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라디오생활
  • 방송시간 : [월~금] 10:30~11:30
  • 진행: 박귀빈 / PD: 이은지 / 작가: 김은진

인터뷰 전문

작가 이슬아의 글쓰기 비법 “좋아하는 마음 자체가 재능 아닐까요?”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20-11-09 12:10  | 조회 : 1996 
YTN라디오(FM 94.5) [YTN 뉴스FM 슬기로운 라디오생활]

□ 방송일시 : 2020년 11월 9일 월요일
□ 진행 : 최형진 아나운서
□ 출연 : 이슬아 작가

- 사랑을 세밀하게, 구체적으로 하게 만드는 글쓰기 
- 새 책 '부지런한 사랑' 출간
- 글쓰기가 어떻게 부지런한 사랑이 되는지, 글방 아이들에 대한 부지런한 사랑을 담은 책
- 유연한 신호를 보내는 10대 시절
- 글 잘 쓰기 위해 먼저 잘 보고, 잘 듣고, 잘 느껴야
- '일간 이슬아'의 성실한 연재 노동자... 학자금 대출 갚기 위해 시작, 선불 구독료는 강력한 약속
- 메모하는 습관, 루틴을 가지고 쓰는 습관 글쓰기에 도움 돼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최형진 아나운서(이하 최형진): 슬기로운 라디오생활, 2부는 11시에 만나는 슬기로운 백과사전 준비했습니다. 매주 월요일엔 라이프 백과사전을 펼쳐봅니다. 흔히 글을 쓴다고 하면 재능이 있는 사람으로 보입니다. 글 쓰는 글재능이 있어야 한다고들 생각해서 글쓰기를 유난히 어려워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글쓰기도 꾸준함이 있다면 가능하다고 얘길하는데요. 어떤 내용인지 자세히 들어보려고 합니다. 글쓰기를 떠올리면 A4용지가 갑자기 아파트만큼 커지는 분들 오늘 함께 잘 들어보면 좋을 것 같은데요. 글쓰기 교실을 운영하며 아이들의 글과 글쓰기에 대한 몇 가지 얘기들을 엮은 책 '부지런한 사랑'의 저자, 또 명실공히 국민 작가 대열에 오른 이슬아 작가와 함께합니다. 안녕하세요?

◆ 이슬아 작가(이하 이슬아): 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 최형진: 저도 너무 팬이에요.

◆ 이슬아: 고맙습니다.

◇ 최형진: 먼저 저희 애청자 여러분께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리겠습니다.

◆ 이슬아: 네, 안녕하세요. 저는 작가 이슬아라고 합니다. 글 쓰는 게 본업이지만 부업으로 헤엄출판사 대표로 일하고 있고요. 그리고 아이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칩니다.

◇ 최형진: 그렇군요. 모 잡지사 기자도 했고, 웹툰 작가도 했고, 글쓰기 교사로 일을 했는데, 사실 처음에 대학교 졸업 후에 생계에 어려움이 있었죠?

◆ 이슬아: 네, 보통의 대학생들처럼 그랬고요. 그냥 대학교 학비 내고 월세 내면 살기도 빠듯해서 늘 투잡, 쓰리잡을 하면서 학교를 다녔던 것 같습니다.

◇ 최형진: 그러다가 어떻게 이렇게 글 쓰시게 되신 거예요.

◆ 이슬아: 원래는 저도 보통의 대학생들이 하는 카페 알바나 그런 최저시급 알바를 하다가 시간 대비 고소득 일을 원하기도 했고, 그리고 제가 글쓰기를 어렸을 때부터 좋아하고, 계속 훈련을 해왔는데 제가 좋아하는 일로 돈을 벌 수 없을까 생각하다가 아직은 작가가 되지 못했으니까 좋아하는 일을 가르치기라도 하자, 그런 생각으로 어린이들에게 수업을 시작했습니다.

