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라디오 YTN
  • 방송시간 : [토] 20:20~21:00 / [일] 23:20~24:00 (재방)
  • 진행 : 최휘/ PD: 신동진 / 작가: 성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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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폭우 쏟아진 날..'집중호우'도 정쟁화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22-08-16 10:41  | 조회 : 825 
[열린라디오 YTN]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22년 8월 13일 (토요일)
■ 진행 : 김양원 PD
■ 대담 : 김언경 뭉클 미디어인권연구소 소장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수도권 폭우 쏟아진 날..'집중호우'도 정쟁화

- 정부와 서울시에 재난 대응 미흡함 지적하고, 폭우 대비 심층보도 뒤따라야


◇ 김양원 PD(이하 김양원)> 한 주간 뉴스를 꼭꼭 씹어보는 시간, 미디어 비평입니다. 오늘은 김언경 뭉클 미디어 인권연구소장과 전화연결 되어있습니다. 안녕하세요. 

◆ 김언경 소장(이하 김언경)> 안녕하세요. 

◇ 김양원> 지난주 수도권과 중부 지역의 집중 폭우로 많은 피해가 발생했죠. 그중에서도 침수에 취약한 반지하에 살던 가족이 사망한 소식이 전해져서 많은 시민이 참담한 애도의 뜻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번 한주는 아무래도 폭우 피해 보도를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 김언경> 네, 일단 제가 이번 주제를 정하는 과정에서 고민을 좀 했습니다. 사실 이번 폭우 관련한 재난 보도의 문제점을 제기한 평가는 그다지 많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일부에서는 폭우로 그야말로 생사가 오갈 지경인데 텔레비전에서는 정규방송을 하고 있다며 비판하시는 SNS 등의 시청자 목소리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재난주관방송사인 KBS의 폭우 관련 보도에 대해서는 별다른 비판의 지점이 없었습니다. KBS 시청자게시판이나 SNS 등을 봐도 특별히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없었습니다. 도리어 수도권 이외의 지역에 계시는 분들은 수도권 폭우 보도가 너무 많다고 하는 의견이 있을 정도였습니다. 뭘 그렇게까지 생각하냐 싶으시겠지만, 2020년 7월 부산에서 기습적인 집중 폭우로 큰 인명, 재산 피해가 발생했을 때요. KBS가 정규방송을 하는 바람에 수도권만 중심으로 삼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있었거든요. 그러다보니 이번 수도권 폭우에서는 보도량이나 보도에 대해 많은 시간 할애했다고 평하는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 김양원> 재난방송으로서 대응은 적극적으로 보였다... 그야말로 역대급 폭우가 큰 피해를 낳기도 했고, 모든 언론사들이 폭우 피해 상황을 앞다퉈 보도했는데요. 전반적인 언론보도는 어떻게 보셨어요?

◆ 김언경> 이번 수도권 폭우 보도의 경우 짧은 시간에 많은 비 피해가 있었습니다. 따라서 8일 오후에는 대부분의 언론 보도가 시민의 제보 영상이나 제보 문자 등에 의존해서 이를 전달하는 내용들이 많았어요. 이 때문에 기자들의 발로 뛰는 보도가 부족하지 않았냐는 지적도 있었는데요. 하지만 전 국민이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찍고 제보할 수 있는 상황이다 보니 이런 미디어 환경에서 가장 발 빠르게 피해 상황을 전할 수 있는 방식을 적극 활용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더 많은 제보 영상을 받고 그것을 빠르고 적극적으로 검토해서 알릴 필요가 있다고도 생각합니다. 다만 KBS 시청자게시판에 있는 글을 하나 봤는데요. 8일 밤 10시부터 11시 30분까지 진행된 「KBS 뉴스특보」에서 한 시청자가 제보한 영상에 ‘경기도 고양시 대화동’이라고 자막 표기됐는데, 해당 장소는 대화동이 아닌 탄현역 부근이었다는 시청자 의견이 있더라고요. 시청자들이 제대로 대피할 수 있게 보다 제보받은 영상의 진위여부나 제대로 된 위치에 대한 확인 등 정확한 정보 확인이 필요하겠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 김양원> 이번 기록적인 폭우에 인명피해까지 잇따르면서 정부의 부실한 대응에 대한 비판도 잇따랐죠?

