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15:10~16:00)
■ 진행 : 김혜민 PD
■ 방송일 : 2021년 3월 26일 (금요일)
■ 대담 : 박병률 편집장, 송윤경 기자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생생경제] 러브젤을 러브젤이라고 부르지못하고..사각지대에러브젤산업
◇ 김혜민 PD(이하 김혜민)> 한달에 한번 기사에 대해서 심도 깊은 주제를 나눠보는 시간입니다. <월간 생생경향>인데요. 박병률 편집장님 나오셨어요. 어서오세요.
◆ 박병률 편집장(이하 박병률)> 네, 안녕하세요.
◇ 김혜민> 네, 그리고 오늘 송윤경 기자와 함께합니다. 기자님, 어서오세요.
■ 송윤경 기자(이하 송윤경)> 예, 안녕하세요.
◇ 김혜민> 반갑습니다. 지난번에 우리가 우주산업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요. 이번주에는 조금은 파격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그러나 굉장히 흥미로운 주제에 대해서 오늘 두 분과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려고 합니다. 제가 지금 들고 있는 <주간경향>, ‘보이는 라디오’에는 보이실 거예요. 민트색의 아주 예쁜 표지, 보통 주간지에 이런 민트색 쓰지 않지 않습니까? 그죠? 편집장님. 여기에 (제목이) 뭐라고 써있냐면 <러브젤을 러브젤이라 부르지 못하고>, 저 영화대사인 줄 알았잖아요. 성 산업에 대한 이야기를 쓰셨어요. 이렇게 주간지 표지에 이런 내용이 직설적으로 실린 적이 있습니까? 편집장님.
◆ 박병률> 제 기억에는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주간지에 예를 들면 1페이지 또는 2페이지로 좀 다룬 적은 있어도 이렇게 표지로, 커버스토리로 다룬 기억은 없습니다. 그리고 이거 디자인을 보시면 알지만 보통 이런 쪽에 산업을 다루면 핑크색을 많이 쓰거든요.
◇ 김혜민> 아, 맞네요.
◆ 박병률> 제가 디자인을 굉장히 고민을 했는데 핑크색이라는 자체가 사실은 우리에게 주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거든요.
◇ 김혜민> 맞습니다. 논란도 있었고요.
◆ 박병률> 그래서 이 디자인을 할 때도 핑크색을 피하자, 그래서 저희가 이런 색깔로 갔습니다.
◇ 김혜민> 네, 굉장히 조심스럽게, 굉장히 세심하게 이 성산업에 대한 주제를 삼고 여러 기자님들께서 취재를 하셨는데 일단 편집장으로 왜 이런 주제를 한번 다뤄봐야겠다, 라는 생각을 하셨어요?
◆ 박병률> 네, 기본적으로 제가 한 아이디어는 아니고요. 저희 후배기자들, 30대 후배기자들이 어느 날 ‘편집장, 이런 거 한번 다뤄보면 어떻겠습니까?’ 라고 가져왔습니다. 처음에 저도 사실 이 분야는 잘 모르는 분야였는데 ‘마사지젤이라는 게 팔린다, 인터넷에, 한번 검색해보시라’ 그래서 제가 검색해보니까 저도 잘 모르는 분야인데 그럼에도 불과하고 우리 20대, 30대 젊은 층에서는 또 상당히 관심이 많은 아이템이고 또 심지어 40대, 50대, 중년층에서도 알게 모르게 많이 쓰는 아이템이더라고요. 이런 부분들은 다뤄볼만 하다, 우리가 많이 좀 쉬쉬하면서 다루지 않는 측면도 있었는데 적극적으로 한번 해보자, 그래서 바뀌게 됐고요. 저도 사실은 표지까지 생각을 못했습니다.
◇ 김혜민> 그런데 하다 보니까 그만큼 의미가 있던 주제던가요?
◆ 박병률> 네, 충분히 한번 다뤄볼 만하다, 라고 접근하면서 상당히 또 조심스럽게 접근했던 그런 주제였습니다.
◇ 김혜민> 네, 자, 송윤경 기자께서는 이런 주제에 대해 이렇게 취재하고 기사를 쓰시면서 좀 어떠셨어요?
■ 송윤경> 저는 사실 개인적으로 예전에 친구가 러브젤이라는 게 있대, 라고 저한테 소개한 적이 있었어요. 그때 제가 믿고 써도 돼? 라는 반응을 했었거든요. 그러고 그냥 넘어갔었어요. 그런데 저도 이 아이템을 다른 동료기자에게서 전해 듣고 취재를 한 케이스인데 취재를 하고나서 러브젤이라는게 뭔지, 한국에 어떻게 유통되는지에 대해서는 이제 명확하게 알게 됐는데 그때 제가 했던 질문 ‘믿고 써도 돼?’ 라는 그 질문에 대해서는 취재를 다 하고 난 뒤에도 명확히 제가 답을 줄 수 없다, 라는 것이 좀 안타까웠고요. 취재 후에 이메일를 여러 통 받았는데 기사에 이제 언급된 러브젤의 제품명을 알려달라, 쓰고 싶다.
◇ 김혜민> ‘믿고 써도 돼?’ 라는 질문을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한다, 라는 거죠?
