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식탐, 이혼 사유 되나요?"

YTN라디오(FM 94.5) [양소영 변호사의 상담소]

□ 방송일시 : 2021년 7월 27일 (화요일)
□ 출연자 : 이인철 변호사

-변한 게 아니라 원래 모습
-연애할 때 폭력성·중독성향 등 감추는 경우도
-게임·음주를 같이 해보며 중독성향 파악할 수 있어
-애정이 식거나 성격 차이 등 민법상 이혼사유 포함 안 돼
-협의이혼만 가능, 대화 통해 극복해야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양소영 변호사(이하 양소영): 화나고, 답답하고, 억울한 당신의 법률고민, 함께 풀어볼게요. 오늘은 이인철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안녕하세요? 

◆ 이인철 변호사(이하 이인철): 네, 안녕하세요. 

◇ 양소영: 오늘 준비된 사연 만나본 후에 이인철 변호사와 함께 하는 상담 진행해볼게요. ‘결혼한 지 2년 정도 되었습니다. 아직 아이는 없고요. 저희부부, 평범해 보이는 맞벌이부부지만 제겐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한 고민이 있습니다. 이런 마음을 돌려보려고 애를 써 보았지만 잘되지 않고 점점 심각해집니다. 사실 저는 식탐 많은 남편이 너무 싫습니다. 게다가 어찌나 더럽게 허겁지겁 먹는지 같이 밥 먹는 자체가 괴로울 정돕니다. 어쩌다 둘 다 일찍 집에 들어오면 남편만 밥을 차려주거나, 배달음식을 시켜주고 저는 안 먹게 되더라고요. 남편의 밥 먹는 모습을 보기만 해도 정말 있는 정 없는 정 다 떨어집니다. 왜 이런 걸까요. 연애할 때도 많이 먹는다 싶었지만 그땐 먹는 모습이 그렇게 보기 싫지 않았는데, 지금은 남편의 먹는 모습이 혐오스럽기까지 해요. 식사시간에 남편을 피하다보니 대화도 줄고 자연스럽게 부부관계도 줄어들고요. 아이도 없는데 이혼을 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런 이유로도 이혼이 될까요?’ 사실 연애와 달리 결혼은 현실이고 생활이다 보니까 식탐 많은 남편 때문에 이혼을 생각한다는 사연이었는데요. ‘이렇게 사소한 일로 이혼까지 해?’, 이렇게 생각하는 분들도 당연히 있으실 것 같습니다. 연애할 때는 그렇게 신경이 안 쓰였는데, 지금 결혼하고 나니까 사람이 변한 것 같기도 하고요. 어떻습니까, 많이 변한다고 하잖아요?

◆ 이인철: 제가 보기에는 아내 분이 남편에 대한 사람이 식은 것 같아요. 왜냐하면 사랑하면 상대방이 먹는 모습도 예뻐 보이지 않습니까. 연애할 때 밥 먹다 옆에 밥풀이 묻었다고 하면 귀여워 보이잖아요. 떼서 먹여도 주고요. 연애할 땐 알콩달콩 상대방이 먹는 모습까지 예뻤는데, 결혼하고 나니까 상대방이 미우니까 밥 먹는 꼴도 보기 싫은 거예요. 

◇ 양소영: 그러니까 입에 붙었던 밥풀이 귀여웠는데 이제는 더러워 보이죠. 

◆ 이인철: 네, 저런 사람이었나, 실망하기도 하는데 사실 사람의 마음가짐이 중요한 게 아닌가, 그 사람이 예뻐 보이고 멋있어 보이면 밥 먹는 것도 빨리 먹을 수도 있고 허겁지겁 먹을 수도 있는데 그 사람 나쁜 점만 보는 거니까 단점만 보이는 거죠. 

◇ 양소영: 그런데 또 반대로 생각해보면 상대방이 이런 모습을 너무 감추고 있었다는 걸로 보일 수도 있잖아요. 연애할 때는 감추고 좋은 모습만 보이다가 결혼하고 나니까 상대방에 대해서 배려없이 있는 대로 자기의 나쁜 버릇을 다 보이는 그런 것도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요. 

◆ 이인철: 남편 분이 연애할 때는 뭐 그렇게 막 허겁지겁 먹는다고 더럽게 하진 않았겠죠. 가급적이면 깔끔하고 깨끗하게. 그런데 그건 누구나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연애할 때 본인의 단점이라든지 미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잖아요. 상대방의 단점도 감추고, 심한 경우에는 악마의 모습을 감추는 경우도 있어요. 예를 들어서, 폭력성이라든지 도벽이라든지, 여러 가지 중독성 있잖아요. 그런 걸 갖고 있는 사람이 있는데 연애할 때는 상대방에게 그걸 보이기 싫으니까 꾹꾹 참는 거예요. 결혼하고 나니까 굳이 감출 필요가 없으니까 그런 모습이 다 보이는 거거든요. 

