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라디오생활
  • 방송시간 : [월~금] 10:30~11:30
  • 진행: 박귀빈 / PD: 이은지 / 작가: 김은진

인터뷰 전문

재난지원금은 세대주에게로? '세대주'란?
작성자 : ytnradio
날짜 : 2020-09-07 12:39  | 조회 : 4769 
YTN라디오(FM 94.5) [YTN 뉴스FM 슬기로운 라디오생활]

□ 방송일시 : 2020년 9월 7일 월요일
□ 진행 : 최형진 아나운서
□ 출연 : 신지영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 세대주라는 단어에 떠오르는 '남자. 아버지, 가장'
- 세대주, 세대의 주인이 되는 사람.. 가족을 주와 종의 관계로 바라보는 것
- 세대주는 행정편의의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
- 세대주를 대체할 수 있는 언어는?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최형진 아나운서(이하 최형진): 매일매일 각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생활 속 다양한 궁금증을 해결해 봅니다. 일상으로 사용되는 말이 나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관계를 정의하고 있다면, 여러분들은 이 말을 바꿔서 사용하시겠습니까? 올해 긴급재난지원금 지급과 함께 우리 삶 속에 등장한 단어가 있죠. 바로 '세대주'인데요. 그런데, 이 '세대주'가 우리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가족 관계를 수직적으로 만든다고 합니다. 어떤 이유일까요? 오늘 ‘어른이’들의 슬기로운 언어생활에서 함께 생각해보는 시간 가져보겠습니다. 함께 이야기 나눌 분 모셔보죠.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신지영 교수와 함께합니다. 안녕하세요?

◆ 신지영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교수(이하 신지영): 네, 안녕하세요. 

◇ 최형진: 세대주, 올해 긴급재난지원금 지급과 함께 자주 사용한 것 같고요. 사실 그 이전에는 딱히 사용할 일이 없었던 그런 단어 같은데, 이제 2차 재난지원금 지급 이야기가 나오니까 또 들려올 것 같기도 합니다. 이전에 조금 문제가 있었으니까 그런 부분을 보완해서 나오지 않을까, 이런 생각도 드는데요. 그런데 세대주가 어떤 고민을 해야 하는 단어입니까?

◆ 신지영: 우선 세대주라는 단어를 딱 떠올리면 어떤 그림이 떠오르죠?

◇ 최형진: 남자. 아버지, 가장. 

◆ 신지영: 정말 그런 게 우리 머릿속에 가지고 있는 건데요. 사실은 세대주는 누구나 될 수 있거든요. 남자든, 여자든, 누구든 될 수 있는데 왜 우리는 그렇게 생각할까. 그리고 왜 재난지원금이 1차 재난지원금이 세대주를 통해서 지급되었을까. 이런 것에 대해서 우리가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면서 우리 형진 씨 가정의 세대주는 누군가요?

◇ 최형진: 저희 부모님과 함께 살 때는 아버지였고, 지금은 저입니다.   대부분 다 그렇지 않을까요?

◆ 신지영: 가구를 분리했군요. 지금 분리된 가구에서는 본인이 세대주인 거고요.

◇ 최형진: 제가 세대주여서 긴급재난지원금도 제 통장으로 들어왔고, 제가 썼습니다.

◆ 신지영: 그런데 저는 사실은 우리 어른이들에게 여쭤보고 싶어요. 여러분들의 세대주는 누구인지. 세대주의 개념에 대해서. 혹시 세대주라는 것에 대해서 별로 주목하지 않았는데, 혹시 재난지원금과 관련해서 세대주가 누구지? 이런 것을 생각하게 되었는지, 아닌지. 이런 것들을 같이 이야기 나눠봤으면 좋겠습니다.

◇ 최형진: 세대주와 관련해서 어떤 고민을 해야 하는 걸까요?