◇ 최형진: 그렇군요. 이번 책 제목이 ‘부지런한 사랑’입니다. 평소에 글쓰기를 부지런한 사랑이라고 하셨던데, 어떤 의미가 있는지 궁금하거든요.

◆ 이슬아: 네, 부지런한 사랑은 제가 글쓰기를 은유하는 말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글쓰기가 어떻게 부지런한 사랑이 되는지 이야기하는 책이기도 한데요. 저는 글을 쓰면서 글쓰기가 언제가 우리를 마음을 언제나 부지런하게 쓰고, 사랑을 굉장히 세밀하게, 그리고 구체적으로 하게 만든다고 생각해왔어요. 그런 점에서 글쓰기는 부지런한 사랑이라고 느꼈고, 또 다른 의미로는 제가 원래 게으른 사랑도 많이 하는데요. 아이들을 만나면서 아이들을 부지런하게 사랑하게 되더라고요. 글쓰기 교사라는 위치는 그렇게 되는 자리더라고요. 그래서 그 과정을 이야기하는 의미로 부지런한 사랑을 썼습니다. 

◇ 최형진: 오랫동안 글방에서 글쓰기 선생님으로 활동을 하셨습니다. 이번 책도 글방의 학생들과 엮인 이야기이기도 한데, 그런데 주로 아이들과의 이야기가 많았어요. 아이들을 대상으로 글방을 운영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겠습니까?

◆ 이슬아: 성인이 아니고 주로 아이들인 이유를 말씀하신 것이죠? 제가 23살 때 글쓰기 교사를 시작했는데, 당시에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제가 어렸을 때 아주 좋은 다정한 담임 선생님들을 만나서 글쓰기를 사랑하게 된 경험들이 있기 때문에 나 같은 어린이들을 만난다면 이 아이들한테 확실히 뭔가 가르칠 것이 있겠다. 성인은 약간 정신이 없는데 아이들이라면 글쓰기를 좋아하지 않는 아이도 좋아하게 만들 수 있다. 왜냐하면 내가 그런 어린아이였으니까. 그런 생각으로 시작했다가 지금은 성인 수업도 할 수 있고, 아이들 수업도 할 수 있는데 그냥 10대 시절의 인간이 좋은 것 같아요. 왜냐하면 잘 변할 수 있거든요. 그리고 변할 수 있다는 건 되게 멋진 거고요. 이를테면 성인 수업에서는 제가 이번 주에 이런 피드백을 한다고 해서 다음 주에 잘 바뀌지 않거든요. 그런데 10대 수업에서는 피드백을 하면 다음 주에 바로 변합니다. 굉장히 유연한 신호를 보내는 인간들이기 때문이죠.

◇ 최형진: 그렇군요. 책 중간 중간 실린 글방의 아이들 글을 읽는데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 이슬아: 너무 잘 쓰죠.

◇ 최형진: 글방에는 글을 잘 쓰거나 글에 뜻이 있는 아이들이 오는 겁니까?

◆ 이슬아: 보통은 아닙니다. 어린 시절을 보내보셔서 아시겠지만, 글쓰기를 미치게 좋아하고 그런 아이는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 최형진: 저도 싫어했어요.

◆ 이슬아: 저도 사실은 별로 안 좋아했는데요. 처음에는 부모님의 권유로 보내죠. 너도 다녀볼래? 글쓰기 수업 해볼래? 그런데 아이가 너무 싫어하면 사실은 안 옵니다. 저는 아이가 꼭 한 번 수업을 무료로 들어보게 하고 아이가 결정하게 만드는데요. 그게 강제로 계속 다닐 수 없는 부분이라 아이가 마음에 들어야 하니까요. 대체로 한 번 오면 꾸준히 다니는 편이고, 아이마다 정도는 다르겠지만 글쓰기를 되게 좋아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이게 사실은 되게 재밌는 세계라는 것을 알게 되기 때문이죠. 제가 그것을 설득할 자신이 있는 것 같습니다.

