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라디오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X파일]
■ 방송 : FM 94.5 (06:40~06:55, 12:40~12:55, 19:40~19:55)
■ 방송일 : 2024년 6월 10일 (월요일)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송영은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원화 변호사 (이하 이원화) : 여러분은 무언가를 정말 간절히 소망해 본 적 있으신가요? 오늘 이야기 나눌 이 사건은요. 누군가의 간절함을 악용하고 이용한 아주 악질적인 사건입니다. 최근 태국, 라오스, 미얀마 등 동남아시아 일대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취업사기 범죄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기본급 300만 원에 성과급은 물론 비행기표와 숙소값까지 다 무료로 제공한다는 이야기들.
취업이 너무나도 간절한 청년들에겐 사실 솔깃할 수밖에 없는 조건들일 텐데요. 누군가의 간절함을 악용한 이 악질적인 범죄.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비슷한 범죄 사건들이 너무나도 많아 보인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오늘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 X파일에서 이 문제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 X파일 이원화입니다. 오늘도 로엘 법무법인 송영은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 송영은 변호사 (이하 송영은) : 안녕하세요. 로엘 법무법인의 송영은 변호사입니다.
◇ 이원화 : 오늘 다뤄볼 사건 파일 바로 열어보겠습니다. 요즘 시대에 취업 정말 어렵잖아요.
◆ 송영은 : 맞습니다. 요즘 정말 어렵습니다. 제 주변 후배분들만 봐도 취업 준비 기간도 확실히 늘어나고 아주 일찍부터 스펙 쌓기 위해서 대학 생활에 집중하는 모습이 확실히 눈에 띕니다.
◇ 이원화 : 오늘 살펴볼 이 사건은 취업 준비생들의 막막함, 간절함을 악용한 케이스가 아닐까 싶거든요. 어떤 사건입니까?
◆ 송영은 : 이 사건은 미얀마 라오스, 태국 3국의 국경지대인 골든 트라이앵글에서 발생한 사건입니다. 국내 범죄 조직이 허위 광고를 내서 이를 보고 온 사람들을 태국에서 미얀마로 밀입국시키는 등 납치 및 감금 행위를 자행하고 피해자들로 하여금 강제로 범죄를 저지르게도 한 취업사기 사건이었습니다. 다행히 지금은 그 조직원 상당수가 검거된 상태입니다.
◇ 이원화 : 그런데 취업 사기라고 하셨는데 사기 피해자들, 그러니까 해외 취업인 줄 알고 지원했던 이분들은 어떻게 이런 일자리가 있다는 걸 알게 된 걸까요?
◆ 송영은 : 해당 범죄 조직은 고수익 해외 취업을 미끼로 사람들을 모았습니다. 기본급 300만 원 월급에 인센티브, 보너스 등 높은 급여를 보장하고 항공권과 숙소 및 식사도 제공하면서 장기 근무자 휴가 및 포상 또한 제공하는 허위 공고를 내었고, 이를 보고 온 사람들을 태국에 모이게 하였습니다.
◇ 이원화 : 말씀해 주신 것처럼 기본급에 성과급 숙소도 지원해주고 또 무엇보다 해외 취업이라고 하면 좀 더 솔깃할 수도 있잖아요. 그런 점을 악용한 케이스가 아닐까 싶은데 일단 이분들이 회사 측에서 제공한 비행기를 타고 태국으로 들어가는 그런 루트라고 하죠?
◆ 송영은 : 네 맞습니다. 범죄 조직은 피해자들을 회사 측에서 제공한 항공편을 통해서 태국으로 이동하게 하고 이후 메콩강을 통하여 미얀마 주, 타칠레이 또는 까야주 등에 이르게 하였습니다. 이러한 납치 행위 이후에는 피해자들을 감금해서 각종 범죄 행위에 동참하게 강요하였습니다.
◇ 이원화 : 골든 트라이앵글 지역이라고 하던데 굉장히 범죄로 악명 높은 곳이라면서요.
◆ 송영은 : 맞습니다. 해당 지역은 과거로부터 마약 밀매로 악명을 떨쳤던 지역이기도 합니다. 그중에서도 라오스 북부 경제특구의 경우에는 2007년에 중국 카지노 회사가 라오스 정부로부터 99년간 부지를 임차하여 카지노 및 호텔 등을 건설하였었는데, 해당 지역의 치안 및 행정을 모두 중국자치위원회가 맡기로 되어 있어서 라오스 공안이 출입을 하거나 조사를 하는 것이 수월하지가 않습니다. 또한 미얀마 타칠레이 지역은 미얀마 시골에서 생산되는 헤로인을 전 세계에 퍼뜨리는 유통기지 역할을 수행한 적도 있습니다. 그래서 해당 지역이 우리나라 대사관 영사의 방문은 물론이고 현지 경찰 등 치안 당국의 진입도 어려워서 피해 구제가 쉽지 않습니다.
