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라디오 YTN
  • 방송시간 : [토] 20:20~21:00 / [일] 23:20~24:00 (재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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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못 죽인 게 한?" 범죄자의 시각 담는 사건보도 [미디어비평]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21-09-20 07:51  | 조회 : 2387 
[열린라디오 YTN]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21년 9월 18일 (토요일)
■ 진행 : 김양원 PD
■ 대담 : 김언경 뭉클미디어인권연구소 소장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미디어비평] "더 못 죽인 게 한?" 범죄자의 시각 담는 사건보도

- 살인혐의 피의자의 악마성 발언과 태도, 그대로 전하는 보도행태
- '17세 소년범은 어떻게 괴물이 됐나'...가해자의 특별한 개인사 부각, 서사를 부여하는 보도
- 범죄자의 발언을 실시간으로 받아써, 원인 오락가락하는 보도
- '강윤성, 사이코패스일까'...정신질환 연결해 개인 귀책사유로 인식시키는 보도
- 언론인권센터, 강력범죄 보도.. 사회구조문제로 접근해야

◇ 김양원 PD(이하 김양원)>  한 주간 뉴스를 꼭꼭 씹어보는 시간, 미디어 비평입니다. 오늘은 김언경 뭉클 미디어 인권연구소장과 전화연결 되어있습니다. 안녕하세요.

◆ 김언경 소장(이하 김언경)> 안녕하세요.

◇ 김양원> 오늘은 인권감수성으로 어떤 뉴스를 살펴볼까요?

◆ 김언경> 지난 9월 8일 시민단체 언론인권센터에서 <강력 범죄 사건 보도, 사회 구조 문제로 접근해라>라는 제목의 논평을 발표했습니다. 이 지적에 매우 공감하기 때문에 이를 소개해드리고 이참에 강력범죄 사건 보도의 문제점을 짚어보려고 합니다.

◇ 김양원> 강력범죄 사건 보도의 문제점, 언론인권센터는 어떤 점을 지적했습니까?

◆ 김언경> 언론의 범죄사건을 흥미로운 소재로 자극적이게 다루는 보도 행태가 계속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입니다.
먼저 살인혐의 피의자의 발언을 그대로 제목으로 인용하거나 범죄 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보도행태를 지적했는데요. 예를 들면 최근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한 뒤 두 명을 살해했다고 자백한 강윤성이 한 말을 제목으로 사용한 경우를 지적했습니다. 이번에 강윤성 역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마치고 나온 뒤 기자들이 범행 동기 등을 묻자 “더 많이 죽이지 못한 게 한이 된다”고 했고, “보도를 똑바로 하라. 나는 진실만을 말한다”며 욕설을 하고 취재진의 마이크를 손으로 치거나 발로 차는 등 난폭한 행동을 보였습니다. 대부분의 언론이 이런 그의 행동과 말을 부각했고, 제목으로 뽑았습니다. 언론인권센터에서는 서울신문 기사 제목을 사례로 들었는데요. 제가 찾아보니까 KBS, SBS, 채널A, 중앙일보, 조선일보, 동아일보 등 그의 발언을 제목으로 뽑은 언론사는 정말 많았습니다.

◇ 김양원> 범죄자의 악마같은 발언이나 태도를 언론에서 보도하는 것, 범죄자에겐 득이 될 게 있을까 싶기도 한데 그런 보도가 왜 문제가 되는 걸까요?

◆ 김언경> 언론인권센터는 논평에서 이런 식의 보도는 범죄 사건에서 피해자를 지우고 범죄자의 시각으로 범죄 사건을 재구성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사실 이런 식으로 범죄사건 용의자에게 마이크를 주고, 그의 서사를 부각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비판은 N번방 사건 당시 박사 조주빈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때마다 대서특필되었을 때부터 강한 비판을 받았습니다.

◇ 김양원> 기억이 납니다, 조주빈의 학창시절, 대학 동창들의 인터뷰까지 동원해서 서사적으로 보도했다는 비판이 일었죠.

◆ 김언경> 네, 이처럼 가해자의 특별한 개인사나 악마성을 부각하는 보도는 가해자중심의 서사성을 부여하고 성착취 범죄의 심각성에 대한 본질을 흐린다는 것입니다.
한기봉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윤리위원은 작년 3월에 칼럼에서 뉴질랜드 저신다 아던 총리의 일화를 소개했는데요, 함께 공유해봅니다.