◇ 최형진: 저도 어렸을 때 이런 글방에서 글을 배웠던 한 사람인데, 지금 많은 애청자 분들 중에 학부모님들이 계시거든요. 어렸을 때 이렇게 글을 써본다는 경험이 굉장히 중요하죠?

◆ 이슬아: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그런데 모두가 다른 교육관을 가지고 계실 테니까. 사실 제가 하는 글쓰기 수업은 논술 수업이 아니기 때문에. 창의적 글쓰기, 창의적 작문 수업이기 때문에 입시나 학교수업 점수와 직접적으로 상관이 있지는 않습니다. 문장을 다듬고, 어휘력을 늘리는 데서 도움을 줄 수는 있겠지만, 바로 점수와 직결되는 공부는 아니기 때문에 입시교육에만 치중하신다고 하면 제 수업을 보내는 것이 시간이 아까우실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그냥 글 쓰는 능력이 삶 전반을 굉장히 풍부하고, 그리고 풍만하게 만든다고 생각해요. 그것은 점수랑은 또 다르게 소중한 부분인 것 같고요. 그런 점에서 그냥 제 수업이 아니더라도 창의적 작문수업을 아이가 듣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 최형진: 지금 다양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습니다. 아이들이 쓰게 되는 글감은 어떤 기준으로 선택되는 겁니까?

◆ 이슬아: 아이들이 쓰게 되는 글감은 일단 그 글감에 대해서 저도 할 말이 많은 경우에 주로 주는 것 같아요. 그런데 조금 초등학생 특유의 흥미진진한 글감들이 있습니다. 뭔가 특히 초등학생 남자 아이들의 경우는 방귀, 똥, 오줌, 이런 글감은 할 말이 너무 많거든요. 더러운 이야기, 부끄러웠던 이야기, 너무 웃겼던 이야기, 이런 이야기들 위주로 글감을 내주는데요. 그것은 초반부의 이야기입니다. 우리 사이에 조금 편해져야 하기 때문에. 예를 들어서 방귀에 대해서 써보라고 하고 주기만 하면 누가 갑자기 좋은 글을 쓰겠어요. 이것에 대해서 교사도 경험을 내놔야 합니다. 먼저 내 경험을 내 아이들에게 바쳐야 아이들도 재밌는 경험을 저에게 줍니다. 그래서 저도 할 말이 많고, 이것에 대해서 강렬한 경험이 있었던 글감만을 주로 내는 것 같습니다.

◇ 최형진: 네, 알겠습니다. 문자로 “저는 벌써 6학년이 된 할머니입니다. 요즘에 고등학생 손녀가 열심히 소설책을 읽던데, 요즘 나온 우리나라 소설책들이 그렇게 재밌다고 하더라고요. 손녀와 함께 읽으면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책을 추천을 해주실 수 있나요?” 너무 어려우면 할머니가 읽기가 어려우니까. 혹시 손녀와 읽을 만한 소설이 있겠습니까?

◆ 이슬아: 소설도 생각나는데요. 저는 지금 동화가 먼저 떠오릅니다. 일본의 사노 요코라는 작가가 있었습니다.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장년 나이에도 굉장히 왕성하게 활동하셨는데요. 사노 요코의 동화책을 손녀 분과 함께 읽으시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 사노 요코의 ‘100만 번 산 고양이’랑 ‘세상에 태어난 아이’라는 동화책을 너무 추천합니다. 함께 읽기에 너무 아름다운 책일 것 같습니다.