■ 송윤경> 그렇죠. 그런데 기사에 상대적으로 안전하게 묘사가 된, 예를 들어 외국에서 FDA 승인을 받았다든가 이렇게 묘사된 제품들의 제품명을 알려달라, 이런 이메일도 제가 받았고요. 그리고 이 러브젤이라는 존재를 인정하고 안전규제를 만들어야 한다는데 공감한다, 이런 이메일도 좀 많이 받았습니다.
◇ 김혜민> ‘믿고 써도 돼?’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여러 기자가 여러 기사를 통해 찾으려고 애썼고 그리고 왜 우리가 이 질문을 할 수밖에 없는지, 산업적 구도에 대해서도 굉장히 잘 다룬 기사였습니다. 그래서 오늘 여러분들게 소개를 하고 싶은데 그 전에 러브젤을 비롯해 여러 가지 성산업에 관련된 상품들이 있잖아요? 이 성산업 수준이 우리나라에서 어느정도예요?
◆ 박병률> 글쎄요. 수준이라고 말하니까 참 질문이 애매한 건데.
◇ 김혜민> 상대적인 질문이 돼버렸네요.
◆ 박병률> 그런데 우리가 지금 굳이 제가 설명을 안 해도 체감들을 하실 겁니다. 과거에 비해서 확실히 많이 사용이 되고요. 특히 최근에 유튜브라든가 SNS가 발달하면서 실질적으로 이게 또 많이 전파가 되고 있어요. 그리고 또 젊은 층들이 조금 더 개방적이다 보니까 실질적으로 많이 사용은 합니다만 공개적으로 언급이 되지 않는, 그러다 보니까 법제도적으로도 상당히 문제가 많고 특히 이게 법제도로만 끝나면 되는데 사용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보니까 건강과도 바로 연결이 되는데 그런 부분들이 많습니다. 존재는 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산업, 그게 바로 지금 우리 성산업이 되어 버린 거 아닌가, 그런 생각이 계속 듭니다.
◇ 김혜민> 제가 20대 초반에 홍대에 남성용 피임기구 파는 가게가 생겼어요. 그때 굉장히 저는 충격이었거든요. 사실 이게 그런 일이 아닌데, 그런데 한 몇 회가 지나고 나니까 젊은 층들이 굉장히 거기에 아이쇼핑하듯이 들어가서 하는 모습을 보고, 내가 그렇게 생각할 문제는 아니었구나, 라는 생각을 하면서 이것 산업으로 인식 돼고 우리가 여기에 대해 따라오는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 고민해야 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거든요?
◆ 박병률> 실제로 우리가 성인용품이라는 이름하에 다 묻어버리잖아요? 그러나 사용의 목적으로 보면 성인용품이 맞습니다만 실질적으로 사용하는, 작동되는 방식을 보면 의료기기가 될 수도 있고요. 여러 가지 인체에 미치는 영향들은 다 다른데 너무 일방적으로 성인용품이다, 마치 쾌락을 즐기는 용품으로 취급하다 보니까 이 왜곡이 생긴 거죠.
◇ 김혜민> 알겠습니다. 건강과 굉장히 밀접한 부분인데 보건과도 밀접하고요. 그런 부분에 대한 생각보다는 쾌락이나 그냥 그런 도구로 밖에 생각하지 않는 그런 인식에 대해서 지적해주셨어요. 자, 본격적으로 얘기를 해볼게요. 송윤경 기자님께서 러브젤에 대해 취재를 하셔서 기사를 쓰셨는데 러브젤이라는 성 윤활제라는 거죠?
■ 송윤경> 예, 러브젤이라는 것에 대해서 설명을 좀 드려야 될 것 같은데요. 성 윤활제라고 표현을 하면 될 것 같고요. 서구에서는 루브리컨트로 많이 불립니다. 한국사회에서 보다 더 대중적으로 쓰이고 있고요. 성관계 때 마찰로 인한 성교통을 줄이기 위한 젤형태의 제품을 말하고 폐경이나 출산이나 생리주기에 따른 호르몬변화 등으로 인해서 발생할 수 있는 질 건조증 경감을 목적으로 만들어졌습니다.
◇ 김혜민> 네, 실제 산부인과에서 의사들이 처방, 권하는 경우도 굉장히 많잖아요?
■ 송윤경> 네, 출산 후 여성 같은 경우에는 권하기도 하고요. 그리고 노년기 여성에게도 권하시는 의사분들도 많고요.
◇ 김혜민> 최근에 노년에 성문제가 사회적으로 또 이슈가 되면서 이런 성 윤활제의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러브젤에 대한 관심이 연령하고 상관없이 좀 높아진 것 같아요. 그런데 현실은 어떤지를 좀 살펴봐야 될 것 같아요. 러브젤, 성 윤활제, 어떤 이름이든지 간에 국내제조제품들이 한 몇 종 정도 있습니까?
