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라디오생활
  • 방송시간 : [월~금] 10:30~11:30
  • 진행: 박귀빈 / PD: 이은지 / 작가: 김은진

인터뷰 전문

"반도체 국가핵심기술 중국에 빼돌린 일당, 아슬아슬 드라마 같았던 검거 현장"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23-02-08 15:48  | 조회 : 1092 
YTN라디오(FM 94.5) [YTN 뉴스FM 슬기로운 라디오생활]
□ 방송일시 : 2023년 2월 8일 (수요일)
□ 진행 : 이현웅 아나운서
□ 출연: 김지언 특허청 기술경찰과 사무관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현웅 아나운서(이하 이현웅): 슬기로운 생활을 위한 "생활백서", 매주 수요일은 대한민국 특허청과 함께하는 '독특허지~ 기특허지~' 시간입니다. 기술패권 시대, 반도체 등의 국가핵심기술이 국가안보를 좌우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데요. 이렇게 중요한 핵심기술을 해외로 빼돌리려던 일당이 적발됐는데, 그걸 바로 특허청 기술경찰이 해냈다고 합니다. 특허심사뿐 아니라 기술안보까지 책임지는 특허청 기술경찰, 어떤 일을 하는 분들인지 특허청의 김지언 사무관 모시고 이야기 들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 김지언 특허청 기술경찰과 사무관(이하 김지언): 안녕하세요. 

◇ 이현웅: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 김지언: 저는 특허청 기술경찰과의 김지언 사무관이라고 합니다. 변호사이면서 특허심사경력도 있어서, 이를 바탕으로 기술침해 사건 수사를 하고 있습니다. 

◇ 이현웅: 이번에 국가핵심기술을 해외로 빼돌리려던 조직을 잡으셨다던데,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 김지언: 반도체 웨이퍼 연마에 관한 국가핵심기술과 첨단기술을 중국에 유출하려 한 일당 6명을 전원 검거하였고, 특히 그 중 죄질이 안 좋은 주범 3명을 특허청 수사단계에서 구속하여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올해 1월, 검찰이 그 6명을 모두 기소하면서, 최종적으로 재판에 넘겨지게 된 것입니다. 

◇ 이현웅: 반도체 웨이퍼 연마란 어떤 기술인가요?

◆ 김지언: 반도체를 제조할 때 웨이퍼가 필요한건 다들 아실 거예요. 동그랗고 얇은, 피자 도우같이 생긴 기판입니다. 이 기판 표면이 평탄해야 그 위에 회로가 정확히 그려지고 불량이 안 생겨요. 그러려면 웨이퍼 표면을 패임이나 튀어나옴 없이 매끄럽게 갈아내야 하는데 이 공정을 반도체 웨이퍼 공정이라고 하고, 반도체 정밀도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기술에 해당합니다.때문에 반도체 연마 공정 기술은, 해외로 유출될 경우 국가의 안보나 국민경제에 중대한 악영향을 줄 있는 국가핵심기술에 포함돼 있습니다.


◇ 이현웅: 이렇게 중요한 기술이 해외로 넘어갈 뻔했던 거군요. 누가 왜 이런 일을 하려 했던 겁니까?

◆ 김지언: 국내 대기업에 다니던 A라는 사람이 핵심인물인데, 이 분이 임원 진급에 떨어지고, 중국의 한 반도체 소재업체와 반도체 웨이퍼 연마액을 생산하기로 동업 약정을 맺었어요. 그 중국회사는 웨이퍼 연마에 대한 기술이 전혀 없던 회사였어요. 결국 우리나라의 연구인력을 통해 기술을 제공하는 내용이었던 거죠. A씨가 브로커를 통해 경력이 풍부한 국내 연구원들을 포섭해서 그 업체로 이직시켰고, 국내에 있으면서 위챗 등으로 중국 내 공장 구축 및 생산을 총 지휘하다가, 자신도 국내회사를 그만두고 중국회사의 사장직으로 이직했어요. 그 과정에서 국내 3개 반도체 회사의 국가핵심기술과 첨단기술이 중국으로 유출된 것입니다.

◇ 이현웅: 처음에 어떻게 이런 정황을 포착하시게 된 건가요?

◆ 김지언: 사실 처음에 포착한건 A가 아니라, A에 의해서 중국으로 이직한 연구원에 대한 것이었어요. 작년 초에, 국정원 직원들이 특허청에 찾아왔는데, 국내 중견기업에 있던 연구원 2명이 모 중국업체로 이직했고, 기술을 유출한 것 같으니 수사가 필요해 보인다라고 저희한테 의뢰를 한 거예요. 그때만 해도, 국정원에서도 이렇게 줄줄이 여러 명이 엮여 있는 줄은 몰랐었고, 다만 그 두 명이 좀 의심스럽다는 거였죠.  증거를 모아서, 이 사람들이 중국에 있다가 한국에 잠시 오기만을 기다렸다가, 귀국하자마자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했죠. 근데 증거를 까보니, 연구원을 이직시킨 핵심 설계자와 브로커 등, 관련된 사람들과 피해회사인 대기업 등이 줄줄이 더 나온 거예요. 