2019년 3월 15일 뉴질랜드의 이슬람 사원 두 곳에서 반이슬람주의자이자 백인우월주의자인 호주 국적의 한 남자가 총을 난사해 17분간의 총기 난사에 51명이 죽고 49명이 다치는 큰 테러사건이 있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테러 명분을 알리려고 치밀하게 준비해서 머리에 카메라를 메고 테러 장면을 페이스북으로 생중계했고, 범행 직전에는 자신의 성명서를 인터넷에 올렸고 이를 저신다 아던 총리 등 70명에게 보냈다고 합니다.
이때 저신다 아던 총리는 의회 연설에서 “그는 테러를 저질러 악명을 얻으려 한 한낱 테러리스트이고 범죄자다. 나는 결코 테러리스트의 이름을 부르지 않겠다. 테러범의 악명만 높아진다. 나는 범인을 이름 없는(nameless) 존재로 만들겠다”라고 연설했습니다. 또한 총리는 “범인이 법정을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퍼뜨릴 장소로 삼으려 한다. 재판이 비공개로 진행되길 바란다”고 말할 정도로 범인이 마이크나 카메라 앞에 서는 걸 반대했습니다. 페이스북에도 테러순간의 동영상이 퍼지지 않도록 철저하게 삭제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합니다.

◇ 김양원> 네, 테러리스트가 악명을 떨치도록 그냥 두지 않겠다... 이번 전자발찌 살해범 강윤성이 ‘더 죽이지 못한 게 한이된다’고 했을 때 여러 범죄심리전문가들은
강윤성이 유명세를 타고 싶어서 이런 호언을 한다고 분석했던데요. 뉴질랜드 총리는 이런 범죄자의 심리를 잘 간파해서 대처한거네요.

◆ 김언경> 그렇습니다. 우리 언론은 범죄 사건이 벌어지면, 즉각적으로 시민의 분노를 자아내게 하거나, 흥미를 가질만한 내용 위주로 무조건 보도하려는 태도를 보입니다. 그런 보도가 사회문화적으로 어떤 문제를 가질지, 피해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범죄를 미화하거나 범죄자를 영웅으로 만들거나, 더 나아가 모방범죄가 생길 수 있다는 점 등을 생각하기보다는 그냥 당장 시민이 클릭을 할 것이냐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이번 강윤성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그가 욕하는 것, 사회 탓하는 것 등을 거의 그대로 들려주는 수준으로 전달한 언론이 많습니다. 동아일보의 9월 1일자 보도 <“더 못 죽인 게 한” 17세 소년범은 어떻게 괴물이 됐나>처럼 강윤성의 타임라인을 정리하면서 상세하게 설명하는 보도들도 있었습니다.

◇ 김양원> 게다가 범죄 동기에 대해서도 범죄자의 발언을 실시간으로 받아써서 오락가락하기도 했죠.

◆ 김언경> 네 그렇습니다. JTBC는 8월 29일 단독으로 <'여성 2명 살해' 성범죄 전과자 "성관계 거부해 죽였다">라는 제목으로 보도했습니다. JTBC는 취재 결과 강 씨가 "성관계를 거부했다"고 경찰에 진술한 걸로 JTBC 확인됐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런데 이후 강윤성이 그게 아니고 금전적인 이유라고 주장해서 이번에는 대부분의 언론이 “돈 때문에 범행”이라는 따옴표로 제목을 뽑았습니다. 과연 이런 내용을 이렇게 빠르게 확인해서 보도할 필요가 있었을까요? 성관계를 거부해서인지, 돈 때문인지 지금 범죄자가 횡설수설하는 말을 그때마다 우리 국민이 실시간으로 알아야 할까요? 심지어 이런 내용은 서울신문, 국민일보, 뉴스1. 서울경제, 이데일리, 머니s 등에서 속보로 보도했습니다. 이데일리는 [속보] 마스크 낀 강윤성 "살해동기는 돈 때문...성관계 거부해서 살해 X"로 냈습니다. 이런 제목들을 보면 정말 강윤성의 입에 기대는 언론의 행태에 허탈한 느낌이 드는데요.   매일경제는 9월 1일 <단독 “인권침해 당했다” 적반하장 전자발찌 살인범>에서 강윤성이 출소 이후 자신이 인권침해를 당했다면서 언론에 제보를 했다는 등의 내용도 상세히 보도했습니다.
이런 식의 가해자 서사가 정말 공익적 이익이 될까요? 그저 언론사의 클릭장사에 도움이 되니까 그러는 건 아닐까요.

