을 잡아가고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 장원석: 그러면 기존대로 연말까지 논의를 거치는 편보다는, 철회든 실행이든 빨리 정책을 추진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 이병민: 제가 보기에는 아마도 그동안 1년 동안, 지난 올 초에 이것이 주로 문제가 되었는데 그동안 아마도 내부적으로 많은 논의를 거쳤고 또 실질적으로는 이 문제는 대개 학부모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부분이거든요. 그런 부분에서는 학부모들의 의견도 청취했을 것이고. 사실 이 부분을 김상곤 장관 때 추진할 때에도 아마도 거기에 약간의 제가 보기엔 정치적 이해관계라든지 이념적인 부분이 들어갔던 것 같아요. 이 문제를 영어교육이라는 문제에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 부분에서 아마도 정리되고 있지 않은가 생각합니다.

◇ 장원석: 내부적으로 충분한 의견수렴이 있었다는 분석을 하셨는데. 교육부에서는 정책숙려제를 준비 중이었다, 이렇게 일부 언론을 통해서 알려진 바도 있는데. 이번에도 역시 현장의 이야기를 제대로 듣지 않았다. 혹은 이게 초등학교 1·2학년의 방금 말씀하신 공교육 정상화법, 그것과 부딪히는 것 때문에 국회 의견도 들어야 하는데 이걸 무시했다. 이런 비판도 있던데, 이건 어떻게 보시는지요?

◆ 이병민: 애초에 이 문제가 불거진 것이 공교육 정상화법 때문에 그런 것인데 제가 보기에는 사실 그 법 자체가 조금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면 그것은 공교육에서 이뤄지는 어떤 선행학습 부분이라든지 이런 부분은 통제가 되는데, 사교육 부분에 대해서는 이 법상으로 아무런 규제를 가할 수 있는 방안이 없거든요. 그런데 영어라고 하는 것이 대개 사교육에서 많이 이뤄지는 부분들도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을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 거죠. 그래서 역으로 초등학교 1·2학년 선행학습을 못하게 하니까 그러면 유치원 때는 영어교육은 어떻게 할 거냐. 그렇게 해서 금지하는 쪽으로 갔는데. 그러다 보니까 학부모들의 반발이 심했던 거죠. 제가 보기에는 정책의 방향을 지금 예를 들어서 선행학습을 그대로 두고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보면 방향이 잘 안 나오고, 거꾸로 역으로 선행학습 부분을 조금은 손을 봐서 영어교육 문제를 해결하려는 방향인 것 같습니다.

◇ 장원석: 결국 선행학습법, 그러니까 공교육 정상화법까지도 손봐야 할 것 같다. 그러면 지금 초등학교 1·2학년의 방과 후 영어수업이 이 법에 의해서 금지되고 있지 않습니까. 이런 정책적 연속성 때문에 지난해 12월에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도 방과 후 영어수업을 금지하겠다고 전임 장관이 밝혔던 것인데. 유은혜 장관은 이번에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놀이 중심의 방과 후 영어교육을 허용하겠다고 했고, 과도하게 프로그램이 지식 전달로 운영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는데 방식에 대해서는 어떻습니까?

◆ 이병민: 이 방식이 조금 문제인데. 대개는 지금 우리가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공교육에서 영어교육을 시키고 있기 때문에 그 이하에서 벌어지고 있는 영어교육은 대개 사교육이 거의 전담하고 있는 상황이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사교육 부분이 사실 질 관리가 잘 안 되는 부분이 있죠. 대개 업체들이 그냥 영리적 목적에서 영어교육 사업을 하다 보니까 놀이 중심인지, 과연 아동들한테 적절한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는지,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지. 이런 부분들이 사실 혼란스럽기 때문에 이 부분을 어떻게 보면 통제하려고 했던 것인데. 놀이 중심이라고 말은 하지만 아마도 그 부분은 더 들여다봐야 할 것입니다.

◇ 장원석: 지금 교육 방식이라든지 그리고 외부적인 요인 때문에 이런 결정이 교육부에서 오락가락했다는 분석도 있고. 지금 설명해주신 대로라면 아직 더 지켜봐야 되는 것 같기도 한데요. 일단 일관성 있게 교육정책을 끌고나가지 못하는 것에 대한 비판이 굉장히 큽니다. 어쨌든 교육부가 혼란을 더 키우고 있는 것 아니냐, 이런 지적을 받고 있는데. 지금 교수님께서는 앞서 정상화적으로, 제대로 노선을 찾아가는 것 같다고 말씀해주셨는데 교육부의 이런 움직임, 어떻게 평가하고 계시는지요?

