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라디오(FM 94.5)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
□ 방송일시 : 2020년 10월 26일 (월요일)
□ 출연자 : 이동기 서울대 경영대학원 교수
- 삼성을 글로벌 리딩 그룹으로 발전시킨 경영자
- 1995년, 전자와 자동차 산업 시너지 효과 어려워
- "삼성바이오회계, 이론적으로 불법 찾을 수 없다"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김우성 PD(이하 김우성): 삼성을 세계적인 그룹으로 발전시켰던 이건희 회장인 만큼 별세 이후에도 그 공과에 대해서 여러 가지 평가들이 다양합니다. 故 이건희 회장의 일생을 통해 빛과 그림자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이동기 서울대 경영대학원 교수 전화연결 돼 있습니다. 교수님, 안녕하십니까?
◆ 이동기 서울대 경영대학원 교수(이하 이동기): 네, 안녕하십니까.
◇ 김우성: 어제 갑작스러운 보도에 많은 분들이 지금, 또 많은 전 세계 언론까지 반응을 하고 있습니다. 이건희 회장의 별세, 일단 어떻게 느끼고 계시는지요?
◆ 이동기: 우리 잘 알다시피 이건희 회장님은 선대 경영자인 이병철 회장의 뒤를 이어서 1987년부터 삼성그룹을 이끌어 오신 경영자입니다. 무엇보다도 삼성그룹을 글로벌 리딩그룹으로 도약시킨 글로벌 경영자 시대가 막을 내리는 그런 의미가 있는 게 아닌가. 이렇게 생각합니다.
◇ 김우성: 한국 사회, 한국 경제가 격변하던 시기에 대표적인, 상징적인 인물 한 분이 세상을 떠났다는 의미에 대해서 설명해주셨는데요. 이건희 회장은 재계를 대표하는 인물입니다. 글로벌 그룹으로 키웠다고 하는 평가를 앞서 해주셨는데, 사실 그 과정에 대해서 짚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어떻게 이렇게 초일류 글로벌그룹으로 성장시켰나. 어떤 설명이 가능할까요?
◆ 이동기: 우리한테 이미 많이 알려진 이야기입니다만, 1993년에 소위 신경영 선언으로 본격화된 혁신경영이 핵심이 아닌가,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위기의식 고취나 또는 양적 성장보다는 질적 성장. 품질이나 디자인 같은 질적 성장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또 철저한 고객 지향적 문화. 그리고 치밀한 경영관리 체제, 이런 것들의 중요성을 강조한 혁신경영의 지속적인 추구가 삼성을 초일류 글로벌그룹으로 이끄는 핵심이었다고 생각합니다.
◇ 김우성: 방금 말씀하셨던 여러 가지 변화, 혁신은 사실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이른바 프랑크푸르트 선언이라고 알려진 부인과 자식 빼고는 다 바꿔라, 이런 이야기까지도 회자가 되는데요. 당시에 많은 기업들이 있고, 또 글로벌 환경이 급속도로 신자유주의 체제로 바뀌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삼성은 유독 이 변화가 실체화됐고, 그 성과를 맺었습니다. 다른 기업들은 또 그렇지 못했던 기업들도 있거든요. 이 점에 대해서 사실 전문가로서 어떻게 판단하시는지요?
◆ 이동기: 혁신이라는 말이 많이 유행하는 단어입니다만, 사실 혁신이 많은 기업의 경우 이게 단순한 선언이나 구호에 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혁신은 사실은 선언이랑 구호라는 상징적 측면보다는 실제 현장에서 실행이 되는 실행 측면이 굉장히 중요한데, 이건희 회장의 리더십은 사실 이런 혁신의 실행 측면을 굉장히 강조해서 혁신이 현장에서 실제 실행되도록 하는 리더십을 발휘했다는 측면에서 많은 다른 기업과 차이점이 있는 게 아닌가.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김우성: 대표적으로 구미 공장에서 당시 가장 인기 있었던 휴대전화, 화형식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는데, 불량품을 전부 다 불에 태우는 일도 있었고요. 또 다양한 일화가 있습니다. 교수님께서 경영 전문가로서 짚어주실 만한 그런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일화가 기억이 나시는 것이 있으실까요?