◇ 최형진: 알겠습니다. 추천 감사드리고요. 지금 아무래도 작가님을 모셨기 때문에 저도 글쓰기를 굉장히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저는 브런*이라고 하는 글을 올리는 애플리케이션이 있더라고요. 거기서 조금 써가고 있는데, 단도직입적으로 글 잘 쓰려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 이슬아: 이미 너무 잘 쓰고 계실 것 같기는 한데. 사실 글 잘 쓰는 건 제가 아직도 너무 도달하고 싶은 목표입니다. 저는 아직 한 번도 제가 잘 쓰고 싶은 만큼 잘 써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계속 저한테 시간이 필요하고, 잘 세월을 겪었으면 좋겠는데요.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잘 쓰려면 일단 쓰기 전에 살 때부터 달라야 한다는 생각이에요. 잘 쓰려면 잘 봐야 하고, 잘 들어야 하고, 잘 느껴야 한다는 생각을 늘 먼저 해서. 쓰기 전에 선행되는 일들을 굉장히 세밀하게 기억하고, 소중하게 간직해야 한다고 하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 최형진: 혹시 이렇게 글을 잘 쓰게 된 그런 본인의 삶 중에서 이것 때문에 글 쓰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게 있겠습니까?

◆ 이슬아: 저는 사실 재능이 있는 파는 아닙니다. 10대 중후반부터 계속 같은 친구들이랑 꾸준히 글쓰기를 배웠는데요. 수업에 그야말로 재능이 있다고 느껴지는 친구들이 더러 있었어요. 저 말고. 그래서 재능 있는 친구들 옆에서 보면서 자랐는데, 나는 진짜 열심히 써야 하는 사람이구나. 재능이 있으면 너무나 좋겠지만 그것은 선택을 할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그런데 저는 재능이 그렇게까지 많지 않아도 잘 쓰고 싶은 게 분명했기 때문에 반복 많이 했어요. 진짜 그냥 많이 다시 쓰고, 꾸준히 쓰고, 계속 쓰는 것을 했거든요. 제가 살면서 가장 많이 반복한 일이 글쓰기 아닐까 싶은데, 저는 그냥 반복형으로 작가가 된 유형이고, 그래서 완전 재능파인 친구들은 어떻게 할지 모르겠지만, 저는 반복해서 잘되는 스타일인데요. 사실 반복할 수 있는 것도 좋아하기 때문에 가능한 거잖아요.

◇ 최형진: 그렇죠. 애정이 있어야죠.

◆ 이슬아: 좋아하지 않는데 반복하기란 너무 어려운 일 같아요. 요즘에는 그냥 좋아하는 마음 자체가 재능이 아닐까? 그런 생각도 들고. 아무튼 저는 재능이 없는 파로서 반복 때문에 이 정도는 하게 되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 최형진: 지금 반복이라고 말씀을 하셨는데, 책 이외에도 ‘일간 이슬아’라는 매일 글을 보내주는 온라인 정기구독물을 발행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저도 얼핏 봤는데 아무도 청탁을 안 했지만 매일 쓴다. 뭐라도 써서 보낸다. 이렇게 꾸준히 할 수 있는 원동력 역시 글 쓰는 것에 대한 애정 때문이라고 생각하십니까?

◆ 이슬아: 애정도 있겠고요. 사실 ‘일간 이슬아’는 그것보다 더 컸던 게 돈 때문이었습니다. 당시에 학자금 대출을 제가 상환해야 해서 일을 20대 내내 열심히 하고 살았거든요. 그런데 대학 졸업하고 나니까 빚이 되게 많이 쌓여 있더라고요. 그게 요즘 청년 세대의 기본적인 환경인 것 같습니다. 대학 졸업하자마자 사회 초년생 때 2000~3000만 원의 빚을 안고 시작하는 거요. 어쨌든 부업을 저는 늘려야 했기 때문에 학자금 대출을 갚으려고 시작한 게 ‘일간 이슬아’고요. 그래서 독자님들이 구독료를 선불로 보내주시잖아요. 그것을 선불로 받으면 굉장히 무서운 약속이 됩니다. 돈을 먼저 받는다는 것은 굉장히 강력한 약속이라서 선불로 받은 돈의 힘으로 썼습니다.

◇ 최형진: 그 말씀을 정리해보면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이라고 표현해도 될까요?

◆ 이슬아: 자본주의가 낳은 성실한 연재 노동자라고 정정하겠습니다.