◆ 이병민: 그러니까 이게 만약 영어교육이라는 한 부분만 들여다본다면 대개 교육부에서 의사결정을 하고 정책결정을 하는 과정에서 유치원이면 유치원 단계의 영어교육 이것만 바라보는 경향이 많거든요. 그런데 조금은 정부에서 의사결정 할 때 영어라고 하는 문제가 왜 학부모들이 그렇게 관심을 가지고 자녀의 영어교육에 집중하냐. 이것은 유치원 단계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사실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 아니면 심지어 직장을 얻고 취직을 하는 데까지 쭉 연결돼 있는 문제거든요. 그렇게 이것을 통시적으로 거시적으로 보지 못하고 일부분만 자꾸 들여다보기 때문에 사실 이런 문제가 발생한다고 저는 봅니다.

◇ 장원석: 그러면 교육부가 일부분만 보지 않고 거시적으로 보려면 지금 수장이 바뀔 때마다 갈팡질팡하고, 또 정권이 바뀔 때마다 혹은 교육감이 진보 성향, 보수 성향이 주류를 이룬다. 이것에 따라서 달라지는 부분이 일관성을 보여야 할 것 같은데 이게 좀 나아질 것 같습니까?

◆ 이병민: 그러니까 지금 우리나라 교육의 현재 문제가 뭐냐면 5년마다 정권이 바뀌면서 교육정책이 바뀌고, 또 어떻게 보면 교육 문제라고 하는 것을 전문가 집단이 들여다보기보다는, 사실 어떻게 보면 정치적이고 이념적으로 바라보는 부분들이 있거든요. 특히나 또 정부에서는 영어교육이라고 하는 것이 하나의 교과목이라고 보기 보다는 우리 사회에서 영어라고 하는 문제를 어떻게 가져갈 것이냐. 그런 큰 그림의 정책이 정부에서 마련되고 그것들이 일관되게 추진돼야 하는 부분들이 있는데 사실 그렇지 못한 부분 때문에 정권이 바뀌면서, 아니면 교육의 지방자치다 이래서 교육감들마다 다른 생각들을 하고 있고 거기에 정치적·이념적인 것들이 가미되면서 사실 교육정책이라는 것이, 영어교육 정책은 물론이고 상당히 혼란스러운 부분이 있는 거죠.

◇ 장원석: 그래서 공교육 정상화법, 선행학습금지법 이런 것들을 만들어서 추진하려고 하는데 학부모들은 불신이 커지니까 사교육으로 더 몰리는 것 같아요. 그래서 영유아시기에 일찍이 아이들에게 외국어를 가르칠 경우 효과가 더 큰지. 이런 근본적인 궁금증도 생기는데요. 이 부분은 어떻습니까?

◆ 이병민: 그러니까 그런 부분도 사실 우리나라 상황에서 조기에 영어교육을 하는 것이 효과적인지. 이런 것들에 대한 좀 더 깊이 있는 연구가, 종단연구라든지 몇 년에 걸쳐서, 이런 연구들이 정부 지원이라든지 이런 것들이 진행됐어야 하는데 사실 그런 것들이 별로 없죠. 특히나 사교육 부분에서 이뤄지는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 영어교육에 대해서는 이것이 영리기업이라는 이유에서 제대로 들여다보지도 못하고, 무엇이 어떤 식으로 벌어지고 있는지도 사실 살펴본 적이 거의 없거든요. 정부에서도 거의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없었고. 이러다 보니까 사실 학부모들은 의사결정 하는 데에 충분한 정보가 없고, 또 학계에서도 어떻게 보면 조기 영어교육의 효과에 대해서 이렇다 저렇다, 좋다 나쁘다 여러 가지 의견들이 있기 때문에 제가 보기엔 그런 부분들이 정리되면 조기에 영어교육 한다는 것이 그렇게 우리나라 상황에서는 별로 효과적이지 않거든요. 그런 것들에 대한 홍보작업들, 이런 것도 저는 필요하다고 봅니다.

◇ 장원석: 물론 학계에서는 어렸을 때의 영어교육, 영어뿐만 아니라 다른 외국어 교육에 대해서 교육하는 것이 좋다, 나쁘다. 여러 가지 연구논문을 통해서 발표되고 있는데 정부 차원에서는 이런 큰 틀에서의 연구가 전혀 없었습니까?

◆ 이병민: 제가 보기에는 그렇게 정부 차원에서 이것을 거시적으로 어떻게 가져가야 하는지, 그 시기의 영어교육이 얼마나 효과적인지. 육아정책연구소 이런 데에서 한두 번의 연구가 된 것은 있지만 학부모들이 조금 더 정확한 정보를 갖고 아이들의 영어교육을 결정할 만큼 결정적인 연구결과들은 사실 크게 나와 있는 게 없습니다.