◆ 박병률> 사실 어떻게 보면 몇 종류라고 말씀드리기가 사실 애매한 것 같아요. 국내제조도 그렇고 이게 왜냐하면 기준이 되어서 품목이 계속 체크가 되면 되는데 인터넷을 들어가 보면 되게 다양한 종류들이 나와 있거든요. 또 동시 수입되는 종류도 많기 때문에 국내에 몇 종류가 판매된다, 이렇게 말하는 건 큰 의미가 없는 것 같습니다. 다만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러브젤이라는 단어를 쓰진 않고요. 보면 이게 되게 폭 넓게 쓰입니다. 마사지젤, 보습젤, 바디젤, 이러하듯 다양한 종류의 젤 이름으로 나오고 있기 때문에 이게 우리가 지금 말하는 성과 관련 돼가지고 사용되는 젤 몇 종류냐, 라고 말하기는 사실 어렵죠.
◇ 김혜민> 이게 단지 성관계만 위해서 쓰는 게 아니잖아요? 거듭 얘기하는 것처럼.
◆ 박병률> 그렇죠. 말씀드린 것처럼 마사지를 위해서 쓸 수도 있거든요. 몸에 발라서 몸을 이완시키거나 그렇게 쓸 수 있기 때문에 어디까지 러브젤이다, 어디까지 아니다, 라고 말하기가 좀 어렵죠.
◇ 김혜민> 사실 이 윤활제라는게 피부에 직접 닿고 굉장히 예민한 부분에 닿는 것이어서 아까 말씀하신 ‘믿고 써도 돼?’ 질문이 여성들 입장에서 나올 수밖에 없거든요. 그런데 이게 의약품이 아니라면서요?
■ 송윤경> 네, 그렇습니다.
◇ 김혜민> 그럼 어떤 상황이에요?
■ 송윤경> 지금 한국식약처에서는 성관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성 윤활제 자체를 인정을 하고 있지 않습니다. 식약처가 안전성기준을 만들어서 관리하고 있는 윤활제는 자궁내시경이라든 이런 의료기기와 함께 쓰이는 용도의 윤활제만 식약처만 관리를 기준으로 세워서 관리를 하고 있고요. 그 외에 나머지는 아예 인정을 하지 않다보니 제조판매업자들은 이 성 윤활제, 즉 러브젤을 어떻게 판매하고 있냐면 화장품으로 표시해서 판매를 하고 있어요. 그런데 화장품은 의료기기 혹은 의약품 혹은 의약외품처럼 사전허가대상이 아닙니다. 그래서 정부가 네거티브 규제, 즉 이런, 이런 성분은 화장품에 넣어서 만들지 마세요, 라고 하는 성분 그것만 제외하면 자율적으로 만들어 팔 수 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화장품으로 만들어서 팔고 있는 현실정입니다.
◇ 김혜민> 사전허가를 받을 필요 없는 화장품류라는 말씀이시네요?
■ 송윤경> 예, 맞습니다.
◇ 김혜민> 그리고 의약품으로 인정되는 건 말씀하신 의료기계로 검사할 때 그건 의약품이고요?
■ 송윤경> 정확히 말하면 의료기기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그것도.
◇ 김혜민> 그것도 그럼 관리를 어떻게 한다는 거예요? 관리를 안 해요?
■ 송윤경> 그래서 관리 사각지대에 있다, 라는 것이 이제 저희가 가진 가장 큰 문제의식이었고요. 인정을 하지 않는데 어떻게 안전성 논의가 낄 틈이 있겠어요? 그래서 미국에서는 사실 미국FDA가 안정성기준을 만들어서 몇몇 제품에 대해선 승인을 내주고 있거든요.
◇ 김혜민> 미국은 그러면 의약품입니까?
■ 송윤경> 분류기준을 제가 모르겠습니다만 FDA에서 승인을 받은 제품들이 있고 아닌 제품들이 있어요. 그래서 FDA승인을 받았다, 이런 것들이 별도표시 되어 있는 것들이 있고 그런 제품 중에 일부도 한국에도 상륙을 해있는 상태입니다.
◇ 김혜민> 그러면 불안한 사람들은 미국의 FDA승인 받은 거 자체가 굉장히 안심이 되니까 국산제품보다는 해외제품을 많이 사서 쓰겠네요?
■ 송윤경> 사실 그럴 수밖에 없는 현실이죠.
◇ 김혜민> 그럼 제가 알기로는 성산업 쪽에 스타트업도 좀 있다고 보고 우리나라 기업들도 뛰어든다고 보는데 아무래도 위축이 될 수밖에 없겠네요? 소비자입장에서는 선택할 이유가 없잖아요?
◆ 박병률> 그렇죠. 이게 평소에는 괜찮은데, 예를 들면 물건을 팔고 나서 문제가 생겼을 때 정부가 규제가 들어왔을 때 이게 답이 없다, 라는 거죠. 어떤 가이드라인이 있고 그래서 거기에 맞춰서 판매를 할 수 있도록 허용을 해주면 좋습니다만 지금 정부입장에선 우리가 현재는 터치는 안 하니까 알아서 파세요, 그리고 추후에 문제가 생기면 문제제기를 하겠다, 이런 식이거든요? 실컷 스타트업을 만들어서 이 관련된 제품을 팔고 있었는데 어느 날 정부가 입장을 바꿔서 또 다른 기준을 들이댔을 경우에 이 사업을 제대로 할 수가 없는 것이죠. 그리고 또 마찬가지로 소비자들한테 안전한 제품 그리고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이 물건을 팔고 싶은 제조업체의 입장에서도 되게 불안한 거죠. 정부의 어떠한 가이드라인이 없으니까 사실상 니네들이 알아서해, 지금 이런 부분이 있잖아요.