◆ 김언경>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운영하는 뉴스빅데이터 분석 사이트인 빅카인즈에서 8월 9일부터 10일까지 대통령과 폭우를 동시에 언급한 보도를 찾아보면 590건이었습니다. 이 중에서 가족 3명이 숨진, 대통령이 신림동 반지하 주택을 방문한 보도는 151건이었습니다. 그런데 당시 대통령의 발언이 논란이 됐죠. “제가 퇴근하면서 보니까 벌써 다른 아파트들이 아래쪽 아파트들은 벌써 침수가 시작이 되더라고 그러니 뭐, 그러니까 제가 있는 아파트가 약간 언덕에 있는데도 그 정도니까”라는 발언을 담은 보도는 20건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보도 중 중 6건만 이 발언을 전하면서 ‘논란’이라고 칭했습니다. 예를 들어 부산일보는 8월 9일 [윤 대통령 "퇴근하면서 보니 다른 아파트 침수 시작" 발언 논란]에서요. “윤 대통령의 발언은 기록적 폭우에도 전날 자택에서 근무한 것을 두고 비판이 쏟아지는 가운데 나와 논란이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윤 대통령의 자택 상황 대응을 지적하는 목소리를 담았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보도는 윤 대통령의 대응 그 자체를 스케치처럼 전하거나, 조금 나아가서 민주당 측의 비판의 목소리를 함께 담아 그야말로 기계적 균형을 지킨 보도들이었습니다. 그 중 제 눈에 띈 보도는 중앙일보의 8월 9일자 보도였는데요. 제목이 [尹 첫 재난 대응 시험대…'일가족 참변' 반지하도 들어갔다]였고요. 기사에서는 “윤 대통령은 이 주민을 감싸 안으며 위로한 뒤 아직 물이 빠지지 않은 사고 현장으로 내려가 주인을 잃은 채 널브러진 집기들을 살펴봤다”고 전했습니다. 대통령의 행보를 전하면서 반지하도 내려갔다는 제목을 사용하거나 물이 빠지지 않은 사고 현장으로 내려가 집기들을 살펴봤다.. 이런 표현을 매우 상세하게 사용했다는 것은 그야말로 대통령 홍보 같다는 인상을 짙었습니다. 

◇ 김양원> 폭우 당일 대통령의 행보나 대응을 놓고는 최근 낮은 국정지지율 때문일까요, 필요 이상으로 정쟁화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던데요. 

◆ 김언경> 실제로 야당이 대통령 행보에 대해 쓴소리를 한 것은 맞습니다. 그리고 비판을 받을만 했고요. 대부분의 언론 보도는 대통령실과 야당의 공방을 중계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이렇게 '정쟁화'를 한 것은 언론이다..하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예를 들면 세계일보 10일자 보도 [“퇴근길에 보니 벌써 침수가…” 尹… “그걸 보고 퇴근?” VS “비 오면 퇴근 안 하나?”] 이런 식인데요. 그나마 이 보도는 VS 구도로 야당과 대통령실의 주장을 동등하게라도 다룬 제목이죠. 아예 대통령실은 반박을 받아쓰는 보도도 있었습니다. 연합뉴스의 9일 보도 ['尹 자택 고립' 野비판에…대통령실 "터무니없는 거짓"‘처럼 야당의 주장을 실어주면서 대통령실의 반박을 주로 받아쓰는 형태였습니다. 대통령의 행보에 대해 짚어보기는커녕 감싸주는 보도들이 많았지만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조선일보의 9일 보도 [윤 대통령 서초동 자택 주변 침수…새벽까지 전화로 상황 챙겨]입니다. 이 보도는 “윤 대통령의 자택 서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주변은 시간당 100㎜ 넘게 비가 쏟아지면서 폭우 피해가 잇따랐다. 서초동의 한 맨홀이 열리면서 행인이 맨홀 안으로 빠져 구조되는 사고가 발생했고, 근생시설 지하상가 통로로 사람이 휩쓸려갔다는 신고가 접수돼 소방당국이 수색 작업을 벌이고” 등 대통령 ‘주변 침수로 못 갈 수밖에 없는 상황’임을 적극적이고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한편 또 하나 어색한 보도는 9일자 SBS <"재난 대응엔 정치적 이견 없어야"…바이든, 켄터키 방문>인데요. 이 보도는 켄터키 주 홍수 피해를 두고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재난에 대응하는 데 정치적 이견이란 있을 수 없다며 모두가 한 팀이라고 강조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워싱턴 특파원의 보도였는데요. 이 보도는 액면 그대로는 미 바이든 대통령의 홍수대응으로 보이지만요. ”재난 대응엔 정치적 이견 없어야“라는 내용이 보도제목, 앵커멘트, 기자멘트 바이든 대통령 발언으로까지 담긴 SBS 보도를 보면서 저는 왠지 국내 상황과 연결지어 재난에 정치적 공방을 하지 말자는 메시지로 들리기도 했습니다. 

◇ 김양원> 신문의 사설이나 의견 기사는 어땠나요? 