◆ 신지영: 세대주라는 단어를 보면요. 세대의 주, 주인이라는 주(主) 자가 있죠. 세대주. 사전적 정의를 보면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세대의 주인이 되는 사람, 이렇게 되어 있는데 그러면 세대의 주인인 사람이 있고, 그다음에 세대의 주인이 아닌 사람이 있다? 그러면 주와 종의 관계로 가족을 바라보는 것은 아닐까? 그렇게 붙여진 이름은 아닐까? 세대주라는 단어에 대해서는 두 가지를 나눠서 생각해봐야 하는데요. 여러분 세대라고 하면 어떤 뜻이 떠오르세요?

◇ 최형진: 세대요? 나이로 구분하는 세대?

◆ 신지영: GENERATION이라는 뜻이 떠오르죠. 그런데 사실 세대라는 말보다는 가구라는 말로 이렇게 바꾸면 훨씬 더 편안하게 들어오죠. 우리가 1가구 1주택이라고 할 때 1가구. 가구의 구성원이 몇 명이라든지, 가구 수가 여기 얼마나 되느냐. 이렇게 이야기하는데, 그게 훨씬 더 우리한테 편하게 들어오는데요. 세대라는 말이 있잖아요. 이 세대라는 말은 사실 일본을 통해서 들어온 말이에요. 일제 강점기 때. 한국의 문헌을 보면 일본 사람들이 만들었던 신문에서 처음 사용이 보입니다. 세대라는 말의 사용이요. 사전을 찾아보면 가구라는 말로 순화하자,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그 순화가 일본에서 들어왔다기보다는 우리가 세대, 하는 것보다 가구, 이러는 게 훨씬 더 잘 와 닿죠.

◇ 최형진: 그렇습니다. 잘 이해가 돼요.

◆ 신지영: 조금 더 쉬운 말로 바꾸자.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는 말로 바꾸자. 이런 취지고요. 그다음에 또 하나는 그러면 가구로 바꾼다고 해서 가구주라는 개념은 괜찮은가? 이것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자는 겁니다.

◇ 최형진: 그것도 안 될 것 같아요.

◆ 신지영: 왜 그렇게 생각하셨어요?

◇ 최형진: 아까 말씀하셨던 것처럼 주종관계, 상하관계가 생기는 단어잖아요.

◆ 신지영: 그래서 사실은 이 문제에 대해서도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런데 평소에는 세대주, 가구주라는 것이 존재하는 줄도 몰랐죠. 사실 저도 이번에 재난지원금을 받으면서 우리 가구에 남편이 세대주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된 거예요. 그런데 언제 정했지, 우리가? 한 번도 같이 논의를 하고 정해본 적이 없어요.

◇ 최형진: 그렇죠. 그냥 자연스럽게 그렇게 됐잖아요.

◆ 신지영: 왜 그랬지? 하고 생각을 해보니까 그전에는 호주제도가 있었습니다. 제가 결혼한 지가 꽤 오래돼서 그전에는 호주제까지 심지어 있었잖아요. 2008년부터 호주제가 폐지됐죠. 그러면서 사실은 그 당시에도 호주제가 폐지되면서 많은 이야기들이 있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주제가 폐지되고 난 다음에 아무런 생활에 불편이 없습니다. 그런 것처럼 우리는 있었던 것이 없어지면 마치 큰 일이 벌어질 것처럼 생각하지만 그게 있어야 하는지, 없어야 하는지. 이게 헌법적 가치에 맞는지, 안 맞는지. 이런 것들을 다각도로 생각해봐야 하는데, 세대주도 그런 것 중에 하나다, 이렇게 생각할 수가 있습니다.

◇ 최형진: 그런데 제가 지금 이 질문을 드리면 들으시는 분들한테도 혼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런데 세대주가 사실 없으면 조금 불편함이 생기지 않을까요?

◆ 신지영: 어떤 불편함이 있을까요?

◇ 최형진: 그래도 뭔가 가정에서 도맡아하는 그런 누구를 정해놓고.