◇ 김혜민> 성 윤활제라고 표기조차 못 하는 거예요?
◆ 박병률> 아예 할 수 없습니다.
◇ 김혜민> 그 이유는 뭐예요?
◆ 박병률> 그니까 지금 인정을 하지 않으니까요. 식약청이 인정하는 윤활제가 뭐냐면 여성의 자궁내시경에 들어가는 윤활제는 의료기기로 인정을 하겠다, 이 부분인데 그 외에 다른 방향으로 쓰이는 것에 대해서는 우리는 알 수 없다. 이를테면 몸에 바르는 마사지로 쓰든, 원래 우리는 이런 효과로 허용해줬다는 거예요. 그런데 이걸 가지고 만약에 다른 용도로 쓰는 부분에 대해서 만약에 나중에 문제제기가 되면 문제는 걸리지만 여기에 대해서 안 된다, 라고 제한은 하겠으나 그 자체에 대해서는 (성 윤활제는) 존재하지 않는 상품입니다. 이게 지금 식약처의 기본적인 방향이라고 보시면 되는 거죠.
◇ 김혜민> 화장품으로 분류해놓고 성 윤활제라고 표기조차 못하게 하니까 여기에 안정성 논의는 낄 틈이 없고.
◆ 박병률> 식약처 입장에서는 이런 거예요. 예컨대 예를 들어 스킨 같은 걸로 생각을 해볼게요. 얼굴에 바르는 스킨이라고 생각을 해서 식약처는 ‘우리가 허용을 해줬다’, 그런데 광고를 할 때 성에 사용이 된다든가 다른 부분에 광고를 하게 되면 ‘니네들 우리한테 얘기했을 때는 피부에 그냥 바른다고 하지 않았냐, 우리 생각에는 얼굴에 바르는 거다, 그런데 왜 성에 관련해서 판다고 얘기하냐.’, 그리니까 이 부분은 사용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절대로 광고를 해서는 안 된다, 라는 그런 얘기가 되는 거죠.
◇ 김혜민> 그런데 화장품이면 광고를 할 수 있는 거 아니에요?
◆ 박병률> 그니까 광고는 하지만 표현을 그렇게 (못 하는 거죠).
■ 송윤경> 화장품표시광고 가이드라인이 있습니다. 여기에 보면 저속하거나 혐오감을 줄 수 있는 표현은 금지돼있어요. 예시가 나와 있는데요. 성생활에 도움을 줄 수 있음을 암시하는 표현, 성 윤활작용, 질 보습, 이런 것들이 예시가 나와있습니다.
◇ 김혜민> 성생활에 도움을 주자고 쓰는 건데 성생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표현을 쓰면 그게 저속한 거예요?
■ 송윤경> 그러니까 이게 아이러니한거거든요. 제조판매업자들은 정부의 분류항목에 없으니 의료기기 등, 의료의약품이든 의료의약외품이든 분류항목이 있었음 좋겠는데 그게 없으니 화장품으로밖에 만들어 팔 수밖에 없는데, 그런데 화장품에서는 성생활에 도움을 줄 수 있음 이라는 표현을 하지 말라고 하니 그래서 결과적으로 러브젤을 러브젤이라고 부르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을 하는 거고요. 업계에서는 보통 규제완화를 요구하잖아요? 그런데 이 업계에서는 규제를 만들어 달라고 하시는 분들이 꽤 있으셨어요.
◇ 김혜민> 왜냐하면 아까 초반에 했던 질문, 믿고 써도 돼? 이게 상품을 고르는데 굉장히 중요한 요소거든요. 차라리 명확한 규제를 해줘서 그 가이드라인 안에서 만들어야 될 것 같아요.
■ 송윤경> ‘사전허가, 심사, 다 받아도 좋으니까 의료기기로 분류 돼도 좋으니까, 인정을 해주고 분류항목을 만들어서 관리기준을 만들어 달라, 그럼 우리도 마음 놓고 팔고 소비자도 안심하고 쓸 수 있지 않느냐’, 이런 얘기들을 좀 많이 들었습니다.
◇ 김혜민> 남성용 피임도구는 의료기기인가요?
■ 송윤경> 네, 남성용 피임도구, 콘돔은 의료기기이고요. 다만 편의점이나 인터넷에서 살 수 있도록 조금 예외를 뒀습니다.
◇ 김혜민> 이제 의료기기로 규정은 했지만 판매하고 유통하는데 있어선 다른 규제를 둔 거예요. 알겠습니다. 그러니까 지금 요약을 하자면 굉장히 필요한 제품인데 그 용도에 적합한 이름으로도 불릴 수가 없고 더더욱 편하게 살 수도 없고 지금 그렇다는 겁니다. 이유가 뭘까요? 이게 성문화에 대해 폐쇄적인 한국문화? 전통적인 이런 이유입니까?