◇ 최형진: 알겠습니다. 이제 시작한 지 제법 시간이 지나서 이런 일들을 지금까지 해오고 계신데, ‘일간 이슬아’ 그리고 글방. 이제는 생계를 위한, 학자금 대출을 갚기 위한 것과는 다른 의미 같아요. 어떻게 보십니까?

◆ 이슬아: 다행히도 그렇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엄청 생계 때문에 글쓰기 교사로 일하거나 그렇지는 않은데요. 생계 때문에 출판사를 운영하고, 글을 쓰고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글쓰기 수업은 필수가 아닌 상태인데, 작가로만 일하거나 교사로만 일하는 것은 저에게 맞지 않는 것 같고요. 작가랑 교사를 병행할 때 나오는 힘이 있는 것 같아요. 우선 작가로 일하지 않는 상태에서 가르치기만 하는 것은 뭔가 아이들에게 쉬운 말만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내가 못하는 것을 들키지 않을 수도 있는 자리니까요. 작가로 일하면서 교사로 서게 되면 내가 아직도 뭘 못하면서 말만 번지르르하게 하는지 다 들키게 돼요. 그래서 되게 열심히 쓰게 되고, 가르치게 됩니다. 그리고 교사가 주는 힘은 내가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가는 과정에 있는 것 같아요. 그 두 가지가 굉장히 균형 잡히게 저를 도와줘서 앞으로도 병행할 것 같습니다.

◇ 최형진: 라디오 DJ도 하셨나요?

◆ 이슬아: 네, EBS ‘이스라디오’라는 방송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지금 전문적인 것은 아니고, 그냥 작은 방송을 하고 있습니다.

◇ 최형진: 사실 코로나19 때문에 모든 국민이 많이 우울감을 가지고 있는데 혹시 본인이 쓰신 글 중에 용기를 줄 만한 아름다운 글귀나 문장이 있겠습니까?

◆ 이슬아: 모두가 처음 맞이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뭔가 제가 항상 글을 편지를 마무리할 때 ‘사랑과 용기를 담아, 슬아 드림’ 이렇게 마무리를 하는데요. 사랑도 용기도 좋은 말이라서 자주 쓰게 됩니다. 그런데 그냥 빈 위로는 사실 너무 공허한 것 같고, 코로나19 맞이하게 된 배경을 서로 직시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우리 모두 기후위기, 지구 온난화, 그리고 동물과 맺고 있는 관계, 이런 것들 되게 직시하면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사는 것에 잘 적응했으면 좋겠습니다.

◇ 최형진: 네, 알겠습니다. 이제 올해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활동을 보면 무척 부지런하게 움직이신 것 같은데, 올해 스스로 평가하기에 부지런한 사랑을 실천한 한 해였다고 보십니까?

◆ 이슬아: 조금 찔리는데요. 저도 자주 게으르고, 특히 가까운 사랑하는 사람들한테 부지런하게 마음을 쓰는 것을 자주 까먹는 것 같아요. 다시 잘 마음을 다잡고 부지런히 사랑을 하겠고요. 창작에 있어서는 내년부터는 조금 덜 부지런하려고 합니다. 왜냐하면 지난 2년 동안 갚아야 하는 빚이 많아서 열심히 일했는데, 너무 열심히 일하다 보니까 소진되는 느낌이 들어서 어차피 길게 일해야 하는데 내년부터 천천히 슬렁슬렁 하려고 합니다.

◇ 최형진: 조금 쉬어가실 때도 있어야 합니다.

◆ 이슬아: 맞아요.

◇ 최형진: 문자로 “여러 직업을 갖고 계시네요. 작가, 선생님, 발행인, 출판사 대표. 어떤 직업이 가장 마음에 드는지, 또 가장 어려운지 궁금합니다,” 라는 질문입니다.