◇ 양소영: 사실은 그건 정말 심각한 부분인데요.    

◆ 이인철: 많은 분들이 이렇게 말씀을 하세요. 이 사람이 결혼해서 변했다, 이렇게 변할 수가 있느냐, 그런데 그 사람이 변한 게 아니고요. 그게 그 사람의 원래 모습, 진짜 모습인 거예요. 연애할 때 가면으로 자신의 진짜를 감춘 거죠. 그렇기 때문에 눈을 크게 뜨고 보셔야 되요. 우리가 신경 써서 보면 그 사람의 진면목에 대한 힌트가 보이거든요. 예를 들어서 중독이 있다면, 제가 항상 중독을 조심하라고 하는데, 도박중독, 게임중독, 알코올중독 같은 게 있잖아요. 그럼 그걸 같이 해보는 거예요. 술을 같이 마셔본다든지 피시방에 같이 가본다든지.

◇ 양소영: 그럴 때 어떤 태도가 나타나는지. 

◆ 이인철: 합법적인 곳에 가서 도박을 해본다든지, 이 사람이 중독의 모습을 보이면 그게 심각한 거거든요. 바로 헤어지는 게 나아요, 차라리. 그런 사람과 결혼하면 평생 고생하는 거거든요. 

◇ 양소영: 중독의 모습을 보인다는 건, 그런 상황에서 유독 흥분하거나 좋아하거나 절제하지 못하거나 이런 태도가 보이는지를 잘 보라는 거네요. 그런데 우리 사연 같은 경우엔 어떤가요? 사실 보니까 아주 사소하기는 한데요. 문제는 본인이 같이 밥도 못 먹겠고, 같이 하지 못하겠고 자연스럽게 대화도 줄고 부부관계도 줄어드는 상황까지 갔단 말이에요. 이게 이혼사유로 갈 수 있을까요?

◆ 이인철: 만약 이게 이혼사유면, 우리나라 이혼율이 두 배는 더 높아질 것 같은데요. 단순히 성격차이라든지 상대방에 대한 애정이 식었다는 건 협의이혼 할 땐 이혼사유가 될 수가 있겠죠. 많은 분들이 성격이 차이가 나서 애정이 식어서 이혼했다고 하는데, 만약 상대방이 이혼을 동의하지 않으면 결국 재판을 해야 되지 않습니까. 그런데 우리 민법이 여섯 가지로 이혼사유가 규정되어 있어요. 그 중에 상대방에 대한 애정이 식었다든지 성격 차이는 규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상대방이 이혼을 동의하지 않으면 이건 이혼이 쉽지 않습니다. 

◇ 양소영: 그런데 이 갈등이 지속되다 보면, 사실 원만한 관계로 회복하기가 어려울 수 있는데요. 이런 문제를 가진 부부를 위해서 변호사님이 도움 말씀, 조언을 주실 수 있다면요? 

◆ 이인철: 저는 이렇게 말씀 드리고 싶어요. 일단 아내가 선택한 사람이잖아요. 이 사람이 특별히 귀책사유가 없는데, 단순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성급하게 이혼을 결심하면 나중에 후회할 수도 있고, 사실 이 사람보다 나은 사람을 만난다는 보장은 없거든요. 누구나 단점은 있고, 연애할 때를 한 번 생각해보세요. 그 사람의 먹는 모습도 멋있어 보이고 귀여워 보였던 생각을 해보시고, 조금만 마음을 바꾸시고요. 그 다음에 남편도 아내가 싫어하는 습관을 고치도록 노력을 해야죠. 

◇ 양소영: 그러게요. 사연을 보니까 남편이 부인이 이 부분을 싫어한다는 것을 남편이 사실은 모르고 있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일단은 남편에게 솔직하게 얘기를 해보고 그래도 남편이 이 부분에 대해서 고치지 않는다면 문제가 있겠지만, 사실 저도 그렇거든요. 제 어떤 모습에 대해서 남편이 싫은지 좋은지 저도 몰랐는데, 나중에 보니까 싫다고 하면 그때 제가 깜짝 놀라는 경우가 있어요. 제 말투가 대표말투라고 그렇게 싫대요. (웃음) 그래도 저도 안 그럴려고 노력하는데, 일단은 남편한테 고민을 토로하고 고쳐달라고 요청할 필요는 있을 것 같아요. 

◆ 이인철: 아내가 지속적으로 요구를 해야 될 것 같아요. 사실 사람은 잘 안 변하는데 그래도 옆에 사랑하는 아내가 계속해서 얘기를 하면 조금은 바뀔 수가 있거든요. 본인의 습관은 알 수가 있으니까 아내가 지속적으로 요구를 하고 남편도 노력하면 제가 볼 때는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 양소영: 갑자기 나태주 시인의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예쁘다’, 시 <풀꽃>이 생각나는데요. 남편의 그 모습도 예쁘게 다시 보려고 노력을 해보시면 어떨까 싶네요.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 이인철: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