◇ 장원석: 그럼에도 여러 학자들이라든지 일반적인 통상 상식으로 어렸을 때 언어교육, 어학교육을 시켜야 빨리 습득한다. 이런 것 때문에 더 사교육에 어렸을 때부터, 한글 배우기 전부터 학원에 보낸다거나 과외를 시킨다고 하는데. 이런 인식, 올바른 인식이라고 봐야 할까요?

◆ 이병민: 저는 그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는데. 사실 조기에 언어를 배운다고 하는 것이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그러려면 몇 가지 조건을 갖춰야 하는 거거든요. 그런데 그런 조건을 갖출 수 있는 여건이 우리나라에서는 사실 만들어지지 않은 것이고.

◇ 장원석: 그런 조건은 어떤 걸까요?

◆ 이병민: 그것은 아이들이 세상에 태어나서 언어를 배울 때 일상에서 모든 언어활동이 그 언어로 이뤄지면 그 아이들은 쉽게 언어를 배우는 것이고. 그다음에 사실 시간적으로 많이 걸리는 과정이거든요. 그래서 대개 우리가 일상에서 보는 것은 아이가 어느 시절에 미국에 이민을 갔다든지. 그런 상황을 보면서 저 아이는 발음도 좋고 영어도 원어민처럼 잘한다. 이런 걸 일반화해서 한국 상황에서도 똑같이 우리가 일찍 시작하면 뭔가 원어민처럼 될 것 같다. 이런 잘못된 인식을 갖고 있는 거죠. 그러나 전 세계에서 나오는 그 어느 연구에서도 우리나라 같은 외국어 상황에서 영어를 일찍 시작했다고 해서 그 아이가 원어민처럼 잘한다든지, 아니면 성인들보다 더 빨리 배운다. 그런 연구보고서는 없습니다.

◇ 장원석: 그렇군요. 그러면 지금 현재 상황에서 초등학교 3학년부터 정규 영여교육을 편성하게 되고 아이들이 영어교육을 받게 되는데, 이때부터 교육을 받더라도 충분히 공교육을 통해서 영어를 습득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고 보시는지요?

◆ 이병민: 그 부분은 우리가 조금 더 개선해야 하는 부분인데. 사실 지금 우리나라 학교 영어교육이라고 하는 것이 어떤 면에서 보면 과도하게 많은 것을 집어넣어주려고 하는 부분들이 있거든요. 수영을 예로 든다면 수영장에 가서 그냥 내가 자유영만 잘 배우면 되는데 접영이다, 평영이다, 배영이다. 이런 걸 다 가르쳐주면서 결국 나중에 보면 하나도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과 비슷하게, 우리나라 영어에서도 학교에서 교육하는 것이 800시간 정도 짧은 시간인데, 비교적 보면. 10년 동안에 걸쳐서. 그 시간에 성취할 수 있는 것을 집중적으로 교육시키고 그러면 어느 정도 수준에서의 영어 능력은 확보할 수 있는데 그런 것들이 어떻게 보면 좀 분산되어 있고 시스템적으로 체계가 좀 미흡하기 때문에, 아니면 입시라든지 평가 이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연결돼서 나름의 성과를 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부분이 미흡한 부분이 있죠.

◇ 장원석: 지금 시스템적으로도 약간 미흡한 부분이 있고, 한두 가지 손을 봐서는 지금 정책을 꾸준히 밀고나가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이는데요. 그렇다면 전체적으로 우리나라 영어교육 정책을 봤을 때 가장 시급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 이병민: 저는 정부에서 지금 예를 들어 유아 때 영어교육이 문제가 되고 있는데 대개 정부에서 들여다보면 유아면 유아 시기만 보는 부서가 있고, 예를 들어 초등이면 초등, 아니면 중등이면 중등 이런 식으로 부서들이 나뉘어져 있거든요. 그런데 영어라는 것이 학부모들 입장에서 보면 우리 아이가 유치원 때부터 해서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아니면 직장을 얻을 때까지 긴 시간에서 우리 어아가 어떻게 성장하고 영어를 어떻게 배울 것인가, 이렇게 바라보거든요. 그런 부분에선 정부에서도 이 문제를 나눠서 볼 게 아니라 통시적으로 이걸 볼 수 있는 전담부서가 있다든지. 그런 식으로 해서 우리 학부모들, 아니면 우리 국민이 영어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갈증 이런 것을 체계적으로 해결해줄 수 있는 방향이 필요하다. 저는 그게 제일 먼저 시급하다고 봅니다.

◇ 장원석: 알겠습니다. 오늘 초등학교, 그리고 어린이들의 영어교육에 대해서 도움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이병민: 감사합니다.

◇ 장원석: 지금까지 이병민 서울대 영어교육과 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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