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라디오생활
  • 방송시간 : [월~금] 10:30~11:30
  • 진행: 박귀빈 / PD: 이은지 / 작가: 김은진

인터뷰 전문

사이비 종교에 왜 빠질까? 심리전문가 "결핍과 공포, 가스라이팅"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23-03-27 14:21  | 조회 : 1121 
YTN라디오(FM 94.5) [YTN 뉴스FM 슬기로운 라디오생활]

□ 방송일시 : 2023년 3월 27일 (월요일)
□ 진행 : 이현웅 아나운서
□ 출연: 조성준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현웅 아나운서(이하 이현웅): 최근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방영 이후 사이비 종교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해당 다큐멘터리를 보면, 다양한 사이비 종교의 신도들이 한 명의 교주를 ‘메시아’라고 부르면서 교주의 말을 절대적인 법으로 여기는 모습이었는데요. 외부의 시선에서 봤을 때 비상식적으로 보이기도 하고요. 종교와 교주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은 쉽게 이해하기 어렵기도 한데, 왜 이런 사이비 종교에 빠지게 되는 건지. 오늘 조성준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모시고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교수님 안녕하십니까?

◆ 조성준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이하 조성준): 안녕하세요. 조성준입니다.

◇ 이현웅: 다큐멘터리 보셨나요?

◆ 조성준: 한 4화인가 5화 중간까지 봤습니다.

◇ 이현웅: 보면서, 교수님 분석하면서 보시나요?

◆ 조성준: 그냥 보죠. 그냥 보는데 화도 많이 나고 흥미라는 것보다는 관심이 좀 가고, 거기다가 안타까움과 화남, 이런 것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 이현웅: 먼저 ‘사이비’에 대해서 정의를 해보면 어떻게 정의를 내릴 수 있을까요?

◆ 조성준: 사이비에 대한 정의는 사실 저의 전문 분야는 아니어서 저도 좀 찾아보고 왔습니다. ‘사이비’라고 하는 건 ‘사전적 의미로는 겉으로 보기에 올바르고 비슷한 것 같지만 속은 전혀 다른 것’ 해서 이거를 사이비 종교로 가지고 오면, 겉으로 보기에는 정상적인 종교 같지만 본질은 아니고 그런 종교를 일컫는 말인데, ‘유사 종교’라고 부르기도 한다고 해요. 그래서 ‘이단’과 비슷한 말로 쓰이기는 하지만 이단은 주로 종교 내용 자체가 주류 종교와 배치되는 교리를 가진 종교를 뜻하고, 사이비 종교는 종교의 탈을 쓴 범죄 조직이라든지 이런 현상학적인 것에 더 초점을 맞춘 것 같습니다. 

◇ 이현웅: 워낙 좀 다양하고 각각 특징도 다르겠지만, 공통점을 찾자면 한 명의 교주를 추앙하고, 또 신도들은 그 교주의 말을 맹목적으로 믿고 찬양하는 게 있지 않을까 싶은데. 이렇게 사이비 종교에 빠지게 되는 사람들의 심리는 어떻게 볼 수 있을까요?

◆ 조성준: 이것부터 여쭤볼게요. 웅디는 굉장히 인생에서 힘들다, 그럴 때 어떻게 하세요? 누가 떠오르거나 어떻게 헤쳐 나가세요?

◇ 이현웅: 저는 못 헤쳐 나가고 계속 굴속으로 들어갑니다. 한동안 굉장히 힘들어요. 