◆ 김언경> 이번 폭우 관련한 신문 사설은 총 13건이었는데요. 조선, 중앙, 동아, 국민, 서울, 문화, 서울경제 등 주요 보수경제지는 사설이 없었습니다. 사설의 내용은 ‘반지하 대책, 주거취약층 대책’ 촉구, 기후위기 대응 촉구 등 다양했습니다. 그러나 폭우와 관련해 대통령의 행보 등에 대해 지적하는 사설은 없었습니다. 한편 이번에 ‘반지하’를 언급한 폭우 보도가 180건이나 되는데요. 이들 대부분은 8월 10일지하와 반지하를 주거용도 불허할 방침을 내놓은 오세훈 시장 언급을 받아쓴 보도들이었습니다.

저는 이번 수도권 폭우 관련 언론 보도에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정부와 서울시에 재난 대응의 미흡함을 적절하게 지적하지 않고 야당의 정치 공방인 양 보도하는 양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언론 스스로 폭우 대비에 대한 심층적 보도가 미흡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 김양원> 이전엔 청와대가 대통령 주거와 업무 공간 역할을 동시에 했기 때문에 이런 논란은 적었는데... 대통령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대국민 사과를 했지요. 

◆ 김언경> 오세훈 서울시장은 9일 오전에 "어떤 경우에도 시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시장으로서 희생자와 유가족 그리고 불편을 겪으신 피해 시민들께 죄송하다"고 사과했습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달랐습니다. 9일 오전 대통령실 관계자는 출입 기자들에게 "대통령이 보이지 않았다거나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았다는 오해가 없길 바란다"고 주장했습니다. 강인선 대변인은 "재난 상황마저 정쟁 도구화를 시도하는 민주당 조오섭 대변인 논평에 유감을 표한다"며 반박 성명을 냈습니다. 특히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은 9일 KBS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비에 대한 예고가 있다고 해서, 대통령이 퇴근을 안 합니까”라더니 “대통령이 계신 곳이 곧 상황실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한마디로 대통령의 대응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실의 메시지가 안일하고 고압적이기까지해서 국민에게 더 큰 실망을 안겨준 셈입니다. 
10일에 윤 대통령께서 “집중호우 피해와 관련해서 불편을 겪은 국민들에게 정부를 대표해서 죄송한 마음이다”라고 사과를 했는데요. 대통령실 관계자가 이 메시지를 두고 "사과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가 "그건 사과가 맞다"고 정정했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서 이번 홍수에서 대통령실의 대응이 많이 미흡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언론이 이런 문제를 지적했는가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언론은 무엇보다 정치 권력이, 정부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가를 감시하는 역할을 해야 마땅하니까요. 

◇ 김양원> 사실 기후 위기가 좀 더 가속화되어가고 있는 현실에서 폭우나 가뭄 등 기후재앙과 관련된 정부의 근본적 대책이 매우 시급하고, 이를 이끌어 내기 위한 언론 보도도 중요한데요. 대책 관련 보도는 어땠나요?

◆ 김언경> 8일부터 10일까지 ‘서울시 수방 예산’ 관련 보도는 78건 정도였습니다. 많은 보도량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이들 보도는 비교적 비슷한 수준으로 서울시의 수방 및 치수 예산에 대한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다만 오세훈 시장의 책임을 강조하는 보도와 민주당 시의회가 감액한 책임을 묻는 보도가 엇갈렸는데요. 이것마저 정쟁화하기 보다는 수방 관련 대책을 보도해야하지 않았나 싶어요.
이런 보도 중에서 가장 맘에 드는 보도는 10일자 OBS [앵커포커스/물폭탄에 속수무책…수해 대책 다시 세워야]인데요. 일종의 방송 논평이라고 할 수 있는 이 보도는 오시장과 민주당 시의회를 둘러싼 지적을 언급하면서도 “2030년 한국의 5% 이상이 물에 잠기고 332만 명이 침수 피해를 보고 김포공항도 침수된다. 대한민국 기후위기, 수도에서부터 시작됐다는 국제 환경단체의 발표, 이미 작년 일입니다. 오 시장, 송구하다 고개 숙일 때 아닙니다. 예상치를 벗어난 물 폭탄은 언제든지 들이닥칠 수 있는 만큼 수해 대책 다시 세우고 재해 앞 더 약자가 되는 취약계층 보호 방안을 내놓을 때”라고 강조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가지만 더 말씀드리면 이번에 치수 관련한 보도와 더불어 반지하 주거관련 대책에 대해서 언론의 보도들이 많았는데요. 이런 보도들이 폭우 당시에만 반짝 나오고 잊혀지는 것이 아니라 언론이 이런 대책이 정말 마련되고 현실화되고 있는지 꾸준하게 점검하고 감시하는 보도를 내놨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 김양원>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 김언경> 감사합니다. 

◇ 김양원> 지금까지 김언경 뭉클 미디어 인권연구소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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