◆ 박병률> 일단은 가장 기본이 그런 부분인 거죠. 성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보는 것, 그리고 공개적으로 말할 수 없는 것,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기본적으로 성인용품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거죠. 그래서 일반에 판매하기 어렵다, 이런 부분이니까 우리가 특히 이쪽 산업에 대해서는 쉬쉬하면서 사실은 음지로 계속 그렇게 만드는 성향이 있는데 일단 그런 영향이 크다 보고요. 저희도 취재를 하다 느꼈는데 약간 의심을 할 수 있는게 혹시 이게 여성한테 민감한 제품이기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닌가, 하는 저는 약간 합리적인 의심을 합니다.
◇ 김혜민> 어떤 말씀일까요?
◆ 박병률> 왜냐면 아까 제가 말씀드린 것처럼 그냥 마사지젤 같은 경우 피부 겉에 바르잖아요. 그런데 여성의 경우는 이 마사지젤이 여성의 몸 안으로 들어간단 말이에요. 그럼 여성의 몸 안의 여성의 밖에 있는 피부랑은 분명히 다를 텐데, 트러블이라든가 실제로 인터넷 찾아보면 피부 트러블을 겪었다는 분들이 많거든요. 이렇게 문제가 발생하고 있어요. 그런데 그러다 보니까 이게 사실상 여성에게 민감한 제품이 되는 거죠.
◇ 김혜민> 그러니까 규제가 더 필요하죠.
◆ 박병률> 예, 필요한데 여성이 많이 쓰는 제품이다 보니까 상대적으로 관리를 하지 않는게 아니냐. 왜냐하면 성과 관련해서 남성용품도 되게 많거든요. 특히 생각해보면 남성 같은 경우는 요즘 광고들을 보면 발기부전이라든가 조루라든가 이렇게 대놓고 광고를 많이 해요. 그런데 여기에 사용되는 제품들을 보면 대부분 다 의약품으로 지정이 됐습니다. 의료기기로. 남성에 관련된 제품들은 그런 식으로 규정을 하면서 실제로 식약처가 들어가서 규제를 하거든요. 만약에 남성들이 많이 먹는 약 같은 경우도 있잖아요? 여기에 대해서도 의약품이기 때문에 사전규제가 있고요. 또 때로는 이게 제대로 된 건지, 안 된 건지, 유통이 또 정당하게 된 건지, 이걸 식약처가 들어가서 실제로 조사를 한단 말이에요. 그리고 이 조사결과에 대해서도 큰 성과라고 얘기를 하는데 그걸 바꿔 말하면 같은 성에 관련된 부분인데 남성과 관련된 부분들은 어느정도가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것이고 여성과 관련된 부분들은 상대적으로 제약해서, 부끄러워 이러면서 그게 표면적인 이유입니다만 여기에 좀 둔감하지 않느냐, 이런 의심을 할 수 있다라는 거죠.
◇ 김혜민> 자, 우리 직접 취재하신 또 여성으로서 송윤경 기자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지금 박병률 편집장님 지적에 대해서.
■ 송윤경> 성을 쉬쉬하는 문화가 있는데 특히나 여성 생식 건강에 대해서는 더욱더 쉬쉬하는 문화가 있는 것 같습니다. 편집장께서 말씀하신대로 남성 발기부전 치료제의 경우에 정부에서 행정규칙을 통해서 이 제품에 쓰여서는 안 될 성분을 지정해놓고 있거든요. 그런 방식으로 안정성을 관리하고 있고 때때로 인터넷에서 유통되는 제품을 수거해서 검사를 버리고 있고요. 단속을 버리고 있습니다. 이런 것을 보면 성생활 관련 제품의 식약처나 정부가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여성 생식 건강에 조금 소홀하신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고요. 또 한가지 그런 생각을 하게 되는 또 다른 제품이 있는데 그게 외음부 세정제입니다. 그곳에서 꽃향기가 난대요, 이런 광고를 인터넷에서 본 분들이 계실텐데요. 대부분 외음부 세정제 광고인데요. 외음부세정제는 외음부를 가볍게 닦아 내는 용도로 사실 전문가들은 건강한 여성은 물로만 충분하다 얘기하지만 이와같은 세정제가 따로 팔지로 있습니다. 그런데 이 세정제중에는 향기가 나도록 무언가 첨가하거나 또는 미백 탄력 기능을 표방한 제품들도 있거든요. 이런 제품의 안전성에 대해서는 상당히 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데
◇ 김혜민> 이것도 의료기기, 의료품이 아니에요?
■ 송윤경> 예, 아닙니다. 2008년쯤에 의약외품에서 화장품으로 분류가 됐어요. 그런데 이게 만약에 정말 가볍게 씻어내고 마는 정도로 정말 쓰이고 있다면 화장품으로 분류돼도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하지만 실제 쓰이고 있는 현상을 보면 제가 외음부 세정제를 팔고 있는 한 스타트업 대표님하고 얘기를 해본 결과 가장 많이 들어온 질문이 뭐냐면 이걸로 안쪽을 닦아내도 되느냐 이런 질문을 많이 받는다는 거예요. 안쪽을 닦아내고 싶다는 욕망이 따라가보면 왜 생기냐면 그곳에서 꽃향기가 난대요, 그런 광고가 너무 넘치는 거죠.