◆ 조성준: 그 일들을 외면하고. 그러면 혹시 이렇게 여쭤볼게요 ‘그때 혹시 나를 구원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이런 생각 안 해보셨나요? 우리가 사실은 살면서 아무런 위기 상황 없이 살 수는 없어요. 힘든 일이 권투로 치면 잽처럼 이렇게 이렇게 오기도 하고 어퍼컷처럼 강력한 펀치를 맞기도 하고 다양한 종류의 강도의 스트레스들이 오게 되는데. 우리의 사회가 사실 요새 굉장히 혼란스럽고 급변하다 보니까 그것 하나하나를 대처해 나갈 수가 없습니다. 굉장히 불확실한 사회를 살고 있는데, 그런 생활 속에서 우리가 믿는 구석을 갖고 있다면, 그리고 그 믿는 구석 자체가 굉장히 초월적인 존재이고 나에게 힘을 실어주고 어떠한 믿음을 주는 것 같다면, 그렇다면 사실 사람들이 굉장히 좋겠죠. 내가 어떤 어려움이 오더라도 견뎌낼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내용을 품게 되니까. 사실은 그런 의미 때문에 종교에 빠져드는 것 같고요. 사실 그래서 저희가 종교의 그런 초월적인 의미들을 다 부정하는 게 아닙니다. 그런 것들을 다 부정하자고 하는 것이 아니라, 종교적으로 믿으면서 나의 일상생활의 기능이 올라가고 대인관계도 더 원만해지고 사회적 기능도 좋아지고 이런다면 그분은 이제 그 종교를 잘 믿으시면 되겠죠. 그런데 보통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이제 사이비 종교라고 하는 건 이 집단 자체가 범죄적 성격을 띤다거나 어떤 착취적인 구조를 갖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거거든요. 근데 이제 그거를 구별하지 못하고 뭔가 너무나 큰 절대성, 이런 것들을 강조하는 거에 우리가 쉽게 현혹되는 것 같습니다.

◇ 이현웅: 모두가 그런 건 아니지만 말씀해 주신 것처럼 어떤 힘든 일이 있을 때 그것을 구원받는 수준에서 멈추면 다행인데. 가끔은 보면 이런 종교에 빠져서 가정도 버리고, 내 인생도 버리고, 사회생활 다 뒤로 한 채 정말 말 그대로 광신도 같이 빠져들게 되는 경우도 있거든요. 이거는 어떻게 봐야 됩니까?

◆ 조성준: 마찬가지죠. 그러니까 현실을 내가 통제할 수 없고 이거를 직면하기에는 사실 너무 무섭기 때문에 미약함을 덮어줄 수 있는 존재가 있다면 되게 좋겠죠. 그러니까 아까 웅디도 딱 맞닥뜨리기 어려울 때는 이불 속으로 들어간다, 동굴 속으로 숨는다, 이런 표현을 하셨는데 그럴 때 그걸 꺼내줄 수 있는 사람이 좋잖아요. 그래서 위기의 상황이 크면 클수록 그리고 고립이 되어 있는 사람일수록 이런 것에 빠지기 쉬운 것 같습니다.

◇ 이현웅: 그러면 교주들이 자신을 ‘메시아’다, ‘창조주’다 이렇게 주장하는 것도 그것과 연관이 좀 있겠네요?

◆ 조성준: 그렇죠. 그 교주들을 보면요, 공통점을 꼽아보자고 하면 그냥 일반적인 용어로 얘기하면 굉장히 카리스마가 있죠. 뭔가 흔들리지 않는 믿음을 줄 것 같고 저 사람을 따라야 할 것 같은 그런 뉘앙스, 분위기를, 포스를 풍기는 경우가 있는데. 

◇ 이현웅: 다큐멘터리 봐도 뭔가 비범함이 있다고 신도들이 표현을 하더라고요?

◆ 조성준: 맞아요. 그런데 정신건강의학과적으로 표현을 좀 달리 해보자면 이 사람들은 자기애성 성격장애를 가지고 있을 확률이 굉장히 클 것 같아요. 보통 우리가 ‘자기애’라고 하면, 자기애라고 하는 게 내가 다른 사람들이 혹시 나를 어떻게 평가할까? 어떻게 바라볼까? 그리고 내가 내 스스로 내 자신에 대한 확신 같은 것의 총합이거든요. 그런데 이 사람들은 이런 것들이 좀 왜곡이 되어 있어서 자기의 능력을 굉장히 높게 산다거나, 그러니까 사람들과 이제 교감 능력도 사실은 조금 떨어진다고 볼 수 있어요. 우리가 교감이 잘 되고 누구에게 공감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은 상대방이 아파하면 나도 아프잖아요. 그런데 이 사람들은 그렇지 않거든요. 자기애성 성격을 갖는 사람들은 착취적이에요. 죄책감을 갖지 않고. 그래서 다른 사람을 제 멋대로 이용하고 통제하려고 드는 경우도 많이 있고, 피해자에게 책임감과 죄책감을 갖게 만들어서 이제 다시 또 더 조종하려고 들고. 조종이 시작되고 난 다음에 더 그런 게 더 심해지는 거죠. 그래서 다른 사람에 대한 권력을 확보하고 결코 채워질 수 없는 자신의 결핍을 채우기 위해서 이런 노력들을 끊임없이 이어가는 사람들이 아마 제가 봤을 때는 교주의 특성이지 않을까 싶어요.
 