◇ 이원화 : 그런데 이동하면서 좀 이상하다 이런 거 느꼈을 법도 하거든요. 그러면 사실 신고를 한다거나 도움을 청한다거나 아니면 뭐 최소한 도망치거나 그랬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잘 속여서 그랬던 건가요? 어떻게 된 건가요?
◆ 송영은 : 납치 과정에서 피해자들은 핸드폰과 여권을 빼앗겼었습니다. 여권은 비자 연장을 이유로 회사에서 보관하겠다고 하면서 강탈했고, 핸드폰은 현지 유심칩을 무료로 교체해서 주겠다는 명목으로 지급받은 뒤에 반납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납치 이후에는 무장 경비원이 지키고 있었기 때문에요. 건물 내에 감금되어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 이원화 : 완전히 외부랑 차단을 시켜버린 거네요.
◆ 송영은 : 이런 상태로는 달리 외부에 연락이 닿을 방법이 없었을 겁니다.
◇ 이원화 : 그러면 감금시켜놓고 어떤 일 한 겁니까?
◆ 송영은 : 피해자들은 보이스피싱, 스포츠 도박, 콜센터 등 여러 불법 행위에 동원됐었습니다. 허위 공고 중에는 IT 전문가를 우대한다는 내용도 있었는데 이렇게 모집된 피해자들한테는 도박 게임 프로그램을 짜는 일을 시키기도 했다고 합니다. 또 일부 여성들을 상대로 해서 성매매 강요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 다른 일부는 오픈 채팅방을 이용한 투자사기 범죄에 바람잡이 역할로서 가담하게 한 사실도 알려졌습니다.
◇ 이원화 : 비슷한 내용의 영화도 있었던 것 같은데. 오픈 채팅방에서 일종의 바람잡이 역할 같은 거 했다는 거죠.
◆ 송영은 : 해당 범죄 조직은 투자 사기가 목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현지에서 사무실을 두고 높은 수익을 약속하면서 비상장 코인에 투자하도록 하는 불법 리딩방을 운영했는데
◇ 이원화 : 요새 비상장 코인 투자 정말 많아요.
◆ 송영은 : 네 조직원들이 투자 전문가를 사칭하는 동안에 피해자들에게는 이러한 투자에 참가한 일반 투자자 역할을 맡아서 마치 이러한 투자 전문가의 추천에 따라서 큰 수익을 본 것처럼 증언하도록 하고 투자 사기 피해자들로 하여금 실제로 고수익이 보장된다는 기망에 빠지도록 하였습니다.
◇ 이원화 : 저도 저희 상담하거나 아니면 저희 이제 의뢰인인 피해자분들이 오셨을 때 보여주셨던 그 단톡방을 봤는데 투자를 했다는 사람들이 수익을 봤다고 하고 인증샷을 올리고 막 그래요. 정말 속을만하다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실제 투자금을 낸 분들이 있었나요?
◆ 송영은 : 그렇습니다. 세트장을 만들고 배우까지 섭외하면서 전문가 집단인 척 연기를 했는데 투자 전문가들을 사칭한 조직원은 자신들을 세계 투자 대회 50강 대표 중에 한 사람으로 소개하면서 최고 트레이딩 분석가로 명성을 얻었고, 월스트리트의 복잡한 헤지 펀드 세계를 잘 헤쳐나왔다는 발언을 하는 영상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그렇다 보니 피해자로 하여금 속이기 매우 쉬운 조건을 형성했는데요. 해당 영상은 투자 기자회견에 외향을 띠고 있었고 BBC와 CNN 로고까지 내건 배경판도 세웠습니다. 기자 역할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아무 움직임이 없어서 어딘가 어색한 점이 있기도 했는데 이렇게까지 하면서 SNS로 무작위로 투자 모집 광고를 한 끝에 308명의 피해자로부터 무려 256억원의 투자금 명목을 받아서 잠적했다고 합니다.
◇ 이원화 : 어쨌든 이 사건에 연루된 취업 사기 피해자 그러니까 해외 취업을 한 줄 알고 갔다가 감금 당해서 코인 사기에 연루된 분들, 그리고 이들에게 일을 시킨 가해자 중에 몇 명이 이번에 경찰에 검거가 된 거죠
◆ 송영은 : 네 투자 사기 및 취업 사기를 벌인 일당 37명을 검거하였고 그중 19명이 구속되었습니다.
◇ 이원화 : 가장 궁금한 건 이겁니다. 일단 취업 사기당했다는 분들 있잖아요. 이분들이 취업 사기를 당한 피해자이긴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코인 투자방에서 바람잡이 역할을 해서 또 다른 피해자를 발생시킨 가해자이기도 하단 말이에요. 이러면 이거 어떻게 되는 겁니까?