◇ 이현웅: 적발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 김지언: 가장 다이내믹했던 기억은 미행을 했을 때였습니다. 중국에 있던 연구원 하나가 ‘4월 말에 들어온다’는 정보를 입수해서, 이 사람이 탈만한 항공편을 검색해보니 딱 하나가 나왔어요. 그날을 디데이로 잡고 공항에서 영장을 집행하기로 했어요. 근데 막상 영장발부가 늦어진 거예요. 그래서 일단 영장 없이 4명이 인천공항에 갔어요. 공항경찰 협조를 받아서 짐찾는 곳 입국장까지 들어갔는데, 막상 영장이 없으니 집행을 할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거기서부터 미행을 시작했어요. 저랑 다른 친구 하나는 그 사람을 따라서, 버스, 기차, 택시 등등 계속 따라갔고, 다른 2명은 승용차로 따라갔죠. 미행하는 중에 영장이 발부되었단 전화를 받았고, 후발대 2명이 영장을 들고 합류했어요. 결국 그날 저녁에 영장을 집행할 수 있었죠. 아슬아슬했지만, 이게 어느 순간 놓칠 수도 있고, 일이 어디서 어그러질지 모르는데, 드라마처럼 딱딱 맞으면서 최종적으로 검거를 하게 되어서 짜릿한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 이현웅: 기술경찰은 기술범죄 수사에 특화된 조직이라고 들었는데, 어떤 분들로 구성돼 있는지? 

◆ 김지언: 저 같은 변호사뿐만 아니라, 변리사도 다섯 분이나 계시고, 법학, 공학, 약학, 디자인 분야 박사소지자도 있고, 무엇보다 대부분의 수사관이 특허심사나 심판 경력이 있는 분들이에요. 인원이 22명밖에 안되지만 출범 3년 만에 검찰에 접수되는 기술침해 사건의 약 19.6%를 담당(’21기준)하고 있으니, 기술범죄 수사에 있어서는 소수정예 부대 같은 조직이죠. 

◇ 이현웅: 변호사이신데 경찰로 일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기술경찰로 일하며 느낀 점이나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 김지언: 저도 사실 제가 경찰일을 하게 될 것은 전혀 생각도 못했거든요. 현장을 뛰어다니고, 잠복하고, 미행하고, 압수수색하고, 매일 압수물을 들여다보며 눈이 빠져라 증거를 찾고, 수갑도 채우고, 교도소도 가구요. 드라마에서만 봤는데, 이걸 어느 순간 다 하고 있더라구요. 
기술경찰로 일한지 올해 2월로 딱 2년이 됩니다. 그 중 1년은 이 사건에 집중적으로 매달렸어요. 기술경찰이 2019년 출범하고, 다른 해외기술유출 사건도 해결하였지만, 구속은 제가 작성한 구속영장신청서가 기술경찰과의 첫 구속영장이었어요. 이 사건 수사를 하면 할수록 해외기술유출이 얼마나 심각한지 현장에서 많이 느꼈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중에도 피의자가 중국인과 연락하며 기술유출을 도모하는 정황이 발견되어서, 구속만이 이걸 중단시킬 수 있을 거란 생각에 구속이 정말 절박했습니다. 근데 처음이라 맨땅에 헤딩하는 것처럼 너무 어렵고 힘들었구요. 결국 구속영장이 발부되었을 때, 최선을 다했다라는 생각이 들면서 너무 보람 있었습니다. 

◇ 이현웅: 정말 중요한 일을 하고 계신데,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씀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 김지언: 사실 다른 일도 그렇겠지만, 수사 역시 결과는 항상 원하는 대로 나오진 않아요. 열심히 준비해서 현장에 갔지만 증거를 못 찾을 수도 있고, 혐의자가 이미 선수 쳐서 숨겨 놓을 수도 있고, 경찰입장에서 열심히 수사했더라도 검찰이나 법원에서 법적으로 판단하는 건 또 다를 수 있거든요. 그냥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그때그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만 끝까지 다한다 생각하고 달리고 있습니다. 저희 기술경찰은 이렇게 결과가 나온 사건 외에도 크고 작은 다양한 기술범죄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불철주야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이현웅: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특허청 김지언 사무관이였습니다.

[저작권자(c) YTN radio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목록
  • 이시간 편성정보
  • 편성표보기
말벗서비스

YTN

앱소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