◇ 이현웅: 그러면, 예를 들어 성 착취를 지속적으로 하거나 이런 장면들도 묘사가 됐잖아요. 그것에 대한 죄책감이 없을 가능성도 있겠네요?

◆ 조성준: 죄책감이 없을 거예요. 죄책감이 있다면 번뇌하고 고뇌하고 하다가 알겠죠. 그런데 이 다큐멘터리 보시면 알겠지만 이미 경찰에 쫓기고 있는 상황 속에서도 그런 행동들이, 기이함들이 이어지거든요. 사실 본인이 본인을 통제할 수 없는, 멈출 수 없는 상태인 거죠.

◇ 이현웅: 그렇군요. 가끔 사이비 종교 신도들 보면 교주의 말을 거역하거나 교리에서 벗어나게 됐을 때는 뭔가 큰 벌을 받을 것 같고, 지옥에 갈 것 같고, 이런 표현을 하면서 공포심을 느끼더라고요. 이런 공포라는 심리도 사람들을 지배하는 데에도 영향을 주는 겁니까?

◆ 조성준: 그렇죠. 그런데 그 공포가 생기기 이전에 그런 뭔가가 있으니까 그것을 떠날 때 공포심을 느끼잖아요. 그러면 그 앞단에 뭐가 있는지에 대해 좀 생각을 해봐야 될 것 같은데, 보면 종교 집단이잖아요. 이 집단의 집단주의 같은 게 저는 있을 거라고 생각이 듭니다. 예를 들면 이런 거랑 비슷해요. 우리가 작년 연말에 큰 아픔의 사건도 있기도 했지만 국민들이 그래도 힐링의 시간, 다 같이 응원하고 잘 풀었던 뭔가, 월드컵 기간 있었잖아요. 그럴 때 저희가 모여서 응원하고 그러면 어떻게 돼요. 나라에 대한 애국심도 커지게 되고, 그때 우리 국가대표 선수들을 추앙하는 이런 움직임도 생기고 그러잖아요. 뭔가 집단이라고 하면 같은 응원을 하고 뭔가 의식을 행하고 같은 캐치프레이즈를 심플한 것을 갖게 되면 갖게 될수록 뭔가 강력한 힘을 발휘하게 되거든요. 종교가 정체성의 일부가 되는 데에는 집단의 힘이 되게 클 것으로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종교가 있는 사람들이 없는 사람들에 비해서 행복감을 나타내는 경우가 있는데, 그 현상은 대부분 집단 내에서 발생하는 교류에서 오는 혹은 아니면 어떤 믿음에서 온다라는 설명들이 있는데. 이런 근본적 기능을 집단의 화합을 위한 장치로 보고 있는 학자들은 다양한 종교적 의식들에도 주목을 하거든요. 그래서 아까 저희가 얘기한 그런 응원이라든지 찬양이라든지 이런 과정을 통해서 사실은 사람들이 그런 집단의식을 더 갖게 되겠죠. 그런데 그것을 탈퇴하려고 할 때, 이제 본인의 뭔가가 무너지기도 하고 그 집단이 나를 어떻게 할까에 대한 이런 공포감 같은 게 생기기도 하겠죠. 그러다 보니까 뭔가 내가 여태까지 세뇌당해 있다는 그런 것들을 벗어나는, 그러니까 내가 그동안에 믿어왔던 것들을 스스로 버리는 데에서도 사실 공포감이 들 것 같고요. 인정하는 게 되게 힘들지 않겠어요?

◇ 이현웅: 여쭤보고 싶었는데, 이번에 다큐멘터리가 공개가 되고 난 이후에도 ‘내가 믿고 있던 게 이게 아니었네?’라고 하는 분들보다는 뭔가 그 교주를 비호하려는 모습, 자기 방어하는 모습, 이런 것들을 보이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마찬가지이겠네요?