◆ 이동기: 제가 하도 많은 사례들을 접해가지고 지금 딱히 언뜻 떠오르는 일화는 없습니다만, 이건희 회장님께서 하신 말씀 중에 놀아도 좋으니 뒷다리 잡지 마라. 훌륭한 인재의 중요성, 우리나라 인재의 중요성. 그리고 특히 조직문화가 전체적으로 효율성이 높도록 움직이는 데 방해가 되는 요인들을 조직문화가 혁신에 미치는 문제점들을 일제히 깨달았던 점이 저는 굉장히 인상적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 김우성: 이렇게 포스트 삼성을 꿈꾸고 생각하는 다른 기업들, 또 스타트업들도 많을 겁니다. 직접 특히 전자 분야를 굉장히 발전시키지 않았습니까? 반도체 일화를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는데요. 당시에 선대 회장인 이병철 회장도 반대의 입장이 있었다고 하는데, 사재를 털어서라도 시작하겠다고 해서 삼성 반도체를 출범시켰습니다. 이 일화도 꽤 유명하더라고요?
◆ 이동기: 네, 그게 통상 우리가 기업의 역사를 연구를 해보면 1세대 창업 세대는 기업가 정신이 탁월하신 분들이 많은데, 2세대 경영자로 넘어오면 기업가 정신이 약화되는 경향을 보이는 것이 일반적인 경향입니다. 이건희 회장님 경우는 과감하고, 공격적인 투자로 반도체. 메모리 반도체, 스마트폰 같이 오늘 우리 먹거리 산업을 세계 1등 제품으로 만들어내는 그런 탁월한 기업가 정신을 발휘했다는 점에서 선대의 기업가 정신을 오히려 더 약화시키지 않고, 더 강화시켰다는 점에서 훌륭한 기업가 정신을 발휘한 리더다. 이런 평가를 하고 싶습니다.
◇ 김우성: 과거를 짚어보는 이유가 또 여러 가지 고인의 기업 성장, 리더십 이야기를 하는 것 때문인데, 자동차 산업에서는 조금 고배를 마셨다는 이런 평가도 있습니다. 이 부분도 많이 경영학계에서 이야기가 됐을 텐데요.
◆ 이동기: 사실은 오늘 우리가 세계적인 기업이라고 일컫고 있는 아마존의 경우나 여러 국내외 선도기업들의 사례를 보면 아무리 성공적인 기업이라고 해도 실패 없이 성공만 하는 기업은 없죠, 사실은. 삼성과 이건희 회장도 예외는 아니라고 봅니다. 특히 지금은 상황이 달라지고 있습니다만, 자동차 산업과 전자산업은 1995년 삼성이 자동차 산업에 뛰어든 시점을 기준으로 보면 매우 상이한 구조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소위 전자산업과 자동차 산업 간의 시너지 창출이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었죠. 그래서 이런 구조적인 원인과 함께 또 자동차 산업은 규모의 경제가 굉장히 크기 때문에 소규모를 투자해서 점진적으로 성장시키는 것도 어려운 산업이고, 또 자동차 산업 시작 후에 곧 이어서 IMF 외환위기를 겪게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아마 자동차 산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하기는 매우 어려웠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 김우성: 여러 가지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고 계십니다. 특히 이렇게 많은 성과를 앞부분에 많이 이야기드렸지만 또 지나칠 수 없는 부분들이 남은 숙제입니다. 문제점들도 있었고요. 특히 반도체 공장, 반도체로 이룬 성과가 있었습니다만, 반도체 공장 직원들의 백혈병 발병과 사망, 또 무노조, 초법적인 여러 가지 조치들. 이런 것에 대해서 사회적인 비판이 거셌습니다. 이런 부분은 어떻게 평가하고 계세요?
◆ 이동기: 삼성이 그동안 다양한 책임활동은 상당히 많이 해왔지만, 법적, 윤리적인 측면에서 다소 미흡했던 점도 있었다고 봅니다. 최근 이재용 부회장께서는 무노조 경영이라는 말은 다시 안 나오게 하겠다는 선언도 하셨습니다만, 향후 이 문제를 잘 해결하는 것이 과제일 거라고 생각을 하고요.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각 삼성 계열사들의 이사회를 중심으로 한 준법경영을 강화함으로써 이런 문제가 잘 해결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좋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합니다.
◇ 김우성: 준법감시인 이야기도 나왔고, 최근에도 여러 변화도 언급이 됐습니다만, 이게 앞서 실제 이건희 회장이 경영을 할 때 변화를 선언만 한 것이 아니라 구체적 실재를 챙겼다, 이렇게 교수님께서 포인트를 짚어주셨는데요. 이런 변화도 마찬가지지 않겠습니까? 예를 들면 준법이 어떤 선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법 테두리 안에서 삼성이 국민들에게 인정받고 사랑받는 기업이 되기 위한 실현, 실질적인 실행. 어떻게 될지에 대해서 사실 많은 분들이 궁금해요. 리더십 역시 중요할 텐데요.