◇ 김혜민> 여성 중심의 광고가 아니죠. 굉장히 타자화한 거죠. 여성의 몸을.
■ 송윤경> 어떻게 보면 성기까지도 사회가 요구하는 어떤 여성적인 이미지에 따라서 관리를 해야 한다 라는 강박을 자꾸 심어주는 그런 광고들이 넘쳐나는 탓에 그안도 다 싹다 씻어내고 싶다라는 청결강박을 부추기는거죠. 그런데 저희가 접한, 취재한 산부인과 전문의 선생님들의 말씀을 들어보면 WHO에서는 어떤 경우에라도 처방 없이 질 내부를 닦아 내서는 안 된다고 얘기를 하고 있거든요.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그렇기 때문에 저는 외음부 세정제가 여성들에게 어떤 존재로 인식되고 있고 어떻게 쓰여지는를 안다면 주의사항이라도 명확히 표기하게끔 의무화를 해야 될 것 같아요. 외음부만 가볍게 씻어내라, 라고 그 정도만이라도 규제가 좀 더 더해져야 될 것 같습니다. 지금처럼 화장품으로 두더라도요. 의약외품으로 정해지면 더욱 좋고요.
◇ 김혜민> 기자님이 쓰신 기사 보면, 에스트로겐 연고라고 그게 여성이 겪는 질통증을 막아줄 수 있는 그런 연고인데 그것도 지금 단종됐다면서요?
■ 송윤경> 네, 에스트로겐 크림은 해외에서는 굉장히 널리 쓰이는 제품이라고 해요. 어린아이들의 경우 질 입구가 막히는 소음순 협착증이라는 게 자주 발생하거든요. 이 크림으로 간단히 해결할 수 있다고 해요. 그래서 지역 동네별 (인터넷)카페에서는 이렇게 정보를 공유할 정도로, 그리고 폐경 이후에 질통증을 겪는 여성들에게 쓰일 수 있는 굉장히 유용한 연고거든요. 그런데 2015년 한국시장에서 사라졌습니다. 건강보험적용단가가 너무 싸게 측정된 거죠.
◇ 김혜민> 예, 그러니까 제약사가 생산할 이유가 없군요.
■ 송윤경> 예, 그렇습니다. 정부의 역할에는 국민이, 시민이 꼭 써야 할 제품들, 생활에 유용한 제품들이 제대로 공급될 수 있도록 하는 조치도 포함된다고 생각합니다. 정부의 역할에. 그런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참 소홀했던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전체적인, 종합적인 것을 봤을 때 여성 생식 건강에 좀 소홀하신 것 같다, 라는 생각이 자꾸 드는 거죠.
◇ 김혜민> 자, <월간 생생경향>에서는 안전 사각지대에 놓인 러브젤과 비롯해서 전반적인 성산업 이야기 나누고 있는데요. 박병윤 편집장과 송윤경 기자께서 이런 이유에 대해서는 일단 우리나라 전통적인 폐쇄된 성문화 그리고 두 번째는 여성 생식 건강에 대해서 쉬쉬하는 그런 문화 경향들이 이런 사각지대를 만들고 있는게 아닌가, 라고 지적을 해주셨습니다. YTN라디오 생생경제, 오늘 <월간 생생경향> 안전 사각지대에 놓인 러브젤 관련된 이야기, 박병률 편집장과 송윤경 기자와 함께하고 있습니다. 박병률 편집장님 저는 1부에 우리가 마무리했었던 이야기가 계속 마음에 남네요? 제가 여성으로 살아가면 참 여성의 몸이라는 게 사회적으로 소비되고, 저는 출산을 한 사람으로서 출산을 통해서도 생물학적으로도 굉장히 소비되는거거든요. 그게 너무 경이롭고 너무 아름다운 일이지만 그것과 지금 별개인데 사회에서 이렇게 안전 사각지대에 모는 이유가 혹시 의사결정하는 높으신 분들이 남성이 많아서 그런가, 라고 생각하면 제가 너무 나쁜 생각입니까?
◆ 박병률> 아니요. 그렇지는 않을 것 같아요. 이게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거든요. 그니까 이게 한국사회만의 문제가 아니라 그 인류사 전체의 문제가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최근에 본 책 중에 ‘남자가 월경을 한다면’ 이라는 책이 있거든요. 글로리아 스타이넘이라는 분이 쓴 책인데, 여기에 보면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만약에 남자가 월경을 한다면 우리 사이가 어떻게 달라졌을까, 아마도 남자들은 자기가 얼마나 오래 월경을 하는지 자랑할 거다, 또 생리량이 얼마나 많은 건지 자랑할 거다, 그리고 또 생리통이 생기니까 아마 연구비를 줘서 연구소를 만들어서 이 생리통을 줄이기 위한 연구에 본격적으로 들어갈 것이다, 그리고 또 생리대 같은 경우 정말 안전한 생리대를 만들려고 노력을 할 것이다’, 라고 얘기를 하는데 가만 생각해보니까 이게 되게 맞는 얘기 같은 거예요. 그 정도로 우리가 여성의 몸에 대해서 몰랐다, 라는 생각이 드는데, 제가 이런 문제제기를 하는 게 그러면 ‘남성이 잘못됐느냐, 남성이 왜 이런 문제제기를 해’, 이렇게 말씀하실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제가 지금 김피디님께 질문하나 드려볼게요. 지금 세계적으로 많이 연구 되어 있는 병중에 하나가 심근경색이거든요. 이게 왜 많이 연구됐을 거라고 생각돼요?