◆ 조성준: 집단주의로 설명할 수도 있는데 또 이런 것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종교를 보면 보통 선과 악이 있고, 뭔가 나와 아닌 이렇게 상대가 배척되어 있는 이분법적 사고를 갖고 있는 경우가 되게 많아요. 그런데 생각해 보면 우리가 교리가 되게 복잡하거나 아니면 어디 나가서 우리의 의견을 시위를 한다거나 할 때 캐치프레이즈가 복잡하면 뭔가 한 뜻을 모으기가 되게 힘들어요. 심플해야 해요. 그래야 심플함이 강력함을 수반을 하기도 하는데, 종교들이 그래서 이분법적 사고를 사용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 것 같거든요. 그래서 이런 거죠. 선과 악. 나를 믿는 것과 나를 믿지 않는 사람들. 나와 타 종교. 이렇게 좀 배척이 될 것 같아요. 그러니까 오히려 빠져나오는 게 되게 힘들게 되겠죠. 그러니까 강력한 믿음이 있는데 이 믿음을 의심하는 순간부터가 사실은 모든 걸 부정하는 거잖아요. 스스로를 부정하고 내 주변을 부정하고 내가 속한 집단을 부정을 하다 보니까 사실 굉장히 여기서 벗어나려고 한다거나 아니면 충성심을 버리게 되는 건 되게 어려운 일일 것 같아요.

◇ 이현웅: 청취자님께서는 이 이야기를 들으시면서 “저는 엄청난 팔랑귀인데요. 그래서인지 홈쇼핑 유혹에도 금방금방 넘어가곤 합니다. 피싱도 몇 번이나 당했고요. 아마 저한테도 이런 종교가 사이비 종교가 다가왔다면 금방 넘어갔을 것 같아요”라고 문자를 보내주셨어요. 사이비 종교에 잘 빠지는 사람들의 특징 같은 것들도 있을까요?

◆ 조성준: 있을 것 같아요. 아까 제가 나르시즘을 설명을 할 때 뭔가 결핍에 대해서 얘기를 했었어요. 그러니까 이 사람들은 어떻게 보면 인정에 대한 결핍이 있다 보니까 본인이 다른 사람들을 조종함으로 인해서 그런 것들을 채워나가려고 하거든요. 나르시즘들, 자기애성 성격 장애를 갖는 사람들. 그럼 그 카운터 파트에 있는 사람들은 누구냐 하면 말씀하신 팔랑귀 같은 분들이기도 한데, 내가 되게 의존적이고 결정을 잘 못 내리고 뭐가 없으면 되게 불안해하는, 뭔가 대상에 대한 결핍이 있는 경우들이 많이 있어요. 그리고 이런 사람들은 어떻게 보면 어렸을 때 트라우마 같은 것들을 경험을 해서 내 안에 단단한 중요한 인물들 같은 게 결여되어 있는 경우들이 있거든요. 나에게 뭔가 중요한 가치, 나에게 중요한 가족, 나에게 중요한 사랑하는 사람, 이런 것들이 부재가 되어서 굉장히 힘들어하는 경우들도 있기 때문에. 아마 문자를 주신 분께서는 나에게 중요한 단단한 무언가를 만들어 가시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근데 그게 이런 사이비 종교가 또 되어서는 안 되잖아요. 일반적인 가치 안에 있는지도 좀 봐야 될 것 같고요. 내가 대상으로 삼으려고 하는 사람이 건강한 사람인지 아닌지, 나와 동등한 대우를 해주려고 하는 사람인지 아닌지, 이런 것들을 잘 살펴볼 수 있어야 될 것 같아요.

◇ 이현웅: 이게 선입견이라면 선입견일 수 있는데, 이 다큐멘터리를 보게 되면 명문대 출신들 혹은 판검사, 변호사, 의사, 교수 이런 교육 수준이 높거나 은 사회적 지위가 높다, 이런 사람들도 많이 빠져 있는 것 같거든요. 그러면 앞서서 말씀해 주신 거랑은 조금 차이가 있을 것 같은데요?