◆ 신지영: 그거는 이렇게 바꾸면 안 될까요? 가구대표. 가구의 대표가 필요하면 가구주라는 말보다는 가구대표. 대표라는 말을 딱 들으면 누군가가 누군가와 상의해서 대표를 선출할 것 같잖아요. 이게 사실은 대표가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보다 이것을 어떻게 표현하느냐의 문제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보여준다. 이게 오늘 같이 생각해보자는 거죠.

◇ 최형진: 그러면 갑자기 든 의문인데, 가구장은 안 됩니까?

◆ 신지영: 장은 또 어른 장(丈)이잖아요. 언어의 줄다리기라는 책에서 장이라는 것도 너무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공고화시킨다. 어른만이 대표가 될 수 있을 것 같고, 경험이 많아야 할 것 같고. 장이라고 하면 왠지 남자가 되어야 할 것 같고. 이런 고정관념들이 있고, 그러다 보니까 그 단어가 예를 들면 우리가 회의를 할 때 회의의 의장 같은 것을 뽑잖아요. 그때 장이라는 단어 때문에 늘 연장자가 되는 경향이 있죠. 그것도 참 이상하다는 거예요. 왜 우리는 그런 고정관념을 갖느냐. 사실 언어가 우리에게 그런 종류의 고정관념을 형성시켜준다. 회의의 대표를 뽑자고 하면 왠지 수평적이면서 그렇지 않을까? 이런 생각들을 해보자는 겁니다.

◇ 최형진: 오늘 또 굉장히 의미 있는 물음을 가지고 오셨는데, 일단은 문자를 소개를 해드려 보겠습니다. “세대주는 엄마요,” 라고 하셨고, 다른 분은 “세대주는 아이 이름으로 이선입니다.” 이렇게 하셨고. “우리 집 세대주는 저입니다. 저는 40대를 넘은 여자고요. 지역 이동하면서 아버지를 세대원으로 바꿨다”고 말씀하셨고. “세대주는 와이프인데요. 그러면 마음이 편하죠. 갈등도 없어요.” 보통 지금 주시는 답변들이 여자 분들이 또 세대주가 꽤 많은 것 같고. “세대주 저희는 4인 가족인데 가장인 제가 세대주입니다. 별 생각이 없었는데 나라의 주인은 국민인 것처럼 세대주는 세대원 전부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또 이런 의견을 주셨네요.

◆ 신지영: 그런데 재밌는 건요. 통계를 보면 우리가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이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줘요. 세대주가 우리 배우자가 있는 가구, 그러니까 유배우자 가구라고 통계청에서는 이야기하는데, 통계청 지표를 보면요. 2011년에서부터 2019년까지 유배우자 가구의 세대주가 성별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나옵니다. 2019년 몇 % 정도의 세대주가 남자일 거라고 생각하세요?

◇ 최형진: 거의 80% 될 것 같은데요?

◆ 신지영: 86.3%입니다. 90%에 육박하죠. 2011년에는 90%가 넘었어요. 그러니까 90.1%에서 9년 만에 그래도 3.8%밖에 여성의 비율이 높아지지 않았어요. 그러니까 세대주가 가지고 있는 그 주. 주인이라는 그 개념이 굉장히 공고하게 있는 게 아닌가, 그런 가부장적인 문화가 그대로 담긴 것은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그런데 이 세대주라는 개념. 없으면 조금 불편할 것 같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사실 없이도 잘 살았거든요. 그렇죠?

◇ 최형진: 그러고 보니 세대주라는 말을 잘 들어본 적이 없기는 해요.