◇ 김혜민> 우리 남성들이 많이 아파요? 그것 때문에?
◆ 박병률> 지금까지 의료계에서 되게 관심이 많았던 게 바로 백인남성 입니다.
◇ 김혜민> 백인남성이 주로 앓고 있는 병이군요.
◆ 박병률> 네, 백인남성들이 비만이 많고 이분들이 심근경색에 많이 걸리다 보니까 다른 병에 비해서 심장병에 대한 연구가 상당히 많이 발달돼있다, 라는 얘기예요. 그러면 이 말은 바꿔말하면 한국남성의 입장에서는 심장병이 제일의 병이 아닐 수도 있다, 라는 거죠. 간암이 될 수 있고 아니면 고혈압이 될 수도 있고 아니면 또 다른 당뇨가 될 수도 있는데 글로벌하게 많이 연구가 되는게 백인 남성에 맞춰서 연구가 됐다, 라는 얘기입니다. 이게 어떠한 특정 젠더 혹은 특정 인종에 맞춰 가지고 지금까지 많이 투자가 이루어졌다, 라고 하면 지금 한국남성들도 바로 피해자가 될 수가 있다, 라는 거죠. 이런 문제에 대해서 여성뿐만 아니라 혹은 우리 장애가 있으신 분들 혹은 다른 어떤 소수자에 대한 이런 여러 가지 치료에 대한 문제, 이런 문제에 우리가 관심을 기우리지 않으면 바로 지금 한국남성들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 라는 그런 뜻이기 때문에 상당히 중요한 지점입니다.
◇ 김혜민> 고맙습니다. 박병률 편집장님 남성을 대표해서 말씀해주셨는데 많은 남성들이 이 말에 동의해주셨으면 좋겠네요. 항의문자만 안 주셨음 좋겠어요. 자, 지금 3941님이 ‘제가 올해 65세인데 지난번 약국에 젤 사러 가서 당황했습니다. 큰 마음먹고 왔는데 아무거나 내주면서 이거 쓰면 된다고 해서 사긴 샀는데 좀 찝찝해서 사용하기 불안하네요.’ 하셨거든요. 이게 너무 맞는 말이에요. 65세 정도 되는, 어르신들에게는. 좀 더 이 부분에 대해서 사회적 논의가 좀 더 진행될 것 같아요. 오늘 우리 주제 때문에요. 그래서 이 기사가 굉장히 의미 있다고 보고 오늘 <월간 생생경향>에서 다루게 됐는데 소비자피해사례 같은 것도 좀 취재하셨어요? 송기자님.
■ 송윤경> 소비자피해사례가요 저희가 SNS를 통해서 확인한 거로는 불안하다, 라는 얘기가 가장 많았고요. 질이 좀 더 건조해진 것 같다 라든지 왜냐하면 이게 산도 균형이 맞아야 되는데 그걸 깨뜨리는 제품을 썼을 경우에 그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전문가분들의 얘기가 있었고요. 그런 사례들이 있었는데 그런데 정확히 집계가, 이런 피해사례 같은 것도 정부라든지 시민단체라든지 어떤 주체가 나서서 적극적으로 확보를 해야 이게 분석이 가능한거거든요. 그런데 이것조차도 이제 러브젤에 대해서 대놓고 말하기 시작한 게 바로 최근이니까 이것조차도 사실 음지에 있는 것 같아요. 이 사용경험담조차도.
◆ 박병률> 이 피해사례도 제가 오기 전에 봤는데 네이버만 하더라도 검색을 해보면 질문들이 되게 많이 나와 있어요. ‘직접 썼더니 되게 가렵다, 피부트러블이 생겼다, 어떤 게 좋아요?, 추천해주세요’, 이런 내용들이 많단 말이에요. 그 말은 피해사례마저도 음지화 되어 있다, 라는 거죠.
◇ 김혜민> 이렇게 해서 더 큰 피해가 올 수도 있는데, 그럼 좀 기자님들이 조언이나 아이디어를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이거 어떻게 해야 돼요? 일단 첫 번째 단계가 뭐예요? 정부가 이거 의료품목지정해요?
◆ 박병률> 예, 저는 그렇게 가는 것도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근데 사실 이게 의료품으로 가느냐, 화장품으로 가느냐, 품목 시정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어느 품목으로 가더라도 우리가 예외을 줄 수가 있거든요. 지금처럼 방치하는 게 아니라 비록 화장품이라도 예를 들면, 별도의 품목을 둬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사정규제를 할 수도 있는 것이고요. 아까 콘돔 얘기를 했습니다만 콘돔은 의료기기입니다. 이거는 그냥 성인용품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과하고 편의점에서 판매를 하거든요? 예외적으로. 이렇게 우리가 이렇게 둘 수 있다, 라는 거죠. 보통 의료기기로 하게 되면 편의점이라든가 일상적으로 사기가 힘듭니다. 약국에서만 판매되는 건데 그럼 우리도 구하기 힘든 거 아니냐, 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그야 이 품목에 대해서 별도의 조항을 만들면 되는 것인데 제일 중요한 것은 어떤 식으로 가든 간에 정부가 이런 의지를 보여줄 수가 있느냐, 실질적으로 판매가 되고 사용이 될 수 있는 부분은 사용이 되고 있다, 라면 그래서 인정을 하고 정부가 관리를 할 것이냐 아니면 그렇지 않고 방치를 할 것이냐, 그 차이가 가장 좀 더 의지의 문제라고 보는 거죠.