◆ 이슬아: 너무 중요한 질문해주셨는데요. 셋 중에서 저는 작가가 가장 잘하고 싶고, 또 가장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하나만 남겨야 한다고 한다면 작가 일만 하고 싶고요. 그래서 지금도 좋은 작가 되는 것이 목표인데요. 글쓰기가 좋아서 작가가 되었는데 아무리 좋아하는 일도 업이 되면 조금 힘에 부치게 되잖아요. 뭘 좋아했는지 잊어버리게 되고요. 저는 글쓰기가 계속 쾌락의 영역으로 남았으면 좋겠어요. 즐거워서 하는 일이면 좋겠어요. 그러기 위해서라도 일의 양을 살짝 줄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 최형진: 중요한 이야기입니다. “2년 동안 6권의 책을 내셨고, 게다가 매일 한 편의 글을 보내주는 일간 이슬아를 발행해오셨잖아요. 이렇게 많은 글을 쓰려면 글 쓸 주제를 찾는 것도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 비법이 있습니까?” 라는 질문이네요.

◆ 이슬아: 우선 2년 동안 6권 낸 거 정말 많이 낸 거라 스스로도 징그럽네요.

◇ 최형진: 어떻게 2년 동안 6권을 내신 거예요?

◆ 이슬아: 그 ‘일간 이슬아’가 있어서 낸 것 같아요. ‘일간 이슬아’로 원고를 꾸준히 쌓으니까. ‘일간 이슬아’도 작년부터는 휴재를 많이 하면서 쉬엄쉬엄하고 있습니다. 너무 힘들어서. 지금도 심지어 휴재 중인데요. 주제   를 찾는 것은, 맨날 써서 소진이 되기도 하지만 오히려 맨날 써서 점점 생각이 살아나고, 더 샘이 촉촉해진다고 할까요? 그런 효과도 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뭔가 일상을 살면서 메모를 자주 하는 편입니다. 어떤 말을 들었을 때, 어떤 장면을 보았을 때. 이거 방금 내가 들은 이 말은 굉장히 명대사였던 것 같다, 이렇게 메모를 많이 하기도 하고, 그렇게 해서 주제를 잘 쌓아왔는데요. 분명히 안 쓰는 시기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만약에 ‘일간 이슬아’처럼 많이 쓰실 필요는 없지만, 혹시 많은 주제를 가지고 다양하게 글을 쓰고 싶으신 분이라면 간단한 단어들을 메모하는 습관이 되게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 최형진: 관련해서 질문 하나만 더 드려보겠습니다. “자식들 다 키우고 경비원 일하고 있는 70대입니다. 저도 예전에는 글도 쓰고 했는데 살면서 다 잊었네요. 요즘 시간도 되고 해서 다시 글을 써볼까 싶은데,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쓰기 시작하면 되나요?” 하셨는데요.

◆ 이슬아: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하기로 한다니 너무 좋고요. 좋아하는 장소에서 좋아하는 시간대에 매일 루틴을 가지고 쓰는 것을 저는 추천 드리는데요. 작가들마다 루틴을 가지고 쓰시는 분들도 있고, 아닌 분들도 있어서 다른 조언을 해주실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비슷한 시간에 비슷한 장소에서 쓰는 습관을 들이는 것을 권유하는 편입니다. 좋아하는 차 드시면서 쓰시면 좋겠고요. 그리고 너무 욕심내지 말고 그냥 첫 문장을 시작하셨으면 좋겠습니다.

◇ 최형진: 저는 참고로 가을밤에 쓰는 건 반대합니다. 다음 날 일어나서 이불을 몇 번을 찼거든요.

◆ 이슬아: 너무 무슨 말씀인지 알겠어요. 새벽에 쓰는 것도 조금 창피하더라고요. 저는 아침에 쓰는 편입니다. 

◇ 최형진: 일단은 가장 중요한 거 정리해보면 첫 문장 바로 시작해라, 이게 답이 될 것 같습니다.

◆ 이슬아: 네. 

◇ 최형진: 앞으로도 좋은 글 부탁드리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 이슬아: 네, 감사합니다.

◇ 최형진: 지금까지 새 책 '부지런한 사랑'의 저자 이슬아 작가와 함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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