◆ 조성준: 그렇죠. 그런데 우리가 좋은 대학을 나오고 좋은 직업을 가지고 있고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직업을 갖는다고 해서 다 건강한 자기애를 갖는 건 아닌 것 같아요. 그러니까 아무리 힘들어도 자기가 탄탄한 사람들은 흔들림 없이 잘 이겨내고 위기가 와도 극복을 해내고 그런 경우들이 있거든요. 그런데 오히려 이제 판검사, 의사, 교수, 소위 말하는 엘리트들이 이런 데 잘 빠졌던 것들은 앞만 보고 달려오느라고 다른 것들을 생각해 볼 기회도 적었을 것 같고요. 또 이런 분들은 자기만의 기준이라든지 이런 걸 갖고 계신 경우들이 있고, 이분들이라고 외롭지 않은 게 아니거든요. 그런데 뭔가 그런 결정적인 것들을 건드리게 된다거나 이분들에게 결핍이 되어 있는 게 이 종교의 교리와 맞닿는 것 같은 느낌이 날 때, 그런 분들이 빠져들지 않았을까 싶고. 또 하나는 다큐멘터리를 보셨는지 모르겠는데 초반에 명문대생들이 되게 많아요. 그런데 초기에 시작했을 때 종교나 교리에서는 이런 부정적인 면들이 되게 많이 가려져 있었을 것 같고.

◇ 이현웅: 동호회 활동처럼?

◆ 조성준: 예, 그냥 동호회 활동이라든지 좋은 점들이 많이 부각이 되어 있어서 이미 많이 유입이 되어 있었을 거고, 이분들 중에서 수뇌부, 더 열렬한 신도들, 신자들이 발생을 하면서 문제들이 불거졌을 것 같고. 또 서로 ‘저런 사람도 들어와 있는데?’라고 생각을 하면서 그분들을 레퍼런스 삼아서 본인들도 위안을 삼고 또 이러지 않았을까 생각이 듭니다.

◇ 이현웅: 말씀해 주신 거랑 연관이 있을 수 있겠는데 요즘에 이런 사이비 종교의 포교 방식을 보면 처음부터 ‘도를 아십니까?’ 이렇게 안 물어본다고 하더라고요. 친밀감을 이용한다고 하는데, 이것도 역시나 사람들의 심리적인 거를 이용한 거겠죠?

◆ 조성준: 그렇죠. 그래서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자기주장을 잘 못 펴고 뭔가 내가 의존해야 되는 대상들이 있는 사람들이 잘 빠지게 돼요. 그래서 다른 사람들에게 부담 주기도 싫어하고, 관심 받는 것도 부담스러워하고, 내 탓을 잘하고, 그러니까 자신보다 타인의 욕구를 먼저 생각하는 그런 사람들, 뭘 원하는지 표현하기 어려워하고, 자기 자신에게는 엄격한데 상대에게는 그렇지 못한 그런 사람들이 아무래도 이런 데 좀 쉽게 빠지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 이현웅: 청취자님께서는 “얘기 들어보니까 사이비 피해자들은 순수하거나 아니면 삶이 굉장히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또 말씀을 해주고 계십니다. 이런 분들, 지금 어떻게 보면 일종의 세뇌를 당한 사이비 종교 피해자 분들인데, 치료하는 방법도 있습니까?

◆ 조성준: 치료는 우선 분리죠. 빨리 빠져나오게 하는 것부터가 시작일 것 같아요.

◇ 이현웅: 그게 쉽지가 않잖아요?