◇ 김양원> 강윤성 관련 보도에서 이 사람이 사이코패스인가 아닌가를 진단하는 보도들도 많았어요. 이런 점은 어떻게 봐야 할까요?

◆ 김언경> 일단은 침착하게 보도해야 합니다. 수사기관의 공식적인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가해자의 정신·심리상태를 분석한다며 병명을 언급하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며 위험한 발언일 수 있습니다. 언론인권센터는 이런 보도행태가 결국 사건의 본질에 집중하기보다 가해자의 성격, 병력 등 개인적 사유에 집중하게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YTN의 9월 4일 보도 <죄책감 없는 공격성...강윤성, 사이코패스일까?>와 뉴시스 등이 사이코패스인가 아닌가를 진단하는 보도를 했습니다.
이렇게 정신질환 등을 연결해서 하는 보도는 범죄를 특정 개인의 귀책 사유로 인식시킬 뿐 사회 구조의 문제로 인식하지 못하게 한다고 언론인권센터는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번 범죄 사건들은 개인의 일탈이 아닌 재사회화 기관의 역할 부재나 수사기관의 미흡한 대처로 발생한 것임을 분명히 해야한다고 지적했습니다.

◇ 김양원> 전자발찌 살해범 강윤성 뿐 아니라 최근엔 이 기사도 논란이 됐습니다, ‘일본도로 장인 앞에서 아내살해’... 정말 끔찍한 장면인데요.

◆ 김언경> 네, 지금 ‘장면’이라고 말씀하셨는데.. 범죄사건을 정말 영화처럼 상상하게하는 기사 제목이었죠. 범죄 도구인 ‘1m 일본도’와 ‘장인 앞에서’라는 범죄 현장을 지나치게 강조하며 사건 당시를 떠오르게 하는 단서들을 필요 이상으로 제공하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인데요.
반면 피해자에 대해서는 수동적인, 가정폭력의 희생자 정도로 단순하게 접근하고 있습니다.
아시아경제는 피해자 지인이라고 밝힌 커뮤니티의 글을 사실 확인 없이 그대로 인용하며 사건 당시의 정황을 자극적으로 보도했습니다. 범죄에 대한 정보 제공을 넘어서 범죄 현장을 여과 없이 전달하며 폭력적으로 보도했다는 것입니다.

◇ 김양원> 최근에는 CCTV가 많아지면서 범죄나 폭력장면을 언론이 그대로 보여주는 경우도 많은 것 같아요.

◆ 김언경> 네, CCTV 영상 등 폭력장면을 보여주는 것도 여전합니다. 올 1월에 경기도 의정부경전철과 지하철 안에서 남자 청소년이 노인 승객을 폭행하는 장면을 담은 영상이 인터넷에 유포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나선 일이 있었습니다. 이 사건을 보도하는 언론사들이 인터넷판 보도에서 폭행과 폭언이 담긴 영상을 동영상을 게재했습니다. 신문윤리위원회는 패륜에 가까운 범행의 양상과 심각성을 보도하더라도 굳이 잔혹한 폭행과 폭언이 고스란히 담긴 영상을 게재할 필요가 없으며 얼굴을 가림처리 하더라도 폭행 피해자를 동의 없이 부당하게 노출했다고 볼 수 있다면서 이런 영상을 보도한 언론사 4곳에 주의조치를 내렸습니다. 제가 확인해보니 이중에서 조선닷컴은 <전철서 노인 목조르며 “쳐봐!”... 가해자는 중 1, 처벌 못한다고?>에서 여전히 화면을 웹사이트에 올려두고 있고요. 타사는 영상을 내렸습니다.

◇ 김양원> 네 오늘은 범죄보도를 전하는 언론의 보도행태를 점검해봤는데... 범죄 가해자의 시각에서만 보도하는 언론의 선정성도 문제지만, 미디어 소비자들이 이런 보도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는 것도 중요하지 않을까요?

◆ 김언경> 그렇습니다. 언론사에만 가이드라인이나 보도준칙을 만들고 지키라고 하기 전에 우리 사회가 조금 더 진지하게 비판적인 자세로 감시하는 노력이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 김양원>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 김언경> 감사합니다.

◇ 김양원> 지금까지 김언경 뭉클 미디어 인권연구소장이었습니다.


김양원 PD[kimyw@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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