◆ 이동기: 그래서 지금은 이재용 회장님의 선언이 있었고, 또 준법감시위원회 같은 조직이 만들어졌습니다만, 사실 현장에서 실현되기 위해서는 각 계열사들의 이사회가 중심이 돼서 준법경영의 모습을 구체화할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조금 더 국민의 신뢰를 얻는 방법이 아닐까.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 김우성: 여러 가지 문제들을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만, 사실 그만큼 전 세계적인 관심, 국내외 관심이 쏠려 있는 만큼 의미 있고, 큰 기업이고, 리더였기 때문에 관심이 모이고 있습니다. 2014년 이후 이재용 체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사실 여러 가지 재판들,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나 몇 년 더 걸릴 거라는 전망은 있지만 굉장히 기업의 여러 가지 안정적인 면을 흔들고도 있습니다. 이재용 부회장의 입지가 후계자로서 확실하게 바로 설 수 있을 것인가. 또 어떤 변화가 있을 것인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어떻게 총평하십니까?
◆ 이동기: 우선 지금 이건희 회장님이 막 돌아가셨으니까 우선 단기적인 문제는 아마 상속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일 것 같고요. 굉장히 큰 금액이 관련되는 문제이기 때문에요. 그리고 또 하나는 현재 또 아마 이재용 부회장 관련 두 건의 재판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사법 리스크 문제를 잘 해결되어야 되는 이슈가 하나 있고요. 또 세 번째는 지금 지배구조 리스크라고 해서 이런 것들이 논의가 되고 있기 때문에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보유에 변화가 있을 수도 있고 해서 이런 단기적으로라면 이 세 가지 문제를 잘 해결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 김우성: 삼성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또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일단 이건희 회장의 장례가 끝난 뒤에 어떤 메시지가 나올지 지켜봐야겠다, 이렇게 받아들일 수 있겠습니다. 교수님께서 특히 지금 언급하신 이야기 중에 삼성바이오회계는 지금 여러 가지 논란이 아직도 지속되는 것들이 많습니다. 조금 정상적이었다고 보셨어요. 그 근거가 뭘까요?
◆ 이동기: 삼성바이오로직스라는 기업과 미국의 바이오젠이라는 제약회사 간의 합작투자법인이 삼성바이오에피스 회계처리에 관한 문제인데, 이 문제는 지금 라디오 인터뷰 같은 짧은 시간에 설명드리기는 복잡한 문제라서. 다만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저는 학교에서 경영학을 강의하는 학자로서 제가 국제합작투자, 이 문제를 오랜 기간 연구해왔기 때문에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제가 구할 수 있는 자료를 구해서 자세히 분석을 해봤습니다. 저는 학자적인 입장에서 이론적으로나 논리적인 측면에서 이 회계처리가 잘못됐다고 하는 판단에 동의할 수 없다는 결론을 저는 가지고 있다. 이 정도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 김우성: 재판기록만 해도 지금 어마어마한 분량인데요. 콜옵션이라든지, 다양한 경제용어들을 이해할 때 풀 수 있는데, 저희가 이것은 기회가 되면 조금 더 깊이 파보도록 하겠습니다.
◆ 이동기: 네, 다른 기회를 한 번 주시면 제가 알기 쉽게 잘 말씀드리겠습니다.
◇ 김우성: 네, 끝으로 경영학계, 또 삼성이라는 기업 성장에 포커스를 맞추신 발언들, 또 이야기들을 오늘 해주셨는데요. 마무리하는 발언으로 또 이건희 회장의 별세, 그리고 그 이후의 과제에 대해서 짧게 정리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 이동기: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삼성이 사실은 우리나라의 최대 기업그룹으로서 여러 가지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기업입니다만, 사실은 삼성의 문제는 삼성 한 기업의 문제라기보다는 우리나라 기업집단 구조의 문제라든가, 또는 우리나라 경제 시스템 전체의 문제하고도 많이 관련이 되는 문제입니다. 제가 꼭 한 마디 드리고 싶은 말씀은 우리나라의 현실 거의 대부분. 대기업과 중소기업 거의 대부분의 기업이 오너 경영체제 하에서 경영되고 있는 현실인데, 또 다른 측면에서는 전 세계에서 엄격한 지배구조와 경영승계 관련 규제, 제도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저는 이 모순적인 상황에 대한 논의가 조금 더 사회적으로, 또는 국회에서나 사회적으로 조금 더 이 상황에 대한 논이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면 조금 더 미래 지향적으로 바람직한 제도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 김우성: 네, 교수님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이동기: 네, 감사합니다.
◇ 김우성: 지금까지 이동기 서울대 경영대학원 교수와 함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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