◆ 조성준: 쉽지가 않죠. 그래서 물리적으로 뭔가 분리를 해놔야 되는 경우들도 있고. 사실은 제 환자분들 중에도 꽤 있어요. 보면 그분들은 실제로 여러 질환을 앓고 있거나 되게 힘들어하거나 공허하거나 이렇게 외로워하고 계실 때 고립되어 있다고 느낄 때 이런 손길들을 잡으셨던,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그런 친밀감이 포교 활동의 1순위다, 그게 가장 중요한 키워드가 된다라고 말씀하셨는데 딱 그럴 때 귀신 같이 이 취약한 사람들을 잘 선별하는 눈을 갖고 있는 거죠. 어쨌든 분리가 되어야 되고요. 그리고 장기적으로 봐서는 그 왜곡된 믿음 자체를 저희가 갈아엎어줄 수 있게 뭔가 장기적으로 그 사람에게 결핍이 되어 있던 건 무엇인지, 그 사람이 힘들어했던 건 무엇인지, 그 사람이 혹시 정신병리를 갖고 있다면 해결해 줘야 될 정신병리는 무엇인지, 이런 것들을 파악을 하고 저희가 이제 해나가야겠죠, 치료를. 그리고 또 하나는 그 사람이 실제로 잃은 게 얼마나 많은지에 대해서 알려줄 필요도 있을 것 같아요.

◇ 이현웅: 그 종교를 믿음으로써 잃은 게 얼마나 많은지?

◆ 조성준: 네. 많은 기회비용들이 발생했을 거거든요. 그래서 이제 그것들을 알려줘야죠. 그러니까 네가 직장도 잃었고, 갖다 주는 헌금의 액수라든지 이런 게 굉장히 착취적이었었고, 액수도 말이 되지 않고, 그런 것들에 대해서 알려주고 교육해주는 것도 필요할 것 같아요. 왜냐하면 그 집단 안에 있을 때는 그냥 그런 게 너무 당연한 것이고 모두가 다 같이 하니까 그게 맞다고 생각을 했을 거거든요.

◇ 이현웅: 근데 만약에 그런 거를 알게 되면 알게 됨으로써 얻는 스트레스도 있을 것 같아요?

◆ 조성준: 그렇죠. 그래서 죄책감을 갖지 않게 해 줘야겠죠. 그 사람들이 포교 활동을 한 것이 잘못이고 그런 잘못된 믿음을 당신에게 포교한 거기에 잘못이 있는 거지, 당신이 외롭고 힘들었던 게 잘못인 게 아니고 당신은 그냥 힘들었을 때 이제 나쁜 것에 노출이 되었을 뿐이다라고 저희가 균형을 잡아가줘야겠죠.

◇ 이현웅: 말씀하신 것처럼 정말 인생 다 바친 분들도 있었을 텐데, 그동안 이게 사실이라고 믿어왔던 모든 삶의 기반들이 무너지는 기분일 테니까 그런 치료도 함께 병행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 끝으로 사이비 종교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 어떤 대비책이 필요한지, 마무리 말씀으로 총 정리를 부탁드립니다.

◆ 조성준: 어떤 순간에도 고립이 되지 않아야 돼요. 그러니까 우리나라에서 옛날에 전 세계 주요 국가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한 적이 있어요. 내가 위기 상황이 왔을 때 몇 명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가라고 했을 때 우리나라 사람들이 그 수치가 굉장히 평균 이하였었거든요. 절대 고립되어서 살아서는 안 돼요. 위기일수록 사람들이 어디에 연결이 되어 있어야 되고, 나 스스로도 그렇고요. 주변에 어려운 사람들이 없는지,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없는지, 나에게도 언젠가 예상치 못한 어려움들이 위기가 언제든지 찾아올 수 있기 때문에 주변에게 따뜻한 관심도 가져줘야 되고. 그리고 본인의 삶의 가치를 본인과 본인에게 중요한 것들에 부여를 해야 돼요. 그러니까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타인의 시선이라든지 타인의 가치에 중점을 두고 사는 게 아니라 나의 행복, 나에게 중요한 나의 가족의 행복에 가치를 두고 살 수가 있어야 되고요. 그리고 어디 하나에 치우치지 않는 삶을 사는 게 중요해요. 종교가 다가 아니고, 내 직장 생활이 다가 아니고, 내 가족이 전부가 다가 아니고, 나도 중요하고, 종교도 중요하고, 직장생활도 중요하고, 내 주변 사람도 중요하고. 여러 가지 요소들이 균형감을 이룰 때 가장 행복하게 살 수가 있거든요. 균형감이 유지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이현웅: 오늘 말씀은 이렇게 정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잘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조성준 강북 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와 함께했습니다.

[저작권자(c) YTN radio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목록
  • 이시간 편성정보
  • 편성표보기
말벗서비스

YTN

앱소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