◆ 송영은 : 관련해서 형법 12조에 의하면 저항할 수 없는 폭력이나 자기 또는 친족의 생명 및 신체에 대한 위해를 방어할 방법이 없는 협박에 의해서 강요된 행위에 대해서는 처벌하지 않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 주신 이분들은 납치 및 감금되어 범죄 조직원 및 무장 경비원에 의한 폭력에 피해자였습니다. 실제로 이분들 중 일부는 폭행을 당하기도 하였는데 이분들은 강요된 행위였기 때문에 처벌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 이원화 : 애초 해당 조직에서 조직원으로 활동한 사기꾼들은 어떤 혐의 받게 되는 겁니까?
◆ 송영은 : 일단 투자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형법상 일반 사기죄를 넘어서서 특정 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죄 공동정범의 죄책을 지게 될 것입니다. 피해액이 도합 수백억에 이르는 이상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을 지게 될 것입니다. 취업 사기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형법상 노동력 착취를 목적으로 하는 약취 및 유인죄가 적용될 것이고, 감금에 관해서는 단체 또는 다중의 위력을 통한 감금이었기 때문에 형법상 특수감금죄가 성립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 외의 폭행 피해자에 대한 폭행죄, 성매매 강요에 관해서는 성매매 처벌법 위반 밀수죄가 성립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 이원화 : 성매매는 원래 미수가 없는데 성매매 강요에 대해서는 또 미수죄로 따로 처벌하고 있죠. 그리고 또 한 가지 혐의가 있지 않나요?
◆ 송영은 : 네 맞습니다. 전문적으로 조직된 범죄 집단인 것으로 판단되어서 범죄단체 조직 혐의를 적용해서 경찰들이 검찰로 넘겼기 때문에 이 경우는 형법상 범죄단체 조직죄 또한 성립할 수 있습니다.
◇ 이원화 : 투자 사기를 당한 분들은 투자금 회수 가능할까요?
◆ 송영은 : 경찰은 이들의 범죄 수익금을 찾고 있기는 합니다. 현재까지 확인된 범죄 수익금 1억 6천만 원은 기소 전 추징보전 조치 되어 있고 이후 더 많이 확보되면 가능할 것으로도 보이지만 그렇지 않은 이상 민사소송을 통한 방법 외에는 달리 회수할 방법이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 이원화 : 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이번에 드러난 사건이 특이한 케이스가 아니라 비슷한 범죄가 굉장히 많다는 겁니다. 이번 사건은 빙산의 일각이다 이런 거잖아요.
◆ 송영은 : 그렇습니다. 해당 지역에서 최근 동종 범죄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이미 미얀마 라오스 국경을 여행금지 지역으로 지정했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가 끊이질 않아서 2021년과 2022년에 각각 4건에 불과했던 피해 신고 접수가 2023년에는 94건, 2024년 1월에만 38건으로 폭증했습니다. 이에 태국 국경 검문소에 대해서도 특별여행주의보를 발령하기도 했는데요. 요즘 비슷한 범죄가 굉장히 많은 것 같습니다.
◇ 이원화 : 앞서 골든 트라이앵글이라는 지역이 공권력이 미치기도 어렵고 한국대사관 직원이나 주재국 경찰도 진입이 어려운 지역이다 이야기를 해 주셨는데 그러면 이거 그냥 놔둘 수도 없고 수사는 어떻게 할 수 있습니까?
◆ 송영은 : 이번 사건 역시 우리 대사관 요청으로 현지 경찰이 19명을 구출하였고 구출된 분들이 무사히 입국한 이후에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외교 당국과 수사 당국의 긴밀한 공조가 필요한 부분일 것으로 보입니다.
◇ 이원화 : 앞서 우리나라 국민들만 사기를 당한 게 아니라 대만이나 중국 등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한 수법으로 피해를 입는 분들이 많다 이야기를 해 주셨는데 이 정도면 국제공조도 생각해 볼 수 있는 거 아닌가요?
◆ 송영은 : 네 방금 말씀드린 바와 같이 이번 사건이 드러난 계기는 현지 경찰이 우리 국민을 구출한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현지 경찰과의 공조는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이번 사건 관련해서 해외 주재에서 검거되지 않은 총책 6명은 인터폴에 적색 수배가 요청된 상태인데요. 인터폴 또한 해당 지역에 관하여 주시하고 있어서 향후 인터폴과의 공조 또한 기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이원화 : 사건 X파일 오늘은 해외 취업을 빌미로 청년들을 불러모은 뒤 납치, 감금하고 자신들의 대규모 투자 사기에 이들을 동원시키는 정말 악질적인 범죄 사건 다뤄봤습니다.
문제는 비슷한 범죄가 우리나라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점점 늘고 있다는 부분인데요. 고수익 해외 취업 듣기엔 정말 솔깃하고 그럴 듯해 보일 수도 있지만 범죄일 가능성도 제법 높다는 거 경각심 꼭 가지셔야 할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X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