◆ 신지영: 세대주는 사실은 행정편의의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지, 우리에게는 전혀 의미가 없습니다. 전 세계를 보면 세대주라는 개념을 가지고 있는 나라가 없어요. 민주주의 국가에서는요. 심지어 일본은 1948년에, 원래는 세대주라는 개념이 일본을 통해서 왔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이 일본은 1948년에 헌법을 새로 만들면서 양성평등에 어긋난다고 해서 세대주라는 개념을 없앴어요. 그런데 우리는 그것을 지금까지도 가지고 있는데요. 1962년에 주민등록법을 만들면서 세대주라는 것을 만들었고요. 그러면서 주민등록법상에 주민등록신고 의무를 가진 사람. 이게 세대주다. 그다음에 지방세법에 의해서 주민세 균등분할의 납세의무자가 세대주다. 병역법에 의하면 병역 의무 부과를 통지하거나 향토예비군, 그런 것을 통지서가 오면 알려야 하는 의무가 세대주에게 있는 거죠. 이 세 가지의 의무를 가지고 있는 게 세대주인데, 사실은 다 보면 행정편의를 위해서 있는 겁니다. 그러니까 이번에도 사실은 긴급재난지원금을 주면서 사실은 누구에게 어떻게 줄까, 하는 것이 정부가 조금 더 심도 있게 생각을 해야 하는 것이 이게 행정이 그냥이 아니라 우리가 지향하는 나라가 어떤 나라인지, 그 가치를 보여주는 게 행정이거든요. 그런데 그것을 그냥 가구 단위로. 그리고 세대주에게. 이렇게 준다는 것이 과연 우리가 지향하는 대한민국의 가치, 헌법적 가치와 맞는 것인가. 평등 가치와 어긋나는 것은 아닐까? 이런 것들을 더 세밀하게 생각해야 할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사실은 다른 지역의 어떤 지방자치제 같은 경우에는 아주 대표적인 게 경기도인데, 그냥 개인에게 다 줬잖아요. 이게 그냥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꼭 이야기하고 싶어요.

◇ 최형진: 국가가 지향하는 가치가 담겨 있다.

◆ 신지영: 행정이라는 것은 그것을 보여줘야 하는 것이니까요. 그런데 우리가 과연 그런 행정이 그런 가치를 잘 보여주고 있는가를 우리 시민들이 잘 감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사실은 여가부에서는 4년 전에 이미 이런 세대주를 포함해서 가족 평등의 개념을 어긋나게 하는 그런 행정들을 지적하면서 문제가 있다고 이야기를 했고요. 사실 1차 재난지원금을 할 때도 여러 가지 여성단체라든지, 정의당이라든지, 여러 사람들이 목소리를 높였지만 그 당시에는 그 목소리가 사실은 두드러질 수가 없었어요. 왜냐하면 지급하느냐, 마느냐가 더 중요했기 때문에. 그런데 혹시나 2차에서도 그렇게 또 목소리가 덮이면 어떻게 하나. 이런 것이 사실은 굉장히 문제가 될 것 같아서 오늘 그 이야기를 꼭 한 번 짚어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 최형진: 이번을 계기로 이런 논란들이 촉발됐으면 좋겠습니다. 애플리케이션으로 “호주, 세대주 모두 일제 때 사용한 단어죠. 가구대표 좋은데요?” 하셨는데, 가구대표 괜찮은 것 같습니다. 

◆ 신지영: 같이 사실은 논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적극적으로 문자로 선생님들의 생각을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 최형진: 그러면 자녀나 다른 가족들은 세대주가 될 수 있는 건가요?

◆ 신지영: 성인이면 다 세대주가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가구에서 논의를 해서 변경도 가능합니다. 그래서 변경을 하려고 하면 현재의 세대주, 가구주가 동의를 해주어야 하는데, 동의 절차만 거치면 누구든 세대주가 될 수 있습니다. 성인이면.

◇ 최형진: 알겠습니다. 애플리케이션으로 “단어 하나에도 생각을 많이 해봐야겠네요.” 하셨고요. 많은 분들께서 오늘 방송에 대해서 칭찬을 하고 계십니다. 문자로 “진짜 좋은 방송, 세대주라는 이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하셨고요. 저 스스로도 제가 긴급 재난지원금 다 썼거든요. 반성을 해보겠습니다.

◆ 신지영: 그래서 사실은 저도 그것을 통해서 굉장히 많이 생각하게 됐습니다.

◇ 최형진: 알겠습니다. 오늘도 역시 많이 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 신지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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