◇ 김혜민> 그 말은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게 많다, 지금, 그 말씀이신 거잖아요? 우리 송기자님은 어떠세요? 뭐부터 해야 됩니까?
■ 송윤경> 저는 편집장님 말씀에 일단 공감하고요. 만약에 규제를 만드는 과정에 좀 시간이 걸린다면 이미 세계보건기구가 만든 성 윤활제 안전가이드라인이라도 좀 홍보를 해줬으면 좋겠어요. 저희도 이걸 취재하면 이런 게 있다는 걸 처음 알았거든요. 세계보건기구에도 있고 미국에도 있습니다. 그런데 세계보건기구 가이드라인에 보면 산트압 농도가 1200 이하가 적절하다, 라는 그런 내용들이 있고요. 이런 거라도 좀 알려주면 제품에 표시 되어 있는 삼투압 농도를 보면 이게 1200이하인가, 아닌가 확인을 할 수가 있잖아요. 그랬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이 듭니다.
◇ 김혜민> 취재하시면서 식약처도 인터뷰를 한번 해보셨어요? 식약처에서는 뭐라고 얘기하던가요?
■ 송윤경> 식약처에서는 저희가 말씀드린 그대로입니다. 정부에서는 성관계에 도움을 주는 용도의 성 윤활제에 대해서 별도관리 기준이 없다, 라고 하는 것을 인정을 하고요. 그런데 다만 저희가 이 취재를 하고 나서 다시한번 연락을 드려봤어요. 혹시 좀 규제를 마련하실 계획이 있으신가요? 라고 여쭤봤는데 아직 답변을 받지 못했습니다.
◇ 김혜민> 알겠습니다. 우리 박편집장님 기자생활 오래 하셨으니까, 보통 이런 기사만 타이틀로 내고 이렇게 심도 있게 하면 조금 변화가 옵니까? 그 산업에.
◆ 박병률> 한번으로만 되는 건 아니죠. 이게 한분, 두분, 여러 명이 모여서 결국은 그렇게 가지 않겠어요? 우리가 십 년 전만 생각해도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10년이 지나보면 현실이 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여성의 관련된 문제는 최근에 우리가 여성의 인권문제, 권리문제들이 부각이 되고 그러면서 여성들의 사회생활이 확대가 되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니까 전세계적인 추세가 여성에 대한 권리라든가 그리고 여러 가지 책임문제들이 다수 부각이 되는 거죠. 그러면 이 부분이 또 사실 어떻게 보면 남아있는 영역이거든요. 저는 시간의 문제지 10년, 20년 흐르면 당연히 이 부분은 누군가 손을 댈 거라고 보고요. 또 빨리 손 댄 쪽에서 어떻게 보면 경제적으로 봤을 때도 더 경제적인 기회도 창출할 수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 김혜민> 이 방송이 그 작은 주춧돌이라도 놨으면 의미가 있겠다, 라는 생각이 듭니다. 자, 직접 기자로 취재하신, 또 여성으로서 이 문제를 바라보시는 송윤경 기자님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말씀 있으시다면요.
■ 송윤경> 네, 오래전에 제가 친구한테 했던 질문 믿고 ‘써도 돼?’ 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고요. 안전규제기준을 하루빨리 만들어 주시길 바라고, 그리고 또 하나는 저희가 이 취재를 하게 된 계기가 가습기 살균제 취재를 하면서 였거든요. 저희가 가습기 살균제 관련 취재를 좀 오랫동안 해왔고 범위를 넓혀서 생활화학제품 전반의 안전성에 관한 취재도 계속해왔습니다. 하면서 성 윤활제가 관리 사각지대에 있다, 라는 제보도 그러면서 받게 됐고요. 가습기 살균제 취재가 성 관련 제품으로까지 이어질 줄은 저희도 몰랐습니다. 화학 물질이 정말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다, 라는 것을 좀 한번 더 절실히 느꼈고요. 성과 관련된 것인 것만큼 더욱더 정부에서 주의를 기우려 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김혜민> 가습기 피해자들 사실 누가 얼마나 어떻게 피해를 받았는지 지금 그것조차 가늠이 안 되는 상황이잖아요. 얼마나 시간을 되돌리고 싶겠어요. 시간을 되돌린다면 가해자도 그런 일 안 할 것이고 피해자도 안 쓸 것이고, 정말 너무 가습기 문제 이야기해주셔서 마음 한구석이 울리는데, 정말 러브젤, 성 윤활제 이 부분도 제대로 된 안전지대에 놓아주시기를 간절히 저도 부탁드립니다. 오늘 함께해주신 박병률 편집장, 송윤경 기자님 다시 한번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